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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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리뷰 총점 8.9 (8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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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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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막차의 신] 막차에 담긴 삶의 이야기들 평점8점 | y*****p | 2018.12.28 리뷰제목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져있어도, 회식이 2차 3차로 이어지더라도, 밤늦도록 잔업에 여념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막차는 놓치지 않으려는 주의다. 택시를 잡느라 전쟁을 벌이는 것도 힘들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자꾸만 말을 거는 기사와의 대화도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막차를 잡아타면서도 지금까지 함께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리뷰제목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져있어도, 회식이 2차 3차로 이어지더라도, 밤늦도록 잔업에 여념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막차는 놓치지 않으려는 주의다. 택시를 잡느라 전쟁을 벌이는 것도 힘들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자꾸만 말을 거는 기사와의 대화도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막차를 잡아타면서도 지금까지 함께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책을 읽거나 눈앞의 광고를 보며 될 수 있는 한 타인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있는 편이라 어떤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가와 다이주(阿川大樹)의 소설 [막차의 신(終電の神?)]을 읽으면서 그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놓였을 뿐이라 여겼던 그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한 속사정이 있다고 생각하자 새삼스러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작가가 펼쳐놓는 일곱 편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든 언제 어디서나 닥칠 수 있는 삶의 기록이다.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상황이나 장면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바람에 옛 기억들이 불쑥불쑥 끼어들곤 해서 읽기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갑자기 막차가 정차해 버린 순간,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같을지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각양각색이리라. “다음 정차 역에서 인사사고가 발생한 관계로 급정차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듣는다면 현장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객차안의 정적이 더욱 불안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면 다른 생각은 할 여력도 없이 어찌할 길 없는 조바심으로 마음은 온통 터지기 직전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 분명하다. 아내가 구급차에 실려 간 남편, 계속되는 야근에 지쳐버린 샐러리맨, 남자친구와 마지막 데이트를 마음먹은 전문직 여성, 아버지의 임종을 보러가던 아들, 가까운 사람을 투신자살로 잃은 남자,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로 고민하는 학생, 떨어진 선로에서 구해준 은인을 찾는 여자. 열차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실려 간다.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 애인을 떠올리는 사람, 화장실이 급한데 참고 있는 사람, 일 생각에 잠긴 사람, 과음 때문에 토할 것 같은데 죽어라 참아내는 사람, 눈앞에 선 술 냄새 풍기는 남자가 금방이라도 토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잔업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푹 빠진 사람, 가족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 상사에게 야단맞아 끙끙 앓는 사람, 그리고 정차가 길어질 것 같아 예상했던 시간 안에 행동할 수 없게 된 상황에 극도로 짜증이 난 사람. (p.193)


일곱 편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연결이 되는 포인트가 있어 각각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이라도 연작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열차사고에 인사사고가 그렇게 자주 일어날까 싶기도 한데 예전에 영화 '경의선'을 보고 달리는 차에 투신을 한다는 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운전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쪽 입장에서의 상상은 하질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열차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소재로 이용했을 뿐, 전반적인 이야기 속에 흐르는 휴머니즘으로 인해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첫 번째로 등장하는 반전의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적이다. 시작이 흥미로운 덕에 끝까지 기대감을 안고 달렸다고나 할까. 결국 막차는 놓치더라도 희망의 끈은 놓치지 않도록 힘을 내서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 ‘소소의책’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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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늘도 삶의 소중함을 가득 안고 달린다, 막차의 신 평점8점 | k****e | 2018.12.31 리뷰제목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하려고 결심했었다. 그중 하나가 '나홀로 여행'이었는데 차가 있지만 오래된 탓에 장거리에는 적합치 않아 생각해낸 게 내가 사는 곳에 없는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들을 한 군데씩 돌아보는 거였다. 대구는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고 가까워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좀처럼 가지 못했던 부산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고 싶
리뷰제목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하려고 결심했었다. 그중 하나가 '나홀로 여행'이었는데 차가 있지만 오래된 탓에 장거리에는 적합치 않아 생각해낸 게 내가 사는 곳에 없는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들을 한 군데씩 돌아보는 거였다. 대구는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고 가까워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좀처럼 가지 못했던 부산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고 싶어 해운대도 가보고 어릴 때 가보았던 광안리 해수욕장도 갔다가 예쁜 카페가 많아 유명하다는 전포 카페거리를 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좀처럼 자리에 앉기가 쉽지 않았다. 더운데다 오래 걸은 탓에 다리가 무척 아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내려서 용케 문 근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전포역까지 가려면 아직 좀 남았는데 내가 앉고 얼마 있지 않아 할머니 세 분이 타시는 거였다. 한 눈에 봐도 서 있기 힘드실 것 같았는데 아주 조금 망설이다 자리를 양보해드렸다. 곧 내리실 거라며 괜찮다고는 하시는데 이미 일어났는데 다시 앉기도 그렇고 괜찮다며 양보해드렸더니 엄청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거였다. 정말 말씀대로 얼마 안 가서 곧 내리시긴 했는데 내리시면서도 거듭 고맙다고 하셔서 아주 잠깐이라도 망설인 내가 넘 부끄러웠었다.


