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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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뷰 총점 8.7 (15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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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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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16 결산]『정말 지독한 오후』 by 리안 모리아티 평점9점 | d******7 | 2017.01.05 리뷰제목
이번에 출간된 소설을 포함해 리안 모리아티가 국내에 출간한 작품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만나본 것은 내게 크나큰 행운으로 느껴진다. 『정말 지독한 오후』는, 가족을 큰 축으로 두고 거기에서 파생된 친구와 이웃들의 인연을 다루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복잡미묘한 심리, 행복에 둘러싸인 듯 보이나 고민과 갈등으로 점철된 일상 등을 특유의 감각적인 시선으로 들려준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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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소설을 포함해 리안 모리아티가 국내에 출간한 작품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만나본 것은 내게 크나큰 행운으로 느껴진다. 『정말 지독한 오후』는, 가족을 큰 축으로 두고 거기에서 파생된 친구와 이웃들의 인연을 다루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복잡미묘한 심리, 행복에 둘러싸인 듯 보이나 고민과 갈등으로 점철된 일상 등을 특유의 감각적인 시선으로 들려준다. 특히 '바비큐 파티 날'을 사건의 발생 시점인 두 달 전 과거로 두고 현재의 시점과 교차하며 서술해 나간다. 서로를 향해 겨눠진 칼날은, 정작 자기 스스로의 잘못과 실수임을 시인하면서 가장 끔찍하고 가장 부끄러웠던 고통이 아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바비큐 파티 날은 그날 자리했던 모든 이들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혼돈으로 점철된 날이었다. 그날, 파티에 자리했던 모든 이들에게 불화가 시작되었다. 아니, 어쩌면 깊이 감춰두고 싶었던 부부와 친구라는 관계가 제대로 이중성을 부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살 '루비'와 여섯 살 '홀리'를 키우는 '클레멘타인'과 '샘', 아이를 가질 수 없어 난자 기증을 갈구하는 '에리카'와 '올리브', 열 살 '다코타'를 키우는 재혼 가정 '티파니'와 '비드', 이렇게 세 가정의 감춰두었던 이면의 칼날이 그날을 기점으로 날카롭게 솟구친다. 그리고 사소한 것들에 일일이 시비를 거는 이웃집 노인 '해리'의 싸늘한 죽음은 그날의 사건과 무관할 수 없다. 첼리스트인 클레멘타인은 오디션에 대한 강박증과 함께 엄마가 고집하는 타인을 향한 배려로 인해 어렸을 적 반강제로 얻어진 친구 에리카와의 갈등이 항상 내재해 있다. 반면, 에리카에게는 아빠의 부재로 인한 엄마의 병적인 수집증으로 인해 클레멘타인의 부모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했고, 클레멘타인에게는 일종의 열등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엄마의 심각한 수집증은 불임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엄마의 닮은 꼴이 파생되었음을 남편 올리브로 인해 발각된다. 그날의 사건은, 클레멘타인과 샘에게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를 안겨주었고, 에리카에게는 조각난 기억과 함께 수치심이 자리한다. 티파니와 비드는 파티를 열어 사건의 제공자가 된 자신들을 탓한다.


