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원은 장돌뱅이로 장이 서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 유명한 달밤 봉평 메밀꽃밭의 풍경 속에서 허생원은 젊었을 적 봉평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인연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만이 허생원 그에게는 평생을 간직한 그리움이요 살아갈 힘이었습니다. 이어 동이도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허생원은 개울에서 발을 헛디뎌 동이의 등에 업히게 되었습니다. 등에 업힌 채, 그는 동이 모친의 친정이 바로 봉평이라는 것, 동이가 자신처럼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메밀꽃 필무렵은 이효석 작가의 토속적 자연적 서정성이 짙게 드러난 작품이다. 달빛을 머금은 메밀밭의 메밀꽃의 하얀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이소설의 압권이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드러내고 있다.---<중략>--- 밤중을 지난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