그리고 전포 카페거리를 둘러보고 다시 지하철을 타려는데 하루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일일승차권'이 에러가 나 읽히지가 않는 거였다. 좀 구겨지긴 했지만 읽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집으로 갈 기차 시간이 다가오는 지라 빨리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암튼 당황한 것도 잠시, 역무실이던가 그런 곳을 찾아가 일일승차권을 보여주며 부산역까지 간다니 금방 임시로 표를 새로 발급해주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이지만 마음이 여러 차례 오고 간 걸 느꼈다. 승차권이 에러가 나 읽히지 않을 때는 전포 카페거리에 간 걸 후회했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게 바로 발급해준 승차권 덕분에 제 시간에 기차를 탔을 때는 넘 감사한 거였다. 어쩌다보니 서두가 길어졌지만 소소하다면 소소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고마운 분들 때문에 마음 따뜻해지는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 준 책을 만났다.


<막차의 신>


'막차'가 주는 느낌도 예사롭지 않은데 '신'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니 더더욱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졌다. 일본 소설 특유의 어딘가 모르게 잔잔하지만 의미심장한 일곱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의미들이 때론 따뜻하게 때론 애틋하고 슬프게 그리고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1화인 '파우치'는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전철(여기선 지하철이 아닌 전철이라 표현한다)이 멈춰선 사이, 치한을 만나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너무나 침착하게 대처하는 여자에겐 반전 정체(?!)가 있었다. 두 번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어라?하면서 다시 읽어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2화인 '브레이크 포인트'는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인 남자의 이야기인데 납기일을 맞추는 문제로 사장과 독대를 하였다가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걸 눈치채고 더 머릿속만 복잡해졌는데 시간이 없음에도 사장은 되려 하루 뒤 휴무를 결정한다. 하루가 아쉬운 상황에서 휴무라니... 하지만 이유있는 휴무였달까.


[ 쓰러지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공은 울린다. ]p91


브레이크 포인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점검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일시 정지 시키는 지점(p70)'을 뜻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다가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 싶은 순간, 브레이크 포인트라는 걸로 낭떠러지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해결된 건 없지만 막막하기보단 어쩐지 속이 후련해지는, 희망이 엿보이는 이야기랄까. 그리고 어김없이 전철이 등장하는데 또다시 전철이 멈춰선 가운데 사투리로 하는 누군가의 통화는 어쩐지 제법 그럴 듯하게 들려서 웃겼다. 이 부분은 특히 아무 생각없이 읽어야 웃길 것 같다.     



3화인 '운동 바보'는 정말 운동 바보와 거울 뒤에 숨은 바보의 이야기다. 일에만 열심인 일상을 살아가며 삐걱이는 연인이 있다. 여자는 자신의 맨 얼굴을,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그런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던 남자에게조차 어느 순간, 그런 '척'을 연기한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지만 차마 직접 말할 용기가 없었던 여자는 편지를 붙이고 그 편지를 받은 것 같은 남자는 우체국에 불이 나 우편물이 모두 다 타버렸다고 한다. 


