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 그러니 여행기다.
저자는 김춘희, <기업 홍보실 사보기자로 근무하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여행’과 ‘일상’을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담아내는 글쓰는 엄마여행자로 살고 있다.고마운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떠날 용기가 전해지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발췌)
이 책의 내용은
여행기다. 아들, 딸과 함께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기록한 여행기.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면 뭔가 많이 부족하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인문기행, 이라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아, 이런 말도 있지.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그거다. 이 책은 여행하면서, 여행 차원을 넘어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를 시도한 기록이다.
<어쩌다보니 오늘의 주제는 현지인처럼 살아보기였다.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로망 가득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같은 곳으로 소풍을 가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는 로망...........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이란,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다. 그들과 같은 장소에서 지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방법으로 여유를 즐기고 같은 방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거까지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들여다보는 것일뿐.>(200쪽)
그래서 저자는 가능한 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체험을 하면서 여행을 한다.
저자의 행선지는
베이징(경유지) - (오스트리아) 빈(24쪽) - 제그로테(65쪽) - 바트이슐(90쪽) - (이탈리아) 베니스(122쪽) - 피렌체(152쪽) - 토스카나(178쪽) -오르비에토 - 사투르니아 (194쪽) - 레체 (216쪽) - 마테라 (243쪽) - 살레르노 (259쪽) - 포지타노 (259쪽) - 나폴리 (276쪽) - 폼페이 (288쪽) - 로마 (302쪽)- 베이징( 335쪽)
(이렇게 행선지별로 쪽수를 기재한 것은 나중에 혹시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거나, 글을 쓸 때 참고하기 위함이다.)
저자와 동행한 가족은 아들과 딸이다. 글에서 아들은 중딩군, 딸은 푸린양으로 불린다.
아들을 중딩군으로 부르는 이유는 다 알 것이고, 딸을 푸린양으로 부르는 것은 만화 주인공 ‘푸린’이란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58쪽)
엄마와 아들, 딸이 31일간에 걸쳐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데, 그 여행이 무척 바람직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도시 걷기, 박물관 탐험, 도서관 섭렵 등 여행지를 피상적으로 보고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 직접 삶의 냄새를 맡아보려는 노력이 진지하게 펼쳐지고 있다. 해서 단순히 여행기로 한번 보고 말 책이 아니라, 참고할 게 많은 책이다.
이 책에서 밑줄 친 부분들을 여기 옮겨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다른 도시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빈은 음악으로 포장되어 있다.> (60쪽)
<한국의 아빠도 이탈리아의 아들도 저마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무모하게 맛설 수도, 두렵다고 피할 수도 없는 삶의 무게를, 땅덩어리가 달라진다고, 공간을 피한다고 삶의 짐이 사라지거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러니 삶의 고민은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다. 고민과 불안은 결국 사람 안에 있으니까. > (193쪽)
저자의 여행에 동반한 책들
저자는 ‘이번 여행은 책으로 엮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떠나왔다’(213쪽)며 곳곳에서 책을 펼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책 덕분에 특별해졌다. 번번이.’ (215쪽)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따뜻한 메밀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155쪽)
소설책을 펴들고 침대에 누웠다. (190쪽)
배낭에서 아껴둔 책도 꺼내 들었다. (195쪽)
어린 동반자마저 잠든 깊은 밤, 비로소 책을 읽었다. 신경숙의 소설 『종소리』 (212쪽)
『지상에서의 마지막 동행』 (211쪽)
『수도원 기행 2』 (213쪽)
저자가 인용한 책들
『제국의 종말』 (53쪽), 『죽음의 수용소에서』 (87쪽)
『그리스도는 에볼라에 머물렀다.』 (244쪽), 『청소년을 위한 서양 철학사』 (304쪽)
이런 것도 새롭게 알게 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그림 중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가 있다. (32쪽)
공주의 초상화는 빈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각각 나이가 다른 모습의 초상화다.
왜 그렇게 나이가 다른 모습을 그려 놓았을까?
공주는 오스트리아의 레오폴드 1세와 결혼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 오스트리아에게 보내야했다. 얼굴을 보지 못한 미래의 시댁에 성장하는 모습을 알려주는 방법인 것이다.
