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의 핵심, 감칠맛
만약 눈 앞에 라멘 한 그릇이 놓여있다면 무엇부터 음미할까? 뜨끈한 김에 서린 향을 맡거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음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물을 먼저 한 모금 음미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수많은 라멘 가게가 돼지·닭·소·양의 뼈와 고기, 멸치·꽁치·도미·오징어·게·조개·바지락 등 생선과 해산물을 팔팔 끓이고 졸이고 섞어서 저마다 독특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 일본 내에서는 국물을 내는 재료에 따라 “토리파이탄[鷄白湯(닭고기)]계, 세아부라[背脂(돼지비계)]계, 니보니보[にぼにぼ (멸치)]계, 후시[節(생선)]계, 규코츠[牛骨(소뼈)]계 등”[p. 14]으로 라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 이처럼 국물은 라멘의 맛과 특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저자도 “라멘 국물은 재료를 우린 맛국물로 만들고 그 바탕에는 감칠맛이 있다. 국물 맛의 뼈대는 감칠맛이 결정하는 것”[p. 25]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라멘 국물 맛의 핵심은 감칠맛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이 아니라 감칠맛일까? 저자는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입니다. 몸에 나쁜 음식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요. 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므로 살아가는 데 중요합니다. 신맛은 상한 음식일지 모르고, 쓴맛은 독일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갓난아이는 신맛이나 쓴맛을 싫어하죠. 감칠맛은 단백질이 몸 안에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맛과 감칠맛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거죠.” [p. 45]라고 설명한다.
결국 우리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감칠맛을 내는 라멘 국물을 선호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한 라멘 국물의 감칠맛은 라멘의 짠맛을 부각시켜 주는 명품 조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감칠맛은 여러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지게 하거나 특별한 한두 가지 맛을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여 라멘에서 감칠맛은 그 자체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짠맛이라는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멘은 소금을 덜 쓰고도 충분히 짠맛을 내는 요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감칠맛을 짙게 하면 더 맛있어질까? 여기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는 적용된다. “감칠맛이 강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강하면 불쾌해지죠. 뒷맛이 계속 남아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p. 28]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맛있는 면이란 무엇일까? 면발의 꼬불거림이나 반죽 재료의 배합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면을 얼마나 익히느냐에 달려있다.
“가령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 만에 내면 미지근한 면발이 국물을 안쪽까지 많이 흡수합니다. 면에 국물 맛이 배는 것지요. 하지만 면에 함유되어 있던 간스이[ 水 (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원료로서 면의 색감, 향, 보습, 탄력을 내기 위해 반죽에 넣는다)]가 국물에 녹아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국물은 본래보다 간스이의 맛과 향이 더 나게 됩니다.” [p. 101]
즉, 면 삶는 시간이 짧아 꼬들꼬들한 면은 국물이 잘 배어 맛있어질지 몰라도 국물 맛은 첨가물에 의해 변질된다. 반대로 면을 충분히 삶아 부드러운 면은 국물 맛은 변하지 않지만 국물도 잘 배지 않는다.
