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과 같이 일본에서 1인 출판사를 하는, 또는 몇 명으로 이뤄진 작은 출판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중간 중간 칼럼과 인터뷰 형식으로 출판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었다.
1인 출판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다양했지만, 책을 읽으면 2011년 일어났던 동일본대지진이 많은 일본인들의 삶을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접적인 피해로 삶이 망가졌다는 부분이 아니라 동일본대지진 때문에 삶의 태도가 바뀌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1인 출판을 시작했다거나,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1인 출판사를 마음먹었다거나 그런 사람이 많았다. .
아예 다른 직종에서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큰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따로 나와서 출판사를 차린 사람 이 많았다.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최소 초반 몇년은 수익을 내지 못한 사례가 많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해도 대박을 터뜨린 몇몇 출판사 빼고는 기존의 직장보다 높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살아남으며 수익을 더 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출판업으로는 돈을 벌 생각이 없다며, 본업이 있고 1인 출판사를 부업으로 하며 자신이 출판한 책을 늘려가고 있기도 했다.
현재 여러 미디어가 생기고 책 이외에도 많은 할거리가 생겨 출판업계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원도 없고 지원도 없는 1인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와는 다른 점을 내세워야만 했다. 1인 출판사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일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진다는 것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형 출판사에서 할 수 없는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책의 저자와도 더 가깝게 지내며 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책에서 보인 1인 출판사들의 전략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작가성이 강한 사진집, 시집, 신인의 발굴, 확실한 주제 등이 있었다. 특이하게 시아버지의 시, 남편의 음악을 버무려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이런 특별성을 강조한 것 외에도 지방에 터를 잡고 지방 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책을 만드는 것도 있었는데 이 또한 성장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1인 출판사 뿐만 아니라 출판 업계 전체에서 생각하고 있을 문제가 점점 디지털화되가는 세상에서 종이책이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책에 등장한 몇몇 사람들을 입을 모아보자면, 대부분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굳이 고집피울 필요 없이 유동적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많은 책을 디지털화하고 아예 디지털책으로만 내는 저자도 있었다. 그럼에도 종이책이 주는 특유의 감성, 종이책에서 느낄 수 있는 끊겨야 연결되는 것, 가지고 있는 것 자체의 가치(요즘은 사람들이 책을 소품으로써 쓰기도 한단다. 나도 읽지도 않으면서 단지 사고 싶어서 사는 책이 있는데, 그런 느낌인가보다.) 등으로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개로 sns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씩 보였는데, 광고할 돈이 없는 1인 출판사에서는 sns가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글을 올려 공유하거나,, 특히 유명인이 자신의 책을 읽고 sns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광고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반면에 sns를 가능하면 안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어디가서 자신있게 "저는 독서를 정말 좋아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는 못되지만, 책 자체를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독서를 하고,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생기거나 아니면 문득 책이 사고싶어져서 인터넷 서점에서 관심 있는 키워드를 검색하며 카트에 책을 채운다.(물론 그 책을 다 사지는 않지만)
서점에 가는 것도 꽤 좋아하는데, 요즘엔(요즘이 아닐지도. 지방사람인 내가 학기 중 서울에 있을 때 느낀 것) 깔끔하고 책 이외의 굿즈를 파는 중고서점들이 많이 보여서 자주 가기도 한다. 진열돼 있는 많은 책들을 둘러보고 나면 어느샌가 카드를 꺼내 계산대로 들고 가는 내가 보인다. 예정에 없던 지출이지만 갑자기 끌리는 책들이 생긴다. 이 책 또한 제주도 여행 중 제주 동문시장 근처에 있는 작은 독립서점 '라이킷'에 찾아가 구경하다가 구입한 책이다. 며칠 전에는 친구와 부산 여행 중 서면 지하상가에 있는 yes24 중고서점에 갔었는데,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친구는 책장 사이사이마다, 준비된 테이블 마다 서거나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라더라. 이렇게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지 몰랐다며.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출판업계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해도 출판사를 차리고, 출판사에 취직한다. 몇 년 전에는 없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책을 소개하고, 유튜브 채널에서 책을 소개하며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라지는 것도 많겠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서 새롭게 책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이것이 책의 강함이고 끈질김이란 것을 느꼈다. 그러한 특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서도 책이 사라지지 않고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또 새로운 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이 책을 읽으니 일본의 서점과 한국의 서점은 또 다르다고 생각되어 더 많은 한국의 서점을 가보고 싶어졌다. 학기가 시작되면 또 다시 서점에 가야지.
