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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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a little about my mother

리뷰 총점 8.7 (19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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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61.57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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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김민정[엄마의 도쿄] 엄마를 가장 생생하게, 생생하게 기억하기 평점10점 | t*****0 | 2014.07.25 리뷰제목
엄마는 나를 택하지 않았다. 나도 엄마를 택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와 나,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웃긴지 생각해 보았나. 나는 엄마를 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도 나를 택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어떻게 만나서 나의 전 생을 엄마와 함께했다. 엄마도 엄마의 생애에 반 쯤을 나와 함께 했다. 나는 나의 친구도 선택하고 애인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만큼만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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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택하지 않았다. 나도 엄마를 택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와 나,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웃긴지 생각해 보았나. 나는 엄마를 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도 나를 택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어떻게 만나서 나의 전 생을 엄마와 함께했다. 엄마도 엄마의 생애에 반 쯤을 나와 함께 했다. 나는 나의 친구도 선택하고 애인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만큼만 만난다. 그런데 웃기지, 엄마랑 함께 하는건 우리 서로 선택하지도 않았고, 친구나 애인이랑 함께 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닌데, 더 이상 보고 싶지않다는 생각만큼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이런 관계를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가족,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그리고 형제들 정도일 터. 그리고 아마 미래에 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만나게 될 내 자식이 그것일 터이다. 

지난 날에도, 앞으로도 우리 사이에 선택이란 없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그리고 미래에 또한 헤어진다거나, 보지 않는 다는 따위의 선택도 염두해두지 않는다. 우리의 관계에 예외란 없고, 예외가 없는 것이 맞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단 하나의 인연이며,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관계이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심지어 앞으로도 선택하려하지 않는 단 하나의 관계. 그 아이러니한, 너무도 편안한, 무한정한 믿음이 보장된 이토록 편하고 좋은 관계가 또 있을까.  

 

 

생생하게 엄마를 기억하는 연습

 

 단 한번도 가정한 적이 없어서, 아마도 내게 엄마가 없다는 것은 떠올리기 조차 어려운 일이다. 과연 그런 일이 오기나 할지. 분명 우리가 헤어지는 날도 오겠지만   나는 지금껏 가정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별로 생각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엄마의 도쿄>에는 엄마를 잃고, 엄마가 있던 자리들을, 엄마가 먹던 음식들을 찬찬히 되짚어 가는 에세이이다. 저자는 생생히 엄마를 기억하고 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녀의 엄마가 보이는 듯하다. 청바지에, 플랫슈즈를 신은 엄마. 아바의 노래를 듣는 엄마. 그녀의 인생에 대부분을 함께했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있을까. 잊혀지기는 할까.

 

 

 

 

 우리는 아마도 엄마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부디 그런 일이 아주 먼 먼 훗날에 아주 먼 훗날에 일어났으면 하지만.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어떻게든 각자의 엄마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엄마의 모습을 좀 더 생생히 기억했으면 싶다. 우리 엄마의 비음 섞인 목소리, 가끔 따라부르던 노래 개여울, 엄마의 마른 다리와 엄마 정강이에 있는 화상자국. 엄마의 살결, 머릿결 같은 것 까지도 생생하게 말이다. 엄마도, 아빠도 생생히 말이다.


엄마 없는 세상은 없다

 

 

우리 엄마는 아버지를, 그러니까 나의 외할아버지를 꽤 일찍 여의었다. 아마도 내 나이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부모를 여의는 것이 어떤지를 아는 나의 엄마는 요즘 굉장히 불안해 한다. 외할머니가 아프시기 때문이다. 고아가 되어버릴까봐 무섭다고 내게 말하곤 한다. '너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 나한테는 엄마 밖에 없단 말이야.' 이렇게 가끔은 아이 처럼 내게 말하기도 한다. 엄마없는 세계에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내게 아직 없다.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엄마 없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엄마가 없는 세계에서 저자는 차분하게 자신의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한다. 문장 문장에 녹은 애정, 그리움이 닿는다. 아마도 나도 그럴 것이기에, 꽈배기 도넛을 보고 마음이 아파올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오지 않았으면 하는 먼 먼 미래에 나도 오뎅 꼬치를 파는 포장마차 앞에서 마음이 아플 것을 알기에 그마음이 와 닿는다. 

  

꿈이란 꼭 그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그 주변을 맴돌게 하는 힘이있다.(87쪽)


"너희가 엄마보다 오래 살 테니까 엄마가 더 좋은 거 먹고 너희는 남은거 먹어" (중략)

'엄마 입도 입'이고 '엄마도 인생이 있다'는 지론을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물려주셨다.(74쪽)


"밥 딜런을 모르는 사람으로 언젠가 세상이 뒤덮이지는 않을까? 그럼 어쩌지 엄마? 그럼 너무 슬프겠다.

