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웨터
공유하기

아무튼, 스웨터

김현 | 제철소 | 2018년 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7.6 (1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38.3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용안내
TTS 가능?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4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털실이 풀어내는 이야기 - [아무튼, 스웨터]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o | 2024.11.24 리뷰제목
털실이 풀어내는 이야기<아무튼, 스웨터>를 읽고"<아무튼, 스웨터>를 가졌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야기꾼입니다."  올해는 내가 ‘이 책’을 언제 읽었을까? 해마다 찬 바람이 코 끝을 스칠 때면 책장에서 꺼내 읽어왔는데, 그러고보니 어느덧 칠 년이 다 되어간다. 책 안팎에 행해진 것들이 말 그대로 ‘핸드메이드’이다. 글쓴이가 선택한 ‘스웨터’라는 주제를 실뭉치라고 한다
리뷰제목
털실이 풀어내는 이야기
<아무튼, 스웨터>를 읽고


"<아무튼, 스웨터>를 가졌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야기꾼입니다."

  올해는 내가 ‘이 책’을 언제 읽었을까? 해마다 찬 바람이 코 끝을 스칠 때면 책장에서 꺼내 읽어왔는데, 그러고보니 어느덧 칠 년이 다 되어간다. 책 안팎에 행해진 것들이 말 그대로 ‘핸드메이드’이다. 글쓴이가 선택한 ‘스웨터’라는 주제를 실뭉치라고 한다면, 그가 펜 혹은 키보드라는 바늘을 놀려 스웨터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떠서 한 벌의 옷을 지어낸 것처럼 하나의 큰 책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스웨터와 뜨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듯 뜨개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는 왠지 이 책의 자매품과 같은 책 『아무튼, 뜨개』를 추천하며, 나로 하여금 제철마다 서랍장에서 겨울옷을 꺼내는 기분이 들게 스웨터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책표지를 바라본다.
  에메랄드빛 스웨터 한 벌이 그려져 있고, 꼬리표 정보 중에서 ‘올해 서울의 첫 스웨터는 언제 관측되었을까?(136쪽)’라는 한 문장이 유독 눈길을 끈다. 아무튼 시리즈의 부제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한 해의 첫눈이 내리는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듯이 누군가 어디서 스웨터를 그 해 처음으로 입은 모습을 궁금해하는 일, 그동안 ‘관측’은 일기나 천체의 변화를 살펴보는 정도로만 여겼는데, 저자는 시인답게 특유의 시 감수성으로 스웨터를 관측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 책을 펼쳐 보풀이 약간 일어났을지언정 단정하게 스웨터를 차려입은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연을 풀어내본다.

“어디서 그렇게 거지 누더기 같은 옷을 샀어?” 자주 얘기하던 어머니도 터틀넥 스웨터 앞에서만큼은 늘 “따뜻한 거 잘 샀네.”라고 말했다.(54쪽)