내 길이 아닌데 자꾸 관심이 가는 길이 있다.
출판사, 서점경영, 글쓰기...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해서 이런 분야에 관심이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갑자기 이런 분야의 책이 쏟아져나왔고
일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허겁지겁 구매해 읽게 되었다.
나도 참 별나다 싶다. 솔직히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오지라퍼!
이 책을 주문했을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얼마나 행복한 얼굴들일까 싶은 부러움이 컸다.
물론 그들의 얼굴은 밝았다.
하지만 그들의 경제사정은 뭔가 숨겨진듯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은 아직 벌지 못해도 괜찮다고
애써 말하고 있는 얼굴이랄까. 내 느낌은 그랬다.
'1인 출판사'라고 하면 느긋하게 보이는 인상도 있는 것 같아요. 시작하려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이 생기겠지만,
5년, 10년 후에 몇 곳이나 살아남을까요.
대형 출판사조차 부동산 사업 등 다각 경영으로 이익을 내는 시대에
오직 출판업만 하며 책을 알리고 파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출판 불황 속에서 어떻게 오래 지속할지가 제 과제입니다.
일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었다.
한국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들었지만
그들 역시 대형 출판사조차 다각경영을 모색하고 있었다.
오직 출판업만을 하며 사는것, 그것의 어려움이 처음부터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은 묻는다. 출판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제 이상 같은 걸 좇으면 안 됩니다(웃음). 먹고사느냐 마느냐의 문제예요. 그 안에서 뭔가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요? 시대와 함께하는 일을 무시하고 이상을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주위 상황에 맞춰 새로운 형태가 계속
나올거예요. 소자본 출판사도 저는 시대의 압박 때문에 나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그뿐 아니라 인쇄 기술이 간단해졌고 누구나 자유롭고
글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예요. 주위 상황과 자신이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일할 사람들을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겁니다.
침착하고 여유 있게 일하는 건 제 나이쯤 되면 가능할 거예요.
이상을 좇으면 안 된다는 농담조의 말에서
먹고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말에서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출판계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 시대는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선구자들이 쌓아 올린, 훌륭한 유통
시스템은 인구가 두배로 늘어나던 시대에 만든 모델입니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에 돌입한 가운데, 나라와 지방의 형태도 점차 바뀌는 추세입니다. 출판이라는 말 그대로, 만인에게 공표한다는 의미를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세대는 앞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만 하고 아마 그 혜택을 보지는 못할 거예요. 다음 세대가 우리처럼 책 관련 일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다리를 놓아야 할까요. 앞으로 10년이 중요합니다.
'좋은 책을 만드는 일'과 함께 '차세대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출판 일을 하면서 실현해야 할 커다란 사명입니다.
자신은 힘들게 살지라도 다음 세대는 혜택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
책은 사라지지 않고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어려운 출판계에서 더구나 1인 출판이라는 모험을 하면서도 견뎌낼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책의 구매자는 20~40대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을 안 삽니다. 시간이 있으니까 가지고 있는 책을 다시 읽고 책을 늘리지 않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요.
돈을 내서라도 책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절박한 욕구를 가진 독자층은 역시 성장 중인 젊은 세대예요. 옛 문학을 왕년의 문학 팬 대상으로 만들면 비즈니스가 되지 않아요. 책을 파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이상, 젊은 세대를 정확히 겨냥해서 옛 지혜와 이야기를 새롭게 단장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그 문맥과 제안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도 책을 잘 사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이기도하지만, 아마 책이라는 것은 공부를 하기 위해 사는 것,
엄마가 공부를 시키기 위해 억지로 읽혔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다만 나이든 사람들도 급할 것이 없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렸다 도서관에서 빌려읽다보니
우리나라 출판계가 조금더 어려운 것 같다.
미래에도 책은 존재할까?
항상 종이의 종말과 함께 책의 종말이 점쳐지고 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20년 전에도 논쟁거리였던 이것.