근데 음악이 그렇게 쉽게 죽을까? 추억이 그렇게 쉽게 물거품이 될까? 아닐 거야."(148쪽)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만 아빠가 없고, 나만 금수저 없이 태어났고, 나만 책임이 무겁다고 여겼다. 엄마생각은 못했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었다는 것도, 엄마가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전전긍긍 했다는 것도, 나는 알면서 몰랐고 모르면서 알았다.

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른척했고, 아는 척도 했다. 엄마에겐 그래서 기도와 묵주가 늘 필요 했던 건지도 모른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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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엄마가 있었던 도쿄를 추억하다. 평점8점 | y********j | 2014.10.31 리뷰제목
외할머니의 몸이 좋지 않아 엄마가 고향에 다녀오셨다. 예전부터 몸이 좋지 않으셨는데 최근 상태가 더 좋지 않아져서 요양병원으로 옮기시게 된 것. 엄마는 어떤 점에서는 대범한 면이 있어서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지만, 당연히 마음은 좋지 않으셨을 것이다. 하루 종일 누군가가 붙어있지 않으면 거동도 할 수 없는 몸이란, 얼마나 애달픈 것인지. 개인적인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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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몸이 좋지 않아 엄마가 고향에 다녀오셨다. 예전부터 몸이 좋지 않으셨는데 최근 상태가 더 좋지 않아져서 요양병원으로 옮기시게 된 것. 엄마는 어떤 점에서는 대범한 면이 있어서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지만, 당연히 마음은 좋지 않으셨을 것이다. 하루 종일 누군가가 붙어있지 않으면 거동도 할 수 없는 몸이란, 얼마나 애달픈 것인지. 개인적인 관점에서 엄마는 자매들 중에서 외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으셨다. 외향도 성격도. 그래서 유독 나는 엄마를 통해 나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엄마는 무엇을 통해 외할머니를 기억하게 될까, 나는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무엇을 붙잡아야 하나-와 같은 생각들은,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으면서도 분명 언젠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추억으로나마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함. 그 간절함을 느끼는 날이 너무 빨리 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엄마의 도쿄]는 그리움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워야했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 엄마와 함께 도쿄의 거리를 걷고, 즐겨 찾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일상들.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엄마에 대한 추억들. 살아보고자 찾았던 일본에서 엄마는 터를 잡았고 이제 좀 여유를 즐길만하다 싶은 때에 병을 얻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랐던 엄마의 죽음, 그 부재를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는 딸. 이 책은 딸이 엄마를 향해 바치는 사모곡이자 이제는 그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이다.

 

때문에 이 책을 제목만 보고 단순한 여행에세이라거나 산문집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쿄의 풍경이 아예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엄마를 중심으로, 도쿄는 그저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상한 것은 그리 길지도 않고 어려운 문체가 아님에도 쉽게 넘길 수 없었다는 것. 읽는 중간중간 가슴이 먹먹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점차 무거워졌다. 재미 위주로 읽는 건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덕분에 이제는 그녀의 엄마가 내 엄마처럼 느껴진다. 그 엄마의 옹골차고 대범하고 담담한 삶에서 느껴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질 법한 삶의 진실들이 고스란히 내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우리 엄마도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의 엄마를 생각했을까, 아니면 엄마의 딸인 나를 생각했을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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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엄마의 도쿄 평점10점 | s******o | 2014.08.16 리뷰제목
아빠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작가 김민정은 도쿄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녀의 엄마 나이 마흔, 그리고 그녀 나이 열여섯에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서 아빠의 죽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건너온 것이다. 살면서 흘러간 어떤 음악에 그 음악을 함께 들었던 사람과의 시절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또 살면서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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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작가 김민정은 도쿄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녀의 엄마 나이 마흔, 그리고 그녀 나이 열여섯에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서 아빠의 죽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건너온 것이다. 살면서 흘러간 어떤 음악에 그 음악을 함께 들었던 사람과의 시절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또 살면서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사람과의 추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짜장면, 모스 버거, 돈가스 등 엄마와 함께 먹었던 음식을 통해서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다. 아빠를 잃고 낯설고 일본땅에 건너와 힘든 생활을 하며 애써 위로의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 의지하며 맛있게 먹었던 추억의 음식을 통해서 말이다.

