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http://blog.yes24.com/document/10761735
책 “다녀왔습니다_ 뉴욕 독립서점: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공간의 비밀”: http://blog.yes24.com/document/10704726
공부하느라 칩거할 때가 많아 sns는 내 친구인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그 중 트위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트친들이 무심히 던진 꿀팁을 꽤나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게 된 ‘도깨비책방’ 행사. 오프라인+온라인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온라인에서는 문화생활 관련 티켓을 인증하고 받고 싶은 책을 선택하면 확인 후 그 책을 (나랏돈으로 구입해) 보내주는 행사다. 문화경험을 ‘공공재’로 보고 출판사도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착하고 똑똑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공연 관람 티켓은 넘쳐나므로 얼른 신청했다. 마침 목록에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이 책, 안 그래도 책방 관련 서적을 몰아 읽고 있는 요즘이라 출간 당시 자주 눈에 띄어 궁금하던 이 책이 고맙게도 들어 있어서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책으로 선택해 받아보았다.
출판업계에 있다가 몇 년 전 시애틀로 이주해서 식당 일을 하고 있다는 저자는 시애틀에서 지내는 김에 작은 책방 투어 기록을 책으로 묶자는 기획 제안을 받고 저자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이런 좋은 기획을, 역시 ‘유유출판사’!!). 출판업계 어려움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저자라 책 속 생각이나 문장들이 다소 까칠하게 느껴졌다. 시애틀 책방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책방지기와 인터뷰를 수행하면서도 ‘요즘 같은 시대에 작은 책방을 오래 운영할 수 있겠어?’와 같은 의구심을 항상 깔아두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실제로 책 출간을 준비하는 사이 책에서 다룬 미스터리 서점이 없어지기도 했다. 책방지기가 폐점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적은 글을 책 말미에 실었는데 한국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책과 한국출판업계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고 요즘 한국에 부는 작은 책방 열풍을 (우려 섞어) 관심 가지고 따라오면서 시애틀 책방과 비교해보고 있어보였다. 덕분에 시애틀의 오래된 좋은 책방들에 관한 이야기, 책방지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덤으로 (언제 시애틀에 가보겠냐며) 책방 사진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는 전문 서점은 독자와 저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서점에 들어왔을 때, 자신이 어떤 책을 좋아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점이 책과 독자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제이 비는 독자에게 늘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정말 독자가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려면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점 주인과 직원은 책의 줄거리뿐 아니라 각 책의 관계도 잘 알아야 한다. 책을 꼭 다 읽지 않았더라도 ‘그 책’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이 책’도 좋아할 것임을 아는 것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책과 저자 모두를 잘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책을 팔 수 없습니다. 책과 독자의 관계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의 관계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 이곳을 찾는 독자는 이미 미스터리 독자이고, 서점 직원이 가진 미스터리 지식과 결합해서 독자 한 사람을 기반으로 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전문 서점은 일반 서점에 비해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더 넓고 깊다는 것도 그가 꼽은 전문 서점의 특징이다.“ 38-39쪽.
작년과 올해 책방에 관한 책을 몰아 읽으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했기에 공감했다. 최근 “알쓸신잡3”에서 김영하 작가가 속초 작은 책방들을 다녀온 후, 그리고 유시민+유희열이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다녀온 후 비슷한 취지 이야기를 했다. 책덕후로서 오프라인 작은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그 장소 만의 큐레이션을 따라 책등을 구경하면서 우연히 몰랐던 책을 만나는 일은 매우 큰 기쁨이며, 여력을 내어 책방 투어를 하고 도서관에 자주 찾아가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이대 앞에 “미스터리유니온”이 있는데, 미스터리 같은 장르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그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관련 서적을 한 군데에 모아두는 미스터리 서점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일까 싶다. 비오는 금요일 저녁 “미스터리유니온”에 갔을 때 벙개처럼 모인 애호가들이 낭독회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멋지고 훈훈해보였다. “서울 작은책방- 이대 산책기(초원서점, 퇴근길책한잔, 미스터리유니온, 프렌테, 위트앤시니컬)”: http://blog.yes24.com/document/9801624 이런 맥락에서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건강한 독서 생태계를 위해 규모는 작지만 컨셉 있는 오프라인 책방이 살아남도록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서점의 단골손님이 만든 ‘컴퓨터과학 북클럽’, ‘사용자경험 북클럽’도 있다. 이런 주제의 독서 모임을 꾸리고 싶다고 제안해서 만들어졌는데 현재까지 아주 성공적이다. 대니엘은 서점 직원과 손님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다양한 독서 모임으로 이어가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설과 논픽션, 프로그래밍 실용서, 고전까지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사람이 모이되 서점이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서점을 통해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게 그거예요. 서점은 서로 다른 관심과 욕망을 가진 공동체 구성원이 모이는 장소여야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인 장소여야 합니다. 독서 모임은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확실하고 강력한 원동력이죠. 그 외에도 저희는 매달 특별한 행사를 엽니다. 다음 주에 열릴 행사 주제를 ‘기후 변화’로 정했어요. 저희는 이 주제로 강의할 사람을 구하고 장소를 제공하죠.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을 비롯해서 과학기술 관계자가 모일 수 있도록요.”" 97쪽.