  스웨터는 작가를 자칭타칭 ‘패(션)피(플)’로 꾸며주는 매개체이다. 비록 사서 입은 옷에 대한 어머니의 인정은 인색할 때가 많았지만, 장인이나 기계가 만든 것처럼 완벽하진 않아도 자식들을 위해 정성과 시간이라는 씨실과 날실로 손수 뜨개질한 스웨터에 스민 완전한 사랑은 어머니만이 줄 수 있는 것임을 저자와 독자 누구든 모를 리가 없다. 스웨터에는 사랑과 같은 감정을 비롯하여 어느 계절과 어떤 사람 그리고 다양한 삶에 관한 이야기들, 즉 서정과 서사가  배어 있다. ‘배추가 달큰해지는’ 겨울뿐 아니라 봄, 여름, 가을에도 기온에 맞춰 스웨터를 골라 입는 사람을 알게 되거나, 아직 할머니가 아님에도 ‘할머니 쉐타’를 자주 입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보게 된다.
  또한 ‘라플란드 스웨터’를 입은 사람에게선 어린 마음과 더불어 산타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으며, 스웨터를 입은 사람의 기분에 따라 옷깃에 내장된 LED등의 색깔이 변하는 첨단의 ‘무드 스웨터’의 존재도 알게 된다. 이토록 다채로운 스웨터의 세계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옷, 그러니까 입는 일은 먹고 자는 행위와 같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또 답을 내린다. 수많은 옷 가운데 스웨터만큼 인간적인 옷이 있을까, 각기 다른 패턴의 스웨터는 얼마나 서로가 다른 인간임을 알려주는 것인 동시에 누군가의 인간성마저 확인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스웨터를 즐겨 입는 사람이지, 스웨터를 전공한 게 아니라서 이 책을 쓰기 위해 스웨터의 종류마다 제각각 품고 있는 서사를 하나씩 공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사물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알아야만 아무튼 시리즈 세계에 동참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오히려 스웨터의 물성뿐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음을 새삼 알려준다. 털실의 이름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그의 말이 1부 「ㅇㅇ 스웨터」에서 다양한 스웨터의 종류를, 2부 「스웨터의 ㅇㅇ」에서 스웨터와 연결된 것들을 거쳐 3부 「레아의 스웨터」에 이르러 결코 빈말이 아님을 증명해낸다. 레아의 스웨터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아무튼, 스웨터>를 꺼내 입으면서 다시 풀어보도록 하자. 그나저나 내 서랍장 속 진짜 스웨터는 언제부터 꺼내 입으면 좋으려나.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부르는 일은 얼마나 외롭지 않은 서사인가.(132쪽)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eBook 구매 아무튼, 스웨터/김현 평점9점 | YES마니아 : 골드 t*******2 | 2019.01.16 리뷰제목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뭘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겨울이란 계절에 맞게 스웨터를 먼저 읽기로 결정!?이 시리즈는 3개의 독립출판사가 힘을 합쳐 출판하는 조금 독특한 기획의 시리즈다. 생각만 해도 좋은 '무엇'에 대해 저자가 그에 대한 생각, 에피소드 등을 썼다. 지금까지 15~16권이 나왔고 앞으로도 쭉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한 권, 한 권 읽어봐야겠다.?아무튼!
리뷰제목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뭘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겨울이란 계절에 맞게 스웨터를 먼저 읽기로 결정!

?

이 시리즈는 3개의 독립출판사가 힘을 합쳐 출판하는 조금 독특한 기획의 시리즈다. 생각만 해도 좋은 '무엇'에 대해 저자가 그에 대한 생각, 에피소드 등을 썼다. 지금까지 15~16권이 나왔고 앞으로도 쭉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한 권, 한 권 읽어봐야겠다.

?

아무튼!

<아무튼, 스웨터>는 그야말로 스웨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스웨터를 만드는 털실의 종류도 다양했고 스웨터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저자의 추억들도 많았다.

?

☆☆
어릴 때 엄마가 털실로 떠주는 옷을 좋아했다. 매년 겨울마다 하나씩 떠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엄마의 뜨개질은 분명히 아주 멋진 결과물을 내게 안겨주곤 했다. 엄마의 스웨터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살 수 없는 유일한 것이었다.
☆☆

저자는 아마도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에 스웨터를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

스웨터는 피부에 닿으면 까칠하고 불편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정전기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스웨터는 이러한 불편함 못지않게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고, 때에 따라 누군가가 누구를 위해 직접 뜬 한 벌의 옷이라는 매력도 있다.

?

나도 스웨터를 좋아하지만,

아기가 있다보니 면 100프로 옷만 입은지 어느닷 3년째ㅠ 돌아오는 가을, 겨울엔 스웨터 한 벌 장만해야겠다.

?
☆☆
'아, 스웨터를 짜는 것은 편지를 쓰는 일과 같구나.'

스웨터를 짜려고 하는 이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털실도 바늘도 아니고 익혀야 할 것은 뜨개 기술도 아니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였다. 누구를 위하여 뜰 것인가. 받는 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뜨개질의, 스웨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

스웨터을 애정하는 저자의 스웨터에 대한 무한 사랑이 잘 드러나있다. 아무튼 시리즈의 처음을 잘 시작한 것 같다. 다른 시리즈도 너무나 궁금하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구매 스웨터입기 좋은 날씨 평점8점 | d****4 | 2019.01.03 리뷰제목
스웨터가 쉐타인 시절에도한번 떴던 스웨터실을 다시 풀어 좀 더 큰 몸에 맞게다시 뜬 붉은색 스웨터는 늘 겨울느낌이다.오래전 한 친구는 말했다.추운 겨울이 좋은 이유는 찬 공기 속에서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창은 열어 찬바람은 들어오는데 자신은 폭신한 이불에둘러싸여 빼꼼히 내민 얼굴만 빼고는 온 몸이 포근하고따뜻하다 못해 노곤한 느낌그래서 겨울이 좋다고 했다.이제야
리뷰제목
스웨터가 쉐타인 시절에도
한번 떴던 스웨터실을 다시 풀어 좀 더 큰 몸에 맞게
다시 뜬 붉은색 스웨터는 늘 겨울느낌이다.

