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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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리뷰 총점 9.5 (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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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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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그래픽노블로 만나는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 평점8점 | a*******5 | 2019.04.17 리뷰제목
내가 처음 만나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동안 여러 책과 기사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을 계기로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궁금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아렌트의 저작으로 읽기 어려워 미루어 오다 이번에 출간된 그래픽노블을 만나면서 일반 책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서평단에 신청하게 됐다.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 하노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칸트의 고향 쾨
리뷰제목

내가 처음 만나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동안 여러 책과 기사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을 계기로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궁금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아렌트의 저작으로 읽기 어려워 미루어 오다 이번에 출간된 그래픽노블을 만나면서 일반 책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서평단에 신청하게 됐다.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 하노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자란 비범한 소녀다. 열네 살 무렵 칸트 철학을 섭렵했고, 열여섯 살에 교사들을 규탄하는 파업을 계획했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열일곱 살에 마르부르크 대학에 입학해 철학자 하이데거를 만나고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고 아렌트는 어느 코스튬 파티에서 만난 명문가의 청년 귄터 슈테른이 청혼하면서 결혼한다. 이후 슈테른의 사촌인 발터 벤야민을 알게 된다.   


 

  당시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는 당대를 주름잡던 화가들과 음악가들, 사상가들과 영화 감독들이 모여 다다이즘과 표현주의,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시오니즘, 민주주의 등 다양한 사상의 충돌을 겪고 있었다. 그들 속에서 아렌트는 줄담배를 피우며 '세상을 여는 열쇠'를 찾아 사유했다. 한편 카페 밖에서는 정상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사상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불안한 기류를 감지한 슈테른이 먼저 파리로 가고, 아렌트는 시온주의자를 돕다가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후 풀려나 엄마와 함께 밤을 틈타 체코슬로바키아를 경유해 프랑스로 탈출한다.


 

  파리에서 아렌트는 슈테른과 이혼한다. 한편 독일에서 날아온 소식에 의하면 하이데거가 나치에 의해 마르부르크 대학 총장으로 임명되었다가 일 년만에 사퇴당한다. 아렌트는 파리에서 친해진 발터 벤야민의 친구 중 한 사람인 하인리히 블뤼허라는 시인이자 철학자인 독일인과 사랑에 빠져 재혼한다.

 

 1939년 9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40년 5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면서 남녀 독일인들은 따로 모여 수감된다. 몇 달 후 남쪽 지방으로 옮겨진 수용소에서 아렌트는 감시체계가 혼란한 틈을 타 탈출한다. 길에서 만난 블뤼허와 함께 그녀는 마르세유의 교외에 있는 은신처를 찾아가 동료들을 만나고 미국 입국 비자를 얻어 리스본을 거쳐 뉴욕행 배를 탄다. 이때 벤야민의 비자까지 얻어왔으나 이미 벤야민은 <역사철학 테제'> 원고를 아렌트에게 맡긴 후 스페인 국경을 통해 탈출하려다 검문에 걸려 죽는다. 당시 그의 큰 가방 속에는 <아케이드 프로젝트> 원고가 가득했다고 한다.


 

  1941년 아렌트 가족은 뉴욕에 정착한다. 얼마 후 브룩클린 대학의 교단에 서게 된 아렌트는 독일계 유대인 난민을 위한 잡지사 <아우프바우>에 국제적인 유대인 군대를 조직해 히틀러에 대항하자는 논설을 투고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콜롬비아 대학 유대 역사 문학 연구소의 소장인 위트마이어 바론을 알게 된다. 그가 제안해 쓴 '새로운 유대인의 역사'에 대한 아렌트의 원고가 실린 잡지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유명해진 그녀는 뉴욕의 남성 지식인 사회에서 중요한 인물이 된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만든 원자폭탄이 일본의 도시들을 불바다로 만들면서 전쟁은 마무리 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이에 아렌트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조건을 빼앗아버리는 새로운 힘'에 대해 사유하며 '전체주의'라는 개념을 도출한다. '악이 어떻게 발생하느냐'를 쓴 <전체주의의 기원>은 40개 국어로 번역되고 아렌트는 프린스턴 대학 최초의 여성 정교수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아렌트의 독자적인 통찰과 사유의 형성은 과거에 스승이자 연인으로서 아렌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하이데거의 유일한 진리와 유한한 시간성에 대한 이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1958년이 끝나갈 무렵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발표해 많은 예술가와 음악가, 활동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그녀는 세상에 공포가 생겨나는 이유는 사적인 감정을 공적 영역에 들여놓기 때문이며, 진정한 기적과 의미는 죽음이 아니라 탄생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에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그녀는 아이히만의 맹목적이고 단조로우며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보고 짚으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 같다고 느낀다.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라서 오히려 그가 저지른 범죄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후 그녀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은 발간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유대 사회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탓한다고 아렌트를 비난하고 조롱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따로 변호해야 했다. "철저한 사유의 고통보다 순종의 편안함을 바라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결과에 도달할 수 있""평범성은 '의미 없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유하지 않는 걸 뜻'한다고.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행위들이 그걸 말해"준다고 말이다.

