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아, 너와 함께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야. 사람 저마다 모두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세상을 살면서 그게 참 중요한 건데 엄마도 아직 잘 못하고 있어. 하지만 점점 잘하고 싶어. 그렇게 되면 좋겠어. 사람은 다 달라. 소울이를 엄마가 낳았지만 소울이랑 엄마는 다른 사람이야. 세상에 누구도 나와 같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잘못된 시선으로 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212쪽)
소울이 엄마, 이재영씨는 모녀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소울이의 가장 큰 모습은 초3이었다. 올해 나온 책이니까 소울이가 더 컸다해도 초4 정도 되지 않았을까.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은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본 로망일 것이다. 나같이 딸 없는 사람은 내가 딸이니까 엄마를 모시고 가는 모녀여행밖에 되지 않겠지만. 소울이 엄마, 이재영씨가 소울이에게 여행을 하는 이유를 들으며 내가 우리 아이를 데리고 자꾸 여행을 하려는 이유와 동일하였기 때문에 반가웠다.
혼자 여행한 사람들의 근을 즐겨 읽었다. 지금은 아이와의 여행을 담은 에세이가 더 끌린다. 공감의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얻는 귀한 감성과 새로운 자극은 공통적이다. 다른 점을 말하자면 후자의 경우가 내 상황에선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실천 가능한 여행 방식, 점점 나의 여행 방향은 가족 여행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이와의 시간이 관대하고 깊어진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괜찮아'의 힘. 요즘은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괜찮아'의 힘을 빌린다. 나이 먹는 게 무섭고, 사는 게 힘들어지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게 맞나 갸우뚱할 때 "괜찮아, 다 괜찮아."라는 주문을 꺼낸다. 소울이의 말대로 세상은 다 그렇다는 걸 상기하면서.(84쪽)
우리 아이가 평소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여행지에서 보게 될 때, 대화의 질이 다를 때 나는 제대로된(?) 엄마가 된 기분이다. 그 동안 비어 있던 관계가 채워진다는 기분이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혹시나 부족했을 엄마 사랑을 채워주겠다는 보상 심리일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의 매력은 소울이가 새 세상과 접촉하며 던지는 성장의 면면을 독자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울이를 통해 우리 아이를 보고, 우리 아이의 성장을 상상한다. 거기서 도치맘처럼 따뜻한 모성애가 불끈 솟는다. 나도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야지, 하면서. 내가 내 가치관, 육아관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선배맘들의 발자국은 내가 우왕좌왕 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이번 겨울 여행에 미리 행복과 설렘을 느끼는 이유다.
우리 아들의 일기와 비교안할 수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일기 맞아?
우리 아들도 소울이처럼 쓰게 할 수 없을까?
이걸 핑계로 아들과 여행이나 많이 다녀야겠다. ^^
바르셀로나 한복판을 지나면서 그와 그랬듯 이 도시와도 어떤 깊은 인연이 생기길 바랬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난 이 도시가 좋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숨을 크게 쉬어 후각으로 먼저 도시를 만났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역시 그만의 향기가 났다. 우선 그게 마음에 걸렸다. 달력은 겨울의 복판이었고 우리는 추위가 위세를 펼치는 프라하를 쳐다보고 있는 와중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소회를 잔잔하게 풀어낸 책인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 딸과 둘이서 떠난 여행이라는 점. 때로는 온전히 여행을 위해, 때로는 병문안이 계기가 되어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엿보이는 인생 얘기가 더 재미있다. 여행지 자체와 정보를 조명하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성장하고 부모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을 여행처럼 되돌아보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