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그녀답지 않게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다. 2054년과 1300년대 사이에서 과학소설과 역사소설의 장점만 모아 맛깔나게 보여주는 작품. -문학MD 김유리
어찌된 것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두근두근이었던 것인지. 나는 이 책의 초반 3분의 1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맨 뒷장을 확인하고 말았으며 절반쯤 읽고서는 마지막 장을 먼저 읽으면서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궁금하고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는 결말을 알게 된 후의 편한 마음으로 남은 글을 읽었다. 나는 이런 류의 조바심을 즐기지 못하는 쪽이다. 책이든 영화든.
시간여행이다. 이 소설은 1990년대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시간을 고려하면 대단한 상상력이다. 이게 아마 정통 SF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인가 보다.(SF가 정확하게 어떤 유형인지 말할 수 없는 나로서는 그러려니 하는 정도이고) 최근 이쪽 영역에 속한다는 소설을 몇 편 읽어 본 셈인데 내가 몰랐던, 내가 해 볼 수 없었던 상상력의 세상이라 그런지 자꾸만 감탄하게 된다. 나도 이런 상상을 해 보고 싶다 이런 건 아니고, 이런 상상력을 갖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그저 존경스럽다고나 할까? 이런 글을 읽게 해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주여행이든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든 나는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 없다. 이건 도무지 힘들고 고단할 것 같기만 해서, 아니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기까지 하는데, 누구는 죽기 전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지만 나는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책을 읽거나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보는 간접체험만으로도 충분하겠다. 그런 여행을 하기에 나는 너무도 소심하고 겁도 많고 사명감도 없는 사람이다.
책을 보면서 잠깐 그런 가정을 해 보기는 했다. 만약 지금 이 시대를 떠나 과거의 어느 시대로 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점을 고를까 하는 문제. 책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말이기도 한데 위험 등급이 낮은 어느 시대는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때가 있기는 할까? 우리네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굳이 지금을 떠나 그때로 가고 싶다고 여겨지는 때가 딱 떠오르지 않는다. 드라마의 도깨비처럼 어떤 뛰어난 능력이 있어 어려움을 쉽게 헤쳐 나가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라면 과거 어느 지점에서 이방인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일 텐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 내게는 매력이 없는 가정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해 봐야 과거 그 시점에서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더구나 아프거나 병이라도 걸리게 된다면, 소설에 비추어 볼 때 상상만 해도 아득하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기꺼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까뮈의 페스트도 빠른 시일 안에 봐야겠다 싶다.
<덧붙임>
작가에 대해 살피다가 '화재감시원'이라는 책을 읽고 실망한 내 리뷰를 확인했다. 어쩌면 다시 읽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였다면 이 책의 존재도 몰랐을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정말 긴 여운이 남았다. 물론 1992년 작이라서 그런지 뭔가 의학적, 과학적, 기술적인
묘사나 표현이 좀 뒤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개인 각자의 휴대폰이 있으며 영상통화도
가능하고 이메일이나 사진, 서류, 각종 법적 효럭을 지닌 신분증, 증명서 확인도 폰으로
가능한 시대가 2054년 전에 가능하다는 것을 코니 윌리스는 그 당시 몰랐을 것이다)
그게 뭐 대수랴 싶을 정도로 둠즈데이북2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였다.
1편에 이여서 계속되는 이야기는 중세시대를 헤매는 키브린과 2054년도에서 신종바이러스
질환때문에 아비규환이 된 도시에서 던워디가 고민하는 모습을 좀더 심화된 갈등으로
보여 주고 있다. 키브린은 자신이 도착한 시대가 1320년대인줄 알았으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서 페스트가 창궐하여 잉글랜드를 초토화 시켰던 1348년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그와
더불어 페스트 환자들이 주변에 썰물처럼 밀려오는데, 키브린과 함께 생활했던 일가족과
로슈신부님도 페스트로 하나둘씩 죽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종교적인 사색, 이 것은 2054년도의 던워디도 믹소바이러스
전염병을 겪으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다. 중간중간에 외치는 성경의 구절들은 각각의
소설의 장면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신의 존재와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페스트가 사람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키브린은 생각한다.
하나님은 없어. 정말 계시다면 이렇게 사람들을 죽게 놓아두시지는 않으실꺼야라고 한다.
하지만 키브린은 결코 포기 하지 않는다. 비록 그 시대에 아직 항생제도 없고 소독이나 수혈
같은 치료 개념없는 시대지만 그 시대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을 돕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시대로 오길 잘했어.