[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p116


[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을 실제 나의 얼굴을 사실은 본 적이 없지 않은가. ]p123


바보... 남자의 뻔한 거짓말이 담긴 음성메세지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여자가 하는 그 말은 '그와 자기자신'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다. 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4화인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는 평생 이발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고 아들이 우연히 단골고객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뭔가를 깨닫는데 그때,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위독함을 알리는 전화가 온다. 아들인 남자는 전철을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데 일분일초가 급한 바로 그때, 전철이 또 멈춰선다. 전철에서 흔히 벌어지는 인사사고 발생. 인사란 사람의 죽음을 뜻한다. '이럴 때 죽지 마세요.(p155)' 소리쳐 외치고픈 남자, 최대한 빨리 가고픈 마음에 애가 타고 심란해진 나머지 온갖 상상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 아버지는 자기의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 되지만, 가족은 아버지가 떠난 후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p157


죽어가는 아버지의 손에 쥐어준 가위는 끝내 오므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은 걸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해,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며 마음이 짠해지는 이야기였다. 



5화인 '고가 밑의 다쓰코'는 일을 끝내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던 한 여자가 전철이 지나다니는 남자친구의 작업실 근처에서 어떤 남자를 만난다. 전철이 멈추는 바람에 남자친구가 오지 못하는 사이,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를... .   


[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자기자신을 얼마나 옥죄어왔는지 깨닫게 됐지. ]p215


어쩐지 가장 무겁고 소름끼치고 안타까우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그가 감당할 슬픔의 깊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달까.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는 드디어 '막차의 신'을 만날 수 있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신'이다.



6화인 '빨간 물감'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는,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인데 빨간 물감으로 인해 벌어진 일로 감정이 메말라버린 것만 같았던 소녀는 따뜻함을 가지게 된다.


[ "너다운 걱정이구나. 네가 너답다는 건 좋은 징조야." ]p245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정작 책임져야할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은 채 나몰라라 하면서, 원인 제공을 하긴 했으니 역시 책임은 져야할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던져진 돌에 정확히 마음을 맞은 한 아이는 죽을 뻔 하였다.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잔인하다면 꽤 잔인한 면이 있어 아주 조금 꺼려지는 마음도 순간 들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현실이랄까, 학교의 시스템 등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전철 에피소드의 대망의 마무리, 7화인, '스크린도어'는 역 매점에서 근무하는 한 중년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녀에겐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다시 살게 해준 고마운 이를... .


[ "괜찮아요. 여깁니다. 무사합니다!" ]p308


정말 너무나 기적같은 이야기였다.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 마침내 이뤄지는...그런 마음 한 켠이 뿌듯해지고 너무나도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 오래 전에 일본에서 있었던,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펐던 '이수현 의인'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