베니스의 집, 그리고 아일랜드의 수도 더불린의 집들이 저마다 예쁜 색깔의 대문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146쪽)
늦게 귀가하는 남편들 때문이다. 술에 취해 늦게 돌아오는 남편들이 집을 헷갈려 다른 집 초인종을 눌러대는 바람에 곤란한 일이 자주 생기자, 그걸 막기 위해 대문의 색을 다르게 칠했다는 것.
아폴로 15호에서 한 실험 (166쪽)
이 이야기는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한 실험과 관련이 있다.
베니스에서 헤밍웨이가 쓴 소설이 있는데, 『강건너 숲 속으로』 라는 작품이다.
베니스에서 길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도달하는 것이 십자말풀이보다 더 짜릿하단 말이야”라고 묘사했다.(134쪽)
여행 떠나기 전에 꼭 보고가야 하는 영화
<패딩턴〉 (49쪽)
<삼총사> 85쪽
피렌체 <냉정과 열정 사이> (173쪽)
영화에서 결정적인 옥의 티를 찾아내는 방법,,,,,,,,(177쪽)
<비치> 210
<할리데이> 232
<폼페이 최후의 날> (289쪽)
<로마의 휴일>(328쪽)
문장이, 문장이 상큼하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글쓰는 엄마’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저자는 문장은 물론이고 글의 짜임새, 글이 담고 있는 내용, 그리고 진지한 상황을 비틀어 웃음을 선사하는 묘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 휴게소는 한산하다. 휴게소에 들어서자마자 푸린양(딸)이 사라졌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눈을 홀리는 젤리코너 앞에서 넋 놓고 서있는 저 아이, 우리 아이인 것 같다. 빈손으로 나오긴 글렀다.>(217쪽)
휴게소 아줌마가 저자에게 ‘세뇨라’라고 말한 것을 반추하는 장면이다.
<세뇨라는 무슨 뜻일까. 서양인들 눈에는 동양 사람들이 되게 어려 보인다던데, 그렇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넷 어학사전을 열었다.
세뇨라(senora).
스페인어.
아주머니.
확인하지 말 걸 그랬어!> (223쪽)
간단하게 정리된 문장이다. 몇 줄, 아니 몇 마디 단어로 저자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나 같았으면? 아마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한답시고 독자들을 피곤하게 했을 것이다.
이런 문장, 본받자!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을 감상하면서 마무리는 이렇게 한다.
<아테네 학당>이란 그림에는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그리고 피타고라스 등 다수의 철학자와 수학자도 등장한다.
<대한민국 학생들을 고달프게 한 수학자와 철학자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가이드가 들려주는 설명이 길어질수록, 중딩군의 한탄이 커진다.
“헐, 피타고라스! 헐, 풀라톤! 헐, 아리스토텔레스!”
입만 열었다 하면 시험문제가 되는 분들이다.>(306쪽)
우리 교육의 현실을 센스있는, 깨알같은 유머로 녹여내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세 식구의 여행, 그 끝은
<우리는 용감해졌다. 운전도 거침없고 소매치기도 물리쳤고 외로움도 극복했다. 도시의 저녁을 돌아볼 여유와 우리 셋이 뭉쳐있으면 두려울 게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253쪽)
저자에게 부수적인 효과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다이어트 효과!