이 책방 역시 정확히 ‘이과 서점’을 표방하며 과학에 관한 교육과 담론 형성 장 역할을 하는 곳이라 흥미로웠다. 책방투어를 다닐수록 어차피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신간 베스트셀러를 자리도 좁은 작은 책방에 돈 들여 구비해둘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책을 함께 판매하는 일은 당장 책방 운영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책방 만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실패해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부수적으로 베스트셀러 표지 사진을 찍어가 sns에서 읽은 척하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 일부 고객의 행태에 책방지기가 분노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출판사와 동네서점 콜라보로 거기서만 살 수 있는 책을 제작해 판다든지 행사를 하는 흐름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작은 책방이 신간 베스트셀러를 취급하지 않고도, 자리 잡기 전 초반 2, 3년 동안 겪을 재정적 위험을 견딜 수 있어야 할 텐데 폐점하는 책방들을 보면 그 시기를 견디기가 어려워보였다.
“(서드플레이스) 이 서점의 명칭은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가 자신의 저서 ”참 재미있는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이야기하고 로버트 퍼트넘이 “나홀로 볼링”에서 언급한 사회 환경으로서 ‘제삼의 장소’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책들에 따르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에게는 일상적인 사회 환경인 가정과 직장 또는 학교 외에 제삼의 장소가 필요하다. 올덴버그는 카페, 교회, 클럽, 공공도서관, 공원 등을 예로 들면서 시민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등에 이 제삼의 장소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삼의 장소는 공동체 생활 영역과 창의적인 소통을 더 넓히고 강화하는 ‘닻’같은 것이다.
올덴버그는 제삼의 장소 특징으로 이용료가 무료이거나 저렴할 것, 꼭 필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음식과 음료가 구비되어 있을 것, 많은 사람이 걸어서 접근하기 좋을 것, 자주 모이는 정기 방문자,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새로운 사람과 오래된 사람이 함께할 것 등을 꼽았다. 서드플레이스 북스는 아이디어와 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으로 1998년 레이크포레스트파크에 처음 문을 열었다.“ 214쪽.
굳이 작은 책방만이 아니더라도 개인주의화 되어 가는 현대에 마을공동체나 연대 회복 등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지칭하는 ‘서드플레이스(제삼의 장소)’라는 흥미로운 용어를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지난 가을 강정마을에 갔더니 꽤나 좋은 도서 컬렉션을 갖추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기에 흥미롭게 구경한 기억이 있다. 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그야말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는데 핵공감한다. 동질화, 획일화된 인간관계만 맺기 쉬운 현대에, 다소 낯선 사람들끼리 마음을 열고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서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그러한 제삼의 공간이 ‘책’을 취급하면 더 좋은 이유는 ‘공부-대화-연대’를 실천하기 더없이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작은 책방들은 지역의 오래된 서점이 폐점했을 때 안타까워하며, 의도적으로 그 서점을 인수함으로써 지역사회나 지역의 작은 상점과 긴밀히 연계하여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작은’ 책방은 구조적으로 ‘인터넷’ 서점의 편리함이나 ‘대형’ 서점의 규모와 경쟁하기에 애초에 불리하다. 가까워서 접근 가능한 편안한 공간을 유지하면서 모든 책이 아니라 컨셉 있는 책을 만나리라 기대할 수 있는 책방으로 운영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라는 교훈을 얻었다. 여담인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이 책방에 모여들어 울기도 하고 대화하며 공감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최근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독립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저도 유행에 따르는 의미로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어 보았는데, 특별히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합니다. 시애틀에 있는 여러 동네 서점들을 돌아다니고 주인들과 인터뷰를 한 책이지요. 그런데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에는 광적인 미스터리 팬을 위한 곳이라기보다 평범한 미스터리 독자를 위한 공간인 "시애틀미스터리 북숍(Seattle Mystery Bookshop)", 아마존 본사 옆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책을 파는 "피터밀러 북스(Peter Miller Books)", 아마존 편집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퀴즈쇼 제퍼디의 7번 우승 상금으로 서점을 낸 톰 니슬리의 "피니 북스(Phinney Books)",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딴 "에이다스테크니컬 북스(Ada's Technical Books)", 단 하나 있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자 지역에 오래 살아온 세 사람이 합심해 연 서점인 "퀸앤 북컴퍼니(Queen Anne Book Company)", 미국에 단 세 곳 있는 시집 전문 서점 중 하나인 "오픈 북스(Open Books)", 요리책 전문 서점인 "북 라더(Books Larder)", 조합원 소유의 서점이며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과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레프트뱅크 북스(Left Bank Books)", 독립 출판도 겸하고 있으며 고서점 성격이 강한 "애런델 북스(Arundel Books)" 등이 등장합니다. 각각이 다 개성이 강한 서점인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서점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에이다스테크니컬 북스"는 이름부터 참 마음에 드는 서점입니다.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라는 책에도 등장하는 바로 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땄으며 무려 "테크니컬 북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서점이 저자 초청 행사를 열면 소설가나 좀 대중적인 책을 쓰는 작가를 초대하지 기술 서적을 쓰는 저자를 초대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이 서점은 바로 그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여성 작가가 쓴 과학 소설을 읽는 독서모임>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독서모임도 꾸준히 열리는 곳입니다. 제가 다음에 시애틀에 간다면 꼭 들르기로 결심한 1순위 서점입니다.
