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생각 안에 갇혀 산다. 자기 머리 안에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나름의 환상의 세계를 머리에 얹고 사는 셈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자기 생각의 근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기 안에 있던 잣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과 상황에 대한 판단, 사람에 대한 생각은 모두 자기만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와 거리는 상대가 느끼는 거리와 같지 않다. 관계에서 오는 당혹감은 그 차이에서 온다. 내 생각에 너무 매몰되면 현실감을 잃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라는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불가능하다. 나라는 개념 자체가 내 육체를 근거로 한다. 내 몸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는 없다. 세상에 몸으로 태어나면서 내가 된 것이다. 태어나기 전과 후의 존재는 증명할 길이 없어 언급할 순 없지만 그런 존재를 가정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알려져 있다.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접어두고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세상은 내가 몸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뿐이다. 나는 내 몸인지, 에너지로 내 안에 존재하는지는 아직까지 논란의 대상이지만, 몸에 의지해 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다. 몸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그렇다. 예외는 없다. 그런데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공감하라고 한다. 내가 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기 만이 세계가 어떤지. 그래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삶을 관통하는 지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자기 이익만 챙기면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정도가 심하면 처벌 받는다는 사실을.
<에고라는 적 Ego is the enemy>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가능한 한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특별함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고. 자기 몸 안에 갇힌 존재가 자기만의 특별함에 매몰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나간다?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건지, 그런 척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느냐 여부가 삶의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본성은 뒤틀린 목재와 같은데, 이것으로는 똑바른 것을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칸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결코 곧게 바로 선 존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보다 더 바르게 되려는 노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21쪽)
노력하면 되겠다는 저자의 말에 약간의 희망을 얹어 본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우리의 에고 증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나는 내 생각만 하는 동물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생각을 바꿀 경계를 넘어서는 게 된다. 나는 자주 이런 말로 나를 흔들어 깨운다. '에고~에고~' 에고가 나의 적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자기 위주로 살아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남들뿐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게 나한테 돌아온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그래서 자주 나를 흔든다. 불가능한 것을 해보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우리는 자기 주변 세상에 참여하기보다는 자기 머릿속의 상상에 집착한다.
이것이 바로 에고다. (108쪽)
‘책A 보다 책B가 훨 났네.’ 이런 평가를 내린다는 건 책B 저자에게 좀 미안한 일이고 실례다. 허나 지금 이글에서 만큼은 좀 미안해져야겠다. ‘에고라는 적’보다 ‘아주 사소한 습관의 힘’이 훨씬 났다. 뭐 사실 미안해 할 필요까진 없다. 저자는 라이언 홀리데이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한국어를 한다면 모를까 이 글을 볼 리가 없다. 그리고 혹 이 리뷰를 본다고 치더라도 그는 이해할 거다. 그가 몸에 새긴 문신, 책의 ‘에고 = 적’ 공식에 따르면 자기 책에 대한 디스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 들일 것이기에.
‘아주 사소한 습관의 더 났다 ‘ 라는 얘기는 좀 성의 없어 보여서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 풀어볼까 한다. 이 책은 좀 뻔하다. 책의 제목으로는 철학책 같지만 이 책은 전형적인 자계서다. 그리고 자계서의 아주 익숙한 루트를 따른다. 유명인의 사례를 끌어다 쓴다. 연구결과나 통계 보다는 그냥 ‘유명한사람이 이랬다 그러니까 너도 이러면 돼’ 라는 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결론은 에고를 경계하라는 거다. 쉽게 말하면 흥분하지 마라. 겸손해져라. 인내해라. 조용히 니 일해라 등으로 요약된다.
뭐 뻔한 얘기다.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소리다. ‘나대지마라’ 류의 격언은 동양 특유의 문화이기에 전혀 새롭지가 않다. 문제는 설득력 또한 없다는 거다. 저자는 ‘캔버스 전략’을 독자에게 추천한다. 캔버스 전략이란 다른 사람을 적극 도우면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천 예시를 든다.
