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건축
공유하기

길모퉁이 건축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

리뷰 총점 9.3 (19건)
분야
예술 대중문화 > 건축
파일정보
EPUB(DRM) 36.84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9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주간우수작 풍성한 삶을 위한 건축적 제안, 중간건축 평점10점 | v*****e | 2012.05.25 리뷰제목
우리가 매일 걷고 있고 길은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은 나 자신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도시와 접하고 있고 연결을 해주고 있다. 길을 통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한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와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를 둘 다 포함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적인 특징을 공유하면서 사회화가 되어 간다
리뷰제목

 우리가 매일 걷고 있고 길은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은 나 자신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도시와 접하고 있고 연결을 해주고 있다. 길을 통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한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와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를 둘 다 포함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적인 특징을 공유하면서 사회화가 되어 간다.

 그러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길이 우리나라에서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지은이는 길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축 유형이 상업건축이라고 말했다. 상업건축은 길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으며 길은 상업건축을 통해서 활기를 얻는다. 길이 길을 살아있게 하려면 길과 마주하는 있는 상업건축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상업건축은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주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상업건축은 저급하게 취급당했다. 양적인 면만 보면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건물 다음으로 많은 건물이 상업건물이다.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그것을 만들기 보다는 사람들 간의 거래를 통해서 얻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상업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업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상업건축은 그 중요성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한다. 상업건축이 이렇기 때문에 길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은이는 길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중간건축을 제안한다. 중간건축이라는 단어는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들어도 그 뜻을 쉽게 알지 못하는 단어이다. 글쓴이는 중간건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리 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용도지역에, 가장 보편적인 규모의 땅에, 가장 보편적인 기능을 담고 있는 도시건축. 도시 이면의 길모퉁이에 접하면서 승강기가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중층중밀도 건축의 집합. 주거, 상업, 업무 공간이 섞여 있어 살며 일하는 곳.

 중간건축을 통해 길이 살아나면 주변 환경이 풍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간건축은 건축을 포함한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중간건축이 발전해야 건축이 발전하는 것이다.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현재 극소수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건축이 풍성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척박한 토양이다. 젊은 건축가들이 성장하기 힘든 조건이다. 미래 건축을 이끌어갈 젊은 건축가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면 미래 건축은 풍성하지 못할 것이다. 중간건축은 현재의 척박한 토양을 기름진 토양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간건축의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중간건축의 의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고 잘 살펴볼 가치가 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길모퉁이 건축 평점10점 | c*******m | 2011.12.29 리뷰제목
이탈리아의 비첸차 거리에서 길의 위요감에 대한 생각으로 글의 첫머리를 여는 저자를 보면서 나는 문득 에드워드 호퍼의  <선데이>라는 그림을 떠올렸다. E. 워드 허랜즈의 시 < When Edward Hopper Was Painting > 의 소재이기도 한 이 그림속에는 한 사내가 20세기 초엽 미국 어느 길모퉁이의 보도 연석 緣石 위에서 걸터앉아 무언가 상념에 빠져있다. 오스트리아계 헝가리 출
리뷰제목

이탈리아의 비첸차 거리에서 길의 위요감에 대한 생각으로 글의 첫머리를 여는 저자를 보면서 나는 문득 에드워드 호퍼의  선데이라는 그림을 떠올렸다.

E. 워드 허랜즈의 시 < When Edward Hopper Was Painting > 의 소재이기도 한 이 그림속에는 한 사내가 20세기 초엽 미국 어느 길모퉁이의 보도 연석 緣石 위에서 걸터앉아 무언가 상념에 빠져있다.

오스트리아계 헝가리 출신의 고단한 이민 노동자인 그 남자에게 나무그루터기 같은 쉼터를 제공해준 연석은 집과 길이 만나는 또 다른 신세계적 방식은 아닐런지? 라는 화두를 품은 채 책갈피를 넘겼다 

언젠가 수많은 관광객들의 인파에 떠밀려 길 잃을까 두려운 나를 약속처럼 시뇨리아 광장의 복제 다비드 상 앞으로 인도 해준 피렌체의 수많은 골목길이 지닌 달콤한 비밀의 열쇠가 이 책에 숨겨져 있다.