또 "퀸앤 북컴퍼니"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단골 손님은 서점에 아예 카드 번호를 주어, 손자 손녀가 서점에 와서 원하는 책을 고르면 그 번호로 결제하게 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걸 '할머니 할아버지 구좌'라고 부르며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저 이 책 읽을래요!'하고 가져간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광경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책의 맨 뒤에 실린 시애틀미스터리 북숍을 끝내며 쓴 제이 비의 글과 저자의 맺음말도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책을 기획해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했던 사람으로서 책과 서점의 필요를 역설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을 그 일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책이나 서점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자문해 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에 찌든 이에게 잠깐의 단잠이나 산책보다 책 읽기를 권할 만큼 확신이 있나 스스로 의심했다. (p.252)
저자의 맺음말을 읽으면서 나에게 책과 서점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과 서점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떠올릴 수 있는 책이라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서점이란 존재의 의미에 관하여
세상 어느 곳에서나 헌책방은 있다.
저작권료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출판 생태계를 교란한다며 종종 눈칫밥을
먹지만 책이 단지 잘 팔리는 상품으로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
혀 널리 퍼지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면 헌책방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신간을 주로 다루은 서점은 도매상이나 출판사에서 책을 위탁받아 판매
하기 때문에 팔리지 않으면 반품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헌책방의 책은
손님이 돈을 내기 전까지는 헌책방 주인의 재산이다.
헌책방 책이 서점 주인의 장서이기도 하다는 말은 책이 서점 주인과 각별
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시애틀에도 헌책방이 여럿 있다.
아마존의 도시 시애틀은 역설적이게도 독립서점의 도시이기도 하다.
독립서점의 날을 운영하고 참여하는 사람은 서점은 단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서점을 지역 사회의 거점이자 열정적인
독자가 운영 주체가 되는 지역 문화의 닻, 뜻밖의 발견을 무한정 품고
있는 우주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언제든, 심지어 싸고 손쉽게 책을 구할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
에 서점이 여전히 있고 점점 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서점은 상품 말고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는게 아닐까. 서점은 많은이가 모일 수 있도록 공
간을 제공하고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가치나
생각과 사상을 품고 있으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만나게 하고 마음
이 필요로 하는 책을 건네 받는 곳이다. 독립서점의 날은 그런 일을 한번
해 보도록 꼬득이는 역할을 한다. 매년 4월 마지막주 토요일이 그날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가 기세 좋게 세상을 점령해 나간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온라인 업체는 많은 이에게 더 많은 물건을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가져다 줬다. 그런 세상을 보며 한탄하는 사람은
오프라인 매장과 이해 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매장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우리는 그저 순응해야 할 뿐
이라고.
그렇다면 서점은 왜 달라야 하는가?
시애틀의 서점을 둘러본 이 책은 서점을 좋아해서 해오까지 나가 예쁘고
재미있는 서점을 찾아다닌 이야기라기 보다 출판사의 제안에 따른 취재
기이다. 하필 시애틀인 이유는 이 년 남짓 살아 본 경험으로 다른 곳 보다
덜 낯엇어서고, 하지만 취재를 자처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약간의
사심을 얹어 과연 서점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나 궁금했다.
오륙년후 사라졌던 오프라인 서점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환경이 달라지고 독자가 달라졌으니 돌아온 서점도 다른 모습이었다.
온라인에 먼저 문을 연 유어마인드는 독립 출판물을 유통하는 채널이었
다.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팔리지 못한 책이나 개인 홍보나 자족의
목적으로 소수가 펴내는 책을 팔았다. 적게는 몇십 부, 많아도 몇백부를
넘지 않은 소규모 독립 출판물이 대상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공간과 상품과 사람이 필요한데, 과연 책을 팔아서
가게 세도 내고 먹고 살 수 있는 걸까하는 걱정, 어쩐지 미덥지 못한 마
음도 있었다.
그런 의구심에도 덥석 시애틀의 출판계 종사자는 어떻게 먹고 사는지
정말 궁금 했다. 출판업과 책과 서점이 처한 현실이 우리와 얼마나 같
고 다른지도 궁금했다. 시애틀의 출판 종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
는지 혹시 어떤 비법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 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 삶에 거리를 둘 수 있었고 그제야 타인과 세상이,
무엇보다 내가 더 잘 보였다.
삶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과 삶을 더 잘 살기
위함, 그게 바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