1. 상사에게 건네줄 멋진 아이디어들을 떠올린다.
2. 장래가 유망한 사람들을 찾아 서로 소개시킴으로써 동반 상승 효과를 노린다.
3.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한다.
4.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자원이 낭비되는 지점을 찾아서 메우고, 절약되는 자원은 다른 영역으로 돌린다.
5. 다른 누구보다도 많이 만들어내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준다.
2번과 4번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1,3,5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선의로 1,3,5번처럼 무언가 해봤을 거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결과는? 준 사람은 바보가 되고 받아 먹은 사람만 잘나간다. 준 사람만 호구된다. 근데 저자는 그래도 계속 하라는 거다. 당신은 잘난 사람이 되기보다 어떤 일을 하는 걸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합당한 일에는 합당한 보상이 따라와야 하는 게 세상이치 아닌가? 그럼에도 저자는 시스템을 지적하지말고 겸손해지고 스스로를 깎으라고 조언한다. 겸손해져야 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호구가 되라’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호구가 될 정도로 에고를 경계하고 나를 깎고 또 깎아라.’
깍을만큼 깍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거기서 더 깎아낸다면 사람이 아니라 생불, 예수, 공자다. 모두가 성인이 될 필욘 없다.
사람들은 대개 뭔가에 결핍을 느껴 자계서를 읽는다. 자기가 잘하고 있거나 아예 그런 의식조차 없다면 자계서를 읽겠는가. 그런데 이 책은 결핍된 독자들에게 뭔가 깎고 내놓으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탈탈 털린 사람에게 또 뭔가 참고 인내하라는 건 좀 너무하는 거다. 차라리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처럼 2분만 무언가 해보자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유익하다. 이 책은 자기가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본인이 아니라, 주변에 나대고 있는 타인에게 조용히 선물하는게 적절하다. 그 타인이 책을 읽고 끄덕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합 입학, 담당 프로젝트의 성공과 승진, 개인 회사 설립과 성장, 사회 정의 실현 등 누구나 저마다 인생의 크고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를 열망하지만 때때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인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우리 모두 그 세 단계 중 하나에 서 있을 것이다.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마케팅 전략가, 베스트셀러 저자,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했지만 모든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방황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에고’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고라는 적』은 스토아 철학과 고대 그리스 로마 사상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에고를 어떻게 통제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자만심이 작은 성취를 놓고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말하며 이 자만심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에고’라고 지적한다. 에고는 내면의 자만심,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것을 어떻게 다스리고 통제하느냐가 바로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인생의 세 단계를 거친다. 대학 입학, 담당 프로젝트의 성공과 승진, 개인 회사 설립과 성장, 사회 정의 실현 등 저마다 인생의 크고 작은 목표를 가지 있고 그것을 이루기를 열망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크고 작은 성공을 이루지만 그것은 쉽게 유지되지 않고,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이 과정은 인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우리 모두 그 세 단계 중 하나에 서 있을 것이다. 혹은 어쩌면 누군가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윌리엄스,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과 같은 인물들도 처음부터 성공한 인생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열망하던 시기가 있고 성공을 이루기도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환점마다 그들이 내린 선택은 끝내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열아홉에 대학교를 뛰쳐나와 [아메리칸어패럴]의 마케팅 전략가가 됐고,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으며 자기 사업을 꾸려 성공시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 알았던 성공은 지속되지 않았다. [아메리칸어패럴]은 빚더미에 떠밀려 파산에 이르렀고 자신의 책은 고작 한 주 만에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잃었으며, 자기 사업 역시 무너지고 말았다. 존경하던 한 사람은 자기에게 등을 돌렸고 또 다른 멘토들이 몰락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화려한 성공과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라이언 홀리데이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명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살펴보며 무엇이 인생의 승패를 가르는지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했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에고’였다. 그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에고’를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