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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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브런치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리뷰 총점 9.7 (74건)
분야
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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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브런치 - 정시몬 평점10점 | g*******7 | 2019.03.10 리뷰제목
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클래식 감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감히 공연 또는 지휘자 및 연주자들에 대하여 평론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분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으니 클래식을 알게 된 것은 나의 삶에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우연히 듣게 된 교양 수업을 통하여 스스로 터득했으니 말이다. 이공계 전공이라서 사실 음악 관련 과목을 교양으로 들
리뷰제목

 

 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클래식 감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감히 공연 또는 지휘자 및 연주자들에 대하여 평론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분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으니 클래식을 알게 된 것은 나의 삶에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우연히 듣게 된 교양 수업을 통하여 스스로 터득했으니 말이다. 이공계 전공이라서 사실 음악 관련 과목을 교양으로 들을 이유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왜 그 과목을 교양으로 선택하였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젊은 교수님의 바이올린 연주에 흠뻑 빠져서 클래식 세계에 빠진 것만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에 대하여 공감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 브런치]는 이러한 나에게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 되었다. 사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한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성을 느꼈기에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순식간에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장르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소 전문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인 내용들로 인하여 금세 질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클래식 브런치]는 클래식에 대하여 보다 흥미롭게 읽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더욱이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단순히 음악 감상에 대한 방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음악 감상을 통하여 음악가와 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감상을 음악에 대한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당당히 하나의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음악 감상의 의미를 독자 스스로 일깨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오늘날 바로크 음악의 ABC처럼 되어 있는 <사계>나 <화성의 영감>조차도 20세기초까지 거의 연주된 적이 없었다. 평론가들이 흔히 '비발디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현상은 20세기 중엽인 195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발디의 <사계> 전곡이 일반 청취자용 음반으로 제작된 것은 1950년 미국에서였다. 음반 제작을 주도한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헐리우드 영화 음악 전문 지휘자였던 루이스 카우프만이었는데, 이 음반이 1950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클래식 음반상을 받으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비발디 붐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 p. 32 中에서 -

 클래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서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가 그가 죽은 이후 대략 200여년 동안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 잊혀져 있던 그의 음악이 그러한 엄청난 시간을 두고 다시 살아난 것은 한 연주자와 그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저자가 말한 감상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삶을 이해하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음악 역시 음악가의 삶에 대하여 알게 된다면 우리는 보다 그들의 음악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음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그들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곡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 없이도 그들의 곡이 어떠한 의미와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바흐와의 만남은 그러한 저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레 이 책의 흐름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의 음악이 종교적인 뉘앙스가 강한 점은 그가 루터파 교리에 심취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수긍하게 된다. 더구나 그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첼로 조곡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탄생한 이유 역시 끊임없는 창의력에서 비롯된 점과 더불어 루터파 교리에 따라 두 명의 부인을 통하여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클래식 음악이 우리의 삶과 결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새로이 알게 된다.

 

 소신은 여기 폐하께서 직접 들려주셨던 지고한 소절이 담긴 음악을 헌정하옵니다. 소신은 지난번 포츠담을 방문했을 때 폐하께서 친히 클라비어로 푸가를 위한 주제를 연주해 보이시고, 황감하게도 어전에서 왕명을 수행하라 하셨음을 기쁘게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폐하의 명을 받잡는 것은 소신의 당연한 의무였사오나, 소신은 이내 적절한 준비 작업 없이 그러한 과제를 결행하는 것은 그토록 빼어난 주제에 대한 불경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중략)

