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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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리뷰 총점 8.9 (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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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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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잊지 말게, 재미있어야 하네 평점8점 | g******1 | 2017.03.29 리뷰제목
잊지 말게, 재미있어야 하네내일 죽는다면 칼텍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레너드인데, 이 저자의 이름도 레너드라서 시트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코믹함이 주내용인 시트콤과는 내용은 딴판이지만, 칼텍의 연구 환경 같은 부분을 관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시트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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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게, 재미있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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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는다면

칼텍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레너드인데, 이 저자의 이름도 레너드라서 시트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코믹함이 주내용인 시트콤과는 내용은 딴판이지만, 칼텍의 연구 환경 같은 부분을 관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시트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환경일 것 같은데, 책에 의하면, 연구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연구 방향도 자기가 정하고, 학생들은 가르쳐도 되고 안가르쳐도 되고,  대략 선임연구원이나 종신직 연구원들은 같은 방향의 연구를 하는 하급 연구원들을 밑에 두어 함께 연구할 수 있다. (대신 그들은 계약직이고, 종신을 얻기가 어렵다고 알고 있음) 이러한 조직 환경에서 하급 연구원인 그에게 초기 기간은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자 동시에 미래와 전망을 결정하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박사 과정 중 쓴 논문이 유명세를 타고 칼텍에 연구원으로 스카웃된 20대의 젊은 저자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이 성취가 요행이었고, 이제 이러한 행운이 거저 생기지는 않을 것임에 초조해하며, 노벨상 수상자를 수두룩하게 배출해낸 칼텍에서 이제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의 연구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인 머레이 교수의 근처이고 파인만 교수와도 같은 건물에 있다.  진로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하여 그는 교수들의 방을  차례로 두드린다. 그들이 갖는 국제적 명성만큼이나 그들을 찾는 이들은 많았기에 그들을 만나기는 어려웠고 특히 암이 여러 차례 재발하여 건강이 좋지 않은 파인만을 만나는 문은 좁았지만,  비서의 눈을 속여 여러 번 파인만과 만날 수 있었고, 그 때마다 허락을 받고 그의 말을  녹음하였다. 수십년이 흐른 후, 자신 역시 젊은 날의 번뇌를 이기고 물리학자와 작가로서 성취하여 그가 젊었을 때 만났던 파인만과 같은 나이, 같은 연륜을 갖게 되었을 때, 그는 지하에서  박스에 담겨있던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한다. 거기에 젊은 날의 대화가 있었다.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

두 사람은 학계를 주도하는 양대 산맥같은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고, 널리 존경받는 사람들이지만 두 사람의 사고방식과 연구방식은 대조적이다.  머레이는 수학적이고 질서정연한  질서 속에서 규칙을 발견한다. 파인만은  실재하는 물리적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느냐에 큰 관심을 가지고 논리보다는 현상에 집중하여 문제들을 푼다. 저자는 머레이를 그리스인으로 파인만을 바빌로니아인으로 보고 두 사람이 과학에 대하여 취하는 입장과 연구 방법 중 무엇이 자신의 그것과 일치하는지를 알아내려고 애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너무 많은 자유와 책임이 주어진 칼텍의 방침은 아직 세상을 모르고, 무엇을 연구해야 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한 믈로디노프에게는 전망에 대한 조언들이 필요했고, 그는 직접 교수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애쓰면서 몇 달을 보낸다. 수학과 문학을 동시에 사랑하는 저자는 굉장히 축복받은 것 같다. 저자가 쓴 논문이 수백차례 인용되면서  성공한 듯이 보였지만 글쓰기는 그에게 또 다른 미래였고 재능이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 많은 입자들과 그 모든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하나의 공식을 “믿는”, 머레이 교수에게 희곡 작품을 써보겠다는 말을 했다가 재능있는 학자가 그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크게 꾸지람(?)을 들은 저자는 그와는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걸 조금씩 느껴감과 동시에 파인만의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연구 방법에 더 끌린다.