우피치 미술관으로 통하는 길모퉁이를 돌아 나가기 전에 란치 개랑開朗(Loggia dei Lanzi)의 계단에 앉아 그 수많은 조각상들을 바라보면, 광장과 골목길의 암묵적 합의가 연출해낸 한편의 웅장한 오페라를 보는 듯한 그 때의 환희로 다시 나를 데려다 주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거나 기나긴 여정에서 돌아와 일터와 장터와 집으로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가 되어 살아가도 기실 우리의 삶은 늘 집과 길 위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길은 토목기술자, 집은 건축 기술자의 영역이고 단지 내 욕구에 불편만 끼치지 않으면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렸던 이 사소한   오브제들이 거대한 도시의 폭력이 되어 나를 위협하거나 초라한 도시 유민流民으로 전락 시킬 것만 같은 두려움에 빠져들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거대한 폭력의 직접적인 타겟이 될 만큼 거시적인 인물도 아니고 그저 서울 시내에 내 집 한 칸 지닌 것에 흡족해하며 애써 중산층이고 싶은 소시민이다.

오래된 주택가의 골목길에서 조그마한 구멍가게나  옛날 사진관 , 아직도  낡은 싸인볼이 돌고있는 이발소를   만나면 전쟁의 포화 속에도 살아남은 들꽃만큼이나 기특하게 보이고, 삼청동이나 가로수길 서래마을의 커피 한 잔 값이 밥집의 오천원짜리 백반정식보다 훨씬 비싼 것에 아쉬워하는 소심한 아줌마다.

이렇듯 경제력과 문화적인 욕구가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삶의 질을 누리고 싶어 하는 대다수 중간 계층의 시민들의 다양한 삶에 부합하는 중간건축의 대안으로 저자는 길모퉁이 건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용산 게리슨과 이태원같은 이방지대와 역지대를 삼켜버린 거대한 민자역사라든지 365일 내내 교통체증을 앓고 있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등의 거대한 공룡과 같은 블록의 문제점과 그 이면도로의 합리적인 활용방안 같은 것들을 모색해주고 있다.

어쩌면 건축이라는 용어로서의 집은 '길을 혈관으로 살아 숨쉬는 생물체'와도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 다녔다. 저자는 이 생물체의 진화 과정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인류의 최대 발명품인 수레, 자동차, 승강기 , 온라인으로 그 변화의 추이를 드라마틱하게 엮어 놓았다.

고대 들의 집에서 21세기 첨단의 디지털 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도시와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희망의 중간 건축이 자생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주고 있다.

건축에 관한 방대한 전문자료들과 역사 문학 철학 영화 미술등의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저자의 인문학적인 데이터 베이스와 지난날의 추억 어린 향수와 낭만이 잘 어우러진 문장덕분에 건축학에 대해 생면부지의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선데이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1
종이책 길모퉁이 건축 평점10점 | j******6 | 2011.12.26 리뷰제목
나의 고교시절,대학시절의 길거리의 건물과 사람이 다니던 길은 그리 높지도 않은 3,4층 건물에 작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아나로그 방식의 테입과 레코드,바로 옆은 사람이 사는 2층 양옥층 내지는 단층 가옥이 주가 되었다.밤이 되면 그리 밝지 않지만 행인이 걷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정도의 가로등과 늦게까지 술과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대포집,생맥주,통닭,액
리뷰제목

 

 

 나의 고교시절,대학시절의 길거리의 건물과 사람이 다니던 길은 그리 높지도 않은 3,4층 건물에 작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아나로그 방식의 테입과 레코드,바로 옆은 사람이 사는 2층 양옥층 내지는 단층 가옥이 주가 되었다.밤이 되면 그리 밝지 않지만 행인이 걷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정도의 가로등과 늦게까지 술과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대포집,생맥주,통닭,액세서리,쌀.과일 가게들이 늦게까지 손님을 맞이하느라 붐비곤 했다.그 속에는 집과 건물 사이로 작은 골목들이 있고 사람과 수레가 지나갈 정도의 공간에는 이웃간의 따뜻한 인심과 정이 살아 있었다.

 

 그러한 정경들은 어느 덧 과거의 일이 되고 낡고 비좁은 길과 건물들은 재개발과 도시계획에 의해 바둑판마냥 반듯하게 구획정리되고 오밀조밀했던 기와집 건물들은 헐리고 아파트라는 높은 건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이웃처럼 지내던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어디론가 흩어지고 물질과 기회를 노리고 몰려든 이방인들간의 섞임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친척이 있어 동대문구 북쪽지역을 가게 되면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었고 일부는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그나마 개발이 안된 곳을 지나치다 보면 20년 이상을 한 곳에서 과일과 튀김장사를 하고 있는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면 참 반갑기 그지 없다.길쪽으로는 상가들이 추녀를 맞대고 상가 뒤로는 오밀조밀하게 사람이 살고 골목 한 켠에선 자리를 잡고 이웃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드물지만 색다르다.