 - p. 67  中에서 -

 바흐가 프리드리히 2세에게 <음악의 헌정>이라 불리우는 모음곡을 바치면서 보내는 이 편지의 내용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오스트리아 황제가 모차르트 앞에서 살리에리가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데, 모차르트는 단 한번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곡을 완벽하게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편곡을 통하여 즉석에서 더 나은 곡을 만들어 냈는데, 그러한 영화속 모차르트와는 달리 바흐는 프리드리히 2세 앞에서 곧바로 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 공손한 편지와 함께 헌정하였으니 처세술에서 모차르트보다 더 나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처세술 뿐만이 아니라 이 편지 자체가 독일어로 쓰여 있으며, 곡들이 성경에 기반한 내용들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계몽군주라 자처하면서 종교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아마추어적인 플루트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는 프리드리히 2세를 마치 조롱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 편지는 근엄한 '음악의 아버지'로만 알고 있던 바흐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이 책이 어떻게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바흐 뿐만이 아니라 헨델 역시 그저 '음악의 어머니'라는 타이틀과 함께 역시나 웅장한 느낌의 음악가로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음악을 통한 사업적 수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을 달리 보게 된다. 바흐가 기존의 음악을 통하여 자신만의 음악 장르를 개척하였다면, 헨델은 기존의 음악을 적절히 배치하여 상업적으로 활용한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클래식을 그저 고귀한 예술로 생각하면서 어렵게 볼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감상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음악을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파가니니와 리스트의 사례는 더욱 음악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린]은 실제 바이올린 연주가인 데이비드 가렛이 니콜로 파가니니를 연주하면서 카리스마적인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바로 파가니니가 의도한 것이었다는 점은 파가니니의 음악의 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뱀파이어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신비주의를 지향한 점이 바로 공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의 연출이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가 생전에 그가 작곡한 곡을 거의 발표하지 않은 사실 역시 오로지 자신만이 연주를 하기 위한 점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명성은 그가 의도한 바에 기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파가니니의 곡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그의 곡이 사실 그의 손가락 길이가 기형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연주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은 파가니니의 그 악마적 분위기와 재능의 신화를 현실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파가니니를 벤치마킹한 인물이 바로 리스트라는 점은 클래식이 비록 음악가 나름의 독창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서로 영향을 받아서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파가니니의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피아노를 통하여 연주하는 것은 충분하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리스트가 그러한 시도를 하였다는 점은 확실히 서로 영향을 받아 발전하는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리스트는 파가니니 못지 않게 쇼맨쉽을 보여주다보니 격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피아노가 부서지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이후 피아노의 나무틀을 철제로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음악의 발전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한 고전주의는 이 책에서도 확실히 그 지분이 크다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서로 교류를 통하여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고전주의는 이들을 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살리에리라는 인물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로 인하여 악인의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만, 실제 살리에리는 오히려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 비록 그의 음악적 재능이 모차르트나 하이든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사실일 수 있지만, 당시 오스트리아 궁정 음악을 장악하고 있는 그의 존재는 오히려 모차르트가 그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다수의 음악가들이 바로 살리에리에 의한 지도와 후원을 통하여 성장하였다는 점은 그가 나름의 방법으로 클래식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음악가들 및 그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다시 음악을 감상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사실 나의 초반 음악 감상 방식은 무작정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었다. 음악은 듣는 것이니 그건 분명 정석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계적인 반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주를 직접 보는 것이었다. 귀로만 듣던 곡을 눈으로 보는 순간의 그 느낌은 음악이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클래식 브런치]를 통한 음악가들의 다양한 삶은 한 차원 보다 가까이 음악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음악 역시 삶의 또 다른 형태이며, 우리 역시 어렵지 않게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음을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곡들 중에서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금세 흥얼거릴 수 있는 곡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 식사를 이어주는 브런치처럼 이 책은 우리를 크래식의 세계와 연결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옥타브란 오직 5개의 온음과 2개의 반음으로 구성되었기에 한정된 방식으로만 합쳐질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오직 소수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는 그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발견되어, 모차르트에서 베버까지 이어지는 긴 전통이 이루어 낸 것만큼 전혀 새롭고 매우 풍요한 음악적 아름다움의 혈맥을 찾을 만한 여지가 없는 듯이 여겨졌다.

 - p. 469 中에서 -

 철학자 스튜어트 밀이 쓴 자서전 중 이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많던 클래식이 왜 요즈음에는 만들어지지 않는지에 대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로 음에 대한 조합이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르기 때문에 더이상 클래식이 탄생되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는 기존의 만들어진 클래식에 대한 소비와 향유의 시대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감상이 잊혀진 곡들을 새로이 찾아낸 것처럼 끊임없는 감상이 새로운 창조와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클래식 브런치]는 클래식이 작곡가에 의한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감상이 뒷받침 되었을 때, 영원한 생명력과 무한한 창조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리라.