 

당당한 태도로 살아. 자유롭게 선택하고 마음껏 즐겨. 그렇지만 삶의 모든 책임은 네게 있다는 걸 잊지 마 - 본문에서

 

내가 결혼해도 될까?
안 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낫지 - 본문에서

 

그녀가 엄마의 대화를 보면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명쾌하고 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특히, 대학생이 된 딸에게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되며 집에 안 들어와도 된다는 쿨내 풀풀 풍기는 말을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했을 땐 멋진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엄마는 골든가에서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식당을 혼자 운영했는데 일본 만화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주인장처럼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다.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두 아이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던 엄마를 위로해주던 것은 바로 담배였다. 이 담배 때문인지 입안에 암세포가 퍼져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병을 숨기고 환자가 아닌 것처럼 딸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을 읽은 나는, 내 엄마의 딸이 아닌 아들이다. 아직 곁에 계시지만 얼마 전 건강이 아주 안 좋다는 판정을 받으셨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그리 많지도 않은 엄마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감정 조절을 하기 힘들었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되다니…. 그녀와 엄마가 다니던 식당과 거리 그리고 함께 먹었던 음식의 사진을 보며 살아 계실 때 더욱 잘하고, 엄마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엄마에게 살가운 아들이 되어주지 못했던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누군가의 딸이라면, 그리고 아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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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엄마의 도쿄]딸로 태어난 당신에게 추천하고 픈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i********g | 2014.08.15 리뷰제목
[엄마의 도쿄]딸로 태어난 당신에게 추천하고 픈 책.   엄마와 도쿄를 여행했던 세번 중 단 한번도 나는 엄마와 걸었던 그 길이 그리워질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노트나 블로그에 옮겨적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었던 것은 엄마의 예쁜 모습을 소유하기 위해서지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책을 읽기전에도 엄마와의 도쿄가 아닌 도쿄에서 오랜시간 머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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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딸로 태어난 당신에게 추천하고 픈 책.

 

엄마와 도쿄를 여행했던 세번 중 단 한번도 나는 엄마와 걸었던 그 길이 그리워질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노트나 블로그에 옮겨적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었던 것은 엄마의 예쁜 모습을 소유하기 위해서지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책을 읽기전에도 엄마와의 도쿄가 아닌 도쿄에서 오랜시간 머물었던 언니, 그리고 언니와 손잡고 걸었던 길을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엄마의 도쿄를 읽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에 엄마는 '부재'였다.

첫장을 읽는다. 프롤로그에서 짐작했어야했다. 내가 울겠구나하고...

 

첫 챕터는 엄마와 함께 다녔던 음식점 혹은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후에 중복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신경쓰이진 않았다. 오히려 이 음식, 그 음식점에 더 가고픈 맘이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던 작가의 엄마는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단 한번도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커피라는 것은 마시는이를 위한 정성이라 느꼈기에 그랬단다.

 

엄마는 스타벅스 커피를 절대로 마시지 않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다맵를 피울 수 없고, 모든 게 셀프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커피는 누군가가 정성 들여 내리고, 따르고, 가져다 주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30

 

난 반대의 이유로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한다. 모든 것을 '셀프'로 하는 그 점이 좋아서 스타벅스에 간다. 음료를 제조하는 과정만 빼면 철저히 나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좋았다. 누군가가 날 위해 정성을 선물하기 보다는 어딜가도 혼자이기 싶지 않은 공간에서 철저히 혼자이길 원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 점차 혼자있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아마도 그녀처럼 스타벅스보다 진하고 진한 커피한잔을 날 위해 제조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의 카페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마흔전에 남편과 사별한 엄마를 바라보는 모범생 작가의 넋두리는 차분하고 정겹지만 내 마음은 불편하고 서글퍼졌다. 생계를 책임지는 그래서 담배와 커피를 떼어놓을 수 없는 엄마를 위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공부였기에 사고치지 않는 것이기에 그정도만 엄마를 위했다는 그녀. 고작 공부하는 것으로 온갖 생색과 유난을 떠는 보통의 나와같은 이들은 자신의 엄마에게가 아닌 모범생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암투병으로 고생하던 때도 그녀는 묵묵히 일상을 지키는 모습이 놀랍도록 대단해보였다. 지난 해 외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던 때 나의 엄마도 그랬다. 외할머니가 서울에 거주하고 엄마는 시골, 버스도 하루에 두번밖에 다니지 않은 시골에 살면서도 일주일에 세번식 꼭 외할머니를 방문했고 병원가는길을 동행했다. 그래서 더 대단해보였다. 그것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옆에서 보았기에 알 수있었다. 지금의 나보다 어쩌면 어렸을지 모를 나이에 그녀는 그런일들을 했다는 것이 엄마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알 수 있었던거다.