 

 

 도시계획과 재개발이라는 명분하에 한 순간에 보금자리를 잃게 되고 원주민들은 어디론가 새 삶을 향해 떠나간다.그곳에 블도저와 포크레인,기중기,철근,일꾼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건물 만들기가 진행되면서 주위는 새롭게 단장하고 새로운 공간을 이어가기 위해 현대식 장비들의 무심하고 획일적이고 인공 지능에 의해 공기에 맞춰 몇 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진다.겉모양은 비록 위용과 격조를 그럴듯하게 띠고 편리함과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이지만 밖을 나서면서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이 CCTV에 모든 사람들이 잡히게 되면서 풍요속의 삭막한 정서를 살아가게 된다.또한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의 산골 오지까지도 사람,차가 다니는 길은 거의가 아스팔트로 둔갑되고 자연의 선물인 흙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주거와 상업,문화가 공존하는 중간건축의 장소,공간을 찾기란 대도시에선 쉽지 않다.비근한 예로 나는 업무상 혜화동과 명륜동을 들르게 된다.그곳은 높지 않은 건물과 상가,문화가 살아 숨쉬며 재래시장까지 끼고 있어 내가 고교시절과 대학시절을 되찾은 기분이 들때가 많다.연극 공연장과 재래식 시장,작은 슈퍼마켓 등이 아파트,대형마트의 편리함과 대조적으로 정감이 가며 길들도 포도송이마냥 여러 갈래로 뻗혀 있다.음식과 간식 가격도 비교적 싸고 훈훈한 인정을 대표하는 '덤'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그와는 대조적으로 명품 아파트 단지를 내세워 그곳 주민들만 들락거릴 수 있게 신분증과 암호카드가 있는 곳도 발견하게 되는데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해 '놀이터' 및 '수다 장소'가 될 우려가 있기에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을 단속하고 경계한다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반포 레미안퍼스트단지,자이 아파트단지는 유명하다)

참으로 주거의 이방공간이 아닐 수가 없다.

 

 건축사,건축기사사무소,건설사 등이 서로 관련을 맺고 설계,시공,완공,관리를 맡게 되는데 좁은 면적에 다수가 살 방도를 찾다 보니 아파트만한 주거공간이 없었던거 같다.고층의 아파트에 살고 쇼핑은 자동차로 움직이다 보니 길과 사람,건축물의 조화는 불균형을 맞게 된다.걸어서 장을 보고 문화 생활을 충분히 즐기며 이웃간의 정보와 정담을 나누는 문화풍토가 그립기만 하다.수준 높은 중간건축이 도시 깊숙한 곳에 골고루 생겨나고 도시의 구조와 조직을 다시 손질해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끊어진 길을 잇고 좁은 길은 넓히며 공용주차장과 공공시설을 짓고,사업을 관리하고 검증하는 역할로 건축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걸으면서 경제와 문화를 흡수하고 무목적으로 길을 배회해도 괜찮은 곳,모르는 사람끼리 지나치면서 일상의 문화를 공유하는 길이 살아 있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수레,자동차,승강기,온라인을 통해 살펴 본 길과 건축,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건물이 주는 화장한 얼굴보다는 도로 이면에 있지만 사람들이 드나들고 환기와 통풍을 통해 살아 숨쉬는 건물들이 있는 주거와 상업,문화가 공존하는 중간건축을 기대해 본다.결국 모든 길과 건물은 사람에 의해 설계되고 완성되지만 누구를 위해 지어지는가에 따라 인간의 행.불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김성홍 교수님의 길모퉁이 건축]현대 도시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나다. 평점10점 | a*****e | 2014.08.27 리뷰제목
대학에 갓 입학한 시절, 막 보급되기 시작한 386 컴퓨터를 통해 ‘심씨티 (SimCity)’라는 게임을 즐긴 적이 있다. 네모 반듯한 공간 위에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데, 집과 도로를 짓고, 적당한 위치에 공원, 경찰서와 소방서가 있어야 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건물, 주택, 도로 등을 증축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거나, 범죄가
리뷰제목

