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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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트위터

그 애매한 마음들이 남겨놓는 넉넉한 거리가 좋아서

리뷰 총점 8.5 (10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67.1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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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제목뜨고 지는 플랫폼의 세계, 뜨고 지는 힘들의 사이에서 우리는... 아무튼, 트위터 평점7점 | k******i | 2018.10.14 리뷰제목
90년대 어느 쯤인가에 하이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후배가 이런저런 기계적 작업을 해주고 직접 프린트한 매뉴얼을 건네주었다. 잠실에 있는 오래된 주공아파트에서 남동생과 함께 살 때였다. 나와 나의 친구들과 선후배들,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 심지어 당시에는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그 아내의 친구들까지 집에 드나들 때였으므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리뷰제목

  90년대 어느 쯤인가에 하이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후배가 이런저런 기계적 작업을 해주고 직접 프린트한 매뉴얼을 건네주었다. 잠실에 있는 오래된 주공아파트에서 남동생과 함께 살 때였다. 나와 나의 친구들과 선후배들,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 심지어 당시에는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그 아내의 친구들까지 집에 드나들 때였으므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내게 하이텔을 권유하고 설치를 도운 후배의 이렇게라도 세상과 소통하라던 말이 기억난다.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은 웨딩플래너가 되어 결혼식을 진행하는 꿈을 꿨다(가자기 웬 웨딩플래너인가 싶지만 꿈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런데 결혼식 당일 신랑이 도망쳐버려 신부만 입장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랑이 도망쳤으면 결혼식이 무산돼야지 신부는 왜 입장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절망에 빠져 ‘오늘 일 망했다’는 얘기를 트위터에 썼다. 그러다 이게 다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야, 나 꿈에서도 트위터 하고 있네. 일어나면 꿈에서 트위터 했다고 트위터에 써야지.’“ (p.10)


  당시 하이텔에는 전체 이용자를 위한 통합 게시판이 있었고, 채팅방이 있었고, 누군가와 쪽지를 주고 받을 수 있었고, 동호회를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채팅방을 들락거렸고, 그러다 매일 같은 이름으로 개설하는 채팅방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상에서의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들 중 몇몇 과는 여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텔 이외에도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과 같은 PC 통신 플랫폼이 있었다.


  “소통하고 싶지만 소통하고 싶지 않은 마음. 혼잣말이지만 혼잣말은 아니면서 혼잣말인 말. 무언가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만 그 말에 꼭 반응을 기다리지는 않는 상태. 그런 나의 애매한 상태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나는 자주 트위터로 도망쳤다. 어떤 말에 반응하고 어떤 말을 모른는 척해야 할지 귀신같이 아는 사람들로 가득한 타임라인. 공을 물고 달려와 던져 달라는 시늉을 하면서도 정작 가져가진 말라며 공을 입에서 놓지 않는 개를 닮은 마음들이 가득한 곳.” (p.27)


  4대 PC 통신의 시절이 저물고 등장한 것은 프리첼이었고, 많은 동호회들이 그리로 이동하였다. 프리첼은 오래 가지 않았고 이후 세이클럽과 싸이월드가 등장했다. PC 통신의 많은 기능들은 이제 모든 웹 사이트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옵션일 뿐이었다. 통합된 옵션들은 분화되기도 하여서 메신저 기능은 특화되었고, 이 모든 일들은 이제 웹이 아니라 모바일에서 가능하다.


  “사람이 없어 쾌적하면서도 사람이 없어 외로운 이 양가감정. 그 마음들이 이전보다 트위터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특히 이상한 놈들이 우글우글한 트위터 한복판에서 부지런히 리스트도 만들고, 호감 가는 계정을 팔로잉하고, 멘션도 주고받고, 이상한 계정을 차단하면서 ‘어쩐지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나’에 취하는 것이다.” (p.90)


  하이텔의 시절로부터 이십여 년이 흐른 현재 내 스마트폰 화면에 깔려 있는 SNS 어플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이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유시키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한다. 밴드에 올라온 소식을 통해 오래전 몸담았던 대학 동호회 선후배 소식을 청취하고, 여동생의 생일과 조카들의 생일을 늦게나마 알게 된다.