오래전 한 친구는 말했다.
추운 겨울이 좋은 이유는 찬 공기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창은 열어 찬바람은 들어오는데 자신은 폭신한 이불에
둘러싸여 빼꼼히 내민 얼굴만 빼고는 온 몸이 포근하고
따뜻하다 못해 노곤한 느낌
그래서 겨울이 좋다고 했다.

이제야 그 느낌이 어떤지 알겠다.
겨울은 찬데 따뜻하다.
이 상반되는 몸의 느낌, 겨울풍경의 스웨터를 생각하면
알게 되는 느낌.

이 책에 실린 원래 지은이 소개의 말은 이렇다.
"겨울이면 무릎까지 눈이 쌓이던 곳에서 나고 자랐다.
...........
점점 크고 넓고 따듯한 스웨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스웨터의 종류와 설명 사람과 기억 그리고 추억
스윌 스웨터와 영진씨
카디건 스웨터와 H
페어 아일 스웨터와 그이
앙고라 스웨터 명신 비비안나 아니 그냥 할머니
터틀넥 스웨터와 그 시절 브랜드 베네* Gag 필 *
En*
코티지 인더스트리 스웨터와 구제 사랑 엄마

2002년 최신곡이었던 스웨터의 별똥별
스웨터는 2008년 해체했고
스웨터의 어떤 시절은 최신이었던 시절을 불러온다.
가장 뜨겁고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은 언제냐고 묻는다.
즐겨듣는 라디오 채널 팝 프로그램 진행자 쭌디는 말했다. 청취자들이 신청하는 노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략 어떤 시절에 음악을 많이 들었는지 알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노래들은 음악들은 끊임없이 탄생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기억에 남은 노래는
그 어떤 시절의 최신이고
그 최신의 시절이 가장 뜨겁고 젊고 빛나는 아름답고 반짝였던 시절이라고.

RHCP BSB 모니카 브랜디 브리트니 스피어스
N sync k-ci & jojo 알켈리 TLC 리앤 라임즈
이런 이름들을 불러본다.

아마도 최신이었을 그 시절

짝꿍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기쁨은 짧고 슬픔은 길다. 빛, 슬픔을 위한 사람"

스웨터 입기 딱 좋은 날씨

짝꿍이야기 끝 문장은 이렇다.
"스웨터를 입었다"

서로에게 애정을 가진 두 사람은 요즘,
지금쯤 스웨터를 입었을까.

기억이 많고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슬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겨울이 좋은 까닭을 딱 한 가지만 말하라면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할 수 있어서라고 하겠다.

겨울 솔직히 별로다.
옷 무겁 움츠리고 걷느라 히리 다리 목 아프고
난방하면 얼굴 말라 푸석거리고
이 죽일 놈의 추위
이제 눈도 하나도 안 설레는 나이인데다
도로막힘, 사고 유발, 걷기 불편, 각종 시설물 파괴 및 동파의 원인 낭만이 사라지면 이렇다.
그러나 겨울이 좋은 이유가 있다면 따뜻한 것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그 딱 한 가지.

겨울에는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해보자.

그래도 나는 가을이다. 가을이고 말고.
스웨터는 가을에도 봄에도 입을 수 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구매 엄마가 떠준 그때 그 시절의 스웨터는 여태 따듯하기만 할 것인데... 김현, 아무튼, 스웨터 평점7점 | YES마니아 : 골드 k******i | 2017.12.29 리뷰제목
“촘촘한 것은 촘촘한 대로 단정하고 성긴 것은 성긴 대로 자연스러우며, 아가일 패턴의 베스트와 페어 아일 패턴의 베스트는 같은 ‘장르’지만 각기 세련되거나 전원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p.12)   스웨터리 스웨터, 스윌 스웨터, 카디건 스웨터, 아란 스웨터, 맥시 스웨터, 페어 아일 스웨터, 집업 스웨터, 앙고라 스웨터, 터틀넥 스웨터, 틸던 스웨터, 코티지 인더스트리
리뷰제목