중반부를 지나면, 바비큐 파티의 사건을 토대로 클레멘타인이 그날의 경험을 강연하러 다닌다. 강연에 참석한 중년의 한 남성이 그녀의 용기를 칭찬하고 위로한다. 그의 말처럼 모든 것은 '운 나쁜 타이밍'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 자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위급한 일은 서둘러 대처하며, 남은 일은 그저 용서와 신뢰 뿐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감정을 낭비하게 된다. 부부와 자녀 그리고 부모는 너무 가까워서 그 소중함을 모를 때가 많다. 늘 공기처럼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잊고 살며 때론 너무 편해서 막 대하는 존재로 전락하기도 한다. 내 속마음까지 다 알거라 착각하게 되는 이유다. 지금 당신의 공기는 쾌적한 상태인가, 아니면 일급 발암 물질을 일으키는 황사에 휩싸여 있는가? 이 모든 것은 내가 먼저 변화해야 주변 공기도 맑아질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나서서 그 잘못과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덮어줄 수 있는 이는 가족일 것이다.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독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이 또한 가족이다. 그 앞에서 자기반성과 뉘우침이 없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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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16년 결산] 원제(TRULY MADLY GUILTY)대로 정말 미치도록 죄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평점10점 | l****1 | 2017.01.01 리뷰제목
656 페이지나 되는 압도적인 분량이라 처음엔 꽤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소설에서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아주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호주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정말 지독한 오후'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에리카-올리버, 샘-클레멘타인, 비드-티파니 이렇게 세 부부가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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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6 페이지나 되는 압도적인 분량이라 처음엔 꽤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소설에서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아주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호주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정말 지독한 오후'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에리카-올리버, 샘-클레멘타인, 비드-티파니 이렇게 세 부부가 우연히 바비큐 파티를 열었던 오후에 발생했다. 이만한 분량이 오직 그 사건 하나에만 할애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건은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밝혀진다. 그 때까지 사건은 내내 등장인물의 입에서 '그 일'로 불릴 뿐, 단 한 번도 전모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될 때까지 독자인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의 일로 그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것을 남겼나 하는 여파이며, 다른 하나는 그 여파를 일으킨 원점 같은 것으로 바비큐 당일에 과연 어떤 일이 모두에게 일어났던가를 상세하게 재현한, 한 마디로 과거의 복원이다. 소설은 여파와 원점의 시간들을 번갈아가며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미래의 모습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제목처럼 정말 지독한 오후가 되어버린 그 날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부채질하는 한 편, 과거인 바비큐 당일엔 그 사건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간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요소들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사건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지만 656 페이지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리안 모리아티의 진가는 바로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분명 다른 데서도 많이 본 낯익은 갈등에다 비슷한 캐릭터에 익숙한 설정인데도 이상하게 물리지 않고 계속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만드니까 말이다. 새로운 것을 기꺼이 마구 섭취하게 만드는 것보다 늘 먹던 것을 색다른 미각을 자극하여 더욱 왕성하고 즐겁게 흡입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재능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 것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였다.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며 한껏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물 아래에서 쉴 새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고 하던가. 그토록 떠 있기 위해 절박하게 헤엄치고 있으면서도 겉으론 태연자약을 가장하는 백조의 모습이야말로 소설 속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나 이웃에게 보여주는 평안하고 행복한 미소는 거짓이었다. 심지어 그 가면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사용되었다. 모두가 저마다 은밀한 욕망과 남모를 아픔을 품고 있으면서도 현재에 더없이 만족하는 척, 아무 문제 없는 척 연기를 해댔다. 웃음과 편안한 일상 뒤엔 언제나 혼자만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깃들어 있었고, 그 생각 때문에 나 아닌 타인을 부러워하고 질시마저 했다. 하지만 소설이 드러내는 진실은 불행은 공평하며, 그것에 한해선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하기에 타인에게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불행하기에 타인에게 더 많이 눈을 돌려야 한다고 소설은 말한다. 저마다의 아픔에 몰두하여 타인을 향한 시선과 배려를 그친다면 더 큰 아픔만 돌아올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바로 그 이기(利己)와 무시의 대가가 '정말 지독한 오후'를 만든 사건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죽음이었다. 그 사자(死者)는 소설 속에서 가장 자기밖에 모르며 타인에게 무례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은 그 사람이야말로 등장하는 가족들 모두를 붕괴 직전으로 몰고갔던 오후의 파국을 막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역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며, 남들만큼 커다란 아픔을 지녔고 그 아픔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할 지 서툴렀던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 진실된 모습을 사람들은 몰랐다. 주위 사람들 모두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서슴없이 그를 평가까지 했으나 실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편하게 정해버린 것이다. 이런 판단은 비단 그에게만 해당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친구에게도, 이웃에게도 그리고 가족에게도 가리지 않고 내려졌다. 그리고 우리 역시 소설 속의 인물들만큼이나 잘 저지르는 잘못이기도 하다. 리안 모리아티의 '정말 지독한 오후'는 바로 그런 우리들의 실수, 오해 그리고 잘못들을 은연 중에 떠올리게 만든다. 때로는 자세히 아는 게 귀찮아서, 때로는 많이 아는 것 때문에 책임지는 게 싫어서 일부러 타인에 대해 모르쇠해 버렸던 나의 초상을. 바로 그런 기만과 오만 속에 나의 아픔 또한 이미 배태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리면서 말이다. 리안 모리아티의 무서운 지점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감상하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반성의 훅이 나의 뇌리와 복부로 들어오니까 말이다. '정말 지독한 오후'의 원제는 'TRULY MADLY GUILTY'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 나만 불행하니까 당신이 더 많이 날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하며 그것을 마치 권리인양 마땅히 누릴 자격이 내게 있다는 생각, 그것이야말로 진정 제목처럼 정말 미치도록 죄스러운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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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었던 사건에서 찾은 소중한 것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6.12.12 리뷰제목
딱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이다. 전작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만큼이나 실체에 접근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뒤로 넘겨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참느라 힘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끊임없이 궁금해 하며 읽다보면 중간쯤에 사건의 실마리가 잡힌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 부분들은 모두 숨겨둔 채. 아이 셋을 포함한 세 가족이 벌인 바베큐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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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이다. 전작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만큼이나 실체에 접근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뒤로 넘겨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참느라 힘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끊임없이 궁금해 하며 읽다보면 중간쯤에 사건의 실마리가 잡힌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 부분들은 모두 숨겨둔 채. 아이 셋을 포함한 세 가족이 벌인 바베큐 파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 날 이후로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걸까? 왜,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하는 걸까?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어릴때 부터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그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기보다는 에리카가 처해 있는 환경을 안타깝게 여긴 클레멘타인 엄마의 연민때문에 만들어진 관계였다. 건강한 관계라고는 볼 수 없었기에 이들 사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클레멘타인 부부는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 예쁜 딸 홀리와 루비가 있다. 에리카는 수집벽이 있어 집안을 꽉 채운 물건들과 사는 엄마로 인해, 올리버는 알코올 중독인 부모로 인해 결핍을 가지고 있는 부부인데 아이는 없다. 에리카 옆집에 사는 비드와 티아라 부부는 엄청난 부의 소유자이며 10살인 달 다코타와 살고 있다. 비드네 옆집에는 아내와 아이를 일찍 잃고 사람들과 담을 쌓은 채 살고 있는 괴팍한  할아버지 해리가 살고 있다. 우연히 세 가족이 바베큐 파티를 하게 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지만 사람 사는 것이 어디 그런가 ? 어쩌다 보니 라는 경우도 있으니... 어쨌든 어느 오후에 바베큐 파티는 시작되었고,썩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까지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그 사건을 두고 생각하는 방식은 모두 달랐고,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기억하고 있는 것을 털어 놓고 끼워 맞췄다면 좋았겠지만, 그 사건 이후로 서로 만나기를 꺼려하다보니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탄탄한 줄 알았던 클레멘타인 부부는 이혼의 위기로 몰리고, 클레멘타인과 에리카의 우정에 대해서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상처를 받았고, 사건을 제대로 보게 되면서 가슴 아픈 현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많은 것들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쉬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사건 이면에 숨어 있는 많은 것들을 보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정답이란 생각이 든다. 모리아티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비약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게 끌어감으로써 공감을 이끌어 낸다.그것이 바로 '리안 모리아티'의 힘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28
종이책 [2016 결산]『정말 지독한 오후』우리가 만약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6.12.15 리뷰제목
우리는 수많은 일들의 기로에 서 있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순간순간의 결정에 따라, 혹은 오랜 시간의 고민에 따라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자주 후회하고 그때 어떠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 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며. 어떠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만약의 기로에 서서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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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일들의 기로에 서 있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순간순간의 결정에 따라, 혹은 오랜 시간의 고민에 따라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자주 후회하고 그때 어떠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 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며. 어떠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만약의 기로에 서서 드는 생각은 후회라는 감정이다. 다시는 같은 이유로 인한 후회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후회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결정적인,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을 뻔했다고 하면 두번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는 않으리라.