  “SNS에 몰두하면 우울해진다고들 한다. 자신이 행복한 순간만을 선택적으로 전시하기 때문에 남의 SNS를 보면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처럼 보여서 내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 싸이월드가 한창 흥하던 시절부터 꾸준히 있었다. 나는 대체로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적어도 트위터만큼은 거기서 예외가 아닌가 생각한다. 트위터에서 타인의 계정을 보면서 느낄 박탈감이란 게 있다면, 이런 것이다.

 

  1. 나는 왜 저런 재밌는 드립을 치지 못하는가
  2. 나는 왜 일본 여행 중이 아닌가
  3. 나만 고양이 없어!“ (p.127)


  넵스터에서 세계의 곳곳에 있는 유저들로부터 음악을 다운받은 것이 엊그제 일만 같은데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오랜 시간 트위터를 이용한 작가의 트위터 사용법과 감상법이 나름 의미 있어 보인다. 파워 트위터리안인 이외수의 글 단풍으로 요즘 SNS가 떠들썩하다. 아둔하고 시대착오적인 힘들이 뜨고 지는 것을 지켜보아 왔다. 진짜 힘 있는 것은 플랫폼일 뿐 그 안의 작은 힘들은 언제든 뜨고 진다. 아니구나, 실은 플랫폼도 뜨고 진다.

 


정유민 / 아무튼, 트위터 / 코난북스 / 140쪽 / 20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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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트위터를 사용하시나요?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m*****u | 2021.06.06 리뷰제목
나에겐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안할수 없는 sns인 트위터아무튼시리즈를 좋아해서 아무튼 트위터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트위터를 사용하고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트위터를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삭제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트잉여들만의 이야기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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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안할수 없는 sns인 트위터
아무튼시리즈를 좋아해서 아무튼 트위터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트위터를 사용하고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트위터를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삭제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트잉여들만의 이야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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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나요?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e***2 | 2018.10.16 리뷰제목
한참 트위터가 인기일 때 도대체 왜 다들 트위터를 붙들고 있나 궁금해서 계정을 했었다. 하지만 핑핑 돌아가는 타임라인도 이해가 안 가고, 강아지(고양이)도 안 키우고, 140자로 생각을 표현하기에 필력도 위트로 딸려서 금방 포기했다. 사실 난 트위터고 페이스북이고 블로그고 SNS에 그리 능숙한 사람은 아니다. 요즘 블로그를 열심히 하지만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목적보다 그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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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트위터가 인기일 때 도대체 왜 다들 트위터를 붙들고 있나 궁금해서 계정을 했었다. 하지만 핑핑 돌아가는 타임라인도 이해가 안 가고, 강아지(고양이)도 안 키우고, 140자로 생각을 표현하기에 필력도 위트로 딸려서 금방 포기했다.
사실 난 트위터고 페이스북이고 블로그고 SNS에 그리 능숙한 사람은 아니다. 요즘 블로그를 열심히 하지만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목적보다 그저 내가 읽은 책을, 내가 가본 곳을 기록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그래서 열심히 SNS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때도 있다.

2010년 회사 업무 때문에 반강제로 처음 트위터를 개설하고 그 후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 트잉여가 되었다는 ‘호밀밭의 사기꾼’의 트위터 사용기 <아무튼, 트위터>를 읽으며 트위터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트위터는 내가 생각했던 대도시와 가장 닮았다. 우리는 언제든 서로를 무심히 지나쳐 갈 수 있다. 원한다면 교류할 수도 있고 때론 ‘친구’가 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툭 던진 정보를 획득해도 굳이 그에 보상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익명성의 가치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의 영역을 존중받는 것이다. 무관심이라 해도 좋다. 그로 인해 나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트위터에서 새로운 나를 생성한다는 것이 진실되지 못한, 가식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트위터는 내가 가장 나인 태로 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 <이름이 없는 천국>

오늘도 SNS 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자기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 놓으며 현실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누빈다.
나는 고양이도 없고, 여행도 자주 안 가고, 요리도 잘 못하고, 촌철살인하는 말빨도 없어 오늘도 그냥 타임라인을 쑥 훑고 지나만 간다. 하지만 누군가와 생각과 마음을 나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건 사실이다. 혼자만 열심히 하는 블로그지만 누군가 덧글을 남겨주거나 공감을 눌러주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싶어 반갑기도 하다. 그래서 SNS를 방치해두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하나보다.
나는 아직 온라인상에서 얼굴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게 익숙하지는 않다. <아무튼, 트위터>를 읽으면서 조금은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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