<여행을 시작할 때 꼭 맞았던 바지가 나폴리에서 입었을 때 넉넉했다. 하루에 만보를 넘기며 부지런히 걸은 보상이다. 여행의 기쁨이란 바로 이런 거다. 끼는 바지가 헐렁해지는 성취를 이루는 것.> (332쪽)
물론 그 다음 장면에 반전이 있지만, 이런 글을 보면 저자의 글쓰기에 여유가 느껴진다. 읽는 나는 그래서 편해진다.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한 31일간의 여행, 풍성하다. 책에 기록하지 않은 것도 많으리라. 그만큼 더 풍성한 여행이었을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나 또한 여행의 재미와 유익함, 여행이 가져다주는 여유까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족 :
여행기를 이렇게 밑줄 긋고, 분석해 가면서, 때로는 인터넷 자료 찾아가면서 읽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진지하게 읽어볼 게 있다는 말이다. 세 식구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본 사물, 지형,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속속들이 나도 갖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한 적은 있지만, 로마, 베니스, 바티칸 정도만 다녔기 때문에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정보 - 저자 가족이 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들-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애를 쓴 것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아이들과 미술관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 그보다는 자주 영화관을 가기도 하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특히 미술관에 가서 아이들이 뭘 알까, 조용히 잘 볼까 싶은 걱정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마다 물론 다르겠으나 대체적으로 아이도 호기심을 갖고 관람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이들과 다양한 경험(체험)을 함께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세상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유산을 남겨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꼭 먼거리가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해외로떠나는 여행은 또 어떨까?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더 낫나는 의미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문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평소 익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고도 낯선, 그러나 충분히 아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있다면 너무 어린 아이들이 아닐 경우 함께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는 바로 그 일을 실행에 옮긴 저자와 아이들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궁금했고 그 이상으로 기대되었다.
책의 제목에는 '이탈리아'만 적혀 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여행기다. 두 아이와 함께 다녀왔는데 한 명은 중3, 또 한명은 9살이다. 다소 어리다고 할 수 있기에 여행이 결코 쉽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낯선 나라, 그리고 도시이기에 이들 역시 이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사실 아이들 둘 챙기는 것만으로도 엄마로서는 상당한 각오가 있어야 할것 같은 해외여행인데 그 과정에서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길을 잃거나 하는 것은 어쩌면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쉽게 아픈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의 경우에도 아이가 모자를 잃어버렸고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니 말이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떠났을지라도 엄마는 아마 아이들과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을텐데 이것이 물건의 분실로 이어지면서 긴장의 끈이 그야말로 한군간에 끊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괜시리 아이에게 더 큰 화를 내기도 하고...
요즘은 교외 체험학습이라고 해서 출석인정이 되니 가까운 해외로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제법 있지만 아무래도 유럽의 두 나라를 가기까진 학교를 빼먹기엔 쉽지 않았을터, 더욱이 30일 유럽 여행이라니 더욱 그렇다.
어쩌면 큰 아이의 학업 과정을 생각하면 상당히 중요할 시기에 무려 한 달 가량을 여행에 쏟는다는 것은 아이도 엄마도 결심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래도 이 시간이 돌이켜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될거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30일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기에 관광지 위주로 훑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조금은 더 여유가 있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여행이 가능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여러 의미로 참 부러운 여행기다 싶었고 이걸 실행해낸 이 가족이 대단하다 싶기도 했던 책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아이와 아홉살 꼬마를 데리고 어쩌면 보호자로써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을수도 있는 기회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유럽여행을 나섰던 이책의 저자의 심정이 칠십구세라는 연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유럽과 발칸반도의 여행길에 나섰던, 어쩌면 어머니의 보호자가 될수있는 마지막여행길이 될수도 있다는 4년전의 내자신의 심정을 떠오르게 하였다.
자식과 부모처럼 한지붕이라는 가장 가까운 생활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오히려 대화시간은 좀처럼 갖기힘들기에 아침과 저녁에 잠시보는것이 전부인 일반적인 부모자식간의 시간을 함께 하는 좋은여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낮선나라에서 숙식문제와 교통문제등을 함께 해결하며 접해보지 않은 문화,문물을 함께 하는동안 평상시 못이루었던 대화를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여행이라는 매개로 이어간다는점이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평상시 엄마로부터 차려놓은 밥상을 당연시 여기며 별다른 말과 생각없이 식사시간을 갖었던것을 피렌체의 마트에서 함께 장보며 파스타,고기만두,꼬치요리에 도전해본다는것은 이러한 여행기회가 아니고서는 맞이하기 힘든 시간들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갖음을 부모자식사이에서 꼭 갖을필요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에서는 낮선문물을 함께 넋놓고 고대시대 유물앞에서 감탄하며 신기해하고 어떨때는 예측못했던 일들로 함께 당황하며 힘들어 하는 시간들 속에서 엄마와 자식간에 저절로 눈높이가 이루어지는 시간들을 향유하는 의미있는 여행수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