 

만일 우리가 그날, 바비큐 파티에 가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이 소설은 시작된다. 바비큐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두 달 후. 파티에 참석했던 이웃들은 서로를 피하고,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클레멘타인과 샘, 에리카와 올리버, 티파니와 비드.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던 여섯 명의 사람들이다.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오랜 친구로 이웃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티파니와 비드가 에리카와 올리버 부부를 초대하면서 클레멘타인과 샘까지 초대했다.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파티가 열리는 날 어떠한 일이 생겼다.

 

모두들 죄책감에 그날의 일들을 떠올리기를 두려워한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에리카와 클레멘타인의 십대 때부터 이어져 온 불편한 우정이 각자의 시점으로 표현되고, 파티후  티파니와 비드 부부의 딸 다코다는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고, 클레멘타인과 샘의 딸인 홀리 또한 어린이집에서 배가 아프다며 호소한다. 결정적으로 에리카는 그 날의 일들을 잊었다.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소설은 한 챕터에 바비큐 파티가 열리던 날, 그 다음 챕터에 파티가 열렸던 날의 3개월 뒤의 각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리안 모리아티 소설의 특징 답게 파티가 열리던 날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들에게는 아직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어떤 금기가 깨졌던 것일까. 왜 에리카는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며, 클레멘타인과 샘은 서로가 각방에서 지내는 것일까. 아이들은 왜 상처를 받은 것이며, 절친한 사이라고 생각되었던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서로 불편해 보이는 것일까. 작가는 독자의 궁금증을 아주 서서히 풀어준다. 너무도 느리게. 과정을 읽어가며 다른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며 불안에 떨게 만든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서로가 생각하는 친구에 대한 감정들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친하지만, 뭔가 불편한 감정들. 그 감정들은 단시간에 쌓인 것이 아니었다. 십대 때부터 이어져 온,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표출하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했더라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감정들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으리라. 편의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처럼 보였다.