지하철을 타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우연히 시계를 보게 되기도 하며 듣고 있는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 옆사람과 하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고 심지어 전화통화까지도 너무 세세하게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의도적인 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출퇴근길의 지하철은 지옥철이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타서 숨쉬기조차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어쩌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거의 똑같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을 담고 있고 그 사연이 전철과 어우러져 '삶의 소중함'과 '귀한 깨달음'을 선사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오늘도 전철은 삶의 소중함을 가득 안고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런 전철에, 막차에 탈 수 있어서 넘 다행이고 무척 감사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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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막차가 갑자기 멈추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평점10점 | y*****2 | 2020.07.19 리뷰제목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면 우선은 놀라고, 무슨 일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막차인 경우에는 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아가와 다이주의 소설 <막차의 신>은 마지막 전철이 갑자기 벌어진 인사사고로 인하여 정차하면서 벌어진 상황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7편을 모았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전철역 대부분이 여
리뷰제목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면 우선은 놀라고, 무슨 일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막차인 경우에는 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아가와 다이주의 소설 <막차의 신>은 마지막 전철이 갑자기 벌어진 인사사고로 인하여 정차하면서 벌어진 상황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7편을 모았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전철역 대부분이 여닫히는 문으로 선로와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닫이문이 없을 때는 승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 밀려 선로로 떨어졌다가 불행을 당한 사람도 있고, 삶을 비관하여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에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적지 않았던가 봅니다.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만, 동경 출장길에 전철역에서 인사사고가 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하여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취객을 구했지만, 자신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던 한국인 청년 이수현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막차의 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막차를 타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사사고로 정차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사건을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야근이 이어지면서 지쳐가는 팀원들을 쥐어짜기 위하여 24시간 휴가명령이 떨어지는데, 막차를 타고 퇴근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들어간 권투 체육관에서 만난 관장의 권유로 시범경기를 하게 됩니다. 상대선수로부터 아무리 맞아도 3분만 버티면 공이 울리고 쉴 수 있다는 권투 경기의 규칙을 관장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경륜선수를 애인으로 둔 여성이 경기에 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애인과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별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인의 집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불이 나는 바람에 편지가 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녀는 이별을 없었던 일로 할지 궁금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이발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었다는 전갈에 병원으로 달려가던 주인공이 전철이 멈추면서 조바심을 내게 되는데, 다행히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발소를 지키겠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가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전철의 인사사고의 현장은 아니지만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의 가출로 불안한 소년시절을 보낸 남자가 자신의 겪은 불행한 일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장을 하고 단막희극작가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된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급생들이나 선생님은 그녀가 왕따를 당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왕따 문제도 본인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이 여학생은 그림그리기에 빠져 왕따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하루는 공원에서 수채화를 그리다가 필요한 빨간색이 없음을 알고 손목을 그었던 것인데, 출혈이 심해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이 됩니다. 주위에서는 왕따로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가해자 남학생이 오히려 충격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인파에 밀려 선로에 떨어진 여성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에 그 사람을 찾기 위하여 사고현장에 있는 매점에서 일을 시작한지 무려 25년 만에 생명의 은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한번쯤은 겪었거나 들어보았음 직합니다. 읽어가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적지 않았던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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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막차의 신...전철에 얽힌 삶의 다양한 애환 평점8점 | k****d | 2019.01.01 리뷰제목
막차의 신...전철에 얽힌 삶의 다양한 애환   요즘이야 차를 끌고 다니니 만원전철에 시달릴 일이 없지만 예전엔 만원버스에, 지옥전철로 출퇴근을 십수년을 다니다보니 이 책의 장면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교차되면서 절로 그때의 아련함이 묻어났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함은 여전했지만 옵니버스식으로 막차 혹은 전철 주변에서 일어나는 삶의 현장을 담아낸 7편의 단편을 묶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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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전철에 얽힌 삶의 다양한 애환

 

요즘이야 차를 끌고 다니니 만원전철에 시달릴 일이 없지만 예전엔 만원버스에, 지옥전철로 출퇴근을 십수년을 다니다보니 이 책의 장면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교차되면서 절로 그때의 아련함이 묻어났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함은 여전했지만 옵니버스식으로 막차 혹은 전철 주변에서 일어나는 삶의 현장을 담아낸 7편의 단편을 묶은 건데 내용은 평이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이 때로는 답답하게 한편으론 살아가는 게 참으로 쉽지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K역의 인사사고로 이어지고 그 전역을 통과하던 승객들의 삶 속으로 요동치며 그로 인해 그들이 향하던 목적지는 긴박함을 더해준다. 특히 제4화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편에선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촌각을 다투는 전철이 멈춰서자 아연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 부친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다. 어떻든 각각의 단편을 통해 삶의 정서를 그려내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저 창의력에 의존한 게 아닌 진한 삶의 애환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으로 진솔하게 다가온다.

