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 사이를 오가는 균형추 역할을 훌륭하게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출판계의 편집자로 오래동안 살아왔다. 책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균형잡힌 편집자의 자세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메시지에 빠져 독자를 잊을 때 독자를 상기시키는 것, 독자가 듣고 싶어 할 만한 말만 골라 하며 아첨하려 할 때 저자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 열정은 일할 때 꼭 필요한 좋은 가치이지만 기획 편집자에게 열정이 지나치면 독자도, 저자도 가리게 된다."
편집자가 그렇겠는가. 공동체 안에서 리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귀 담아 들을 내용이다. 간부들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동시에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자들은 직원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자신의 열정 대신에 둘 다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임을 새롭게 알게 된다.
저자는 오래동안 한비야 선생과 작업을 같이 했다고 한다. 시중에 나온 한비야 선생이 쓴 책들은 모두 저자의 손길을 통해 출판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편집자 인 셈이다.
편집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출판사에서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좋은 책 세 권 정도를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베스트셀러가 출판사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특별히 소장하거나 오래동안 곁에 두고 싶어하는 책이 따로 있다고 한다.
편집자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은 어떤 것일까?
독서의 지평을 넓혀 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몇 권 적어 본다.
"내가 인생의 책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도 그 가운데 하나다"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사두어야 한다. 모든 책이 훌륭해서 대채로 번역이 되지만 베스트셀러가 아니라서 금방 절판된다."
"낯설고 외로운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특히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편집자가 미국에 체류할 일이 있었을 때 최소한 짐을 꾸리면서 책 한 권을 고른게 바로 이 책이다. 오래동안 두고두고 해외에서 읽을 책 한 권으로.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을 번역한 주명철 선생은 금서의 역사에 꾸준히 관심을 두었다. <계몽과 쾌락>, 조합공동체 소나무에서 발간"
저자 처럼 나 또한 책에 관한 책은 관심 분야 중에 우선 순위에 있다. 세상에 족적을 남긴 이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책들을 나도 얼른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거린다. 독서 의욕이 사그라질 때 책에 관한 책은 동기 부여로 충분하다.
숲노래 책읽기 2022.4.12.
인문책시렁 216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
이현주
유유
2017.4.24.
《읽는 삶, 만드는 삶》(이현주, 유유, 2017)을 읽으면, 처음에는 ‘마루 있는 서울집’에 잔뜩 꽂힌 반짝거리는 책에 놀라며 책읽기에 사로잡히고, 어느새 ‘웃사내 줄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글꽃(문학)이란 이름으로 읽히는 모습을 깨달으며, 이윽고 손수 책을 짓는 길을 걷다가, 이제는 살짝 발을 빼고서 책을 새로 마주하는 글님이라고 합니다.
글님은 인천에서 어린 날을 보내었다고 합니다.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인천은 여러 곳을 아우릅니다. 뭍인 인천이 있고, 바닷가인 인천이 있고, 섬인 인천이 있어요. 뭍은 복닥거리는 마을하고, 들이나 멧자락을 품은 마을에, 오랜 일본집이나 중국집을 품은 마을이 있습니다. 코앞에 바다를 낀 마을이 있고, 큰섬하고 작은섬이 있고, 뱃길로 한참 들어가는 섬이 있어요. 뭉뚱그려 인천이라고도 하지만, 다 다른 인천이요, 다 다른 터전에 따라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르게 자라면서 섞이는 인천입니다.
또래를 이루는 무리는 동무를 동글동글 맞아들이기도 하지만, 척 금을 긋거나 담을 쌓기도 합니다. 곰곰이 보면 어린이는 누구를 꺼리거나 싫어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둘레 어른이 하는 짓을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집이나 마을이나 배움터 어른이 보여주는 몸짓이 그대로 아이들 몸짓으로 나타나요.
우리가 읽는 책은 어떤 삶과 살림을 보여줄까요? 우리는 곁에 두는 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우리가 손수 짓는 책으로 어떤 삶하고 살림을 펴려는 생각일까요? 글님은 책을 둘러싼 하루를 살다가 두 아이를 맞아들이고서 등골 뻑적지근하게 보내던 나날을 문득문득 적으셨는데, 저는 두 아이를 돌보며 바깥일을 하던 지난날이 ‘극기훈련’이라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보내었을 나날을 떠올렸고, 먼먼 옛날부터 순이가 늘 보낸 하루를 생각했어요. ‘온누리 아버지가 이런 삶을 보내며 살림을 가꾸어야 비로소 어깨동무를 이루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즐겁게 땀을 쏟으며 신나게 하루를 살았어요.
책이란 읽기 나름이라고 느낍니다. 더 뛰어나거나 훌륭한 책을 찾아내어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책을 쥐든 스스로 생각을 틔우며 삶을 빛내는 밑거름으로 삼으면 아름답습니다. 글님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아름책을 곁에 놓아도 좋을 테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아름눈빛에 아름손길로 오늘을 ‘지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해요. 첫머리에는 반짝이는구나 싶던 글결인데 뒤로 갈수록 어쩐지 힘이 사그라들어서 퍽 아쉬웠습니다. 쓴맛도 단맛도 없이 오직 삶맛이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디디지 않으면 글빛이 흐려요.
ㅅㄴㄹ
거실이 있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100권짜리 어린이용 전집을 처음 보았을 때,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다. (19쪽)
여자를 때리는 것이 농담이고, 사랑의 표현이며, 하루가 못 되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으로 화해하는 이 과정,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 아닌가. (37쪽)
역사를 배우다 보면 개인은 사건 속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늘 그 사라진 개인이 궁금했다. (81쪽)
갓난아이와 세 살짜리 아이 둘을 돌보며 일을 하는 것은 거의 극기훈련이었다.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