한편 믹소바이러스 신종전염병(사실 이것도 엄밀히 신종은 아니다. 고고학자 몬토야가
발굴하던 곳에서 과거의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몇백년후에 다시 부활한 바이러스이다. 마치
미이라처럼 말이다) 에 걸려 죽다 살아난 던워디는 키브린이 엉뚱한 시대로 잘 못 간것을
알고 그녀를 구하러(?) 가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만 기다리렴, 키브린. 곧 내가 갈꺼야"
이말을 하는 던워디를 보니 정말 눈물이 났다. 외국 소설인데 약간 우리나라 정서가 난다고
해야할까? 작가는 미국인이고 배경은 유럽인데 던워디가 키브린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아무튼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이긴하다. 물론 페스트 창궐시기에
유럽의 한마을이 다 죽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바꿀 수 없기에 그 부분은 새드 앤딩이긴
하지만 픽션부분은 해피엔딩이다. 키브린을 내팽개쳐버린(?) 길크리스트 교수, 끝까지
키브린을 데러와야한다고 힘을 주었던 12살 콜린, 그리고 안타깝게도 바이러스와 싸우다가
죽게된 의사 아렌스도 이 소설을 빛나게 했던 등장인물들이다.
정말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나 그 반복되는 곳에는
또 하나의 키브린, 또 하나의 던워디가 항상 있길 바란다.
코니 윌리스 작가의 둠즈데이북은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2054년, 과거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옥스퍼드 대학교 역사학부 학생들의 이야기기를 그리고 있는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화재감시원의 경우에는 화재감시원이라는 단편집 안에 실려있는 여러 단편들 중 하나였다 보니 (물론 화재감시원이 그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코니 윌리스 작가가 해당 작품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였던 바를 아주 축약해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둠즈데이북 같은 경우에는 화재감시원의 후속작답게 전작과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작가가 전작에서는 분량의 문제 때문에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이번 작품들을 통하여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물론 그와 같은 과정에서 전반적인 이야기 자체가 다소 끊기는 면이 없지 않았고,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 또한 들을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는 이들은 어디까지나 관찰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시켜 나가는 코니 윌리스 작가만의 신조가 무척이나 잘 드러났던 작품이었기에, 이 책이 휴고상과 네뷸러상 그리고 로커스상까지 휩쓸었다는 부분이 둠즈데이북을 다 읽은 지금에서는 확실히 납득이 되는군요.
1992년에 발표된 [둠즈데이북] 은 옥스퍼드 시간여행 연작 중 [화재감시원]의 뒤를 잇는 두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작인 [화재감시원]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에 발표된 작품으로, 코니 윌리스의 작품세계 안에서는 비교적 초기작이라 할 수 있지만, [화재감시원]으로 씨를 뿌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작가로서의 역량도 농익으면서 "옥스퍼드 시간여행" 연작의 초석을 다졌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많이 읽혔다.
서기 2040년대의 잉글랜드.
시간여행 기술, "네트"가 개발되고, 몇차례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초기 데이터들이 수합되고 있었다.
그 중 옥스퍼드 베일리얼 칼리지에서는 네트 기술을 역사학부와 연계시켰다. 역사학 교수와 학부생들은 시간대를 쪼개 위험도를 체크,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간대를 골라 강하를 시도해 실제 중세를 체험하고, 역사적 기록과 가설을 크로스 체크할 수 있었다. 네트의 정밀한 시스템은 현대인들이 과거의 타임라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를 산정했고, 과거와 현재가 서로 간섭되지 않도록 제어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분기" 로는 강하가 결코 열리지 않았다.
아직 이 기술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정확한 계산은 너무나 어려웠고, 강하 장소를 골라 네트를 여는 것 조차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아니, '네트' 는 시간여행의 "기술" 이 아니라,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특별한 "현상" 을 "발견" 해서 응용하는 것에 가까웠다.
예를들어, 1380년 7월 1일로 가고싶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타겟을 설정하고, 그 타겟을 중심으로 강하 지점이 열리는 지점을 계산하고, 또 계산해야 했으며, 그렇게 계산해서 강하 지점을 찾아도, 적게는 수시간에서, 많게는 수일, 가깝게는 수킬로미터에서 멀게는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강하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의 초입, 역사학과장이 장기 휴가를 떠나 대행을 맡게된 길크리스트 교수는 진취적이고 도전정신 강한 역사학부생 키브린을 1300년대로 강하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키브린의 집요한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차기 학과장을 노리는 길크리스트도 이 기회에 성공적인 강하 기록을 한 줄 채워넣고 싶었던 것이다.
"강하" 의 1세대라 봐도 무방한 던워디 교수만이 이번 강하를 반대하고 있었지만, 길크리스트는 자신의 큰그림을 가로막는 그가 눈엣가시일 뿐이었다. 던워디 교수의 의견을 묵살하며, 길크리스트는 연휴에 소집한 수석연구원 바드리와 함께 키브린을 1320년의 옥스퍼드로 강하시킨다. 2주라는 기간동안 각종 병의 면역력 강화 시술을 받은 키브린은 흑사병이 유행하기 28년 전의 잉글랜드에서 중세인의 삶에 대한 생생한 자료들을 남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강하 직후, 키브린의 강하를 담당했던 네트 기술자 바드리는 "계산이 뭔가 잘못됐다" 는 메시지를 남기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로 쓰러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판단되어 옥스퍼드 전체가 셧다운 되고 만다. 던워디는 당장 네트를 다시 열고 키브린을 데려오고자 하지만, 길크리스트는 던워디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는 위기감에 네트 연구동을 폐쇄하고, 뒤이어 "전염병의 근원지가 과거, 즉 바이러스가 네트를 통해 넘어왔다" 는 낭설까지 퍼지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던워디는 오랜 친구이자 의과 교수인 아렌스를 도와 옥스퍼드에 퍼진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
한편, 중세 잉글랜드로 강하한 키브린은 각종 병에 대한 예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드리와 같은 증상을 보이고, 열악한 중세 환경 속에서 로슈 신부의 도움을 받아 기욤 경의 장원에서 몸을 추스리게 된다.