면을 익히는 정도 외에도 라멘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또 있다. 이 가운데 다소 의외의 것이 라멘을 먹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여긴다. 그래서 라멘을 먹을 때 한 젓가락씩 얌전히 입으로 가져가거나, 숟가락에 면을 올려서 먹거나, 젓가락이나 포크에 돌돌 말아 먹는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면치기’를 한다. 면치기란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인데 이때 '후루룩' 소리가 난다. 즉 후루룩 먹는 것이 면치기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면치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일본의 맛국물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국물에 비하면 일본의 맛국물은 향이 약하다. 맛국물 향을 더 강하게 느끼려면 들숨 경로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구중향(口中香)은 미미한 향을 크게 증폭시킨다. 입안에서 공기와 냄새가 고속으로 뒤섞여 날숨 경로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p. 229]
결국 향이 약한 일본의 맛국물 때문에 감칠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일본인들은 면치기를 해서 구중향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라멘이 더 댕길 때
술을 마시면 혈당치가 떨어지고, 저혈당 상태가 된다. 그래서 단것이나 탄수화물을 먹고 싶어진다. 심지어 “알코올이 뇌의 ‘AgRP(agouti-related peptide)’라는 신경에 작용해서 식욕이 강해진다.” [p. 52]
나아가 “술을 마시면 혀의 감각이 마비됩니다. 그래서 더 진한 맛을 찾게 되죠.” [p. 57]
해장 라멘이 더 맛있는 이유, 즉 음주 후 라멘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음주 후만큼 라멘이 당길 때가 또 있다. 옆자리의 누군가, 혹은 ‘먹방’의 주인공이 요란하게 후루룩거리며 맛깔나게 먹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이때 우리로 하여금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효과가 바로 ‘후루룩’이라는 면치기 소리다.
인스턴트 라멘 혹은 라면과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라멘 혹은 라면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 비록 각국의 식품 첨가물 안전 기준을 준수해서 만들어졌으니 안전하다고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화학조미료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라멘의 과도한 염분과 높은 칼로리도 문제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인지 유명 모델인 한혜진도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끔 라면을 먹을 때도 반 개만 먹는다고 한 것이 아닐까.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라멘 전문점이라면 이런 문제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이가 인스턴트 라멘 혹은 라면을 먹듯이 쉽게 이런 전문점에 가기는 어렵다.
결국 현실적인 타협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가공식품 저널리스트인 나카토가와 미즈키의 입을 빌려 “식재료를 듬뿍 사용해서 맛있는 국물을 낸 뒤에 마지막으로 화학조미료를 조금만 더해 맛을 조정하는 것이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화학조미료를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방법” [p. 135]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과학적인 관점에서 화학조미료의 위험성은 없지만 안전과 안심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소비자 스스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배 속까지 따뜻해지는 편안함,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후!”하고 숨을 내뱉을 때의 만족감, 한 줄로 나란히 앉아서 먹는 즐거움 등이 연상” [pp. 5~6]되는 보다 ‘슬기로운 라멘 생활’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도서출판 부키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라멘이 과학이라면> 부제는<미식호기심에 지적허기까지 채워주는 한 그릇의 교양>이다. 처음에는 라면덕후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읽다보니 다들 라면은 좋아하니까 라면을 먹을 땐 행복하니까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만드는 사람의 시선으로 해체하고 과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라멘에 담긴 행복의 구조가 보이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책의 주제는 왜 우리는 라멘을 먹으면 행복해질까?
라면은 정말 행복한 음식이다 . 그 라면을 과학적이고도 재밌게 풀어쓴 에세이 같은 책이다. 챕터 큰제목만 읽어봐도 어떤 책인지 짐작이 되고 호기심이 자극된다. 무엇이 라멘의 맛을 결정하는가? 해장 라멘이 더 맛있는 이유, 쫄깃쫄깃 면발의 과학, 화학조미료는 라멘의 친구인가, 적인가, 라멘은 먹는 소리도 맛있다.
비록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고 일본의 라멘에 대한 분석이지만 우리도 일본만큼이나 라면을 즐겨먹고 다양한 라면이 있기에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세계라면협회의 통계(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약 75개의 라면을 먹었다. 2위가 50개의 인도네시아, 3위가 43개의 일본, 4위가 35개의 중국이다.
이 책이 정말 라면의 바이블이 될 수 있는건 저자가 직접 라면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 유명 라멘 가게들과 라멘 박물관을 찾아가 맛을 보았고, 라멘 제조 회사와 제면·제분 회사를 방문해 직접 라멘을 만들어 보았으며, 대학 연구소와 라멘 관련 협회들에서 실험과 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수십 년 경력의 라멘 가게 사장과 영양사, 맛 칼럼니스트, 연구원, 라멘 회사 직원, 라멘 오타쿠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더했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교양서이자 미식 탐구서이기도 하며 저자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돋보이는 문체라 읽는 재미도 풍부하다.
