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로서 「윤리와 사상」 수업시간에 ‘불교’를 가르친다. 석가모니부터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교종과 선종, 한국불교 사상가인 원효, 의천, 지눌과 근대 신흥민족종교인 원불교까지 꽤 많은 교과 지식을 다루지만, 불교 신자가 아닌 자로서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모든 종교가 그렇지만 특히 불교는 지식을 넘어 깨달음의 지혜가 요구된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천년 동안 이 땅의 이 땅의 국교였던 불교는 종교로서만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이자 문화이다. 가르치는 자로서 불교를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기독교의 정수는 예수의 가르침이 기록된 4복음서이듯이, 불교의 핵심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담은 초기불교 경전에 있다. 저자의 서문대로 초기불교는 불교의 뿌리이므로 불교를 공부하려는 자는 가장 먼저 붓다인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주목해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불교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제3차 결집 이후 문자로 기록되어 전승된 3장 5부의 한역본인 『장아함경』, 『중아함경』, 『잡아함경』, 『증일하함경』의 내용 중 일부를 붓다의 가르침의 주제에 따라 발췌 및 편집하여 소개한다. 4성제, 8정도, 12연기, 열반, 5온, 3법인, 3학 등 윤리 수업 때 가르치는 교리뿐만 아니라 4정근, 4염처, 7각지, 4무량심 등 기존에 몰랐던 개념을 학습할 수 있었으며, 지관 수행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과 5계 등 초기불교의 계율까지 알 수 있어서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을 독서한 만족도가 높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불교 지식을 조금 배웠다고 해서 해탈할 수 없다. 머리로만 아는 지식으로는 마음으로부터 깨닫는 지혜에 결코 이를 수 없다. 불교의 세계관으로 말하자면 나 역시 세속에서 번민하고 끊임없이 고통받는 어리석은 하나의 중생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불교의 윤리적 교훈을 성실하게 전수하는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이 욕구 또한 열반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집착’일까
살림출판사의 이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를 꼭 필요한 정보만을 취합하여 처음 어떠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책들을 시발점으로 좀 더 깊은 내용으로 나아가면 좋을듯 하다. 이 책은 초기의 불교가 어떻게 나타났고 그리고 어떠한 특징이 있었는지를 짧게 하지만 비교적 적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불교를 공부하기 전에 살펴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