병에 걸린 키브린을 돌봐준건 재판을 받기 위해 수도로 떠난 기욤경의 가솔들이었다. 기욤경의 아내인 엘로이즈, 큰 딸 로즈먼드와, 작은 딸 아그네스, 그리고 기욤 경의 어머니이자 엘로이즈의 시어머니인 이메인 부인과 함께 중세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현대(미래) 잉글랜드와 중세 잉글랜드가 끊임없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화재감시원] 에서 주인공 바솔로뮤의 동기이자 담당 교수인 '키브린' 과 '던워디 교수' 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시기로, 그 이야기보다는 앞선 시간대를 다룬다. 즉, [화재감시원]의 프리퀄인 셈이다.
[둠즈데이북]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두개의 미스테리를 툭, 던져놓는다.
1. 키브린은 왜 계산과 크게 동떨어진 시간대에 떨어졌는가?
2. 과연 던워디 교수는 키브린을 구하러 갈 수 있을까?
첫번째 미스테리는 이 다음, 다음 시리즈를 위한 떡밥으로 작품 안에서 던워디 교수는 계산이 정확했으리라 믿으면서도, 끊임없이 의심을 하며 이야기의 현실 파트가 과거 파트와 유리되지 않는 강력한 접착제로 사용된다. 두번째 미스테리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서스펜스의 핵심이다. 모든 장치가 구조들이 흠 잡을 곳 없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이 그리는 것은 시간여행자의 스펙터클이나 새로운 모험의 즐거움 따위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중세 체험" 을 위해 시간여행이라는 장르를 사용한 것에 가까워보인다.
시간여행자가 과거에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정신, 생각을 전파시킨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전개는 결코 없다.
나 역시 클리셰에 쪄들어서, 등장인물 중 시간대에 고립된 인물을 찾는다던지, 키브린이 짠 하고 미래의 기술을 선보이는 장면들을 기대했으나, 결코, 없었다.
아무리 미래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단 한 사람의 인간이 완전히 다른 시간대와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순히 텍스트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과 공간 속에서.
그 끔찍한 냄새와, 낙후된 의료기술, 위생관념, 인권의 도가니 안에서, 키브린은 크게 다르지 않은 한명의 여성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옥의 도가니는 2040년대의 옥스퍼드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플루엔자가 옥스퍼드를 덮쳤고, 사람들은 쓰러졌다.
철저한 위생관념과 훌륭한 의료체계가 있었지만말이다.
2040년대의 지식으로 무장한 키브린이 장원의 가족들이 흑사병으로 쓰러져 가는 것을 막지 못했듯이, 2040년대의 사람들도 인플루엔자로 쓰러져간다.
심지어, "이 병이 네트를 통해 과거에서 왔다" 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까지 하며.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전염병의 양상은 새삼, 코비드-19가 덮친 현대의 지구촌을 떠올리게 한다.
격리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병마와 싸우기 위해 하루종일 방호복을 입고 있는 의료진들. 이기적인 사람들과, 헌신적인 사람들.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짜증나는 사람들.
그리고, 지옥처럼 덮쳐오는 병마와,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우연과 타이밍의 악마들.
이 작품이 1992년에 발표된 것을 떠올려보면, 팬더믹을 그려낸 코니 윌리스의 통찰력엔 감탄하고 또 감탄할 따름이다.
중세를 그려낸 작품들은 아주 많고, 나는 역사소설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많이 읽어왔지만, 이 작품만큼 생생한 중세를 그려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입체적이고, 전형적으로 보이는 인물들 모두가 아주 설득력이 있어서 쉽게 공감된다.
인물들을 포함한 소설적 장치들이 모두 적재적소에서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사용된다.
역사는, 과거는 단지 텍스트가 아니고, 모두가 살아 숨쉬던 사람 한명 한명의 숨길임을 설파하듯.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링도 정말 놀랍고 탁월하다.
"수다SF"라는 장르의 창시자라는 위명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하듯, 맺고, 끊고, 모으고, 터뜨리고, 뻥치고, 살살 달래고.
아주 농락당하는 느낌으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더 농락당할 것이 분명하다.
이 시리즈는 아직 두 편이 남았으므로.
충격적이게도 키브린이 시간여행을 떠난 곳은 시간 오류로 인해 흑사병이 창궐하고 있던 시대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2권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중세 시대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살았으며 흑사병이라는 엄청난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흑사병에는 약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그들이 할 수 있었던 대처는 효과가 미미하다못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중세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용도 정말 흥미로웠던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