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마니아라 국내에 출간하는 하루키 원 저작과 관련 서적을 되도록 다 찾아 읽는 편인데, 지금까지 못 읽은 작품이 두 가지 있다. 사린 사건에 대한 인터뷰집 “언더그라운드 2”은 너무 무서워서, 재즈에 대한 비평을 주로 다루고 있는 에세이집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는 너무 생소해서. 크레마사운드를 사고 나서 한창 읽을 만한 ebook을 구입해 쟁여두고 있을 때 하루키 관련 서적이니 언젠가는 읽겠지 싶어 구입해둔 책인데 이제야 의지를 내어 읽었다. 개인적으로 맨 앞 클래식 부분은 너무나도 흥미로웠고, 솔직히 그 다음 팝, 재즈를 다룬 부분들은 너무 생소해서 멘탈을 놓고 읽었다. 계속 나열되는 음악가 이름, 곡명, 그리고 특징, 관련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 만으로도 피로했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글씨를 눈으로 겨우 다 훑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다시 소환하는 바인데 관심 안 가는 음악에 대해서는 듣고 싶은 마음도 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으니 나도 참 편협하다.
클래식 부분은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다. 필자는 하루키가 자신의 작품에서 클래식을 등장시키는 장면은 현실의 리얼함을 깨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읽고 있다. 이를 테면 클래식 음악은 등장인물을 현실에서 이계로 인도한다. 최근 “황야의 헌책방: 모리오카 서점 분투기”: http://blog.yes24.com/document/10830222 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해변의 카프카”에서 언급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접하며 반가워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다. 왠지 미완성인 듯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에 매력을 느끼는 “해변의 카프카” 속 청소년인 ‘나’를 떠올려보면 적용이 쉽다. 그밖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편 “태엽감는새”를 비롯해 하루키 중기와 최근 "1Q84"와 같은 여러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이 등장했다 하면 주인공은 이계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작곡가가 수백 년 전에 악보에 기록해 고정시켰고 현대 연주자들이 소리로 구현하는 클래식 음악 성격에 퍽 걸맞는 듯하다. 깨알같이 일본도 클래식 라디오에서 새벽에는 우리 "새아침의클래식"처럼 바로크 음악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상술한 이유 때문에 ebook 쟁여둘 때 아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때문에 출간한 듯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 해”도 구입해두었는데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일단 종강해야 손을 댈 수 있을 듯. 사실은 그 책보다도 여유가 있으면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다시 꺼내 읽고 싶다. 그 책에서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며 지휘자들 연주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키는 클래식도 잘 알고 즐겨 듣는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음악으로 읽다.
이 책은
이 책을 들고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을 쓰려면 먼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모두 읽어야 할 것이다. 읽는 것도 그냥 단순히 읽는 게 아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음악을 모두 정리하고 그 음악이 그 작품에서 차지하는 위치, 역할 등을 모두 살펴보는 일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 있었음이 뒤의 대담에서 드러난다.
-이번에는 사실 오타니에게 억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게 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전부 다 읽었거든요.
-단편까지 다요
-단편까지, 거의 전부요. (256쪽)
그 다음으로 할 것은 찾아낸 음악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음악의 의미를 추적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 음악별로 작품을 분류하고, 음악과 작품의 연계성, 그리고 음악과 음악의 관련성을 파악하여 일목요연하게 밝혀 놓은 다음에 전체 글을 연결할 수 있도록, 전체를 조망하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 책에서 구성을 Jazz, Classic, Pops, Rock 으로 분류하여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누구
그런 글을 쓰려면 문학과 음악에 조예가 있어야 될 것인데, 그렇게 두 가지 방면에 정통한 저자는 누구일까
위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적어도 음악에 정통한 사람이며 문학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할 것이니까. 저자가 한 사람일 리가 없다. 과연 그랬다.
이 책의 집필에 네 명이 참가했고, 기획 및 감수 집필에 또 다른 한 사람이 참여했으니 결국 다섯 명이 모두 참가한 것이다.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음악가, 작가, 법학자, 음악 평론가 등이다.
그러니 이 책을 쓸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서 거론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노르웨이의 숲
댄스댄스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1Q84
해변의 카프카
그런 작품 속에서 음악을 찾고 의미를 파악하고 음악과 작품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발견이 된다.
<이번에 이 원고를 쓰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처음부터 발표 순서대로 읽어 보았지만 특히 초기 작품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즈 뮤직의 존재감이 희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31쪽)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작품에서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儀式)을 구성하기 위한 촉매로서 누차 작품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33쪽)
<『양을 쫓는 모험』에서의 록의 부재는 작품이 시대와 단절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 (178쪽)
<『댄스 댄스 댄스』까지의 주인공들에게는 과거에 애착을 가지고 집착하는 기억이 확실히 존재하며, 그 상징이 록이었다.>(180쪽)
다시,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음악은 그가 사랑하는 문학작품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존재다.