나는 무서우니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엄마는 괜찮다고 엄마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있다"는 한 마디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희망이 샘솟던 시절이 가슴 시리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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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의 하늘이었던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도쿄의 음식점, 옷가게 그리고 해변의 이갸리르 들려줄 때 내곁에 함께 숨쉬는 것 같다. 작가인 딸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녀의 엄마가 코멘트를 해주는 것처럼 내가 앉아있는 양옆에서 조금도 소란스럽지 않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애초에 언니와의 도쿄를 추억하기 위해 읽었는데 책을 다읽은 지금 곁에는 엄마만 남았다. 엄마가 아직 내 곁에 살아계시다는 그 한가지만큼은 내가 작가보다 더 '운이 좋은' 것에 감사하고 싶다. 하지만 진짜 운이 좋은지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을 때 까지 간신히 울음을 참았나. 난 아직 울자격도 시기도 만나지 않았은까. 엄마의 도쿄를 읽고 나서 무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치만 난 이책을 언니에게 그리고 '딸'로 태어난 또다른 누군가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감성적인 사모곡은 쉽게 만나지는게 아니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그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나는 호스트 파더에게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았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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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엄마의 도쿄 : 추억여행티켓 평점10점 | a******e | 2014.08.13 리뷰제목
"당당한 태도로 살아. 자유롭게 선택하고 마음껏 즐겨. 그렇지만 삶의 모든 책임은 네게 있다는 걸 잊지 마."   요즘 말로 ‘쿨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듯 한 말이다. 이런 말을 해주고 공부하라는 말 대신 돈가스(일본어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짐)를 사주며 힘을 주던 엄마에 대한 추억이 어린 도쿄의 이런저런 얼굴을 담아낸 책 <엄마의 도쿄> 나에게 도쿄는 할아
리뷰제목

"당당한 태도로 살아. 자유롭게 선택하고 마음껏 즐겨. 그렇지만 삶의 모든 책임은 네게 있다는 걸 잊지 마."

 

요즘 말로 쿨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듯 한 말이다. 이런 말을 해주고 공부하라는 말 대신 돈가스(일본어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짐)를 사주며 힘을 주던 엄마에 대한 추억이 어린 도쿄의 이런저런 얼굴을 담아낸 책엄마의 도쿄나에게 도쿄는 할아버지와의 시간들이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날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 책의 작가인 김민정님의 글은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다.

엄마가 즐겨 쓰던 헤치마 코롱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책에도 나온 대로 이 코롱은 일본의 화가이자 시인인 다케히사 유메지의 그림을 광고로 사용했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길을 가다 그 그림을 보고 할아버지는 그의 시 달맞이 꽃을 읊어주셨다. 꽤 짧은 시였는데, 일본어로 그리고 어린 손녀를 위해 한국어로 다시 한번. 사랑하는 님을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했던 달맞이 꽃의 심정을 이해하기엔 그때는 너무 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까워라라는 애수 어린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오래 남은걸 보면,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이 책도 그런 느낌을 준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추억여행에 흠뻑 빠지게 된다.

눈이 소복이 쌓인 들판에서 아빠가 밟았던 발자국을 엄마가 밟고 그렇게 단단해진 발자국을 자신이 밟게 하던 이야기는 참 따듯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어버리지만, 그런 기억들은 일종의 보호막같이 평생을 마음에 품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던가? 아빠와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기차에서 내리다 아빠의 손을 놓치고 발을 헛딛어 넘어졌던 기억이 난다. 다들 그 관광지로 오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우르르 사람이 내려서 사람들에게 밟힐 뻔 했다고 엄마가 나중에 전후 상황을 이야기 해줬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화난 것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분노한 얼굴로 가방을 휘두르던 아빠와 얼른 나를 품에 안아주던 엄마뿐이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고 그저 그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기억이 단단해진 발자국이 되어주는 거 같다.

다리모델을 꿈꿀 정도로 멋쟁이에서 시골 부잣집으로 시집을 왔다 남편을 여의고 두 아이와 함께 일본으로 와야 했던 책 속의 엄마의 이야기는 엄마와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엄마의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러했다. 사실 나도 그랬던 거 같다. 엄마에게 엄마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엄마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참 못 받아들였다. 엄마의 선택을 늘 서운해했고, 반항의 표시로 잠적이나 독립이라는 극악의 수를 사용해 엄마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담이 와서 쩔쩔매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엄마가 먼저 미안하다고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때는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스물하고 두 살이 된 그제야 나는 엄마의 손을 놓아줄 수 있었다. 엄마의 손을 놓고 걸어갈 수 있었다나는 끝까지 엄마의 손을 놓지 못했던 거 같아 문득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참 어리기만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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