  “촘촘한 것은 촘촘한 대로 단정하고 성긴 것은 성긴 대로 자연스러우며, 아가일 패턴의 베스트와 페어 아일 패턴의 베스트는 같은 ‘장르’지만 각기 세련되거나 전원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p.12)


  스웨터리 스웨터, 스윌 스웨터, 카디건 스웨터, 아란 스웨터, 맥시 스웨터, 페어 아일 스웨터, 집업 스웨터, 앙고라 스웨터, 터틀넥 스웨터, 틸던 스웨터, 코티지 인더스트리 스웨터, 레이스 스웨터, 크리스마스 스웨터, 무드 스웨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스웨터가 있는 건가? 알아듣기 힘든 (내게는) 전문용어가 사용되니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할 정도였으니...


  "주는 것은 실을 뜨는 것이고 받는 것은 실을 푸는 것이다. 뜨는 시간과 푸는 시간을 맞추는 일, 그것이 연애고 (동거고 결혼이고) 사랑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최후는 뜨개를 나타나게 하는 것일까 뜨개를 사라지게 하는 것일까.“ (p.23)


  하지만 문장이 곱게 정제되어 있어 읽기에 나쁘지 않다. 아이템의 발굴과 저자 선정의 순서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순서로 (아니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의해) 책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작가의 문장과 스웨터라는 아이템이 어울린다. 그리고 많은 부분 이러한 어울림은 김현이 구사하는 딱 부러지면서도 감성을 놓치지 않는 문장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 엄마의 뜨개질은 분명히 아주 멋진 결과물을 내게 안겨주곤 했다. 엄마의 스웨터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살 수 없던 유일한 것이었다. 지금은 엄마가 어떤 색으로 어떤 패턴을 넣어 스웨터를 떠주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스웨터가 공산품의 그것처럼 천의무봉의 완벽함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것만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p.68)


  내가 여태 옷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엄마가 떠준 옷을 입어야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 스웨터를 돗구리라고 부르곤 했는데, 돗구리에는 자라목 모양을 한 옷깃 이라는 일본어 뜻이 있으니, 아마도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류를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엄마는 종이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숫자를 적어가며 여름 내내 뜨개를 했고, 엄마가 뜨개질을 하는 옆에서 나는 공부를 했고, 겨울이 되면 우리 삼남매는 그것을 입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감정에 쉬이 휩싸이는 사람이 되지 않는 과정일 테지만, 그때 감정에 휩싸이지 않음은 감정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낼 감정은 드러내고 감추어야 할 감정은 잘 감추는 인간으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이 둘을 헷갈려서 화병을 자초한다.” (p.90)


  심지어 엄마는 편물학원을 다니면서 강원도에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엄마가 실타래를 사오고, 그 실을 둥글게 마는 작업을 하는 동안, 양팔에 실타래를 걸쳐 놓고 얌전히 앉아 있고는 했다. 엄마는 스웨터 류는 물론 바지를 비롯해 모든 입을 거리를 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아내와 동생의 아내는 엄마가 뜬 개량 한복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뜨개 한복은 장롱 속을 전전하다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오늘은 길을 걷다가 길고양이에게 물을 떠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이들과 자주 마주쳤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는 계절의 말은 아마도 ‘상당히 상냥한 초겨울’이다. 초겨울의 상냥한 사람과 무심한 고양이와 달큰한 스웨터는 어쩐지 절묘하게 한통속 같다.” (p.107)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이 따듯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스웨터가 주는 따듯함 때문인지 스웨터 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엄마의 돗구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으로 손녀의 오색 한복을 뜨개로 만들었던 엄마는 조금씩 뜨개질로부터 멀어졌다. 엄마의 뜨개는 옷에서 피아노 덮개, 차받침 등으로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아예 멈췄다. 엄마가 떠준 무언가가 아직 집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 서울의 첫 스웨터는 언제 관측되었을까? 망원역 1번 출구 인근 세 사람 이상이 입을 때, 라는 기준은 공식적인 게 될 없을까. 당신이 무언가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드는 비공식적인 기준이 어떤 때는 세계 유일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pp.136~137)

 


김현 / 아무튼, 스웨터 / 제철소 / 179쪽 / 2017 (2017)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13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7.4점 7.4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