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학교'라는 곳이 있다. '회사인간'으로 대기업을 다니다가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어느 분이 만드셨다. 마지못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곳임과 동시에 '퇴사후'에 할 수 있는 직업을 미리 경험, 공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저 퇴사 후를 준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 퇴사하고 싶다' 이런 느낌을 은연중에 내뿜는 곳 같아서 의식적으로 조금 멀리했던 곳- 그 퇴사학교의 '시그니쳐 강의'가 담겨있는 책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 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개인의 '성향분석 전문가'이자 미국 갤럽인증 강점코치다. 워싱턴대학교 심리학을 전공 후 현재는 성향기반 컨설팅회사 '가치 크리에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 그 성향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법을 전파해왔다.
최근에는 직장 내 소통 및 갈등해소를 주제로 한 <그인간이 알고싶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나답게 일한다는 것은 막연히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 어느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고 가장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는 일, 오랫동안 일하며서 나만의 전문 분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수행하는 것, 그것이 나답게 일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나는 내가 갖고 태어난 재능과 성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미국으로 유학, 꽤 좋은 대학에서 무사히 공부를 마쳤지만,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지 회의감에 빠진다. 고민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판단하에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커리어 코치의 길에 들어선다.
처음 커리어 코치의 수혜자는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성향에 맞게 찾아가고 그 일을 하게되면서 보람을 느꼈고, 그 단계를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학창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에 최대한 빨리 취직해서 안정을 찾고 돈을 버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달려왔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라고 외치는 사회에서 자신을 탐색하거나 변화를 꾀하는 시간은 사치였다.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생각- 대한민국의 누가 읽어도 위의 문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살아남은 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번아웃->휴가->번아웃->퇴사고민->휴가 등의 반복- 저자는 '왜 일을 하는가?'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 한다. 내 직업과 경력에 대한 '고민'에서 부터 삶과 직업의 방향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가이드에 앞서 팩트폭력이 더 이어진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남성은 51.6세, 여성은 47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실직하지만 은퇴연령은 남성은 71.1세, 여성은 74.5세라고 한다. 20대부터 일을 시작했다면 무려 50년을 일하는셈!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50년의 장기 플랜이 아닌, 바로 다음 '직장'을 고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1인당 평생을 통틀어 평균 이직횟수는 7번, 그리고 이직을 위한 준비기간은 4.3개월 정도라고 하니, 그저 '생계유지'을 하기 위해서 시간에 쫓겨 직업을 고르고 다시 적응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후 퇴사고민을 반복하는 시기가 이어진다.
퇴사의 이유와 이직의 이유를 구분하라.
퇴사를 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은 괜찮지만, 이직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좆아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좆는 그 무엇은 특정 목표가 아니라 '방향성'혹은 '가치'여야 한다.
이직을 하되, 꼭 필요한 것은 '플러스 이직'으로 이를 위해서 천천히 준비하고 도달하는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
플러스 이직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욕구를 충족하는 일을 찾을 것
2. 이전 직장보다 나에게 더 잘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을 것
또한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대로' 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내가 겪어야 할, 나의 인생이고 내 커리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으면 제대로 '몰입'할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결과는 좋아진다. '적성은 사치'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일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있어야 할 수순이다.
여기에 저자가 추가로 제시하는 것은 자신의 '일의 성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향을 찾는 두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다.
HOW: 평소에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가? (내가 무언가를 하는 방식)
WHY: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그 이유)
이와같은 주 행동패턴은 자신의 '혼자놀기'성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습관과 취향, 감정, 관계 등에서의 질문리스트를 통해 제대로 나의 성향을 짚어보자. 그 본질을 파악했다면, 내 성향에 맞는 일의 본질을 함께 파헤쳐보고 그 안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의 본질 : 배경 (출신,소속,학위) <행동( 말투, 취향,습관 ) <성향 (동기, 가치관, 사고방식)
일의 본질: 직장 (회사) < 직무 (제품 엔지니어링 등의 기본업무명) <업무 (본질적으로 하는 일의 속성)
여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강화시키거나 혹은 약점을 뒤집어 '강점'을 찾는 방식으로 자신의 '본질'을 강화시켜 나간다.