 

1화 파우치

 

여장 남자의 전철 내 치한 만남은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너무도 스릴과 긴장이 이어지지만 반전은 그 재미를 더해준다. 국문과를 졸업한 나는 평범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여성처럼 꾸미고 거리로 나가는 취미만큼은 각별하다. 그런데 내가 탄 만원전철 안에서 치한을 만난 것이다. 진한 화장에 전형적인 여성차림에 만면에 훈련된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치한조차 호감을 가질 수 밖에. 바로 전 역의 인사사고로 전철이 멈춰서자 치한과의 숨막히는 공방전이 리얼하게 그려지고 마침내 치한의 공략은 미수에 그치고 오히려 내게 협공을 당한다. 그리고 전철 바깥까지 쫓아온 치한에게 관심없음을 표명하는 순간 치한이 느꼈을 수모는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다급히 아내가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미처 화장을 지우지 못한 여장남자, 이를 본 사람들의 표정 역시 어땠을까 싶다. 아내의 파우치를 받아들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여장 남자의 이야기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제목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2화 브레이크 포인트

 

가타야마 다카시는 벤처기업의 프로젝트 리더인 컴퓨터 엔지니어. 납기일을 앞두고 작업이 예정까진 불가능해지자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기간 연장을 구한다. 하지만 사장과의 면담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장 역시 너무도 일을 사랑하고 기업을 위해 헌신하지만 모르는 아픔이 있었던 것. 이에 둘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작전을 벌인다. 이름하여 브레이크 포인트로 프로젝트를 정지시키고 임시휴무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왕 늦은 것에 연연해 하지않고 오히려 휴식을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자는 아이디어. 직원들 역시 휴일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다카시는 전철 사고로 전철이 끊기자 걷기로 작정하고 집을 향해 걸다가 불이 켜진 권투체육관을 보게되고 자신과의 3분 스파링을 벌인다. ‘쓰러지지 않으면 공은 반드시 울린다’(P.91)는 교훈을 습득한다. 권투 1라운드를 버티는 동안 자신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돌이켜 본다.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3화 운동바보

 

자랑할 거라곤 뼈와 근육 밖에 없는 신도 데쓰오는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2군으로 추락한다. 육체노동자로 오직 운동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소위 운동바보 연인에게 향하는 시오타 도모코는 애널리스트로 전철 타고 그를 만나러 가다가 전철 사고를 만난다. 한편, 연인과 헤어지려고 이별 편지를 보낸 도모코, 우체국 화재를 목도하며, 자신이 보낸 편지가 소실되었음에 안도의 한숨을 몰아쉰다. 아직은 운동 바보와 헤어질 때가 아니며 더 사랑하고 더 녹아들고 싶은 자신을 발견한 것.

 

4화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

 

이발사로 가업을 이어온 아버지의 치매와 임종을 앞두고 심기가 병원을 향하던 평범한 직장인 아들 시바야마 도시카즈는 선술집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던 손님 다카하시를 만난다. 그를 통해 아저지가 운영하던 이발소의 단골이었음을 알게된다. 그를 통해 아버지의 실력과 엄마의 애환, 그리고 사라져가는 이발소의 미래를 생각하고 돌이킨다. 아버지의 유언을 임종 직전에 보게되면서. 도중에 전철이 멈춰 임종을 보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아들의 심경이 오롯이 전해온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업을 잇기로 결심하는 아들의 결심을 목도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두는 아버지의 미소가 떠오른다.

 

5화 고가 밑의 다쓰코

 

전철이 다니는 고가 밑에서 일하는 여장남자 다쓰고는 본명이 류조인 콩트 대본작가이다. 한때는 스트립쇼 극장에서 여장을 한 채 리스코와 콤비로 콩트 연기도 펼쳤다. 그러다 리스코가 각성제 복용으로 교도소로 떠나자 전업한다. 그게 바로 개그 연기 대본을 쓰는 작가다. 그는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하게된다. 가정폭력의 희생양이던 자신이 아버지의 투신 자살과 공연 파트너였던 리스코의 전철로 뛰어드는 자살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터. 동창인 아티스트 다카오카 쇼지가 탄 전철이 멈춘 곳이 하필이면 다쓰코 가게 위였던 것. 그의 연인 사야가 먼저 도착해 다쓰코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알게된 그의 삶의 어두운 과거사가 바로 전철을 둘러싼 이야기와 연관되면서 또 한편의 작품이 탄생한다.