그러니 이 책은 그에게 음악과 문학은 어떤 존재인지, 그래서 음악은 그의 문학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음악과 문학의 융합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독자다, 이렇게 음악과 문학의 접점에서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을 과연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만한 독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책의 – 문학 일변도의 – 모습에서 탈피하여 다른 분야인 음악으로까지 생각의 범위를 넓히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 쓰는 법을 음악에서 배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며 그의 작품 속에도 음악의 냄새가 깊이 풍겨 납니다. 그는 한때 그의 소설에 종종 나오는 것 같은 종류의 재즈바를 실제로 운영하기도 했으며, 많은 작품에서 음악을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 속에서 음악은 아주 중요한 창작배경이자 도구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일본에서는 하루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거기에 등장하는 음악도 화제에 오르고 음반이 동이 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1Q84”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1984에서 1Q84의 세계로 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CD는 책 발매 후 주문이 쇄도 그 즉시 품절되었다고 합니다.
이책의 내용
이 책은 총 5장으로 1장부터 순서대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재즈, 클래식, 팝스, 락 그리고 80년대 이후의 최신 음악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장 말미에는 '디스크 가이드'를 실어 하루키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15개 내외의 곡이나 음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루키는 자서전에서 ‘글 쓰는 법을 어디서 배웠느냐 하면 음악에서 배웠거든요. 거기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하면 리듬이죠. 단어·문장·문단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글의 리듬이 생겨납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소설을 한 장씩 넘겨서 읽어보면 그 속에 나오는 수많은 묘사들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짧은 노랫가락이 더욱 생생한 기억을 남기곤 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평론들은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음악을 단순한 ‘기호’로만 즉 소도구로서만 치부해 왔다며 그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나오는 음악은 결코 화려하고 지적인 장식이나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작품 세계 안에서 중요한 전개를 촉진하고, 심리를 암시하며, 전체를 담는 그릇도 된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음악이 앞에 있고, 그 영감으로부터 소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보고 싶을 정도로 하루키에게 음악은 그가 사랑하는 문학 작품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존재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하루키 소설의 중심을 문학에서 음악으로 옮겨 하루키 소설을 다시 독해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며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 감동이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책 전반에 흐르는 재즈는 글자만 읽고 있는데도 귓가에 재즈가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음악만 모아도 책 한권 만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대하던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자라난 평론가들이 소설 속 음악을 중심으로 평론을 한 책입니다.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셔서 눈으로 읽어보고 또 귀로도 즐겨보고 싶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1Q84, 노르웨이의 숲, 기사단장 죽이기, 태엽감는 새 등을 쓴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재즈바를 운영하다가 스물 아홈에 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음악에 대해서 무라카미 하루키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진 작가가 또 있을까?
그의 작품속에 늘 등장하는 음악들.. 그 장르도 참 다양하다.
이번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음악으로 읽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작가의 작품속에서 그려낸 음악적 코드와 그의 작품세계를 동시에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준다.
이 책에서는 재즈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팝스, 락 그리고 80년대 이후의 최신 음악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와 대비해서 통찰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솔직히,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모두 읽어보지 못해서 그의 작품속 음악세계를 일일이 다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읽어보았던 작품인 1Q84, 노르웨이의 숲에 대한 음악이야기가 등장할 때는 충분히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했던 곡만 등장 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그리 화려하지 않은 소박하지만, 그의 작품 안에서 전개를 촉진 하거나 인물의 심리를 암시 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음악에서 소설적 모티브를 얻기도 한다.
특히, 소설'1Q84'에서 등장하는 야나 체크의 '산포니에타'는 아오마메와 덴고가 듣던 노래로 서로 다른 세계인듯 하지만 결국 격리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음악의 공백은'부재'를 만들고 곧 자유로운 상상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말한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도 격리되어 있지 않다' 라고 한것 처럼 말이다.
각 음악 장르의 파트 마다 말미에 '디스크 가이드'가 담겨 있다.
모두 하루키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다시금 이해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음악으로 읽다> 이 책은 한마디로,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작품 세계관 그리고 그 밑바닥에 흐르는 음악들에 대한 평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되도록이면 많이~~ 읽을수록 이 책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질것이다.
음악적 이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 책으로 인해 음악적 소양을 얻을수도 있을것이다.
이제 하루키 소설을 다시 읽어보려 한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이번에는 하루키가 선택한 음악도 고려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