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능력 중 가장 떨어지는 분야가 '창의'일거다. 굳은 머리에 뭐가 나오겠는가... 팀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나의 의견이 기초가 되기보다는 팀원의 의견을 가다듬는 쪽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했었다. 좋게 보면 집단 지성이지만 다르게 보면 숟가락만 얹은 꼴이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카피라이터 관련 책을 더러 읽는다. 이들의 책은 보통의 책하곤 다른 결을 보인다. 독특한 면이 있다. 나와는 다른 두뇌 구조에서 나오는 반짝임! 카피는'한 줄의 미학'이다. 참 부럽다.
<카피 공부>란 책이 눈에 띄었다.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란 부제도 마음에 들었고... 'Since 1957, 60년간 사랑받은 카피 쓰기 바이블'이란 카피도 날 홀렸다. 뭔가를 건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광고쟁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기대하고는 많이 다른 책이다. 그냥 카피 광고와 관련된 이런저런 말을 모아 놓은 그런 책이었다. 시대의 감각에 많이 뒤쳐 있는 듯하고... 영어 단어의 유희에 의한 글도 많아 우리에겐 전달력도 떨어지고...
아무튼 광고업 관련 분에겐 도움될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대한 그런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괜찮다~라고 느낀 문장 몇 개 소개하는 걸로 이 책 정리를 끝내련다.
25 감정(emotion) 속에 움직임(motion)이 그토록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뿌리는 같다.
26 인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광고의 심장을 이해한 것이다.
34 광고는 메시지(message)가 되든가 쓰레기(mess)가 되든가, 둘 중 하나다.
69 질문을 명령으로 바꾸면 광고가 판매로 변한다.
72 수많은 카피는 확신에 불타는 것으로 시작해 바싹 타버리는(망치는) 것으로 끝난다.
96 새로운 포장을 디자인할 때는 이점을 기억하라. "앞면은 팔리게 만들고, 뒷면은 이야기를 들려줘라(The front should sell, the back should tell)."
103 팔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듣고... ... 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 문구를 쓸 때는 무엇보다 '내 심장에 노래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라. 카피가 마음을 울리지 못하면 현금 들어오는 소리도 안울린다.
112. 판매 문제에 대한 첫 번째 접근법은 '말을 만들어 봅시다'가 아니라 '문제에 직면합시다'가 되어야 한다.
130 광고는 짧아도 요점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요점의 근거는 확실해야 한다.
209 매끄럽지 못한 구절을 발견하면, 더 부드럽게 만들지 말고 강하게 만들어라.
218 탐욕이 동기가 되고 욕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틀림없이) 카피를 잘 못 쓴다. 왜냐하면 좋은 카피의 핵심은 '사심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284 삶이라는 사전에서 가장 큰 두 단어: "나는 (I want)."
320 광고의 ABC: 딱 맞게(Apt), 짧게(Brief), 분명하게(Clear)
329 판매가 훌륭하면 훌륭한 글이고, 그렇지 않으면 망작이다.
402 '단순하게, 진실하게, 자연스럽게.' 기억하라. 카피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것처럼 들릴수록 더 기교를 부린 것이다.
417 카피에서 재치와 팩트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팩트를 골라라.
422 카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말로는 쉬운 '간결성'이다.
457 이길 수 없는 두 가지: 생생한 사진, 간결한 텍스트.
497 정말 흔치않은 것: 카피에 보통 사람의 느낌을 넣는 것.
600 중심 제목은 '감정'을 건드려야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곳, 그들의 감정적 중심을 때려야 한다. 부제목은 '지성'에게 재빠른 어퍼컷을 날려야 한다. 내 제품을 소비자의 삶과 연결시키고, 이 제품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604 헤드라인(headline)과 죽은 라인(dead line)의 차이는 생명력(life)이다!
608 "모양을 잡아 줍니다... 올려줍니다... 아름다움을 올려줍니다." 브라(bra) 광고인가, 헛소리(blah)인가?
739 인간의 본성을 지능으로 착각하지 마라. 대중이 바보 같을지는 몰라도 입이 없지는 않다.
746 “와플을 이렇게 먹어본 적 있나요?“라고 하지 말고, ”와플을 이렇게 먹어보세요“라고 해라.
779 어느 유명한 작가가 어느 여자로부터 닦달을 당했다. “말해보세요. 대체 글을 어떻게 쓰시는 거죠?” 작가가 대답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요!” 신랄한 대꾸다.
795 소비자는 내 메시지의 농담(jest)이 아니라 요점(gist)을 알고 싶어 한다.
807 소비자가 내게 친절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그냥 무관심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득점을 올리려면 내가 날린 공이 무관심의 그물을 넘어가야 한다.
856 혼자서 카피를 쓰는 사람이 생각해야 할 3가지 질문: 잘 읽히는가?그럴듯한가? 믿을 만한가?
광고인들을 위한 알약 같은 책
원제가 'COPY CAPSULES' 입니다. 캡슐 알약이라는 뜻입니다. 카피와 알약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군더더기를 빼고 가장 핵심적인 성분만을 전달해준다는 것입니다. 강한 약효로 필요한 효과를 얻게 만든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책에 담겨 있는 1060개의 캡슐은 조언이기도 하고 저자가 카피 방식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결과물이 나열되어 있어서, 명언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는 책이지만, 원인과 원리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 핼 스테빈스의 아이디어 도출 4단계
축적 - 사고 - 잉태 - 희열
* 제임스 웹 영의 아이디어 도출 5단계
(참고 : 아이디어 생산법)
수집 → 소화 → 부화 → 유레카 → 증명
책의 가장 초반부에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4단계가 등장합니다. 윌북에서 나온 '아이디어 생산법'에서 제임스 웹이 제시한 아이디어 5단계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확실히 아이디어의 끝을 정복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즘 SNS에 먹히는 글은 짧고 인상 깊은 카피 문구 같은 글입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