대학에 갓 입학한 시절, 막 보급되기 시작한 386 컴퓨터를 통해 심씨티 (SimCity)’라는 게임을 즐긴 적이 있다. 네모 반듯한 공간 위에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데, 집과 도로를 짓고, 적당한 위치에 공원, 경찰서와 소방서가 있어야 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건물, 주택, 도로 등을 증축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거나, 범죄가 증가하고, 교통체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다시 도시 인구의 감소와 세수의 감소로 이어져 도시를 건설할 사이버 머니(cyber money)를 잃게 된다.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나가고 도시를 확장하려면 유기적인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잠시 접해 본 이 게임은 내게는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현실과 너무도 흡사한 생존과 경쟁, 경영의 논리를 게임에 그대로 적용했던 탓에 내게는 게임 자체가 일이 되고 힘겹게 느껴졌던 듯 하다. 그런데 이십 여 년이 흐른 지금 김성홍 교수님의 길모퉁이 건축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왜 하필 이 재미없는 심씨티라는 게임이었을까?

 

그동안 해외 출장이라는 명목 하에 전 세계 여러 나라와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여 보았지만, 문화재나 자연 경관에 치중한 관광이었지, 그 도시의 특색이나 건물의 배치 그리고 그 안에 살았던 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관광지 중 하나인 작은 네덜란드 마을 솔뱅(Solvang)을 아내와 함께 가장 별 볼일 없었던 방문지 중 하나로 꼽아왔던 것 같다. 미국 방문객에게 관광지로 알려진 로스엔젤레스에서 잠시 살았던 탓에, 도시는 삶의 공간이라는 기능적 역할 외의 의미를 두지 않았던 연유인 듯 하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의 마천루에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방문객에게는 이채롭게 보이는 이국적인 거리들도 결국에는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생고를 해결하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늘 뇌리 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때문에 무언가 다른 것을 보려면 우리 나라에서 보지 못한 수려한 자연이나, 오래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나 문화재 정도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건축이라는 인류가 태곳적부터 고민하고 발전시켜온 보편적(?) 지식과 상식으로부터 현대 사회의 도시 건축이라는 논제에 대해 일반인이자 건축에 문외한인 내게 새로운 사고의 폭과 새로운 문화의 측면(Phase)을 제시해 주었다. 그동안 전자공학도인 필자에게 도시 건축은 수학 공식과 같은 법규와 기계적 설계에 의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의 일년 여 미국 생활과 서울과 수도권에 주거를 두었던 덕에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동차 접근성에 의존한 위성도시와 고층 건축에 의한 수직화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용이하였다. 김성홍 교수님은 자동차 접근형 위성도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고층형 수직 건축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입장(물론 고층 건물의 지상부를 오픈(open)하는, 길과 접목된 형태를 전제 조건으로 걸고 결론적으로는 중간 건축을 이상적인 대안으로 제시하셨으나)으로 집필을 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필자의 생각을 밝히면 둘 다 도시 건축에 불가피(?)하나, 피할 수 있다면 지양해야 할 도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현대 도시는 인구 밀도가 낮은 자동차 접근형 위성도시나 밀집형 고층 건축에 의한 마천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난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는 점점 더 커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큰 도시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도시 계획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도시는 외부로 또는 높은 곳으로 성장해 나간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다. 도시의 성장 또한 유기체와 같기 때문에 아픈 곳에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좋은 것에 대해 반응하는 성장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밀집되고 비대해지는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끊임없는 경고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를 기능적으로 분할하여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다시 한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미학적인 측면에서의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탓에 특이한(?) 건축 설계나 그 가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책에서도 몇몇 제시한 Re-modeling Re-novation에 대해서는 소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기업체 연구소 재직시절 러시아 모스코바 소재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여 1년에 두 차례 정도씩 모스코바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러시아는 모스코바와 비 모스코바로 나눈다고 말할 정도로 모스코바의 소득 수준과 물가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할 만 하다. 주택 임대료가 뉴욕 맨하탄 보다 비싸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여느 개발도상국 수도 정도의 청결함과 치안, 교통 수준을 갖고 있었다. 특히 교통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정도였다. 택시의 경우, 세계 최고를 자처하는 서울의 택시 운전사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의 초고속 골목 운전을 구사한다. 이유인 즉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와 같이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스코바는 환형(環形)도시인데, 총 일곱 개의 환이 있고, 그 중심의 1환은 크레믈린이고, 최 외각의 7환을 한바퀴 도는 데는 차로 여러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 몇(?) 환 이내의 모든 건물들이 시에 의해서 관리되고 개보수도 시의 엄격한 관리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한다. 때문에 도로를 만들기 위해 건물을 부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상이 되어 있지만 말이다. 비단 오래되고 가치 있는 건축물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도시 건축에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데 너무 익숙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방법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이어서 일까? 내부는 생활에 편리한 인테리어와 엘리베이터로 단장을 하고, 외부는 옛 모습을 보존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하는 것으로 도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런지도시의 유기체적 성장을 반드시 소멸(extinction)과 창조(creation)를 통해서만 진행시켜야 하는지는 분명 되새겨 볼 일이다.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중간 건축중층 주상복합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필자도 주상복합 형태의 주거 공간이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든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의 이면 도로를 보행과 차량이 공존하는 중층 정도의 건축 밀도를 갖는 도시 환경 (아마도 유럽의 오래된 도시 이면도로가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이 넓은 자동자 위주의 도로와 마천루 이면에 사람의 휴식과 같은 도시 모습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들 건물을 리모델링과 리노베이션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필자는 얼마 전 아틀란타 인근의 소도시인 메디슨(Medison)을 거쳐 사바나(Savannah)를 둘러보는 여행을 다녀왔다. 분명 이 책을 접하기 전과는 다른 시선과 시각을 가지고 도시를 둘러보게 되었다. 물론 이 도시들이 갖는 미국 도시의 역사적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분명 필자의 눈에 도시의 건축물들이 이 자리에 있고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되었다. 강북의 일반 주택이 많았던 지역의 저층 아파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필자는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유럽형의 골목이 주는 편안함과 접근성에 매력을 느낀다. 이들 두 도시 역시 차로 이동하며 보기에는 충분치 않은 모습이었다. 유럽의 고()도시를 둘러 보듯 천천히(slow),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걸어야 한다. 마치 심씨티의 게임자가 게임의 완성을 위해 도시의 설계와 운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 왔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길모퉁이건축 평점10점 | r********i | 2011.12.26 리뷰제목
길모퉁이건축     꽤 깊다, 책의 깊이가 꽤 깊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 사실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접근하기, 다가가기 쉽지 않은 책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집, 일하는 사무실, 걸어가는 이 길, 모두가 건축이다. 사람과 건축은 서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 특히 서울을 지나다니다 보면 여러가지 예술 프로젝트들이 많이 보였다. 최근 중지된 사
리뷰제목

