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만식 <태평천하>
윤 직원 영감은 노랭이 영감 중에 상 영감에 속합니다. 인력거꾼의 품삯도 버스 값도 명창대회 자리값도 이런 저런 핑계로 내지 않거나, 깎아 버리는 귀신같은 인물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재산이 없느냐, 그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참으로 자린고비 저리가라고 할 위인중의 위인입니다. 그의 집안내력을 펼쳐본다면 어느 누구도 까물어 뒤로 안 자빠질 사람이 없습니다. 과거, 그의 아버지 때부터 지금의 증손자까지 집안 식구들의 면면히를 둘러보자면, 한도 끝도 없는 사연을 들어본다면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지금 이때도 그는 자신의 며느리 고씨와 한판 말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아들, 딸과 손자와 손자며느리, 증손자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서 참으로 볼만한 집안입니다. 게다가, 윤직원 또한 첩에 첩자식인 태식이, 그리고 어린 기생아이 춘심이 까지 가히 가관이라 할 수 있는 집안입니다.
요즘 말로해서 콩가루 집안의 전형적인 집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선친 윤용규가 계유년 삼월 보름날에 화적떼의 손에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재산을 약탈 당하자 그는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하고 세상을 부르짖었습니다. 식구들에게도 사사건건 참견을 하였습니다. 며느리들에게도 또한 상스런 욕을 퍼부을 정도로 였으며 구박도 하였습니다. 그는 브로커 올창이와 돈놀이 해서 부를 축적해 갔습니다. 어느날 그는 올창이로부터 첩을 얻으라는 권유를 듣고 사실은 연전에 첩을 얻었는데 다른 남자와 배가 맞아 재산을 몽땅 털어 도망을 갔다고 실토하게 되었습니다. 첩이 도망간 이후 춘심이에게 추파를 던지나 실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