아직도 논란중이니 앞으로 20년 후에도 같은 주제로 논쟁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생각하는 것은 종이책의 다음 가능성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저는 디지털 미디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종이책을 읽는 시간은
누군가와 공유하기 어렵습니다. 타인이나 일상과의 경계가 끊겨야 혼자
있는 시간이 깊어지죠. 깊은 고독 속에서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공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끊겨야 연결되는' 미디어가 그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SNS처럼 '끊기지 않는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
디지털 미디어와는 소통의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로 모조리 바뀌진 않을 거라고 봐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를 느끼고 있다면
끊어야 연결되는 미디어, 책을 들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 가능성 덕분에 책의 미래는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단하지 않기를 자연스럽게 빌게 되는 책.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출판을 위하여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이다.
http://010777000.tistory.com/534
《일본의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니시야마 마사코
출판계에 있으면서 '1인 출판'에 관한 책은 하나씩 다 읽어본 것 같다. 심지어 1인 출판 강의까지 들었으니 말 다 했다(읽어볼 때마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있을까의 마음이 충돌해서 지금은 중도에 와 있지만).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은 내 관심을 열렬히 받은 책이 되시겠다. 거기다가 독특한 표지디자인과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세 가지의 키워드를 잡고 양서를 꾸준히 내는 걸로 유명한 유유출판사의 책이라 더 궁금했다.
일단 이 책은 확실히 일반 책이랑 다르게 가볍고, 본문의 폰트도 크고, 각 장 도비라의 흑백 디자인도 좀 독특했다. '출판'이라는 주제에 맞게 1인 출판사, 지방 출판사, 독특한 출판사, 서점 등을 각 장에 따라 소개하고 있으며, 틈틈이 문인의 인터뷰와 칼럼, 취재로 알차게 내용을 꾸렸다. 이 책을 읽기 전 관심이 많아 리뷰를 먼저 읽어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출판사를 차리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을 일일이 알려주기엔 이 책의 성격과 안 어울리는 것 같다. 그저 이 책은 각자 어떤 각오와 계기로, 무엇을 추구하면서 책을 내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게 포인트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그 일을 지속해서 해나가는 사람들이 부럽다라는 것. 하지만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독서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고, 거기다 종이책 시장은 불투명하고, 책이 팔려도 수금은 몇 개월이 걸리고, 나가는 돈은 바로라 자금난이 심각하기에 무작정 뛰어들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1인 출판사인 만큼 편집, 영업, 관리 모든 걸 책임져야 하고, 중대한 결정에 있어서도 혼자서 고민해야 하는 외로움도 대표의 몫이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를 통해 일본의 중소출판사인 미시마샤의 생존법을 읽었는데, 그때와 관통하는 내용이 여기에 있었다. 큰돈을 벌어 사옥을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만든 책을 그저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원점회귀의 태도가 그것이다. 거기다 그때의 미시마샤 대표의 인터뷰도 여기에 실려 있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각 대표마다 출판사를 세운 이유도, 종이책과 전자책, SNS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달라서 나는 어떤 방향이 좋은가를 비교해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출판환경이 비슷하구나 하는 점도 새삼 느꼈다. 의외로 인상적이었던 건 1인출판사인 그리조아의 대표가 직접 번역을 맡았고, 역자 후기로 자신의 출판론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편집자로 10년 일하고,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좋아서, 블로그도 찾아보고 했을 정도(덩달아 중쇄미정도 궁금해지고).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이 업계도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82
하루키 책 100만 권 팔아서는 책마을이 죽는다
―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니시야마 마사코 글·사진
김연한 옮김
유유 펴냄, 2017.1.14. 16000원
몇몇 언론사에서 ‘새로 나올 하루키 책’을 놓고서 말이 많습니다. 하루키 책이 새로 한국말로 나오면 ‘100만 권’쯤 넉넉히 팔릴 만하리라는 말이 돕니다. 100만 권쯤 팔리는 책이 있다면 한국 책마을이 살아날는지 꽃피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하루키 책이 100만 권 팔린다면, 이는 한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으로 100만 권입니다.
