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녀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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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녀의 일기

리뷰 총점 9.2 (14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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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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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호시절의 위선에 관하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e***a | 2015.10.05 리뷰제목
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보불전쟁 이후부터 1차 대전 발발 전까지의 프랑스를 가리킨다. 낙천적인 낭만의 시기, 경제적 번영과 과학 기술의 발달 속에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열렸으니 당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어떠했겠는가?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마리옹 꼬티아르가 선망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옥타브 미르보는 이러한 낭만적 분위기에 찬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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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보불전쟁 이후부터 1차 대전 발발 전까지의 프랑스를 가리킨다. 낙천적인 낭만의 시기, 경제적 번영과 과학 기술의 발달 속에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열렸으니 당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어떠했겠는가?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마리옹 꼬티아르가 선망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옥타브 미르보는 이러한 낭만적 분위기에 찬물을 뿌린다. 『어느 하녀의 일기』를 통해 벨 에포크의 환상을 깨뜨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마치 부르주아 가정에 하녀로 취업하여 그 실태를 고발한 잠입 르포 같다. 하위계층 여성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도발성은 '하녀'라는 단어가 주는 뭔가 불순한 느낌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일기는 셀레스틴이 메닐-루아에 도착한 9월 14일부터 그곳을 떠나는 11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셀레스틴은 브르타뉴 출신으로, 어부였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유분방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타고난 영리함으로, 여러 가정을 거치며 노련한 하녀가 된다. 현관을 들어서면 그 집의 재정, 주인의 성품, 하인들의 노동량과 질, 그 자신의 위치까지 금세 알아차릴 정도다. 그녀의 특이성은 날씬하고 예쁜 외모에 깃든 당당함에 있다. 파리에서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성적으로 콧대가 높다. 한마디로 기품이 있는 하녀다. 반면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함께 즐길 용의도 충분하다. 매력적인 셀레스틴 앞에서 평가를 피해갈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둥이지만 부인에게는 꼼짝 못하는 랑레르 씨와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랑레르 부인을 모시게 된 셀레스틴은 이 시골마을이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리하여 지난 세월동안 일했던 가정과 주인들을 회상하게 되는데 그 면모들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가증스럽다. 졸부에 변태, 비열한 부르주아들은 하나같이 인색하다. 그들에게 하인이란 인간이 아닌, 제3의 부속물 같은 존재다. 하인들은 잠재적인 도둑이며, 그들의 노동력은 월급 이상으로 뽑아내야 한다. 하녀가 임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비가 주인 나리건 뜨내기이건 임신한 하녀는 쫓겨난다. 가정을 위해 일하는 고용인 부부도 임신이 허락되지 않는다. 기른 작물들이 썩어갈 지라도 하인들에게는 나눠줄 수 없다. 게다가 밖으로 나도는 아들을 붙들기 위한 정부로 하녀라면 싸게 먹히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다고 하인들이 당하고만 있을쏘냐. 주인의 눈을 피해 제 잇속을 차리고 재산을 불린다. 앞에선 굽실거리지만 뒤에선 조롱한다. 어떤 주인들은 어수룩해 하인들에게 이용당한다. 글을 읽으며 독자는 특히, 하녀라는 직업의 취약성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녀로 일하기 위해서는 직업소개소를 찾아가야 한다. 일을 구하는게 급해 모든 조건을 수락하면 노예처럼 부려지다 쫓겨난다. 추천장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소개소 주인과 고용주들의 태도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 난관을 거쳐 소개소를 나서는 순간 그녀들을 유혹하는 포주들이 따라 붙는다. 포주들의 감언이설을 떨쳐내고 드디어 취직하면 주인 나리와 마부, 배달부 같은 남자들의 유혹이 기다린다. 변덕스러운 주인의 손짓에 해고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말 오갈 데 없는 하녀들이 머무는 수녀원은 더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하녀들의 노동은 착취당하며 빚은 더해간다. 노련한 하녀일수록 놔주지 않는다. 일할 만한 가정을 소개해주더라도 주인과 이미 얘기가 끝나, 수수료를 뗀다. 이 착취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이렇듯 해외 식민지에서의 제국주의는 본토에서 하인들에 대한 착취로 나타났다. 셀레스틴을 내세워 부르주아와 정치, 종교 그리고 하인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고발한 미르보는 허위로 가득한 세계 자체를 규탄하고 있다. 이런 시대가 어떻게 벨 에포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문화적으로 풍성하고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두운 면들, 일상 속의 희생들은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이러한 융성과 자부심 아래 깔린 교묘한 민족주의는 드레퓌스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의 도발적인 하녀도 하류 인생을 벗어나지 못한다. 절제와 무절제, 그 사이의 긴장과 허영을 즐기던 그녀는 카페의 여주인이 된다. 주인나리의 유혹도, 이웃집 대령의 유혹도 잘 견뎌냈건만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던 그 남자 때문에 성을 상품화한다! 그에게 이용당하면서도 행복한 셀레스틴은 그토록 조롱하던, 하인을 부리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백년이 지난 지금 봐도 부르주아의 호색은 외설적이며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하층민, 노동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미르보와 졸라, 두 지식인은 모두 프랑스의 국론을 양분했던 드레퓌스 사건에서, 親드레퓌스 진영에 섰던 인물이다. 평론가이자 예술 애호가로서, 미르보가 알리고 찬미하고 옹호한 문인, 화가, 조각가들은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모네, 세잔, 고갱, 고흐가 있으며 조각가 로댕, 클로델, 마이욜이 있다. 아카데미 공쿠르의 회원으로서 발견한 메테를링크의 이름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다. 그 외에도 레옹 블루아, 쥘 르나르가 있고, 크누트 함순과 입센이 프랑스 내에서 인정받는데도 한 몫 했다. 미르보는 세상은 천재를 참아내지 못한다며 파리 살롱의 등단 형식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의 신랄한 혀가 그려낸 『어느 하녀의 일기』는 영화로 세 번 제작되었으며, 잔느 모로가 열연한 루이스 부뉴엘의 작품이 유명하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레아 세이두 주연의 작품이 있다.