 

 

  "살아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것"이라고 하는 아렌트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그 말은 '악의 평범성'과 같은 계열일 것이다. 프랑스의 어느 비평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 것도 결국 생각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이번에 이 책을 만나면서 그래픽노블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깊이 있는 사유를 한 권의 그래픽노블로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후 아렌트의 저작에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아렌트 사상 입문서로 권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13
종이책 아렌트의 삶과 활동을 그리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i*****n | 2019.04.19 리뷰제목
주지하다시피 한나 아렌트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히틀러 치하의 상황을 겪기도 했고, 또 다른 사상가인 하이데거와는 스승이자 연인으로서 열정적인 연애를 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나치에 협력한 하이데거와 오랜 동안의 인연으로 맺어졌다가, 마침내 그와의 결별하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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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한나 아렌트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히틀러 치하의 상황을 겪기도 했고, 또 다른 사상가인 하이데거와는 스승이자 연인으로서 열정적인 연애를 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나치에 협력한 하이데거와 오랜 동안의 인연으로 맺어졌다가, 마침내 그와의 결별하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두 번의 물리적인 장소로부터의 탈출과 더불어, 하이데거로부터의 사상적인 독립을 마지막 탈출로 표현하고 있다.

 

아렌트 사상의 특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기했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히틀러 체제의 2인자로서 전쟁 범죄자로 체포된 아이히만의 재판을 목도하고, 그가 괴물이 아니라 너무도 평범한 인물이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렌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나치를 괴물로 이해하고자 했던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 한국에서도 이러한 악의 평범성을 실증할 수 있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식을 잃고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가족들 앞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하는 인간들,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을 폄하하고 ‘5.18 유공자들에게 악다구니를 퍼부어 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번지르르한 말을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하는 그들이 바로 그러한 실증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 노블로 만나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아렌트의 삶과 행적에 대해서 그림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생애와 함께 시대적 상황을 그려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아렌트 사상의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녀의 삶과 사상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자료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삶은 모두 세 번의 탈출로 설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폭압을 피해 자신이 태어난 독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로서는 당시 독일에서 활동했던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시대적 상황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은 겨우 책으로나 만날 수 있는 뛰어난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아렌트는 자신의 사상을 견고하게 다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 파악된다.

 

두 번째는 독일에 점령된 유럽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힘겹게 베를린을 벗어났지만, 당시 유럽은 여전히 독일의 점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터 벤야민은 아렌트에게 자신의 원고를 맡기고, 후에 그녀에 의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벤야민의 저술인 역사 철학 테제가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탈출은 물리적인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렌트에게 학문적 영향을 끼쳤던 하이데거로부터의 사상적 독립을 뜻한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로 알려진 하이데거는 나치에 협력하면서,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이데거와의 결별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그로 인해 아렌트는 새로운 사상을 접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로부터 사상적 결별이 아렌트 사상의 토대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독자적인 사상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나 역시 인간의 조건을 비롯한 아렌트의 저술을 읽어 보았지만, 철학적 사고와 시대 상황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처지를 고려한 깊이 있는 사유의 결과물들은 결코 쉽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한 인물의 사상을 적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의 삶과 영향을 미친 인물이나 시대적 상황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한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아렌트의 삶과 다양한 인물들과의 교유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다시 아렌트의 저술을 읽게 된다면, 그 책에 소개된 사상의 배경을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4
종이책 그는 단지 성실했을 뿐이다 평점8점 | s***r | 2019.04.16 리뷰제목
이 책은 만화책이다. 엄밀하게 그래픽노블 이라고 한다. 그래픽과 소설이 만나 저런 이름을 만들었나 보다. 그냥 내 눈엔 만화책이다. 만화의 장점은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나 아렌트 (1906년 ~ 1975년) :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 이력만 봐도 머리 아프고 재미없을 듯 하다. 익숙한 이름이라 왜 유명한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어야 하겠고, 머리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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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책이다.