한 사람 책이 한 군데 출판사에서만 나오며 100만 권이 팔리면 책마을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책마을에 도움이 될까요? 글쎄, 저는 고개를 가로젓겠습니다. 하루키이든 아무개이건, 한 사람 책이 100만 권이 팔리기보다는, 한국 작가 100사람 책이 100군데 출판사에서 나와, 저마다 1만 권 팔릴 수 있다면, 이리하여 ‘100 작가 100 출판사 1만 권’으로 100만 권이라는 숫자가 사람들 손에 간다면, 이때에 비로소 이 나라 책마을이 살아날 만하다고 말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집에서는 엄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게 제 안에서 꼭 지키고 싶은 규칙이었어요. 설마 제가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 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림책 서가에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그림책 서가를 벗어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읽을거리에 ‘그림’이 있는 책이란 이미지요 …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앞으로 5년, 10년 팔고자 한다면, 제가 100퍼센트 만족하는 책이어야 일이 괴롭지 않아요. (22, 27, 36쪽/야스나가 노리코)
니시야마 마사코 님이 쓴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유유,2017)이라는 책을 읽어 봅니다. 혼자서 일하거나 두세 사람이 일하는 자그마한 출판사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도쿄 한복판이 아니어도 즐겁게 작은 출판사를 열어서 씩씩하게 책길을 걷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더 많은 책을 팔겠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아름다운 책을 엮고 펴내어, 이 아름다운 책을 책방 일꾼이 기쁘게 팔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잘 팔리는 책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한 번 펴냈으면 100년이나 200년쯤 판이 안 끊어지도록 읽히고 사랑받을 만하게 단단하고 알차며 아름다운 책을 짓겠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흘러요.
“내일은 눈 오니까 쉬자” 하고 말할 수 있는 사장이 몇이나 될까요. 사장조차 자유롭지 않은 회사에서 도대체 누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을까요? (48쪽/도요다 쓰요시)
《하마유리 시절에》는 회전이 빠른 도심지에서 사고가 정지된 사람들에게 생각할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간했습니다. 저 자신도 일깨우면서요 … 한 권 한 권 책을 낼 때마다 관련된 분들과 친해지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 기쁩니다. (70, 76쪽/기요타 마이코)
‘빨리’를 외치지 않는 작은 출판사 일꾼은, 그렇다고 해서 ‘느리게’를 외치지 않습니다. 일본 책마을 가운데 작은 자리를 일구는 분들은 ‘아름답게’를 노래합니다. 짤리도 느리게도 아니에요. 외침도 아니에요. 그예 ‘아름답게 노래하기’입니다. 여기에 ‘즐겁게 춤추기’입니다. 덧붙여서 ‘신나게 꿈꾸기’예요. 그리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웃기’예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면서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막차 시간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어쩌다 보니 가마쿠라로 왔지만, 기분 좋게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저에겐 중요했어요 …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마음을 잊기 싫어서 의사 표명의 한 수단으로 띠지를 빼기로 했어요. 띠지가 있어야 잘 팔린다는 근거 없는 안도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87, 100쪽/우에노 유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읽으면서 이 대목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한 작가 책을 100만 권을 팔려는 뜻은 아예 처음부터 안 품는다고 합니다. 한 작가 책을 열 해에 걸쳐 1만 권을 팔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곱씹어 봅니다. 한 해에 열 작가 책 열 가지를 만 권씩 팔겠노라 하는 마음을 되새겨 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살림을 지어요.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이야기가 피어나면서 다 다른 아름다움이 깨어나요.
우리가 나아갈 아름다운 길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누릴 기쁜 삶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할 따스한 사랑은 무엇일까요?
요즈음 한국에서는 전국 곳곳에 자그마한 마을책방이 하나둘 문을 엽니다. 열 해쯤 앞서를 떠올리면, 전국 곳곳에서 작은 마을책방이 다 죽고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참말로 얼마 앞서까지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을책방이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춘’ 이야기로 떠들썩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을책방이 새롭게 문을 열며 활짝 기지개를 켜는’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회사는 사람이 전부이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날마다 성장한다고 믿고 가야 출판의 밝은 미래로 이어집니다 … 젊은 편집자도 처음부터 “잘 팔릴 책을 만들어”라는 말을 숱하게 듣다가 가장 중요한 감성이 충분히 자라기 전에 ‘판다’는 가치만을 위해서 일하는 로봇이 됩니다. (128, 142쪽/미시마 구니히로)
우리가 믿을 건 작가의 힘이 담긴 사진집뿐이에요. 즉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만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혀 줄 겁니다. (164쪽/히메노 기미)
지난날 마을책방하고 오늘날 마을책방을 가만히 맞대어 봅니다. 지난날 마을책방에 놓인 책은 거의 모두 참고서나 학습지였습니다. 여기에 잡지 조금, 베스트셀러 조금 있었어요.