 

6화 빨간 물감

 

각설하고 사가노 히토미의 손목자해로 인해 평소 괴롭히던 도미타 히로미치가 희생양이 되는 다소 어처구니 없지만 환상적인 그림몰입과 함께 혈액을 빨간물감 대용으로 쓴다는 발상이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7화 스크린도어

 

역 매점 직원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감동이다. 젊은 시절 임신중에 당한 전철 낙마사고, 이를 구해준 은인을 못잊어 평생 찾기 위해 역 매점 일을 지원한 히로타 기미코의 삶과 스크린도어 설치 직전 극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장면은 영화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 진한 감동이 우러난다.

 

짧지만 감성적인 일존 소설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그려낸 작품이다. ‘공중그네를 소개한 이영미 번역가가 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을 진솔하게 담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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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막차의 신/아가와 다이주]공은 반드시 울린다. 그것이 희망이 된다. 평점10점 | h******o | 2018.12.22 리뷰제목
1.막차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떨까. 혹시나 이미 가 버렸으면 어쩌지, 또는 이번에 혹시라도 놓치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이다. 뭐, 가끔은 막차를 이제는 집에 갈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든간에 막상 막차에 오르게 된다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루를 마감했다는 편안함 등이 갑자기 몰려올 것이다. 물론, 이
리뷰제목

1.

막차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떨까. 혹시나 이미 가 버렸으면 어쩌지, 또는 이번에 혹시라도 놓치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이다. 뭐, 가끔은 막차를 이제는 집에 갈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든간에 막상 막차에 오르게 된다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루를 마감했다는 편안함 등이 갑자기 몰려올 것이다. 물론, 이 편안함도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막차의 신』을 대하는 태도, 읽는 마음 등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  그래서, 내 얘기만 해야 한다는 거겠지? 적어도, 내가 쓰는 글에서는. 나는 『막차의 신』을 읽으면서 무한한 편안함을 느꼈다. 덤덤한 문장들도 그렇고, 사람을 옥죄지 않는 내용의 상큼함도 그렇고. 이 무한한 편안함 속에서 리뷰를 써야 한다는 난제를 만난 건,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이라는 점. 그래서,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나는 그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버렸다. 바로 이것 때문에.

 

 

2.

 

만원 전철에서 치한을 만난 베일에 싸인 여성「파우치」, 납기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휴가를 명령받은 벤처기업에 엔지니어「브레이크 포인트」, 근육질 경륜선수와의 엇갈린 사랑에 고민하는 전문직 여성「운동 바보」, 이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아버지의 임종을 코앞에 둔 아들「오므려지지 않는 가위」, 콩트 작가 여장 남자의 충격적인 과거를 듣는 젊은 연인「고가 밑의 다쓰코」, 자기의 충동적인 실수를 오해해서 등교 거부를 하게 된 소년을 몹시 걱정하는 인간 혐오증 성향의 여고생「빨간 물감」,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만나기 위해 25년간 역 매점에서 일한 중년 여성「스크린 도어」, 총 일곱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변변찮지만 소중한 인생의 한순간을 탁월하게 포착해냈다.

- p.316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내용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옮긴이의 말에 간단하게 내용소개가 나오니, 굳이 내용정리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얼른 옮겨놓았다. 내용정리를 하는 대신, 문장에 대한 감상을 해보고 싶기에 내용설명은 이것으로 대체한다.

 

 

3.

 

서 있는 게 편하게 느껴졌다. 신기하다. 각자가 체중의 몇분의 1쯤을 타인에게 기대고 지루하게 기다렸던 것이다. 모두가 지금 다시 양쪽 다리에 균등하게 체중을 실으며 온전히 자기 힘으로 서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차량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 목표로 하는 장소로 향한다.

- p.28 (파우치) 중에서

 

우리에겐 저마다의 목표가 있다. 『막차의 신』의 단편들도 각각의 목표가 있으며, 그 목표는 또한 막차라는 하나의 상징적 소재로 통합된다. 치한을 만나는 베일에 싸인 여성은 누구인가? 자신의 특이한 취향에 관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하는 아내와 그것 자체는 별 문제 아니라는 듯, 덤덤하기만 한 결말.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4.