엄밀하게 그래픽노블 이라고 한다. 그래픽과 소설이 만나 저런 이름을 만들었나 보다.
그냥 내 눈엔 만화책이다. 만화의 장점은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나 아렌트 (1906년 ~ 1975년) :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

 

이력만 봐도 머리 아프고 재미없을 듯 하다.

익숙한 이름이라 왜 유명한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어야 하겠고, 머리 아픈 건 싫고.
이 책은 딱 나를 위한 맞춤형 책이다. 나처럼 한나 아렌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히틀러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유대인 억압을 피해 독일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탈출한다.
연인이자 스승인 하이데거와의 일화,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유명한 사상가, 철학자, 화가, 시인, 작가 등 다양한 저명인사들도 등장한다.


두껍지 않은 책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큰 줄기를 훑어주는 느낌이 있다.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깊게 들어가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테다.

 

한나 아렌트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전체주의, 인간의 조건, 악의 평범성 이 대표적이다. 특히 ‘악의 평범성’이 인상 깊었다.

 

그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히만’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 대량학살의 명령을 받고 행동에 옮긴 최고위층 실무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15년을 신분을 숨긴 채 살고 있었다.


600만명의 유대인을 죽인 나치전범 아이히만.


유대인을 증오하고 성격도 악랄한 악마를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법을 어긴 적이 없는 모범 시민이고, 성실하며 가족에게는 다정하고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했다. 
 

                                               (아돌프 아이히만)

 

자신은 그저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자신은 유대인을 직접 죽인 일도 없고,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적도 없다고 했다.
열차에 유대인을 태워 제 시간에 출발시키는 임무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었고, 그 일을 월급 받고 충실히 수행한 것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월급을 받고 일을 제대로 안 했다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겠지만, 자신은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했을 뿐이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사람을 직접 죽여야만 죄를 물을 수 있는 걸까.
분명 죄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죄목이, 처리할 명분이 없었던가 보았다.
실제로 이 재판은 8개월간 지속되며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다.

 

아이히만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그저 일 잘하는, 남들보다 빨리 출세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직장인이었다. 히틀러의 예쁨을 받기 위해, 또 주어진 일을 효율적이고 빨리, 빈틈없이 처리하기 위해 살인열차를 설계하기도 했다. 그 살인열차는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악의 평범성은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개재판 과정에서 한나 아렌트가 했던 말이다.
악마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악인이 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악을 저지를 수 있고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며, 아이히만이 유죄인 이유는 '생각하기를 포기' 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나치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뿐이다"고 적었다. (출처:위키백과)



실제 재판정에서 아이히만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뛰어난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대인을 태운 기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 알았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었을까. 생각 없이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죄책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어기제였을까? 그저 출세에 눈이 먼 이기적인 사람이었을까?


아돌프 아이히만은 공개재판 후 1962년 6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복종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악의 평범함’은 우리에게, 사람에 따라 이런 순종적인 성향이 생각 없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의 위험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권위적인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수백만 명을 죽이는 일이라도 죄책감 없이 수행하는 위험한 악인이 될 수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상황과 권위 있는 사람에게서 불편한 요구를 받을 때 나는(우리는) 거절할 수 있을까. 그 관점에서 ‘악의 평범함’이 회자되고 중요시되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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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나 아렌트, 인간 안의 악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다! 평점10점 | i*******3 | 2019.04.30 리뷰제목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은 무엇일까?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인간 안의 악은 얼마나 전염성이 강하며, 인간은 왜 그토톡 악에 대해 무기력한가?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에 악은 얼마나 빠르게 인간의 사상과 생각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 이런 인간과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에 대한 사유를 끝까지 탐구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유대인 철학자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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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은 무엇일까?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인간 안의 악은 얼마나 전염성이 강하며, 인간은 왜 그토톡 악에 대해 무기력한가?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에 악은 얼마나 빠르게 인간의 사상과 생각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 이런 인간과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에 대한 사유를 끝까지 탐구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이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 관심이 있어서 그녀의 사상에 관한 해설서와 저서들을 구입하고 읽고 있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책 들이어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만화를 통해 아렌트의 생애와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 나왔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이 탈출]이다.