 

( 이 리뷰는 출판사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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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브런치 평점10점 | h*****7 | 2019.03.11 리뷰제목
클래식 음악 이야기에 관한 책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이 떠오른다. 반짝이는 이마에 안경을 쓴 도통 음악선생님 분위기가 나지 않았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 항상 노란색 카세트를 가지고 다니셨다. 예를 들어 그날 교과서에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나왔다면 그 음악을 짧게라도 들려주시곤 했다. 아마도 그렇게 접했던 기억으로 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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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이야기에 관한 책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이 떠오른다반짝이는 이마에 안경을 쓴 도통 음악선생님 분위기가 나지 않았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 항상 노란색 카세트를 가지고 다니셨다예를 들어 그날 교과서에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나왔다면 그 음악을 짧게라도 들려주시곤 했다아마도 그렇게 접했던 기억으로 띄엄띄엄이라도 클래식 음악 듣기를 계속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를 넘는 책 쓰기와 번역까지 한다는 저자의 이력이 정말 놀라웠다이 브런치’ 시리즈로 이미 철학세계사세계문학이 나와 있다얼마만큼의 책읽기와 그것을 어느 정도 좋아해야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감탄스러울 뿐이다우리 귀에 익숙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내밀한 삶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곁들여진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이 책 덕분에 저자의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질 정도다.


1. 바로크 음악으로의 초대 2. 고전주의 조화균형품격의 음악 3. 낭만주의 음악 4. 전환기의 클래식또 그 너머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클래식의 향연에 우리를 초대한다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언급하거나 궁금했던 음악을 들으면서 읽었는데 역시 이래서 고전음악이구나 싶었다암기식 공부의 기억도 없지 않았던 만큼 음악 작품의 제목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또 잘 몰랐던 작품의 배경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되어서 나중에 음악 감상을 하더라도 더 잘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로는 비발디와 바흐헨델을 이야기한다비발디의 사계는 우리에게 얼마나 익숙한 곡인가비발디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것은 베네치아에서 활약하던 화가 마르코 리치의 풍경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란다평생 작곡한 협주곡이 500여 곡이나 되며 이외에도 오페라칸타타에 더해 소나타합주곡종교 음악까지 엄청난 분량을 썼다그런 전성기를 누리다가 낡은 음악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비발디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6세의 총애를 발판삼아 빈 음악계에서 도약의 야심을 품었지만 황제의 급서로 멘붕을 겪으며 급기야는 빈털터리로 객사하기에 이른다.


 오늘 날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듣는 사계나 화성의 영감이 비발디 타계 후 이백 년 가까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1948년 미국에서 사계≫ 전곡이 음반으로 제작되고, 1950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클래식 음반상을 받으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비발디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음악이라는 창작물도 문명의 발전과 그것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책이 읽혀져야 팔리듯이 음악은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영원히 울려 퍼지는 것.


 흔히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고 그렇게 배워왔다여기서 바흐를 음악의 장인에 헨델을 음악의 기업가’ 혹은 벤처 사업가로 보는 비유가 흥미를 끈다바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보수와 조건이 나은 곳을 찾아 고용주를 갈아타기도 했다는데 20명이나 되는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전략일 수도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가장의 입장이란천재적인 음악가의 삶도 근본적인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헨델은 당대 음악 양식의 가장 뛰어난 사용자이자 최고의 수혜자였음을 알게 된다비발디가 화성의 영감을 헌정했던 메디치 가문의 후광을 업고 오페라 아그리피나Agrippina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탈리아 활동의 절정을 맞이하고 다시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음악가로서 돈과 명성대중적 인기를 거머쥔 행운의 사나이였다이렇게 걸출한 당 대의 음악가들이 서로 만나서 음악적 교류를 했을까 궁금해진다바흐쪽에서 헨델을 만나려고 관심을 기울였지만 헨델의 거절로 만나지 못했단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음악가들도 라이벌 의식을 느꼈을까어쩌면 더욱 풍성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모차르트하이든베토벤의 음악과 삶 이야기가 펼쳐진다모차르트 음악만큼 우리 생활에 친숙한 음악이 또 있을까흔히 많은 예비 엄마들이 태교를 할 때도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흐베토벤그리고 바그너의 음악에서 우리는 주로 그 속에 깃들인 인간 정신의 깊이와 힘에 감탄한다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신성한 본성이다앞서 언급한 거장들과는 달리그가 그의 재료를 빚은 형식에서는 어떤 고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모차르트는 마치 놀이를 하듯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천진난만한행복한알라딘과 같은 본성을 지녔다.’(P114)