(미르보에 관한 부분은 위키피디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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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느 하녀의 일기》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다. 평점6점 | r*******n | 2017.05.22 리뷰제목
나는 식탁에서 시중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식탁이야말로 자기 주인이 얼마나 더러운 인간인지를, 그들의 내밀한 본성이 얼마나 비열한지를 간파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인들은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감시하지만 서서히 화장을 지우고 베일을 벗으면서, 자기들 주위에서 서성이고 귀 기울이면서 자기들의 결함과 마음의 혹, 자기네 삶의 은밀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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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탁에서 시중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식탁이야말로 자기 주인이 얼마나 더러운 인간인지를, 그들의 내밀한 본성이 얼마나 비열한지를 간파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인들은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감시하지만 서서히 화장을 지우고 베일을 벗으면서, 자기들 주위에서 서성이고 귀 기울이면서 자기들의 결함과 마음의 혹, 자기네 삶의 은밀한 상처 등, 점잖은 사람들의 꽤 큰 뇌가 야비함과 비열한 꿈으로 인해 간직하게 된 모든 것을 기록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우리 직업이 제공하는 크고 강렬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며, 우리가 겪은 모욕에 대한 가장 값진 복수다.

도도하고 발칙한 그녀 셀레스틴은 파리에서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로 일터를 옮긴다. 무려 2년 만에 열두 번째 일터이다. 어디 한군데 정착하지 못한 채 현기증이 날 만큼 계속 이곳 저곳, 사방팔방으로 전전하며 요즘 주인들은 꼭 그렇게 시중들기 까다로워야만 하는 것일까를 한탄한다. 그런데, 과연 주인이 문제였던 걸까? 지난 달에 개봉했던 영화 예고편만 보아도 셀레스틴이 얼마나 '색다른' 하녀인지 알 수 있다. 뭐 저런 하녀가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하지만, 매혹적인 하녀.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남자들에게 이용할 줄 알만큼 영악하지만, 나름 내면적으로 고민하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 그녀. 조용한 시골마을은 셀레스틴의 등장으로 발칵 뒤집어진다. 모든 남자의 추파와 모든 여자의 질투를 받는 하녀라니.