이 책은 아래 표로 보여지는 9단계 커리어 수업의 핵심만을 찝어서 설명한 것으로, '답을 알려주는 것'이아니라 자신안에 있는 답을 찾아가는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언제나 그렇듯 리뷰는 책의 맛보기, 혹은 책을 읽은 후에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활용하기 위한 용도이지 책의 이야기 전부를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책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 외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많이 남았던 부분은 마지막 9단계, 나의 북극성 찾기였다. 저자는 '꿈'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예로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작가, 안철수 전국회의원을 예로 들고 있는데, 단순한 '직업'이 아닌, 특유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변호사-민정수석과 비서실장-국회의원- 대통령 > 원칙이 지키는 사회 만들기
국회의원보좌관-언론인-정치인-보건복지부장관-정치-작가 >나의 이해득실에 앞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의사-의대교수-기업가-MBA교수-정치인 >고장난 것을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고치는 즐거움
일상적 욕구가 커리어의 방향성이 되고 그것이 직업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
먹고 살기가 아닌, 행복해지기 위한 일, 하나씩 조금씩 쌓아가기, 그리고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으로의 변화-
지금 이직단계에 있는 나에게도 꽤나 값진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책이었다.
(위의 9단계를 스스로 해볼 있는 체크리스트가 책의 맨 뒤에 나와있다. 책이 어렵다고 하는 분이라면 그것만이라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남겨둔다.
성향은 마치 옷을 고를 때처럼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쓰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황에 적절하지 못하게 사용하면 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을 강점으로 만들려면, 성향이 언제 나와 타인에게 긍정적으로 쓰이는지 반대로 부정적으로 쓰일 때는 언제인지를 알고 변별력 있게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평범한 성향도 강점으로 만들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될 일도 그르친다.
우리는 ‘업무가 지겹다’ ‘하루가 너무 길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매일 8시간 내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규정해본 적은 없다. 매일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그 일에 시간을 쏟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은 현재 업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커리어 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겠습니다. 제 삶을 차분하게 바라보면 아무렇게나 살아온 것 같지만 분명 꾸준히 무언가 쌓여왔다고 생각합이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고 또 해석하는 건 바로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이상형의 조건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원하는 삶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그 답을 알고 있는 나에게 물어보고 또 꾸준히 대화하며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를 것입니다.
-커리어 코치를 받았던 백호암씨 (HOBB의 대표)의 인터뷰 중
워라벨은 요즘 업계의 화두이다. 일과 삶의 분리- 이는 아주 많은 업무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는 '혁명'같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워라벨을 분리한 듯 하루의 8시간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불행하지 않을까? 여기에 내 삶의 방향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 고민은 더욱 더 커진다. 리뷰를 쓰다보니 며칠전 읽었던 책 <인생을 바꾸는 노트의 힘>에서 설명한 '나 자신의 사명, 꿈을 기준으로 행복을 재 편집하라'라는 말의 커리어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주 보던 셀레브 (유명인사를 인터뷰하고 이를 동영상화 시켜서 보여주는 영상 채널/ 작년에 대표갑질로 구설수에 올랐으나 그 콘텐츠력 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에서 이어령 교수의 영상을 감명깊게 봤었는데, 저자 또한 그 부분을 예로 들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천재로 태어났고,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360명이 모두 같은 방향을 쫓아서 경주를 하면, 아무리 잘 뛰어도 1등부터 360등까지 있을겁니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뛰는 게 아니라, 내가 뛰고 싶은 방향으로 각자가 뛰면 360명이 다 1등을 할 수가 있어요. best one이 될 생각을 하지 마세요. only one,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세요. 쓰러져 죽더라도 내가 요구하는 삶을 가라는 겁니다.
- 이어령 교수/ 셀레브 인터뷰 중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답을 찾는 것 또한 내 자신이어야 한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