 이것은 19세기 말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가 모차르트에 대한 평가다다른 것은 몰라도 천진난만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정서는 금세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겨우 35세의 이른 나이의 죽음에 관해서는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 설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문헌이나 정황의 증거로 볼 때 과로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은 마음이 짠해진다이것이 서양 음악 사상 최고의 천재이자 고전주의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음악가의 뒷모습이라니.


 낭만주의 음악가로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멘델스존, ‘피아노의 시인’ 쇼팽 등 많은 음악가들을 이야기한다무엇보다 낭만주의 오페라의 양대 산맥인 베르디와 바그너를 비교 분석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1813년 동갑내기이며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조국의 통일을 목격한 점대기만성 형 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저자는 이 두 사람의 예술의 성향을 어떻게 구분 지을까서구 문명이 내놓은 가장 뛰어난 예술 양식이라는 오페라그 속에 담긴 음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베르디의 음악을현실을 초월한 환상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세계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 부호그 속에 담긴 음악을 비밀의 문을 여는 주문으로 여긴다면 바그너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기말 유럽 음악의 풍경과 러시아 음악미국의 클래식 음악과 역사를 이야기한다위대한 음악가와 그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당대의 문화역사문학심지어 철학적인 접근과 사유로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클래식 음악은 특정한 시대를 결정짓는 흐름이었을까석유 고갈을 걱정했던 20세기 후반의 에너지 전문가들처럼 영국의 철학자 스튜어트 밀은 음악적 조합의 유한성(exhaustibility of musical combinations)’을 들어 음악적 자원의 고갈을 걱정했다고 한다. 5개의 온음과 2개의 반음으로 구성된 옥타브한정된 방식의 조합이기에 오직 소수만이 아름답다는.


