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지각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목 시계를 보면서 열심히 뛰고 있지만, 그 뒤를 좇는 악어의 모습을 보니 선생님의 지각 사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보니 오히려 선생님의 지각을 통하여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에 앞서 아이에게 이 책이 그러한 내용이 아닐까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선생님의 손목 시계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는 딸의 모습에서 책을 읽기도 전에 웃음을 터뜨렸다. 요즈음 장난감 시계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시간에 대한 내용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곧바로 손목 시계가 아이의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래서인지 딸이 이 책에 곧바로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책장을 여는 순간 이내 이루리 작가(그림책 전문 서점 프레드릭의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빵 터지게 된다. 바로 선생님의 이름을 아래와 같이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샘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 [지각 대장 샘]에서 '샘'은 '선생님'의 줄임말이 아니라 주인공의 성이 되는건가?
아재 개그 같은 느낌이 풍기지만, 이 이름을 반복해서 아이에게 들려주니 나름의 리듬감에 아이도 이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샘은 왜 지각을 하는 것일까?
출근길에 악어를 만나서 가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심지어 사자를 만나서 사자의 장난으로 인하여 샘은 어쩔 수 없이 지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정을 설명하지만, 아이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더구나 나중에는 강물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가방으로 파도타기를 하느라 늦었다는 샘의 변명은 분명 아이들에게는 쉽게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림책이기에 가능한 이러한 설정은 거꾸로 아이들에게도 일어나게 된다.
이번에는 샘이 지각하지 않았는데, 교실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침팬지들이 들어와서 아이들을 잡고 놔주지 않는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상황은 곧 샘의 재치로 인하여 이내 종료되면서 아이들은 그동안 샘이 겪었던 일이 거짓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지각 대장 샘]을 딸과 함께 읽고 나서 나는 다시 부연 설명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작품이 지각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시간 약속에 대한 교훈을 전하는 책이라고 설명하였는데, 그것보다는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고 그것을 신뢰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샘이 출근하며서 그에게 일어난 일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쉽게 믿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벌써부터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일단 신뢰하는 것이 더욱 필요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사실 말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의 한류를 이끌고 있는 북극곰 출판사의 [지각 대장 샘]은 다시 한 번 그림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내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과 더불어 작가의 재치있는 글은 이런 교훈을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각 대장 샘
/ 이루리 글 /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그림 / 북극곰
/ 2018.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