작년 한 해 출판계를 휩쓴 <숨결이 바람되어>를 상기시켰다. 그것은 자전적 성격을 띤 책이라는 점과 고환암이 발견되어 드라마틱한 전환을 맞는 장면이다. 장래를 고민하던 청년이 갑자기 몇 달 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굉장한 사건이다. 이러한 자전적 요소가 문학적 우아함과 코믹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에세이면서도 소설 같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암과 싸우고 있던 파인만과 갑자기 동질감을 느낀 채 더욱 더 그를 만나고 싶어하던 청년은 비서 헬렌이 전화하는 틈을 타서 들어가고 그를 만나지만, 개인적인 얘기라던가 철학적 얘기는 그를 열받게 해서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금지사항이었고, 준비해간 다른 과학적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공교롭게도 파인만이 흥미를 가짐으로써 대화를 지속시킬 수 있게 된다.


통일장 이론을 찾으려는 물리학자들은 이제까지 알려진 네가지 다른 자연의 힘인 전자기력, 중력, 강한힘(양자색깔역학), 약한힘(원자핵 속에서 그 짝을 이루는 힘)이 좀 더 근본적인 단일 힘, 즉 ‘밑바닥에 놓여있는 원리에서 생긴다’고 생각했다.  ‘존재하는 이유와 관련도니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약속(p97)’한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점입자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진동하는 끈이며, ‘끈이론에는 모든 힘들을 포괄하는 하나이자유일한 이론이 있고, 동시에 하나이자 유일한 근본입자, 즉 끈이 있다(p100)’는 것이다. 알쏭달쏭 외계인의 언어같지만, 실제로 이 이론은 검증 불가능한 예측만이 난무한채로 오랫동안 과학계의 한쪽 구석에 밀려있었지만, 머레이는 이를 믿기에 자신의 대학 내 위치로 그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를 지원했고, 훗날 큰 결실을 거둔다.


파인만의 상상력은 이러한 믿음과는 별개로 이루어진다. 그는 작가(도) 되고 싶어하는 저자에게 물리학자와 작가 두 직업 모두에게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하지만 물리학자는 있는 것을 상상해야 하며, 있는 것의 보이지 않는 측면을 현상에 주목해서 상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지만, 과학자가 상상하면 신이 오 그 상상력은 잘못됐어, 여기까지는 괜찮아 등등의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은 바로 실험이다.  


작가는 파인만이 한 이야기들은 통채로 카세트 녹음 테이프에서 꺼내어 그대로 인용을 했는데, 구구절절 옳지만, 정작 작가의 마음을 움직인 것, 작가를 오늘날의 작가로 만든 한 마디는 바로 이말, 가슴이 뛰는가라는 질문이다. 잊지 말게 자기가 하는 것이 재미있어야 한네. 그 한마디가 중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가장 쉽게 잊어버리는 말,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종 가장 무시되는 말...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에서 선정된 도서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13
종이책 파인만의 인생 철학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s*****l | 2017.03.18 리뷰제목
인류 문명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을 때 내가 놀라는 점은 그들의 비범함 때문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어떤 천재성이나 특이한 사고방식, 또는 기이한 습관 등을 내심 기대하며 책을 읽는 까닭에 그런 것들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뿐 놀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우리와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그들의 평범함에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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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을 때 내가 놀라는 점은 그들의 비범함 때문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어떤 천재성이나 특이한 사고방식, 또는 기이한 습관 등을 내심 기대하며 책을 읽는 까닭에 그런 것들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뿐 놀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우리와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그들의 평범함에 종종 놀라곤 한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의 아이큐가 160이나 되었다는 점에서는 전혀 놀랄 게 없지만 그가 아주 이른 나이(17살)에 4살이나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했다거나 이혼을 하기 전에 부인을 지독하게 대했다거나 이혼한 후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다는 등의 일반인과 그닥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게 된다.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인 파인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다른 과학자들과는 분명 다른 점이 많았다. 그의 비범함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었다. 남들의 눈에는 무모한 일로 보일지라도 그에게는 언제나 가능성 100%의 성취 가능한 도전이었고 그는 그것에 이르는 전과정을 즐겼다. 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 그리고 일단 결정된 일은 철저히 즐길 것, 그것이 파인만의 인생 철학이었는지도 모른다.