여러가지 라면에 대한 깊고도 넓은 상식들이 펼쳐지는데 몇가지 나열해보자면 라멘 국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멘의 면발은 밀가루와 첨가물의 종류, 가수율(밀가루 대비 수분 비율), 반죽과 숙성 정도, 제면 방식에 따라 고유의 맛, 식감, 색감, 향이 달라진다. 또한 굵은 면, 가는 면, 꼬불꼬불한 면, 곧은 면, 표면이 매끄러운 면과 거칠거칠한 면 등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면이 국물을 흡수하는 정도는 면발의 꼬불거림이나 반죽 재료의 배합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면을 얼마나 익히느냐다.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면치기’를 한다. 면치기란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인데 이때 나는 소리를 일본에서는 ‘즈루즈루(ずるずる)’, 우리나라에서는 ‘후루룩’이라고 표현한다. 즉 후루룩 먹는 것이 면치기다.
우리 몸이 술(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NADH’란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은 간과 창자가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인 피루빈산을 락트산으로 바꿔 버린다. 즉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 당을 만들지 못해 혈당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같은 단것이나 라멘의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화학조미료가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라멘을 만들 수 있지만 대신 그 라멘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멘의 과도한 염분과 높은 칼로리는 화학조미료보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인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베타 엔도르핀(beta endorphin)이 분비되어, 신경 전달 물질인 오피오이드(opioid)에 작용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 과정은 모르핀이나 헤로인이 우리 뇌에 작용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저자의 과감한 결론처럼 “좋은 맛은 일종의 마약”인 셈이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라멘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
이런 시도는 언제나 재미있다.
다양한 라멘의 종류와 라멘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대해서도 꽤나 상세히 접근한 책이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서 말해주는 라멘이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지고 라멘을 먹으러 가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소개된 라멘집에 직접 가보기도!)
특히 국물과 면에 대해서 꽤나 상세하게 풀어나갔는데 라멘이 아니어도 면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은 볼만하다.
라면이라 하는 건 참으로 이상하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라면을 먹으면 나도 당연히 라면을 먹고 싶다. 이거야 어떤 음식이든 마찬가지일 거다. 강렬한 라면 냄새를 맡고도 항복을 선언 않기란 어려우니 말이다. 근데 텔레비전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해도 그러하다. 특히 야밤에 후루룩 소리와 함께 면발을 흡입하는 사람의 모습을 접하고 나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허벅지를 꼬집어야 할 정도로 라면 생각에 강렬히 사로잡힌다. 왜일까. 우린 왜 그토록 라면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걸까.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한 끼 식사 혹은 간식으로 각광받는 라면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꽤 어린 시절에도 라면은 존재했다. 라면이 순 우리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막연히 일본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하긴 하는데, 오래 전 경험한 일본식 라멘은 우리의 라면과는 사뭇 달랐다. 그땐 이유가 무엇이었던지, 면과 국물이 따로 논다는 생각이 강했다. 건강에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한 마디로 맛이 없었다. 라면과 라멘이 같은 것이건 다른 것이건, 이 요상한 음식에 대해서는 알고픈 마음이 굴뚝 같다. 어쩌다가 우린 라면에 열광하게 됐는지, 호기심 해결을 위해 <라멘이 과학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책을 골라 읽었다.