 

 

 

 

이 책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어린 시절부터 사망하기까지의 그녀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먼저는 히틀러와 나치즘의 등장,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학살 등과 같은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 하나는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하이데거'를 비롯하여 유대인으로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발터 베냐민'과 같은 당대의 석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무르익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나 아렌트의 세 번의 탈출 과정을 통해 그녀의 생애와 사상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 탈출의 과정은 독일 베를린에서의 탈출이다. 어린 시절부터 칸트와 철학자들의 사상을 읽었던 그녀는 마르부르크 대학에 가서 획기적인 사상으로 당대의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는 하이데거 밑에서 배우며 그와 연인이 된다. 그러나 사상적 동지라고 생각했던 하이데거가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다는 깨닫고, 그를 떠나서 같은 유대인이자 베를린 명문가 출신인 슈테른과 결혼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베를린에 거주하며 주로 '로마니셰스 카페'라는 곳에서 많은 석학들을 만나며 교제를 한다. 이 시기에 독일에서는 히틀러와 나치가 점점 정권을 잡아가고 유대인에 대한 핍박이 심해진다. 아렌트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시온주의자의 부탁을 받아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핍박하고 있는 증거를 모으다가 나치 돌격대의 장교에게 체포된다. 그리고 잠시 풀려나자 바로 파리로 탈출한다.

 

 

 

 

두 번째는 프랑스에서의 탈출이다. 파리로 도착한 그녀는 먼저 탈출한 남편인 슈테른을 다시 만났지만, 그와의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블뤼너와 결혼을 한다. 그와 동시에 파리에서 많은 사상가들을 만나 교류하는데, 대표적인 사상가가 발터 베냐민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독일과 전쟁을 하면서 독일인과 유대인에 대한 핍박이 심해지고, 한나 아렌트를 비롯한 유대인들은 수용소에 감금된다. 수용소에서는 6800명의 여자들이 갇혀 있었는데, 혼란 시기에 탈출한 여자는 아렌트가 유일했다. 수용소에서 탈출한 한나 아렌트는 아직은 자유 프랑스의 통치 속에 있는 마르세이유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베르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 과정에서 베냐민은 잡히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냐민은 죽기 전에 자신의 원고를 아렌트에게 주었고, 아렌트는 남편인 브리너와 함께 그 원고를 읽으며 베냐민의 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베냐민의 사상은 후에 그녀의 사상과 저서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은 뉴욕에서의 탈출이다.한나 아렌트와 그녀와 남편 브뤼너,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힘겹게 뉴욕에 정착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 힘들어 한다. 그러나 곧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인정받으면서 미국에서도 명성을 얻는다. 무엇보다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의 학살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지고,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전체주의라는 개념으로 묶으며 악의 실체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다.

 

 

 

 

그 후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인 아이히만이 잡히고 재판이 열리자 그 재판을 취재하러 예루살렘까지 간다. 그리고 아이히만의 평범성에 놀라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통해 발표한다. 악이란 몇 명의 괴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재자들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복종한 일반인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그녀가 오랜 기간 고민한 '존재'에 대한 해답은 '사유'였다. 인간은 사유함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유를 멈추는 순간 인간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괴물이 된다고 주장하다. 물론 히틀러와 같은 괴물들만을 악인이라고 주장하던 당시의 사상에서 악의 범위를 확대하는 그녀의 사상은 큰 반발을 일으킨다. 심지어 자신의 동족인 유대인들에게까지 백척을 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죽는 날까지 그녀의 사유를 멈추지 않고, 인간의 존재와 악의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단순히 학문적인 사유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얼마나 치열한 시대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완성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녀에 철학이란 단순히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굴곡진 시대와 왜곡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무기였을 것이다. 이 무기를 통해 세상의 악과 싸우는 것만이 그녀가 살아가 는 이유였다. 단순히 만화라고 생각하기에는 깊이와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이나 글이 매우 상징적이고 사색적인 부분들이 많아 재미로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한 인간이 세상의 악과 직면하면, 치열하게 그 악과 맞서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단순히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한 인간이 생각하고 성장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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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탈출을 매일 꿈꾸는 이들을 위하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s | 2019.05.13 리뷰제목
한나 아렌트라는 학자와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석사 시절 악의 평범성에 대한 주제를 다루며 한나 아렌트를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마냥 여성 사회학자가 반갑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한나 아렌트에게 호감이 갔었다. 그러나 점점 한나 아렌트의 문장을 접하면 접할수록 사유의 깊이에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함을 반성하기도 하고,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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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라는 학자와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석사 시절 악의 평범성에 대한 주제를 다루며 한나 아렌트를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마냥 여성 사회학자가 반갑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한나 아렌트에게 호감이 갔었다. 그러나 점점 한나 아렌트의 문장을 접하면 접할수록 사유의 깊이에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함을 반성하기도 하고,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학자들이 몇 명 있는데 에리히 프롬, 지그문트 바우만 그리고 한나 아렌트다.