이 작품은 무려 1900년에 쓰인 작품으로 당시 귀족 사회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간의 이중성을 폭로하고 풍자하는 소설이다. 게다가 그 주체인 당돌한 하녀가 생각보다 꽤 똑똑하다는 것이 재미있다. 스스로 지금 하는 지저분한 하녀 일을 그만두고 화류계로 진출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자신이 하녀로서 거두는 성공을 여자로서도 거둘 수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냐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사치스러운 생활과 주변의 악덕에, 우리의 여주인들 자신과 그들이 자극하는 욕망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라고 말한다. , 나는 이 대목에서부터 셀레스틴이라는 캐릭터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그 어느 것도 나를 즐겁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여기서는 그 어느 것도 나를 따분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이 더러운 고장의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들판의 정적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위에 부담을 주는 조잡한 음식 때문일까? 무감각 상태가 나를 사로잡고 나를 매혹한다. 어쨌든 무감각 상태는 나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고, 나의 꿈을 가로막고, 내가 마님의 무례함과 잔소리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셀레스틴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자라, 수많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수많은 인간을 만나봤고, 경험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얼마나 추잡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비상한 관찰력을 가진 그녀는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부인 때문에 지쳐가고, 자신에게 계속해서 치근대는 주인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마부 조제프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셀레스틴.

그녀의 입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의 탐욕과 부패, 타락을 고발하기도 하지만, 하인들이 보이는 노예근성과 그들이 저지르는 비열함도 풍자하고, 성직자들의 거짓과 위선을 꼬집기도 하는 등 사회 비판 적인 부분이 많은 소설이지만,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바로 화자가 너무도 당돌하고 도발적인 하녀 셀레스틴이기 때문인데, 매력적인 캐릭터야말로 고전 소설이든, 현대 소설이든 빛을 발하게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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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구의 사회상을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j****3 | 2017.02.28 리뷰제목
서구의 ‘하녀’란 말은 이 책을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완 달라도 너무 다른 듯하다. 우리의 하녀 개념은 자유가 없는,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하여 일을 행하는 여인들이다. 어떤 일이라도 주인의 일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의 노비의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서구의 하녀를 포함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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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하녀’란 말은 이 책을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완 달라도 너무 다른 듯하다. 우리의 하녀 개념은 자유가 없는,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하여 일을 행하는 여인들이다. 어떤 일이라도 주인의 일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의 노비의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서구의 하녀를 포함하는 하인 개념은 계약자의 의미를 지닌다. 일정 기간 일을 해주고 그것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는 사람들, 오늘날 우리로 치면 회사에 종사하는 모든 사원들을 통칭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주인을 고를 수 있고,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하인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요구할 권리도 있고, 주인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못했다. 하인이란 이름은 주인의 부정도 묵과하고 따라야 하는 동일체의 개념으로 나타난다. 주인이 생사여탈의 권한까지 지니고 있는 관계를 보여 준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타고 났다는 서구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이다. 하지만 묵묵히 우리들의 조상은 그런 일들을 묵인할 수밖에 없이 힘들어하면서도 대를 이어내려 왔다. 그리고 자신의 상전을 신처럼 모셨다.

 

이 글은 젊은 여인이 하인의 신분으로 일을 하는 곳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파리에서 늘 하녀의 삶을 살았는데, 그 생활이 바뀌어 시골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모시게 된 주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흐름을 이룬다. 또한 그곳에서 같이 하인의 생활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옆집의 주인도 이야기의 무대에 등장한다. 이야기는 주인 부부의 관계를 소재로 많은 부분이 이루어진다.

 

이야기는 역순행적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하인의 삶을 살고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되고, 중간 중간에 과거 하인으로 살았던 경험을 얘기한다. 그곳의 삶을 현재와 비교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 속에서 프랑스 상류층의 삶에 대해서 은근히 조소를 보내기도 하고, 하인의 삶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이루어질 수 있음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생각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주인 나리는 아내에게 쥐어 꼼짝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은 넌지시 나리에게 추파를 던져 보기도 한다. 나리의 속마음은 음욕이 가득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쉽게 접근도 못한다. 물론 주인공이 매몰차게 거절을 한 것이 이유였지만. 우유부단한 나리와 풍만한 여주인을 모시면서 갖은 마음의 수난을 당한다. 그리고 탈출구는 주일 미사에 참여하러 가는 일이다. 피폐하고 무기력한 삶의 폭을 넓게 가지는 일이 그 일로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듣는 얘기들이 마음의 풍파가 된다.

 

주인공은 그리 정숙한 여인이 아니다. 얼굴이 말끔해 많은 남자들로부터 유혹을 받는 인물이다. 쉽게 육체의 향연에 빠져들기도 하고,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존재다. 이 글은 그녀를 통해 프랑스 상류층이 얼마나 방탕한 삶을 살며, 비도덕적인가를 그려낸다. 그녀가 하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주인들이 또 듣고 있는 모든 신분이 고결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일상은 허위와 거짓, 아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그려지면서 그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게 만든다.

