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에 걸친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가 마침내 끝을 맺었다. 총 4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그 중 어느 한권도 허술하게 쓰여진 책이 없다 여겨질 정도로 촘촘한 구성과 세밀한 내면 묘사로 읽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한 대작! 매번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끝을 맺어 다음 책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4권의 제목은, 읊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덜컹하는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다. 부디 상징적인 의미이기를, 그 누구도 아이를 잃는 아픔만은 겪지 않기를 바랐던 희망과는 달리, 두 명의 여성 중 한명만 품안에 아이를 안고 있는 표지에서부터 불길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이 낳은 두 딸조차 내버려둔 채 니노를 따라 그의 학회에 따라나선 레누. 학회 기간 동안 그들은 꿈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향한 맹세를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 각자의 가정과 결별하고 서로 함께 하게 되기를 바라는 레누에게, 이제 피에트로와의 관계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처음에는 미안한 감정이 다소 있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이혼과정이 고통스러워지자 시어머니에게조차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레누를 바라보면서, 대체 어떻게, 얼마나 대단한 사랑에 빠져야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개의치 않을 수 있나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레누의 책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게 되면서 출장이 잦아진 그녀.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는 아이들-데데와 엘사-의 외침도 그저 한순간일 뿐, 집을 떠나 강연을 하고 책과 관련된 일이 진행될수록 레누가 느끼는 감정은 자유 뿐이다. 그리고, 니노를 향한 멈추지 않는 열망만이 오직 레누를 움직이게 했다.
나폴리에 자신들의 거처를 마련해놓았다는 니노. 하지만 역시 니노는 니노였다. 어찌됐든 이별의 과정을 거친 레누에게, 그는 현재 아내가 임신 7개월이라 끝내 이혼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을 전한다. 나는 이미 니노가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고, 작품 속 레누를 향해 '이제 제발 정신을 차려라'고 외쳤지만, 레누의 열망은 니노의 변명에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결국 니노의 아이를 임신한 레누. 마침 비슷한 시기에 엔초의 아이를 임신한 릴라. 임신을 계기로 그녀들의 소원했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진다. 그리고 태어난 레누의 딸 임마와 릴라의 딸 티나. 파렴치하고, 뻔뻔스럽고, 더러운 니노의 외도들이 발각되고, 레누는 그와의 관계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다. 잠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예전에 써놓았던 작품이 호평을 받으면서 레누는 다시 한 번 작가로서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고향 마을에서는 여전히 솔라라 형제들이 득세하고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악행은 계속된다. 3권에서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알폰소는 미켈레와 깊은 사이를 맺고 있으며 언행마저 여성처럼 변해간다. 이런저런 일들 속에 겪은 어머니의 죽음. 다정한 구석이라고는 없었던 어머니는, 죽음에 가까워지고나서야 레누를 향한 사랑과 믿음을 고백하고, 레누도 어머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꼈다. 솔라라 형제들의 악행을 폭로한 기사 게재로 레누의 입지는 한층 단단해져가고, 레누와 릴라의 어린 시절 한부분을 차지했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하나의 페이지가 그렇게 닫혀갔다. 그리고 일어나버린 그 일.
릴라의 딸 티나가, 사라진다. 아무 징조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자식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실종이 아닐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고,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온갖 상상이 머리속을 침범해 한시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그 고통은 부모가 죽어야만 끝이 난다. 어떤 부모가 잊을 수 있을까. 티나의 실종으로 인한 충격은 릴라를 덮치고, 그 일을 계기로 릴라는 무너져간다. 아이들이 자라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고, 주변을 비롯한 자신들마저 노년에 이른,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지금까지도.
시리즈의 처음부터 릴라의 레누를 향한 감정의 정체가 궁금했다. 레누의 감정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분명 자신보다 뛰어난 릴라를 향한 선망, 질투, 어떻게든 그 영향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지만 그럴수록 릴라의 영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좌절, 열등감, 우정. 하지만 릴라의 감정은 모호하다. 레누를 향한 마음에 질투가 없었을까.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레누에게 부러움이 없었을까. 하지만 릴라의 감정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채,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레누를 향한 조롱이나 멸시, 비난으로 대체된다. 어쩌면 릴라 또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붙잡고도 싶고, 떠나보내고도 싶었을 복잡한 심정. 하지만 그 감정에, '우정'이라는 두 글자로 얼버무렸던 감정에 릴라는 잔인한 종지부를 찍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픈 추억을 글로 써서 발표한 레누에게.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또한 1권에서의 서먹함은 이미 멀리 사라지고, 레누와 릴라의 삶에 대한 애정과 연민으로 가득차 있다.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약 그 작품에도 니노같은 넘이 등장한다면, 음, 그것은 글쎄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험한 말을 하도 많이 했더니, 싫은 그 넘이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울 정도. 그렇지만 이러면서도 언젠가는 읽게 되지 않을까. 구간은 물론 신간이 출간되지는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마성의 작가, 마성의 시리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네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릴라와 엘레나, 그리고 주변 등장인물들의 장년기와 노년기 이야기를 담은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결국 니노와 떠나게 되는 엘레나의 삶의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든 마지막 소설을 읽어봅니다.