 

그 날 이후로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탓을 한다.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렵게 이어져오고 있던 관계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그날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서로를 피해다녔고, 마주서서 이야기하길 꺼려했다. 그것만이 자신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처럼. 차라리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했더라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비가 내렸는지도 모른다. 함께 모였던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도록. 비는 그들의 눈물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바비큐 파티가 열렸던 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침울해 했다. 비는 그들의 감정을 대변했을 것이다. 비로소 햇빛이 하늘에서 비쳤을 때 진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풀리는 응어리들. 외상후 스트레스로 서로를 외면하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으니까. 그날의 일들을 하나씩 기억하며 말하기 시작했으니까. 아픈 일들을 꼭꼭 담아두면 더 병이 되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제 비가 그치고 햇볕이 따스하게 비쳤다. 오래도록 비가 내린 후의 햇빛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 그들에게도 느껴졌다.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피하지만 말고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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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위기의 부부 심리묘사 능력자 리안 모리아티 작가 《정말 지독한 오후》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16.12.15 리뷰제목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 이어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신작 소설 <정말 지독한 오후>를 읽었어요. 어김없이 빵빵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이번에도 궁금해서 중간에 멈추기 아쉬울 정도로 흥미 유발하는 스토리 덕분에 책장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어느 평범한 일요일 오후.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한 날. 그날과 두 달 후 현재 시점을 오가며 진행합니다.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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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 이어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신작 소설 <정말 지독한 오후>를 읽었어요. 어김없이 빵빵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이번에도 궁금해서 중간에 멈추기 아쉬울 정도로 흥미 유발하는 스토리 덕분에 책장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어느 평범한 일요일 오후.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한 날. 그날과 두 달 후 현재 시점을 오가며 진행합니다. 바비큐 파티 이후 모두가 무너진 모습을 보이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답답할 정도로 꽁꽁 감추며 드러내려고 하질 않습니다.

 

 

클레멘타인과 샘, 에리카와 올리버, 비드와 티파니. 세 부부가 얽힌 이야기. 제각각의 인생을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합쳐져 가정을 꾸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리안 모리아티 작가 특유의 전형적인 부부 소설입니다. 하지만 <정말 지독한 오후>에서는 아이 문제가 들어갑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읽다 보니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장면이 좀 있는 스토리네요.

 

"우리가 그때 거기에 안 갔으면 어땠을까?"


클레멘타인과 샘 부부는 바비큐 파티 이후 삶이 무너진 느낌입니다. 그날의 기억은 부끄럽고 비난받을만하다며 자책감에 사로잡힙니다. 부부 관계는 가시밭길과도 같습니다. 스스로를 상처내다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클레멘타인의 친구 에리카는 그날의 기억을 일부 잃은 상태.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을지 궁금하게 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네요. 중반까지도 도무지 비밀의 힌트가 나올 기미가 안 보여서 '이 비밀 시시하기만 해봐라!'는 약간의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는데, 후반부에서 제대로 터뜨려줍니다. 역시 기대 이상이긴 했어요.

학창시절 엄마에게 우정을 강요당한 클레멘타인, 강박적 수집벽이 있는 엄마를 둔 에리카, 스트리퍼 출신 티파니. 특히 클레멘타인과 에리카 간에는 여자어른의 미묘한 우정을 다룬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다루더라고요.

떡밥도 툭툭 잘 던집니다. 클레멘타인의 남편 샘에게 "제발요, 근육남 씨."라는 애절한 대사를 뱉어낸 티파니와의 상황처럼요. 클라이맥스로 가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이 샘이었는데, 저 대사가 제 편견의 이유 중 일부이기도 했네요.

아이가 얽히는 스토리라고 했는데, 아이들의 심리 상태도 이 소설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바비큐 파티 이후 모두가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데 거기에 아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짜증, 죄책감, 분노, 불안이 뒤섞여 일상을 갉아먹는 상황.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자잘한 실금이 하나의 사건이 발단이 되면서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깨져 버리는 상황 말입니다.

두려움이라는 생각에 갇혀 삶이 엉망이 되는 건 생각 외로 흔히 생기는 일입니다. 드러나든 숨기든 어떤 형태로든 위기가 찾아온 세 부부. 소설 읽는 내내 함께 짜증 부리고 우울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듯 결말 맺는 그들의 선택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는 마음이 편안해졌네요.

각자의 죄책감을 과감히 끄집어내는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스토리. 허구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다룬듯한 이야기여서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다루는 소재 자체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지만, 매번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어갈 수 있게 유쾌함이나 유머 감각 또한 빠지지 않더라고요. 드라마,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스토리를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가면을 벗고 훨씬 본질적이고도 보편적인 인간의 얼굴을 하게 되는 거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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