오늘날 마을책방은 지난날하고 사뭇 달라요. 오늘날 전국 곳곳에서 문을 여는 마을책방 가운데 참고서나 학습지를 들이는 데는 눈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날 마을책방에는 책꽂이가 빽빽하도록 온갖 참고서와 학습지가 있는데다가 베스트셀러하고 몇몇 인기 잡지만 있었지요. 그렇지만 오늘날 마을책방에는 어떠한 참고서도 학습지도 안 들여놓아요. 게다가 오늘날 마을책방에서는 베스트셀러조차 거의 안 들일 뿐 아니라 몇몇 인기 잡지를 찾아볼 수조차 없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지난날 마을책방에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장만하거나 살폈을까요? 오늘날 마을책방에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장만하거나 살필까요?
책이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책방이란 무엇인지 이제 다시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마을에 깃든 책방은 얼마만 한 크기이면 되고, 어떤 책을 얼마쯤 갖추면 될는지 곰곰이 따져 보아야지 싶습니다.
파는 사람도 이 책을 좋아하고, 사는 사람도 한 권 더 사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작품을 (작가한테서) 받았으니 더 많은 분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223쪽/다니카와 메구미)
오늘날 한국에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은 지난날하고 아주 다르게 참고서랑 학습지를 안 다루다 보니 책꽂이가 퍽 널널합니다. 책꽂이로 우리 눈을 고단하게 하지 않아요. 이러면서 걸상을 넉넉히 둡니다. 책꽂이를 줄이고 책걸상을 놓아요.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마을책방지기가 사랑하는 책’을 놓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 새롭게 문을 여는 마을책방은 참말로 ‘마을’에 깃드는 책방입니다. 서울에서든 부산에서든 똑같은 책만 있는 책방이 아닌, 서울 다르고 부산 다르고 대구 다르고 포항 다르고 광주 다르고 전주 다르고 대전 다른 ……, 이제 오늘날 새로운 마을책방은 이 마을책방이 뿌리를 내리려는 고장에서 태어나는 책에 눈길을 둡니다. 마을에서 함께 짓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에 나오는 일본 1인 출판사 대표는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만한 수수한 아저씨이거나 아줌마이거나 아가씨이거나 사내입니다. 걸어서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갑니다.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자전거를 달려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갑니다. 베스트셀러로 한몫 잡으려는 살림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 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마을에서 지어내어 이웃들하고 나누려는 마음으로 책을 보듬습니다.
내가 서점을 사랑하는 까닭은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서점에서 샀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그 사람이 권한 책이니까 소중히 읽는다. 책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점 직원들이 ‘팔고 싶다’고 생각하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94쪽/도이 아키후미)
한국 책마을은 이제 첫 걸음을 새롭게 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키 새책을 놓고 선인세가 20억 원을 웃돌 듯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참 미친 짓입니다. 이런 짓은 더없이 미친 짓인 줄 알아채고 느껴야지 싶습니다. 한 사람 책을 놓고 20억 원을 미리 치른 뒤에 100만 권 넘게 팔려고 하는 장사는 제발 그만두어야지 싶습니다. 한국 책마을 모두 뜻을 모아 ‘하루키 책 선인세 계약’을 어느 곳에서도 안 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하루키 책을 한국말로 내려 한다면, 선인세 계약 없이 내도록 해야지 싶어요.
하루키 책에 20억 선인세를 들일 돈이 있다면, 이 돈으로 적어도 젊은 작가 스무 사람한테 1억 씩 주면서 아름다운 책을 느긋하게 짓도록 북돋울 수 있어요. 또는 젊은 작가 이백 사람한테 천만 원씩 주면서 아름다운 책을 넉넉하게 짓도록 북돋울 만합니다.
베스트셀러로는 책마을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몇 가지 책만 유통시켜 떼돈을 거머쥐려는 대형서점하고 대형출판사 주머니만 살찌우겠지요. 우리가 책마을을 살리면서 책을 즐기는 아름다운 뜻을 나누려 한다면, 작은 마을책방과 출판사와 작가가 서로 아끼고 돕는 작은 마을살림으로 이야기꽃을 지피는 길로 가야지 싶어요.