니노와 떠난 엘레나는 결국 피에트로와 이혼까지 하게 된다.
니노와 자식 사이의 사랑을 고민하는 엘레나는 니노를 더 사랑하기까지 하는데....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그를 선택했지만 정작 니노는 자신의 가정을 깨지 못하고 그것뿐만 아니라 그의 성욕과 바람기는 세상 최고이다.
릴라와 엘레나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하고 임마와 티나가 세상에 나온다.
엘레나의 딸 임마보다 릴라의 딸 티나가 더 나은 모습에 열등감을 느낀다.
엘레나의 인터뷰의 잘못된 정보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른다. 행복하던 두 사람의 생활에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집 안의 재력만 받쳐줬다면 뭔가 해냈을 릴라의 삶,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가정폭력에 휘둘린 릴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니노와도 관계도 끝이 나고 새로운 사랑 엔초를 만나 티나를 얻었는데...
사건의 후유증으로 세상 강할 것 같던 릴라까지 무너진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힘들어하다가 결국 엔초와도 이별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말라고 하던 릴라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게 된 엘레나, 그리고 릴라와의 인연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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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릴라가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혼자 되묻곤 한다.바닷속으로 사라진 걸까 오직 릴라만 아는 지하터널이나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가버린 걸까.강력한 산을 가득 채운 오래된 욕조 속에 들어간 걸까.아니면 내게 공들여 설명해주었던 예전에 쓰레기 폐기장으로 쓰이던 ‘석탄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버린 걸까.산속 깊이 버려진 작은 성당의 납골당에 있는 걸까. 우리는 아직 모르지만 릴라는 알고 있는 다른 수많은 차원 가운데 하나의 세계에서 자기 딸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닐까.릴라는 돌아올까.늙은 릴라와 다 큰 어른이 된 티나가 함께 돌아올까.오늘 아침,포 강이 마주보이는 작은 발코니에 앉아 나는 기다려 본다.
p.661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나는 두 인형을 (티나와 누)꼼꼼히 살펴보았다.곰팡이 냄새가 났다.나는 인형들응 내 책등에 기대어 놓았다.보잘것없고 못생긴 인형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혼란스러웠다.소설과는 달리 진짜 인생은 일단 지나간 후에는 명확해지기보다 모호해지는 법이다. 릴라가 이토록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냈으니 이제 다시는 릴라를 보지 못해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p.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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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폴리의 어두운 배경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미워하고 동경하고 사랑했던 두 여자,
평생의 라이벌이자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릴라와 레누의 우정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릴라와 레누, 극단적이고 고구마 먹은 것 같은 상황도 많이 있었지만 세상이 다 그렇지 뭐..
인간적이고 솔직해 보였던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친구들의 모습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솔직함과 타인의 감정을 현실적인 보여주며 그 시대의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해 준 나폴리 4부작
한 권 한 권 도서를 마주할 때마다 두께가 매번 부담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나폴리 시리즈,
매권마다 도서 일러스트도 예쁘고 술술 읽힐 정도의 매끄러운 번역까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가 이제 끝이 났다.
시원 섭섭하니 드라마도 섭렵해보아야 할 듯하다.
세계에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던 엘레나 페란테의 매력에 또 한 명이 빠져듭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또 다른 도서를 찾아서 고고~~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우리는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우리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해.
실수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릴라는 여전히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해
자연스럽게 해결방안에 도달하게 만드는 기운을 발산했다.