 이러한 우려에도 미국의 진화 생물학자 루이스 토마스는 진화의 관점으로 보는 고작’ 100만 년의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인류라는 종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로 바흐의 음악을 예로 들어 인류의 미래를 낙관했다고 한다이 정도라면 충분하지 않을까클래식 공백의 시대라고는 해도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주의낭만주의현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음악만으로도 풍요로우며 저변확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데 특별한 문턱이 존재하거나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들어 가보자평범한 일상에 활력소를 주고 조금은 특별한 삶의 멋을 주는 클래식 음악은 먼 데 있지 않다이 책은 우리가 그런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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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독자들이여, 클래식의 멋진 신세계로 들어오라 평점10점 | n******n | 2019.03.10 리뷰제목
여러분은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가? 지루함이나 딱딱함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테고, 조화로움과 평온함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성장 배경이나 교육 환경이 달랐던 만큼, 클래식에 대한 단일 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인상의 차이를 막론하고, 거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클래식이 다소 범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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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가? 지루함이나 딱딱함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테고, 조화로움과 평온함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성장 배경이나 교육 환경이 달랐던 만큼, 클래식에 대한 단일 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인상의 차이를 막론하고, 거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클래식이 다소 범접하기 어려운 장르의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머릿속에 거의 필수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단번에 클래식에 정통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비법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그런 비법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거기에 편승하여 나름대로 터득한 방식을 소개하면서 그러한 비법이라고 장담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비법이 있다면 클래식의 높은 문턱에 번번이 실패와 좌절의 쓴 맛을 경험하는 사람은 일찌감치 사라졌을 테니 그런 사람들의 주장은 비록 부분적으로는 사실일지라도 대개의 경우 턱없이 과한 포장으로 장식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우리는 클래식에 발을 들여놓는 도전을 엄두조차 내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정시몬이 쓴 『클래식 브런치』는 그처럼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지만 클래식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클래식을 소개하는, 대단히 반갑고도 흥미로운 클래식 입문서다. ‘클래식 입문서’라고 소개하고 보니, 그런 용어 자체에서 오히려 엄청나게 부담을 느끼면서 무언가 거창한 음악 이론이나 음악사의 복잡한 정보들을 대단히 자세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제목으로 선택한 ‘브런치’라는 표현은 이런 부담이나 기우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말 그대로 거창하게 격식을 차린 만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생이나 직장인이 아침에 시간에 쫓겨서 정말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시리얼이나 에그 스크램블과 같은 간편식도 아니다. 브런치는 크게 부담이 없으면서도 우리의 허기를 달래고 배를 채워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양분을 제공하는, 대단히 기능적인 식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브런치의 개념은 『클래식 브런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선 『클래식 브런치』는 ‘클래식’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중요 음악가들(비발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등등)을 모두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클래식을 주제로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어서 제법 아는 체 할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어느 정도 습득했다고 자신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저자가 이렇게 우리에게 그런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방식은 예전에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정보를 암기하던 학습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중요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생애와 음악 세계는 물론이고 주요 작품의 창작과 관련된 배경과 일화들을 대단히 알기 쉬운 이야기체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순히 재미로 읽는 이야기가 놓치기 쉬운 알차면서도 깊이 있는 정보까지 가득 담고 있어서, 흥미와 지식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이 이상 더 길게 쓰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이 책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피로감만 누적시킬 뿐이다. 높고도 부담스러운 장벽을 넘어서 클래식이라는 멋진 신세계에 입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단시간에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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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브런치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s | 2019.03.11 리뷰제목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시리즈가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문학 브런치』에 이어서 네 번째 도서가 출간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주제는 바로 ‘클래식’, 바로  『클래식 브런치』이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이고 그들의 음악 사조 역시 음악사와 함께 배운바 있기 때문인지, 게다가 최근에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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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시리즈가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문학 브런치』에 이어서 네 번째 도서가 출간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주제는 바로 ‘클래식’, 바로  『클래식 브런치』이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이고 그들의 음악 사조 역시 음악사와 함께 배운바 있기 때문인지, 게다가 최근에도 그들의 음악이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관계로 익숙해서인지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시작은 바로크 음악의 시초가 된 비발디로부터 고전주의, 낭만주의, 세기말과 러시아, 미국의 클래식으로 이어진다. 뭐랄까 음악사의 고전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의 클래식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참 좋았던것 같다.

 

이렇게 해서 소개되는 음악가는 20여 남짓하고 책에서는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그래서 소위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내용이나 주요 작품들만을 위주로 공부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교양을 위해 또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어쩌면 더 나아가 지적 향유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목만 보면 클래식, 인문학이라는 키워드가 둘이나 있다보니 어려운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은 전작들에서처럼 쉽게 그러나 지나치게 흥미위주가 아닌 흐름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작품을 실기도 하고 음악가의 연주 모습, 그의 생가나 그와 관련된 인물, 나라, 악기, 동상 등과 같은 다양한 사진 자료를 실어서 이 책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또 음악가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기도 해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천재성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의 가족 악단은 그가 6세가 되던 해부터 약 10년간 유럽 여러 지역을 돌며 공연을 펼치는데 이 공연의 대부분이 사실상 모차르트의 신동성(神童性), 즉 천재성을 공연하는 것이였다고 말한다.

 

마치 영재발굴단 같은 느낌의 공연인 셈인데 일종의 천재성 테스트를 선보인 것이였다. 또한 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글도 실려 있는데 이런 자료는 확실히 사적이기에 그에 관련한 일화와 함께 좀더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알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였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이번 기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음악가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잘 정리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출간된 브런치 시리즈들과 소장하고 싶어지는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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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브런치》 맛있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r*******n | 2019.03.11 리뷰제목
행여라도 모차르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강하게 느꼈어야 할 인물이라면 살리에리보다는 하이든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하이든은 픽션 속의 살리에리처럼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로 남몰래 괴로워하지도 않았고, 빈의 음악계에서 모차르트를 매장하겠다는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젊은 천재의 재능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즐기는 데 집중했다. 그런 하이든의 느긋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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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라도 모차르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강하게 느꼈어야 할 인물이라면 살리에리보다는 하이든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하이든은 픽션 속의 살리에리처럼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로 남몰래 괴로워하지도 않았고, 빈의 음악계에서 모차르트를 매장하겠다는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젊은 천재의 재능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즐기는 데 집중했다. 그런 하이든의 느긋하면서도 실용적인 자세는 모차르트와 하이든 서로에게 큰 시너지가 되었다.   p.188

