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책방 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본의 책방을 여행했다는 내용. 오토바이도 책도 책방도 여행도 좋아하는 작가가 한번에 다 품고 시도한 작업이었으니 읽는 마음이 벅찰 수밖에. 이 일을 이렇게? 따라할 수도 따라하고 싶지도 않은 오토바이 여행, 그래도 책방 여행이라는 행태는 무척 끌린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내 삶과 이어지는 가치관 하나를 만날 수도 있을 듯하여.
작가는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단다. 책방의 위치가 대략 짐작이 되는데 가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어쩔지.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돈을 벌기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가서 한 권의 책도 못 사고 있는 처지에. 그저 이렇게 먼 거리에서 아무런 힘도 못될 시선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책이 좋아 책과 함께 살겠다고, 아주 잘 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조금 더 책방을 잘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찾아다닌 작가의 책방 순례. 책방을 소재로 삼은 일본소설을 읽은 덕분에 작가가 들려 주는 일본의 책방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씩 부러워했던 어떤 사정을 작가도 부러워하는 걸 보면서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럴 테지, 여기면서.
거대한 서점 말고 화려한 서점 말고 건축으로 유명한 서점 말고(이것들은 이것들대로 있어야 하겠지만),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단단한 책방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좀 많이 무안하고 따끔해진다. 가까이 있어도 할인율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면서, 나는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는 걸 알기에. 살기에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수록 더 벌어질 거리감이다.
사서 읽었으면 좋았겠으나 빌려 읽고 남기는 이 죄책감은 또 어찌해야 할지.
책읽기 삶읽기 324
오랜만에 재미난 책을 읽었다. 채널 예스에서 알게 되어 혹시나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나고 마음에 들어서 시간 날 때마다 계속 꺼내서 읽어갔다. 조금 전에 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저자는 일전에 이름은 들어봤던 진주의 소소책방 주인이다. 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시기에 지방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생활의 어려움은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책방주인에 대한 로망 때문에 이 업을 하루아침에 관둘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이번 여행도 이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듯하다.
헌책방 주인이 되려면 어느 정도 책에 대한 사랑과 지식, 그리고 마니아적인 집요함과 끈질김이 필요한 것 같다. 서점 주인과 헌책방 주인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른 것 같다. 오히려 헌책방 주인이 책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책과 서점, 그리고 여행이 어우러져 있는데, 책과 여행은 어떻게 보면 참 닮았다. 하나가 다른 하나로 이끈다고나 할까. 언뜻 보면 책은 정적이고 여행은 동적인 것처럼 보이나, 단순히 겉모습만 그렇게 보이나보다.
사실 요즘 마음 맞는 친구와 (헌)책방을 같이 할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헌책만 파는 건 아니고,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활동을 묶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직까지는 정말 기초단계의 생각이고, 그래서 정말 무모하기도 하고 과연 가능할까 의심이 더 많이 들지만, 그래도 꿈꾸는 것은 자유니까... 그래서 이 책도 더 눈이 갔고, 책방에 대한 소개 부분을 읽으면서 체크해 둔 부분도 많다.
1. 히토쓰보시는 주말에만 문을 여는 책방이다... 책방지기 시라이시 다카요시 씨와 야마구치 겐 씨는 주중에는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주말에는 친구와 둘이서 번갈아 책방을 맡는다... 그들은 자신의 책방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뜻 헛돼 보이는 여행이나 책이야말로 삶을 즐길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요. 기분 좋은 휴식과 반짝이는 물건, '최고의 쓸모없음'을 갖춘 여행과 헌책을 위한 작고도 작은 셀렉트숍." (p. 60)
2. 숙소로 돌아가기 전 후쿠오카의 유명 쇼핑몰인 캐널시티의 무인양품에 들렀다. 잡화와 가구를 파는 무인양품이 서점으로 변신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은 과감하게 서점과 카페를 전진 배치했다... 쓰타야가 책을 중심에 두고 잡화를 진연한다면, 무인양품은 잡화 곁에 책을 함께 둔 모양새다. (p. 67)
3. 다케오 시립도서관 쓰타야 점장 미야치 야스시 씨를 만났다. 가장 궁금했던 매출에 대해 물었다. 서점(쓰타야)과 카페(스타벅스) 중에 어느 쪽이 더 수익이 높은지 궁금했다. 꽤 곤란한 질문일 거라 걱정했는데 그는 머뭇거림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책은 돈이 안 됩니다. 스타벅스 매출이 더 높죠." ...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아닌 그 안에 들어 있는 '제안'이라고 보았다. 서점은 책 안에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모두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제안을 몇 가지 정도 생각해 내고 그 주제에 맞는 서적이나 잡지를 진열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의 편집 작업이다. (p.93)
마지막으로 저자가 캄보디아 배낭여행에서 방문한 프놈펜의 디스북스(D's books) 천장에 걸린 아우구스티누스 글로 마친다. 역시 여행과 책은 닮았다.
"The world is a book. The people who don't travel only get to read one page." (p.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