 

"늘 장난스럽고, 재미있어 하고, 젊은이의 눈을 유지하는 것.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파인만이 자연이나  삶의 모든 가능성에 문을 열어놓고 사는 비결이며, 그의 창조성과 행복의 원천인 것 같았다."  (p.112)

 

저자가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연구원으로 있던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의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방황했었고, 그때 만난 리처드 파인만은 2차 암수술을 받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당시 물리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같은 대학의 교수였던 파인만으로부터 저자는 자신의 고민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받은 듯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유명한 과학자로부터 과학 및 과학자의 본질과 관련하여 내가 궁금해하던 문제들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내가 그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삶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p.11)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파인만은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파인만은 명랑하고, 장난스럽고, 짓궂고, 호기심 많고 게다가 항상 재미를 잃지 않는' 어린애와 같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글쓰기에 취미가 있었던 저자는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파인만에게 고백한다. 소설을 써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파인만과 둘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점이 있는 듯했다.

 

"작가나 화가는 뭔가 상상을 할 수 있고, 물론 그것에 대해서 예술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는 있네. 하지만 거기에는 과학자가 다루는 수준의 선명함과 절대성이 없네. 과학자에게는 '실험의 신'이 있어서 "그거 예쁘군, 친구. 하지만 사실과는 다르지."그런 말을 하네. 이건 큰 차이일세."    (p.174)

 

저자가 자신의 길을 확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을 때 저자 또한 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는다. 결국 그것은 오진으로 판명되었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파인만과의 대화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듯했다. 저자가 칼텍을 떠난 후 TV에서나 이따금 볼 수 있었던 파인만은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와의 대화를 녹음했던 테이프를 발견한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특히 죽음의 공포를 느낀 뒤부터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계없이 나를 감동시킨 목표를 추구하며 내 인생의 한정된 시간을 살기로 결심했다. 나는 물리학에서, 그리고 삶에서 절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아름다움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무엇이든."    (p.213)

 

자신의 삶에 대해 파인만만큼 애정을 갖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않은 까닭에 마치 이것이 다른 사람의 삶인 양 인생 전체를 허비한다 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하고는 그에 걸맞는 변명을 마련하느라 평생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구축한 변명이 진정으로 아름답거나 정당하다고 한들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평생을 열정적으로 살았던 파인만의 삶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증명하기 위한 변명을 마련하느라 평생을 허비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나의 삶일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12
종이책 파인만의 무지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17.03.18 리뷰제목
1981년 겨울. 막 박사학위를 받은 믈로디노프 박사는 훌륭한 논문에 대한 보상으로 칼텍에 발을 들인다. 자신의 업적이 단 한 차례의 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엇을 해야 할 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물리학자로서 길을 잃는다. 칼텍과 같은 곳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쌓지 않은 이들은 찾기 힘들었고, 이전에 충분히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이들도 쫓겨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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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겨울. 막 박사학위를 받은 믈로디노프 박사는 훌륭한 논문에 대한 보상으로 칼텍에 발을 들인다. 자신의 업적이 단 한 차례의 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엇을 해야 할 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물리학자로서 길을 잃는다. 칼텍과 같은 곳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쌓지 않은 이들은 찾기 힘들었고, 이전에 충분히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이들도 쫓겨나는, 그런 곳이었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그곳에서 스승을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당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였던 파인만의 방문을 두드린다. 암수술을 받고, 생애 막바지에 와 있던 파인만과 믈로디노프 박사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된다. 1.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믈로디노프 박사는 물리학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를 파인만에게 배운다.

 

그 상황을 보면서 배운다라는 것은 참 주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믈로디노프가 파인만을 교단에 올려놓고 그의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니며, 파인만과 마주 앉아 정기적으로 상담을 한 것도 아니다. 우연을 가장해서, 혹은 무작정 들이닥쳐 묻고, 혹은 반박하며 형식 없이 나눈 대화들로, 그는 파인만에게 배웠다. 배움이란 그렇게 형식이 없는 것이고, 또 형식이 없기에 내용들로 채울 수 밖에 없다. 가르치는 것이나, 배우는 것이나 서로 의식하지 않을 수 있기에 서로 가르칠 수도, 서로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 가르치거나 배운다는 의식 없이도 세상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믈로디노프가 그 1년 동안의 부정기적인 파인만과의 대화 속에서, 혹은 파인만을 관찰하면서 얻는 배움이라는 것도, 사실 분명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년 후 칼텍을 떠나면서(후에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와의 만남으로 물리학자로서 해야 할 연구가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알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 배움은 그의 삶 속에 스며든 것이었다.