책의 절반은 머리로 만들지만, 절반은 손으로 만든다는 걸 느끼고서야 제 안에서 충돌했던 두 세상이 서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83쪽/아사노 다카오)
깨어나야지요. 눈을 떠야지요. 마을을 바라보고 삶을 헤아려야지요. 우리가 저마다 손수 짓는 기쁨으로 어깨동무를 해야지요. 작은 출판사 천 군데에서 해마다 다섯 가지쯤 새로운 책을 내놓아 이 책들을 해마다 만 사람한테 이어 줄 수 있기를, 이렇게 한 해에 만 사람을 잇는 책이 백 해라는 시간에 걸쳐 판이 안 끊어지고 이어질 수 있기를, 이리하여 ‘100만 권 팔리는 책’이 하루아침에 100만 권이 아니라, 백 해에 걸쳐서 백만 사람한테 백만 가지 이야기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모든 책이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다 다른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기쁘게 노래로 퍼질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즐겁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2017.3.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유유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출판을 위하여'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불황이라는 출판시장. 불황의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책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들. 1인출판사로 일당백을 소화하며 책 한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이 책을 읽는데 오래 걸렸다. 작년 6월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거의 7개월이 걸린 셈이다. 물론 띄엄띄엄 읽느라 기억이 안나는 부분도 많지만 쉽게 후루룩 읽기에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가볍지 않았다. 지난해 전자책 출판사를 만든 후 1인 출판에 대한 관심이 생겨 펼치게 된 책은 혼자서 혹은 2~3인이(1인 출판사는 3명까지 가능) 자신이 소중하다 믿는 책 한권을 내놓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환상이나 미화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출판사 운영을 위해 다른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 하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수공예 책을 만들기 위해 책과 인연이 없던 사람이 출판계에 뛰어들어 하나씩 몸으로 부딪쳐가며 책을 완성한다. 방송국 기자로 일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출판의 길에 들어선 출판사 대표도 있다.
얼떨결에 출판에 뜻을 두게 된 나조차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출판일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나는 출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겨우 한 번 읽었음에도 이럴진대, 몇 번 더 읽게 된다면 더 많이 고민하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출판에 뜻을 두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 아니라 두세번 다시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는 팔린다, 안 팔린다만이 아니다. '팔고 싶다'는 것도 있다. '안 팔릴지'도 모르지만 '팔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나온 책은 서점에서 봐도 뭔가 다르게 보인다. 마음이 담긴 것처럼 보인다. 나는 책 파는 데 프로인 서점 직원들이 '팔고 싶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290>
"책의 세계는 미래에도 이어지겠지만, 그보다 더 농밀하게 또한 엄청나게 넓은 범위로 과거와 이어져 있다...(중략)...오늘 쓴 책과 100년 전에 쓴 책이 함께 진열된 곳. 그곳이 바로 '서점'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옛날 책이 지금도 계속 읽힌다는 것은 옛날 사람들의 감정, 기쁨, 고민, 불안이 현대인들과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거나 판매 방식이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는 점은 모든 일이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데 매력적인 곳은 없다." <p.293>
역자후기에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연한씨가 차린 1인 출판사 그리조아에서 출간한 '중쇄미정'이란 만화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만 명을 위한 책만 편집하다 보면 천 명을 위한 책은 편집할 수 없어. 그러면 비슷한 책만 만들게 돼."
만 명 이상을 노리는 책, 즉 많이 팔려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책만을 내려고 한다면 이 세상의 책들은 모두 비슷비슷해지고 출판은 진부해진다는 뜻이다.
"누가 뭐래도 이 책은 재미있다는 믿음,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뒤로한 채, 수익을 최우선에 두고 선택한 길이 오히려 책에서 독자를 떠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p. 319, 역자후기 중>
"고민 끝에 앞으로는 천 명만 사도 좋으니까 내가 내고 싶은 책을 출판해서 그걸로 책 만드는 일을 지속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중략)..큰 출판사가 잘 다루지 않는 영역에 출판의 희망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320, 역자후기 중>
'천 명만 사도 상관없는 내가 내고 싶은 책'
불황이라는 출판시장을 살리는 해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