이런이런 것이 아닐까 감각적으로 느끼는 깨달음을 언제나 한나 아렌트는 미처 생각지 못한 문장으로 내 눈에 확인시켜주었고, 그것들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되었다.

 

 

 

죽음과 탄생.

탄생과 죽음.

 

죽음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뒤, 더 정확하게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언제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사는게 가끔 지루할 때도 있었고, 괜한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과연 그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인가, 타인의 죽음은 어떠한가, 사회와 국가의 죽음은 존재하는가. 이렇게 죽음에 내포된 수많은 의미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한나 아렌트는 하이데거와의 연애과정에서 죽음에 곶힌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물론 훗날에 죽음과 반대로 '탄생성'에 그녀 나름의 사유에 방점을 찍으나, 죽음을 기억할 때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유를 하게 됨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 한편으로 죽음이라는 말이 우리의 세계를 가볍게 떠돌아 다니기 시작할 때 우리의 모든 질문과 사유들 또한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된다. 그러나 그럴 순간이 올 때는 한나가 이야기한 탄생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삶을 살아갈 때 결국 우리는 매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매순간은 결국 꽃봉우리가 터지듯 시간속에 끊임없이 피어나고 그 때 그 때 탄생의 아름다움을 직면해야 한다. 누군가는 즉흥적으로 또는 그것이 쾌락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분명 죽음에 대한 진지한 사유들을 배경으로 탄생한 한나의 절대 즉흥적이지 않은 즉흥에 대한 사유의 결과 물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죽음의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살아왔으며, 그곳으로부터 탈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발터 벤야민이란 너무나 아까운 친구의 탈출 실패를 경험한 그녀는 말그대로 산전수전공중전 겪으며 말은 사유라고 하나 온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며 쥐어짜낸 글들을 발표했다.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나의 문장들을 가슴아프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왜 저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저런 생각을 할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결국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왜 이제까지 한나 아렌트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악의 평범성에 대한 한나의 결론은 사유하지 않음이 결국 악이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선생님들에게 욕하고, 수업시간에 들어가지 않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꽤 많이 만나고 있다. 나는 그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사는 인간임을 인정한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태도는 아이들을 너무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을 때도 있다. 때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마주할 때면 실망을 느낄 때도 있다. 이 사회는 도대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와 관련해 회의적인 질문들이 많이 들 때 즈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이듯, 생각하지 않는 자 또한 모두 유죄다.

사유가 습관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생물학적으로 사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된 까닭도 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타인의 행동에 대해 질문을 전혀 던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인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악을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요즘 입버릇처럼 붙이고 사는 말이 '잠깐 생각을 먼저 좀 해보자.'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스스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많은 것들이 치유될텐데 그렇게 하지 않음이 사실 계속해서 애가 타고 안타까울 뿐이다.

 

한나의 일생을 읽고 나니 그녀가 왜 사유하지 않는 것이 결국 악이라고 주장했는지 더욱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했고, 타인과 대화하며 타인의 사유까지도 이해했으며, 책을 비판적으로 읽으며 작가의 사유도 자신의 것으로 포섭했고, 음악가의 음악들까지도 사유의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충분히 누린 덕분에 시대를 흔드는 저작들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리뷰어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던 책이다. 그렇지만 굴하지 않고 사서 읽을만큼 한나 아렌트는 분명 내게  매력적인 작가이자 학자였다. 읽고 나니 더욱 후회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나 아렌트가 좀 더 유명해지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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