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가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 한 켠, 한 권의 책을 또 추가한다. 읽을 당시는 감동하고 끄덕이고 메모해놓고서는 막상 잘 잊게 되는 육아서의 내용. 담아두었던 다짐이 희미해지고 부모로서의 내 행동이 원하던 궤도를 벗어난다 싶을 때 한번씩 다시 읽어주게 된다. 유아일 때는 주로 발달사항이나 심리등에 관심을 가지다가 초등학생이 되고 난 후에는 교육(또는 학습), 정서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키워드의 끝에는 대부분 '유대인' 이라는 단어가 맞물린다.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유대인 엄마의 힘」 등등. 그리고 이번에는 이 책을 읽었다.
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 자녀교육
홍익희, 조은혜 지음
한스미디어
그래도 영아, 유아때부터 중요시되는 '밥상머리 교육' 과 '베갯머리 이야기' 는 우리 가족에게도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라 공감.
호기심 많고 능동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초등교육편.
두렵기만 한 아이의 사춘기도 아이의 마음을 여는 키워드인 "너를 믿어", "너를 이해해" 를 마음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믿을 수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믿어주는 부모,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해하려 애쓰는 부모에게 아이 역시 좋은 자녀이고 싶어질테니까. 사춘기 이전에 부모와 자녀가 좋은 감정을 맺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
유대인의 교육방식인 '헤브루타' 에 대한 책도 읽어본 기억이 난다. 주위에는 헤브루타 학습법을 적용한 학원을 다니는 밤톨군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유대인 자녀교육의 힘은 요령이나 기술 같은 교육의 방법론 보다는 그들의 철학과 사상에 유래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기에 유대인 자녀교육의 실체와 본질을 잘 알기 위해서는 교육 문화와 종교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적 영역의 탐구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는 법,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 곧 자연과 이웃과 어울려 '더불어 사는 법' 을 가르치는 유대인 부모들의 모습을 눈여겨 보기를.
내게는 새로운 육아지식을 얻어가는 것보다는 그간 읽어왔던 육아서들을 다시 정리하는 느낌의 책이었다. 곳곳에 언급되어 있는 다른 '육아서' 들이 읽었던 책이었기에 그럴 지도.
유대인 부모는 13세를 인성과 배움의 자세가 결정되는 시기라 여겨 그때까지의 조기교육을 매우 중요시한다. 부모와의 공감을 토대로 한 감정교육, 나보다 우리를 배려하는 공동체의식, 평등사상에 근거한 토론식 교육에 집중하고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Best보다 Unique를 지향하며 추구한 교육 문화가 유대인 아이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냈다. 유대인은 아이에게 최고를 원하지 않는 대신 '싫으면 하지 마라. 하려면 최선을 다하라.'라고 가르친다.
정규학교를 퇴학당한 에디슨과 아인슈타인도 이런 풍토 아래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로 클 수 있었다. 이것이 유대인 교육의 요체이다.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을 일컫는 후츠파 정신은 역사의 산물이다. 유대인들은 '생각이 바로 경쟁력이다.'라고 여긴다. 사고의 범위를 넓혀야 성공한다는 생각이다. 유대인들은 나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뿌리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공부를 사회적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느냐, 공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르다. 유대인들에게 배움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배움을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접근법이다. 공부를 통해 사회적 출세 수단을 강구하려고 하지 말자. 그저 자기 존재감을 높이고 의식이 깨어나 지성으로 활동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공부에 미쳐야 한다. 공부를 함으로써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순간을 위한 노력이 매순간마다 반복되어지면 삼매의 경지에 빠져들게 된다. 잊어버리고 오롯이 한 가지 공부에 집중하도록 하자. 집중하는 길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 가장 행복한 이 순간을 즐기면서 그렇게 공부하다가 죽어가면 그 자체가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