대책 없는 간서치 정시몬이 맛깔나게 차려 내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이다. 철학, 세계사, 세계문학에 이은 네 번째 브런치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음악, 즉 고전 음악이란 대략 17세기부터 약 300년간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곡가들이 창조한 음악을 말한다. 바흐,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음악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 쇼팽,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등의 낭만주의, 브람스, 푸치니 등의 후기 낭만주의에서 민족주의, 인상주의를 거쳐 현대 음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사실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을 몰라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클래식 음악에 주목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크 음악, 고전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후기 낭만주의 이후의 음악들로 챕터를 크게 나누어 그 시대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바로크 음악의 메인 브런치는 비발디, 바흐, 헨델이다. 바로크 음악의 요람 역할을 했던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딱딱하지 않고 가볍게 풀어가는 저자의 입담 덕분에 술술 읽혔다. 음악의 어머니라는 표현 때문에 어린 시절 헨델을 여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다들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가는 음악이야기라 더욱 부담 없 이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고전주의 음악의 메인 브런치는 모차르트와 하이든, 베토벤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화려하게 조명되었던 이들이라 스토리도 가장 흥미진진했다. 평생 104편의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의 음악적 한계와 영화 속 살리에리와의 관계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관계에 대한 관점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워낙 극적이고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베토벤이 자타가 공인하는 식도락가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파가니니는 약간은 무섭고 날카롭게 생긴 외모 탓에 검은 옷을 입으면 으스스한 분위기가 났고, 또 그런 식의 '악마' 마케팅을 즐겼다. 관객들은 파가니니의 연출에서 오싹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느꼈다. 반면 리스트는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몸매 덕분에 마치 그리스 신화의 남신 혹은 유럽의 어느 왕국에서 온 왕자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놀랄 것도 없이 리스트의 뛰어난 외모와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관객들,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   p.289

낭만주의 음악과 그 이후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챕터들도 재미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클래식 음악사 최초의 슈퍼스타 연주자인 파가니니의 성공이 재능과 행운만이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연출에 따른 결과였다는 점과 그 뒤를 이어 나타난 건반의 마법사 리스트의 스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 리스트의 공연 현장이 20세기의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이클 잭슨 공연에서 여성 관객들이 보이는 반응처럼 광란 그 자체였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했고 말이다.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에 대한 너무도 냉정하고 직설적인 비교는 너무도 예리해서 깜짝 놀라며 읽었다. 이 정도면 뭐, 클래식 음악에 완전히 문외한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더라도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겠다 싶을 정도로 중요한 대목들을 콕콕 짚어서,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었다.

브런치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이른 점심 혹은 아침과 점심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식의 식사를 말한다. 그래서 보통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약간 가벼운 식사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제대로된 브런치 맛집을 가면 가볍지만 풍성한,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가 바로 그런 느낌이다. 클래식 음악이 아무리 일상 속에 여유와 격조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거야 잘 알고 즐기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관심없 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고전 음악이란 왠지 모르게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서 더 나가면 고전 음악이란 그저 졸린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편견과 선입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재미있게' 클래식 음악의 ''을 느끼게 해준다.

예전부터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철학, 세계사, 세계문학, 그리고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너무 다르고 다양해서 각각의 책마다 저자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었다. 문학, 예술, 철학,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인문기행 프로젝트인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나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교수진들의 강의를 소개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처럼 말이다. 그런데, 브런치 시리즈는 저자가 단 한 명이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렇게 여러 장르의 책들을 한 사람이 썼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왜냐하면 이 책만 읽었다면 당연히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남달리 깊은 전문가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이미 철학과 세계사, 세계문학으로 출간이 되어 있지 않은가. 당연히 다른 브런치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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