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버튼 출판사 김여진 작가님의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우울증으로 힘들 때 지인의 추천으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인스타 감성으로 마냥 위로만 해주는 글이 아니라 좋았어요. 다만 사랑 관련된 글이 많아 그 점은 아쉬웠습니다. 잘 봤어요.
인간이 인간답지 못할 때가 불안을 느낄 때이다. 지극히 동물와 가까워지며, 몸서리 쳐질 때, 이유없이 맹목적으로 불안이 엄습해 올 때 우리는 무언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다가가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규칙은 그렇게 불안이라는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불안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돌아간다. 겸손이라고 말하는 추상적인 언어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을 느낄 때 이불로 피신하는 한 소녀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사람마나 느끼는 그 감정은 그렇게 억눌렸던 마음 , 숨기며 살았던 나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며,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언제까지 베개에 고개를 처 박고 울건지, 누군가의 어깨를 맘 편히 적셔본 기억을 찾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 (p21)
운다는 것은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거 아닐까, 눈물은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혼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우리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순간 아이가 되어간다. 솔직해지려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눈물을 흘리는 건 어떨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
' 나 지금 숨이 안 쉬어 ㅏ어라어ㅣ루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문자 전송을 누르지 못하고 다시 나를 보았다.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줄무늬 잠옷을 이고 있네? 나는 갈색 티셔츠를 입고 잠들었는데?
알아챈 순간 아주 천천히 눈이 떠졌다. (p26)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슬퍼한 그 순간 우리는 슬픔이라는 심연의 늪에 빠져든다. 숨쉬기 힘든 그 순간에, 갑자기 그 감정이 흔들릴 때가 있다. 모순된 그 감정, 이 문잔 속에 오롯히 담겨진다. 그건 나의 영혼이 감성에서 이성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운 감정은
강점일까
감점일까 (p44)
안 좋은 기억 열 개가 있어도 좋은 기억 하나가 있으면 그 하나의 기억이 확장되어 힘을 얻어 버티고 견디며 사는 거 아닐까. 불행은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머릿 속 사건 사고 기억 파일은 수시로 리섹이 되는데 행복한 순간의 모습은 오래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p50)
"아빠는 말이야, 간다면 가고 온다면 와. 그건 꼭 지켜.'올 수 있어?' 했을 때 '응 갈께' 머리 안 쓰고 한 번에 대답이 나오는 관계 있지? 그러면 가,늦더라도 가.'(p68)
"친구들이 '괜찮아?'라고 질문하는 게 싫어요?"
"네, 싫어요"
내가 답을 하자 금방 되돌아논다.
"그러면 '안 괜찮아?'라고 묻는 건 어때요?'
대답 대신 눈물이 쏟아진다.(p86)
만남과 헤어짐, 가까워짐과 멀어짐, 우리의 인생 속에는 이 두가지가 교차된다. 때로는 그 멀어짐이 저 먼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그로 인해서 느끼는 감정은 나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봇물 터지는 그 감정, 눈물이 난다, 슬프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감정은 나 스스로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니 모른 채 나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어 , 야생 속에 어린 새끼 양이 되어 버린다.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불안이다. 누군가의 불안을 마주할 때 그 불안은 나의 잊혀진 불안을 끄집어 내고, 그로 인해 나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다. 치유된 줄 알았던 그 상처가 다시 나에게 또다른 아픔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최근에 본 책 제목 중에서 가장 끌리고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던 제목이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다. 글자로 보면 같은 다섯글자다. 만약 우리나라 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아마 같은 모양의 글자일 것이다. 하지만 띄어쓰기에 따라 같은 다섯글자가 다른 의미가 된다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 제목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 같다. 저자는 불안함이 몰려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속에서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이런 제목이 탄생한 것 같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는 저자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사랑하고 헤어진 이야기, 친구와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등등 짧은 이야기들이 모두 이불 안에서 쓰여진 글들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일기같고 감성적인 글을 읽다보니 마음에 드는 말들이 있다. 아버지는 사람의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단다. 망투와 음성에서 주는 느낌만 봐도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알 수 있다고. 그래서 저자는 사랑하고 헤어지고 나면 모습보다는 목소리가 더 그리울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잘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요즘은 연애할 때도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별하고 그립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문자보다는 전화를 이용해 목소리를 들려주라고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의 글들은 약간 우울하면서 그 끝도 모르는 깊이로 빠져들기만하는 듯 보인다. 우울함이 글 속에 그대로 읽히는데 저자는 자신이 20대 후반에 우울증을 앓았고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심리 상담 박사를 찾아가 상담 받았지만 큰 효과가 없는 듯 두어 번 갔다고 한다. 너무 뻔한 대답과 마지막은 눈물을 흘리는 상담 과정이 끝내고 박사님의 말씀대로 좋아하는 장소에 자주 가고 해를 많이 보라는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어떤 상담과 해결 방안보다 누군가가 옆에 앉아 있기도 했으면 바랐다. 그 누군가의 온기가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누군가의 빈마음을 채워주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게 하는 것 같이 가끔은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곧 그 사랑도 식어버리고 현실이 되고 또다른 사랑을 찾게 되고 반복되는 사랑이 된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읽으면서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같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이럴 땐 이럴 수 있겠다는 등등의 감정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