 

파인만은 많은 에피소드들로 유명한 사람이다.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유머러스했으며, 경직된 사고를 하지 않았던 물리학자이다. 한 가진 분야에만 머물지 않으면서도, 그 분야마다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고,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기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내세워 어떤 가르침을 주려고 했던 교사(敎師)는 아니었다. 자신의 제자에게도 2년이 지나면 추천서를 써주지 못하겠다는 편지를 보내는 이였고, 잘못된 이론에는 가차 없는 질문을 하는 이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어린아이 같은 시각으로 자연을 경외롭게 바라봤으며, 그 경외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무지개를 연구하는 이유를, 그 무지개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감동이 연구의 원천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 길지 않은 책을 읽으며, 나의 막막했던 시절도 떠올랐다. 믈로니노프 박사와 다를 바 없었다. 학위는 나를 증명해야만 하는 표식이었지만, 그 증명을 어찌 해야 할 지도 몰랐고, 과연 내가 그런 표식의 능력이 있는지도 스스로 의문이었다. 어찌어찌 해나갈 수도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게 잘 안되어 비웃음을 사면 어쩌면 매일매일 두려웠다. 그리고 훌륭한 과학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찌어찌 해나가 결국엔 자리를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잘못 뽑았다는 수근거림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왔다.

 

내게 파인만 같은 이가 있었을까? 물론 파인만 같은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학자가 내 길을 인도한 것도 아니며, 그런 이에게 조언을 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배움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 본다면 내게도 파인만 같은 이는 많았다. 어떤 연구를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조언한 선배도 있었으며, 연구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한다고 자신의 것을 친절히 보여준 선배도 있었다. 그 밖에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토막토막 조언을 해준 이들은 더욱 많았다. 그런 가르침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것이리라.

 

파인만은 가슴이 뛰는지를 물었다.

, 여전히 가슴이 뛰는가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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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파인만이 쓴 글은 아니지만 평점8점 | n***8 | 2017.08.07 리뷰제목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이름을 안 지 몇해 됐지만 책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과학뿐 아니라 수학하고는 좀 멀어서. 물리학을 하려면 수학도 알아야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론 물리학자겠지. 이론이라고 해도 실험을 할 거다. 이론을 증명해야 할 테니. 잘 모르는 사람은 하나로 과학이라 말하고 물리학자보다 과학자라고 할까. 내가 그렇구나. 지금까지 난 에디슨 뉴튼 아인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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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이름을 안 지 몇해 됐지만 책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과학뿐 아니라 수학하고는 좀 멀어서. 물리학을 하려면 수학도 알아야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론 물리학자겠지. 이론이라고 해도 실험을 할 거다. 이론을 증명해야 할 테니. 잘 모르는 사람은 하나로 과학이라 말하고 물리학자보다 과학자라고 할까. 내가 그렇구나. 지금까지 난 에디슨 뉴튼 아인슈타인을 그저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확실하게 모른다. 우주와 세상을 알려는 게 물리일까. 물리, 계산을 잘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말하니 신비롭게 보이는구나. 과학을 한 사람에는 종교인이 많았다. 오래전에는 종교와 과학이 아주 가까웠다. 옛날에는 종교, 신을 믿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과학이 들어갔다. 과학이 절대는 아닐 텐데. 이것도 생각없이 믿으면 안 된다. 좀 이상한 말로 흘렀다.

 누군가는 우연히 만난 책이나 사람 때문에 자신이 갈 길을 정하기도 한다. 이 책을 쓴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대학을 잠깐 쉴 때 파인만 글을 만나고 물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 공부도 마쳤다. 믈로디노프가 쓴 논문이 물리학자 눈에 띄어 믈로디노프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칼텍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이르는 말이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정말 칼텍에서 일하게 된 게 맞나 했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하게 된 거였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물리학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칼텍에는 믈로디노프가 물리를 공부하게 한 파인만이 있었다. 그때 파인만은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내가 파인만 이름을 알았을 때 파인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거 잘 몰랐던 것 같다. 파인만이 암으로 죽었다니. 몸이 좋지 않을 때도 파인만은 물리학자로 살았구나. 내가 그런 처지라면 난 어떻게 할까. 난 아무것도 아니어서 아무것도 아닌 채 살겠다. 내게 남은 날 동안 책을 보고 쓸지도. 가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파인만은 과학자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믈로디노프는 그것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과학자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니.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가 괴짜여서 그렇구나. 파인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믈로디노프는 논문을 쓰고 칼텍에서 일하게 됐지만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 칼텍에서는 존 슈워츠가 끈이론을 연구했다. 그때는 끈이론이 별로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많은 사람이 끈이론을 연구한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도 끈이론이라는 말은 들어보았다. 핵을 구성하는 입자 쿼크라는 말도. 물리학 이야기도 여기에 담겼다. 그것을 아주 잘 알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생각만 하고 그런 책 별로 만나지 않는구나.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벽에 부딪친다. 그때 그 벽을 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것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 믈로디노프는 물리학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했다. 물리학자한테 믈로디노프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말하면 그것을 좋게 여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파인만이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 파인만은 자신이 재미있으면 괜찮다고 하지 않았을까. 파인만은 상상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건 과학을 하는 상상력이다. 파인만과 믈로디노프가 아주 친하게 지낸 건 아닌 것 같다. 가끔 마음이 맞을 때도 있었겠지. 그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파인만은 다른 사람을 별로 마음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것은 자기 마음을 들뜨게 하는 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거나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것을 하는 사람 부럽다. 부러워 하기보다 나도 찾아야 할지도. 믈로디노프는 물리학뿐 아니라 글쓰기도 그만두지 않았다.