글은 때로 영상보다 더욱 선명하다. 하지만 글로 접한 라면의 맛은 대체 어떻다는 건지 상상조차 버거웠다.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 맛볼 수 있었다는 라멘은 엄청나게 짠맛을 저자에게 선사한 모양이었다. ‘영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면서까지 기다려감서 먹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짠맛에 열광했던가? 라면의 매력은 ‘감칠맛’이라고 하던데, 책에서 말하는 감칠맛은 마치 ‘아무맛도 아닌 맛’에 버금가는 듯했다. 다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 오로지 염분만 가득한 무언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건 국적불문. 어떻게 하면 염분을 줄이면서도 매력 있는 맛을 자랑하는 라멘을 만들 수 있는지를 두고 일본인들 또한 한국인 못지않게 고심을 했던 듯했다.
술을 마신 후 라면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는 이야기가 일본인이 쓴 책에서도 등장할 줄은 몰랐다. 사실 난 소량이긴 하나 아침이면 늘 밥을 먹어버릇했다. 나로서는 아침부터 라면을 먹는 일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술을 마셨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지라 다른 이들의 해장 라면 예찬 앞에서는 고개를 젓기 바빴다. 술을 마시면 저혈당 상태가 되는지라 당이 필요해 라면이 당길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는 출발했다. 라면은 탄수화물 보충에 탁월하다. 게다가 음주 후 사람들이 이끌리곤 하는 진한 맛을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술을 마신 후 라면은 붓기에 딱이다. 책은 이온 음료를 권한다. 왠지 음료에서 술맛이 나지 않을까 두렵다. 차라리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을 난 택하련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미지지근한 라면이 있다? 냉짬뽕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뜨겁지 않은 라면이라니 의아했다. 미지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츠케멘이라니. 누가 끓여도 되는 게 라면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 음식 까탈스러웠다. 건강을 부쩍 생각하는 흐름을 좇아 라면에 들었다는 화학조미료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인스턴트 음식이니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알아서 피하지 싶다. 하지만 라면 아닌 다른 음식이 건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다수가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마지막에 화학조미료를 조금 더해 맛을 조정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제대로 된 육수를 끓여내 라면을 만든다면 소량의 화학조미료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이었다. 라면과 관련 있는 의성어 부분은 읽으면서 한글이 참 생동감 넘치는 언어라는 뜬금없는 결론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1960년대 나온 만화 ‘오바케의 Q타로’에는 등장인물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라면을 먹을 때면 어김없이 효과음 ‘즈룻 즈루 즈룻’이 등장한단다. 냠냠이나 쩝쩝, 혹은 후르륵도 아닌 즈룻이라니. 문화의 차이인지, 그로부터 라면 먹는 장면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그와는 별개로 이와 같은 의성어가 연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이 마냥 놀라웠다.
다행이도 지금은 라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식사 때도 아닌데 허기가 지면 어쩌지 걱정을 꽤나 했던 모양이다.
라멘이 과학이라면 서평
-미식 호기심에 지적 허기까지 채워 주는 한 그릇의 교양
대체 라면에는 어떤 과학이 있는 것일까? 라면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이야기할 라면의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궁금했었다. 자주 보게 되는 음식인 라면이라서 일까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래서 라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과학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이게 라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지 과학과 관련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읽다가 보면 그냥 라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는데 라멘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이 라멘의 맛을 결정하는지, 왜 해장 라면이 더 맛있는지, 쫄깃한 면발의 비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맛,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라멘, 라멘 명가의 맛에 관한 이야기까지 정말 이 책에 나오는 내용만 봐도 어렵다기 보다는 흥미가 마구 생겼다.
이 책에서는 라멘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라면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최근에도 라면을 먹었었는데 자주 먹을 때나 가끔 먹을 때나 관계없이 언제나 맛있는 것 같다. 맛이 정말 다양하기도 하고, 그래서 라면에 대한 내용에 더 관심이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52p)
(101p)
라멘과 관련해서 작가가 겪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라면과 관련한 스토리로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라멘과 온도의 관계를 이야기했던 부분이었는데 미지근하게 먹는 라면 츠케멘과 관련한 에피소드였다. 미지근한 라면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궁금해졌다.
라면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라면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이나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라멘이 과학이라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