길모퉁이건축

 

  꽤 깊다, 책의 깊이가 꽤 깊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 사실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접근하기, 다가가기 쉽지 않은 책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집, 일하는 사무실, 걸어가는 이 길, 모두가 건축이다. 사람과 건축은 서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 특히 서울을 지나다니다 보면 여러가지 예술 프로젝트들이 많이 보였다. 최근 중지된 사업들이 몇 있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의 또 다른 상징성을 알 수 있었다. 점점 더 높은 건물들이 올라간다. 얼마전 완공된 부르즈칼리파에 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초고층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고 있다. 잠실에도 추진중이지 않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초고층이나 유명 랜드마크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디자인 경제주의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간지대의 중간건축을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나누는 것 같았다. 저자는 차근차근 독자에게 속삭인다. 꽤 설득력있게 말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 처럼보이지만, 실상 그렇게 안보인다. 개발과 성장의 거침없는 뜀박질을 대상으로, 피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우리의 건설의 현 시점을 되새겨보자는 이야기다. 마냥 높은 건물과 큰 건물이 다가 아니고, 그런것들로 인한 건축의 폐혜, 어울리지 않는 우리네 세상을 돌아보자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이다.

 

  크게 수레, 자동차, 승강기, 온라인, 이 4가지 파트로 나누어져있다. 처음에는 뭐가 이래, 하였지만, 꽤 짜임새 있는 설정이다. 온라인은 연결, 장소의 의미, 인터넷의 선두주자인 우리나라, 초고밀도의 도시 등에 대해 조명하였고, 승강기파트에서는 초고층의 경쟁, 마천루, 승강기 시대의 지하공간, 상업공간의 과잉등에 대해 살펴본다. 자동차에서는 고속도로, 교외도시와 쇼핑몰, 도심몰, 길의 불친절한 만남 등, 수레에서는 시장, 삼정가, 길모퉁이 건축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현실적으로 건설한국의 신화가 저물어져가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해법을 내놓는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우리에게 알리고 싶다는 메세지가 크다. 건축에 관심이 있고, 관련이 없다면 조금 어려운 현실의 이야기는 지루해질 수 있지만, 이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우리네 세상에서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희망의 건축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건축은, 도시는, 점점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