 물리학 이야기는 조금 어렵지만 다른 이야기는 아주 어렵지 않은데 그것까지 잘 못 알아들은 것 같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파인만은 성공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을 알기를 바랐다. 다 그런 건 아닐지라도 나중에 이름이 남는 사람은 그걸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집중해서 하는 것 같다. 자신이 하는 것이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것을 하는 걸 즐기면 괜찮겠지. 난 책을 좀더 즐겁게 만나고 싶다. 늘 책 읽고 쓸 일을 걱정한다. 어떻게든 쓰는 걸 보면 이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책을 읽고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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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파인만이 가르쳐 주는 길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p*******t | 2017.03.22 리뷰제목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우리에게 미래는 항상 두려움이 가뜩 찬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누군가 방향과 길을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물리학자, 파인만이라면. 하지만, 파인만은 좀 괴팍한 천재(?)로 알려져 있기에 그가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인지, 가르침은 단지 앎의 전달을 넘어서는 인간적 관계가 있어야 하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가르치는 파인
리뷰제목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우리에게 미래는 항상 두려움이 가뜩 찬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누군가 방향과 길을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물리학자, 파인만이라면. 하지만, 파인만은 좀 괴팍한 천재(?)로 알려져 있기에 그가 어떤 가르침을 줄 것인지, 가르침은 단지 앎의 전달을 넘어서는 인간적 관계가 있어야 하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가르치는 파인만과 배우는 저자의 관계 맺기에 더 관심이 간다.

 

이 책은 물리학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책 앞쪽의 물리학적 개념들이 제법 나열되어있다. 현대물리학을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관점 저 너머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껏해야 밤하늘에 별이 있구나 하는 정도의 앎을 가진 우리들에게 우주의 법칙은 너무나 어렵고 다가오지 않는 문제 아닌지? 이런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밤을 세우는 그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이 물리학만을 다룬다면 전공 책에 지나지 않겠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 보편적인 고뇌, 누구나 막막한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 교수가 되었으니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이는 저자, 하지만, 그도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성공은 삶에 대한 나 자신의 유형과 접근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기에 쉽게 찾지 못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가야 하는 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진리 자신이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일 것이다. 알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여기에 파인만은 말한다. 모든 것은 상상력과 끈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파인만과의 대화를 통해 길을 찾으려는 방황하는 저자에게 희망과 길을 보여준 것이 아이러니하게 죽음이었다. 인간은 죽는 유한한 생명체임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그러기에 생명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내일 우리가 죽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을까? 죽음의 공포가 열어준 길 삶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배우는 기회로 나아간다.

  

스승은 무얼까? 길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이정표가 아닐까? 가르친다는 것과 배운다는 것 우리는 대부분 많은 시간을 이 배움의 길에 서 있지만, 정작 배움도 스승도 제자도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웠는데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가르쳐 준 것이 없다는 파인만과 배웠다는 저자, 무엇을 배웠을까? 분명한 것은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점이다. 학교는 있지만 스승은 없고, 선생만이 있다는 우리 사회, 우리의 길을 밝혀주는 진정한 스승들이 더 많이 있다면 이 사회는 좀더 밝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훌륭한 물리학자들이 많이 나와서 우주의 신비를 밝혀줄 그 날을 기다린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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