그런 릴라의 힘에 영향을 받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시리즈 마지막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앞 시리즈 도서보다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레누는 니노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했다. 서로 가정을 버리고 만나자는 제안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레누는 피에트로에게 니노와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니노와 레누가 동거를 했으나 니노는 아내와 계속 만남을 이어갔고 이 사실을 릴라를 통해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레누는 니노를 포기하지 않았고 , 심지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동시에, 릴라도 임신을 하게 되면서 두 친구를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니노의 바람은 끝이 없었다 출산 후 가정부와 불륜 장면을 레누가 목격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이 끝이 났다. 그렇게 오랫동안 앓았던 사랑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순간이었으며 결국 릴라가 있는 고향으로 레누는 향했다. 그곳에서 출산 후 릴라의 도움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는 레누. 그러나,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만큼 레누와 릴라의 삶 역시 평탄치 않았다. 심지어 자신을 정신적으로 위로하고 도와준 프랑코가 자살함으로 더 큰 충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시누이와 사이도 멀어졌다. 심지어 솔라라 형제가 벌인 온갖 비리 사건을 릴라는 레누를 통해 기사를 냈지만 오히려 두 사람에게 위협이 되기까지 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릴리와 레누는 고향에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고 싶었다.
릴라로 인해 점점 기운을 차린 레누. 그러나 릴라의 딸인 티누가 실종 되면서 사태는 급변하게 된다. 누가 데려갔을까? 왜 납치를 했을까? 아니 사고로 죽었나..여러 추측이 난무하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딸이 사라졌다. 가장 힘든 릴라와 엔쵸..결국 엔쵸는 릴라 곁을 떠나고 릴라는 레누의 막내 딸 임마에게 집착같은 아니 오히려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 무렵 레누는 고향에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소설을 써내려갔고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나 이게 오히려 홍보 효과가 되면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문득, 소설은 아무리 가상이라고 해도 가장 밑바닥엔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레누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릴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되면서 다시 한번 명성을 떨치나 릴라와의 관계는 틀어진다. 도대체 레누는 왜 이렇게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일까?
초반 릴라와 레누의 대비되는 성향이 레누를 더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읽을 수록 릴라는 고향을 떠나는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고, 레루는 오히려 살기 위해서 고향을 떠났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눌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 니노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목해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순간에도 옆에 있었준 것은 릴라였다. 매순간, 릴라와 니노가 다시 만나는 이런 어리석은 생각만 가득찼던 레누. 나중에서야 릴라가 왜 니노와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며 더 나아가 레누와 동거를 하면서도 릴라에게 만나자고 했던 니노의 본모습을 말하기도 한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니노의 불륜현장을 본 후라 그제서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릴라는 어떻게 고향을 떠나지 않고 평생 살았을까? 릴라의 존재는 어디에서든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심지어 레누에게도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슬픈 것은 릴라의 인생이었다. 레누보다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고 할 수 있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은 없었다. 이 모습이 아련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버렸다.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 하기엔 너무나 격동적인 삶을 살은 릴라와 레누. 또 여기에 이 마을을 점령했듯이 군림했던 솔라라 형제와 친구 알폰소 그리고 리노(릴라의 오빠)의 죽음 등. [눈부신 친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이제는 서서히 사람들이 사라져 감으로써 끝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사라진 릴라의 딸 티누. 저자는 왜 티누를 죽거나 살았거나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지게 했을까? 여러 해석을 설명 해 주고 있으나 자식의 실종은 부모에게 그 어떤 고통과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며 평생 가지고 가야하는 죄책감이다.
마지막 레누가 받은 두 인형은 릴라와 레누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제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제는 부디 릴라가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다. 나폴리4부작을 읽으면서 불안과 충격 그리고 긴장을 매번 느꼈다. 어떤 때는 화가나서 책장이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완독을 하고나니 평범한 삶이 축복임을....그럼에도 그런 혼란스러움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 소설이었다.
<우정의 끝에 서다>
나폴리 4부작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엘레나 페란테
레누와 릴라의 길고긴 우정의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레누의 마지막 소설 <어떤 우정>의 발표는 릴라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나 같으면 벌써 사라졌을 만한대, 그동안 참으며 버티고 살았던 그녀의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미어진다.
모든 사람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우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형제, 부모, 친구, 사물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우정이 있고 불편했던 과거일은 해를 거듭하면서 희미해지고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인간 본연의 모습만 남아 옛 모습이 보여도 쓴웃음을 지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두 여인의 60년 우정사는 우리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어색하지 않게 내속으로 들어왔다. 어려웠고 고달팠다. 화려했지만 격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배신을 당했고 후회도 했다. 이제는 모두 놓고 물러나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뒤돌아보면 실패의 연속이고 후회투성이의 삶이 우리의 본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무리 했다는 안도감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겹쳐진다. 너나 할 것 없이 흔적 없이 사라질 인생이기에 더욱 그러 한가보다. 인간의 지성이 풍부하여 글을 쓰고 성과를 낸다 해도 부질없어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욕심이라면 소설 속에 언급되는 레누가 쓴 글들이 궁금하다. 소설속의 소설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릴라와 레누에게 애정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