 

그런데 언어의 무게가 있어 퇴폐적인 이야기가 그리 문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용상으론 분명히 무질서하고 성적인 탐욕이 가득한 이야기들인데,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진지하게 이야기 속에 몰두해 있다. 조금은 긍정을 하면서, 조금은 타당성도 인정하면서 초라한 흔적을 쫓지 않고 방탕의 자리에서 떠나게 한다. 아마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은 언어의 질서이리라. 질이 낮은 언어가 나열되어 있다면 분명 포르노에 버금가는 이야기가 될 듯도 한 것을 주인공의 깊은 사고와 돌려나가는 말하기 기법으로 해석과 감각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무척이나 재미가 있으면서도 쉽게 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사회의 많은 요소에 대해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조소를 보내고 있다. 비윤리적인 주인공을 통해 그 여인이 바라보는 음란한 사회상을 녹여내고 있는 그림들이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리고 있는 언어들이 천박하진 않다. 그렇기에 여타의 많은 일상들 속에 은닉된 육체적 사랑이 거리감을 가지고 다가오진 않는다. 있을 수 있는 얘기들로, 하지만 문란의 의미로 넌지시 얘기된다. 그것은 문학이 가진 은유가 될 것이다. 이 은유는 이 시대를 통틀어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하녀를 통해 풍자한 것이리라. 저자의 시대에 대한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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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느 하녀의 일기 / 옥타브 미르보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 2015.09.18 리뷰제목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엿보는 것은.. 일기장의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재미있다. 어렸을 때는 언니의 일기장, 또는 연애 편지 같은 것들을 몰래 훔쳐(?) 읽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이 놓여있는 장소이다. 나름 숨긴다고 숨기지만 왜 그리 뻔한 은밀한 곳(?)에 놓여있는지..  마치 '어서 날 읽어봐'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내가 예상한 딱 그곳에 숨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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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엿보는 것은.. 일기장의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재미있다.

어렸을 때는 언니의 일기장, 또는 연애 편지 같은 것들을 몰래 훔쳐(?) 읽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이 놓여있는 장소이다. 나름 숨긴다고 숨기지만 왜 그리 뻔한 은밀한 곳(?)에 놓여있는지..  마치 '어서 날 읽어봐'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내가 예상한 딱 그곳에 숨겨져(?) 있게 마련이었다.

제목이 <어느 하녀의 일기>여서 갑자기 일기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 얘기가 곁가지고 흐르게 된 듯 하다.. 암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발칙한 하녀의 파란만장한 나날

세상 어디에나 있는 우아한 마님들의 수상한 세계

화려하고 우아하고 교양이 있는 ?..이라고 포장되어 있는 상류층 마님들의 세계를 바라본 하녀 셀레스틴..

간접적으로 책이나 영화를 통해 19세기말 그 시대의 상류층은 보여지는 것 이외에 내밀하고 추악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는데 발칙한 하녀 셀레스틴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상류층 마님들의 또 다른 세계는 무척 흥미롭다.

 

바닷가의 시골마을 출신인 셀레스틴은  다양한 마님들을 모셔 본 하녀이다. 이번에 셀레스틴이 일하게 될 집은 시골 마을 메닐-루아에 랑레르 부부의 저택인 르 프리외레이다. 까다롭고 의심 많고 신경질적인 마님과 그 마님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허수아비 같은 나리, 요리사인 마리안, 마부 겸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조제프.. 앞으로 그녀가 모셔야하고 함께 해야하는 주인과 동료들이었다.

답답한 시골 생활이지만 새로운 환경속에서 또 다른 이들을 알아가고 있는 셀레스틴.. 그녀는  밤마다 자신이 겪은 일들 , 느끼는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는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또한 그 일기장에는 지금 이 저택에서 겪고 있는 일들과 함께 과거 자신이 거쳤던 마님들의 이야기를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함께 적는다.

셀레스틴은 용모가 아름답고 다른 하녀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주장이 강하며 그들의 본성을 꿰뚤어 자신이 원하는대로 유도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주인나리, 남자 동료들로부터 끝임없는 구애를 받아왔고 그것을 적당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였지만 그런다고 그녀의 삶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 듯 하다.