 

"인생과 달라서 복서의 라운드는 단 3분뿐이야. 그런데도 상당히 길지.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공은 울려. 그래서 복서는 1라운드의 3분 길이를 몸속 깊이 새기지. 자기가 어떤 상태고, 상대는 어떤 상태며, 남은 시간은 얼마 쯤인가 하는 식으로. 무턱대고 펀치를 날려서 이기는 게 아니야. 모든 게 잘 풀리지 않을 떄도 있어. 공격에 몰려서 위험에 처할 때도 있지. 아무런 방법도 없을 때는 일단 쓰러지지만 않고 공이 울릴 때까지 버틸 생각만 하면 돼."

쓰러지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공은 울린다.

왠지 명언 같은 말이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 p.91 (브레이크 포인트)중에서

 

인생의 고난을 버티다 보면, 언젠가 공은 반드시 울리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오게 된다. 지금 자기의 상태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삶의 명제가 된다. 나의 지금 몸 상태는? 나의 정신 건강은? 나의 행복 지수는? 그런 것을 모두 자로 잰듯 정확하게 잴 수는 없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느낌으로 내가 대략적으로라도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링 위에 올라있는 지금, 상대와 어떤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은 반드시 울린다. 그것이 희망이 된다.

 

5.

 

'뉴스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에 사이렌 소리 들렸잖아. 그게, 우리 집 근처 우체국에서 불이 났나 봐. 우편물이 다 타버린 모양이야. 그렇다고 딱히 무슨 상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부재중 전화에 녹음하는 거야. 이젠 젊지 않으니까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나도 부상 확실하게 치료할게.'

 

바보…….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체국에 화재가 났는데, 뉴스에 안 나올 리가 없잖아.

- P.134  (운동 바보) 중

 

헤어지겠다는 편지를 보낸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보낸 부재중 전화의 메시지. 결국, 헤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겠지. 결국, 주인공의 헤어지곘다는 마음은 진심이 아닌 것으로. 이렇게 보면, 따뜻한 이야기인 것도 같고, 덤덤한 이야기인 것도 같고,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다양한 심정을 『막차의 신』은 보여준다. 결국 이런 결론이 난다. 파멸이나 파탄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시작만 있을 뿐.

 

 

6.

 

막차의 신, 내가 타면 그것이 막차

어떤 전철이든 그것으로 최후이자 최종 종점

막차의 신, 내가 타면 그것이 종점

그것이 인생, 더는 앞으로 못 가는 막다른 길.

- P.212 (고가 밑의 다쓰코) 중

 

결국 내가 가는 길이 마지막 길이 되겠지.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기지일 거다. 그런 와중에 세상은 점점 안전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안전하기에 조금 더 덜 불안하게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느새 플랫폼에는 분필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제 곧 이 선이 그려진 곳에 가로막이 쳐지고 스크린도어가 만들어진다.

내가 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인사사고가 몇 번이나 발생했지만, 이제 이 역에서는 두 번 다시 선로에 떨어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손에 화장품 파우치를 들고, 나는 눈물에 흐릿해진 노란색 분필 선을 따라 걸었다.

- P.314 (스크린 도어) 중

 

스크린도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전철역에서 설치되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우리는 안전을 위한 예방을 부르짖고 있다. 「스크린도어」에서는 생명의 은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나라에서 종종 생명을 구한 의인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뉴스들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을까?

 

『막차의 신』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일상생활에 대한 판타지 같기도 하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지만, 왠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 분명,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소설들이어서, 마음은 편안하면서 왠지 안전이라는 테두리에 나를 맡긴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막차의 신』에 드러난 현실이, 실제 현실이 되기를,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도 꼭 일어날 수 있는, 진짜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그러한 현실은 이미 진행 중인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가까이서 아름다운 현실의 이야기가 들렸으면 좋겠다.

 

실제 막차를 타 본 지는 오래되었지만, 나는 인생의 막차를 매일 타고 있다. 그 막차에 나를 실고, 조금은 여유있게 막차인생을, 신나게 타고 싶다. 그 현실이 조금은 버겁더라도,조금은 힘들더라도, 그리고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이 어둠에 꽉 차 있을지라도,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많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그런 막차를 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을 통해 소소의책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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