 

이 마을에서 랑레르부부의 평판은 그리 좋지 못하다. 어딜 가도 뒤에서 그 부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로 수군거린다. 하지만 셀레스틴에게는 그것조차도 그들을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시샘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해도 될 만큼 무익하고, 사회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그들이 가진 흉측한 100만 프랑의 무게로 모든 걸 짓누르는데도 불구하고 그 100만 프랑이 그들을 영광과 존경의 후광으로 둘러싸는 것이다. ( p53)

깆은자들 못지 않게 갖지 않은 자들도  살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비열한 보습을 보이고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셀레스틴은 우울하다. 과거 자신이 일했던 집들을 떠 올려 보며 이런 저런  주인들의 성향을 나열해 보지만 결국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하녀를 인간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키우는 동물들보다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노예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억지다. 하인들이 노예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노예 제도가 정신적 비열함, 필연적 타락, 증오를 낳는 반항심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노예 제도는 지금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인들은 악덕을 주인에게 배운다. 순수하고 순진한 상태에서 하인 일을 시작하는 그들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습관과 접촉하면서 금세 타락하게 된다. 그들은 오직 악덕만을 보고, 악덕만을 호흡하고, 악덕만을 만진다. ... 이 모든 게 35프랑에서 90프랑 사이인 월급과 멸시를 받기 위한 것이다. (p368)

이렇듯 그들을 경멸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세상을 동경하기도 한다. 어느 한 집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셀레스틴. 그 원인은 유별난 마님들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욱하는 자신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일방적이지 않다. 물론 셀레스틴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글이기때문에 아무래도 자신을 옹호하는 듯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의 첫부분에서 콘소리를 쳤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뭔가를 감추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솔직한 성격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라고,, 필요하다면 삶에 존재하는 거친 면모도 가차 없이 들어낼 것이라고..

그렇기에 상류층의 타락과 부패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비굴함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셀레스틴을 그저 가여워할 수 만도 없고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도 없는.. 그야말로 발칙하다는 말이 딱인 그런 이야기였다.

살아 보지 못한 시대와 환경.. 그것들을 엿 볼 수 있는 것이 소설 읽기이다.

중요시하는 것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들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때문에 같은 잣대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면 이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실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렇듯 풍자와 해학을 가미하면 재미가 더해지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듯 하다. 다만 현실과 왜곡되고  굴곡된 시선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이 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이 최근의 신작인 줄 알았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작이 책으로 나온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인 옥타브 미르보는 1800년대 후반에 활약한 작가였고 이 책은 1900년에 이미 출간이 된 책이었다. 영화도 1964년에 이미 만들어졌었고 이번에 레아 세이두 주연으로 다시 만든 영화였다.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다양한 주인님(?)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궁금하지만 아마 영화에서는

셀레스틴의 회상 장면보다는 실제 조제프와의 이야기 그리고 풀리지 않았던 숲속의 살인사건과 조제프와 함께 하는 결말의 이야기에 좀 더 비중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영화는 극적인 재미가 있어야하기에 책속에서는 살짝 보여진 부분이 좀 더 강조되지 않을까..나름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결국 영화도 궁금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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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녀 셀레스틴의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8 | 2015.11.02 리뷰제목
브누아 자코 감독,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의 원작 소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언론인·소설가·극작가·예술 비평가·아나키스트 등의 다양한 면모를 지닌 옥타브 미르보의 대표작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시골 마을, 파리에서 온 도도하고 매혹적인 하녀 셀레스틴이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그지없는 랑레르 부부의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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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누아 자코 감독,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의 원작 소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언론인·소설가·극작가·예술 비평가·아나키스트 등의 다양한 면모를 지닌 옥타브 미르보의 대표작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시골 마을, 파리에서 온 도도하고 매혹적인 하녀 셀레스틴이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그지없는 랑레르 부부의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르타뉴 해안의 오디에른 출신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셀레스틴. 수녀원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난 그녀는 언니, 오빠와도 소식이 끊긴 채 수많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인생의 쓴맛과 단맛, 환멸을 두루 맛본다. 하녀로 일하면서 자신이 모시는 주인은 물론, 동료 하인들과 자신을 스쳐가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비상한 관찰력을 가진 셀레스틴은 매혹적인 용모와 언동으로 모든 남자가 추근거리는 욕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자신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랑레르 부인 때문에 지쳐가는 가운데, 부인에게 주눅 들어 있으면서 하녀를 통해 욕정을 분출하려는 랑레르 씨의 추파를 받는 셀레스틴. 술에 절어 사는 요리사 마리안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원사 겸 마부 조제프와 함께 일하는 그녀는 이내 시골의 단조로운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다. 이렇게 시골 생활에 젖어가는 와중에, 셀레스틴은 왠지 수상쩍은 마부 조제프의 거동에 호기심과 불안함을 함께 느끼며 주목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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