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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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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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만 안전하고 싶을 뿐인데 평점10점 | g******1 | 2016.08.09 리뷰제목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나머지 세상의 절반은 남성이다. 차이를 인정하기 전에 해결되어야 할 과제, 평등을 말하기 이전에 이미 확립되어야 했을 것들의 부재속에서 쌓아올려진 여성해방이라는 허상은 밤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칼에 맞아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두 성간의 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확고한 성벽 속에서 남성이 안전하게 몸을 펴고 활보하는 동안, 성벽 밖의 여성은
리뷰제목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나머지 세상의 절반은 남성이다. 차이를 인정하기 전에 해결되어야 할 과제, 평등을 말하기 이전에 이미 확립되어야 했을 것들의 부재속에서 쌓아올려진 여성해방이라는 허상은 밤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칼에 맞아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두 성간의 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확고한 성벽 속에서 남성이 안전하게 몸을 펴고 활보하는 동안, 성벽 밖의 여성은 익명의 남성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또 다른 남성을 필요로 한다. 데이트를 끝내고 여친을 바래다주는 문화가 서구에서도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시대의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밤에 화장실을 혼자가는 일이 불안한 이 사회에서 , 저 포스트잇들을 붙이기 위해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야 하는 세상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진다. 

천사 개의 포스트잇은 보존을 위해 잘 옮겨졌고,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북은 공짜다(메갈이니 어쩌니 해서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공짜인 이북을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이 사건을 바라보며 느꼈던 이 땅의 모든 여성들 개개인의 목소리다. 


시스템 속에서 이득을 취하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등을 돌리고 스스로 속인 것 역시 분명한 잘못입니다. 저는 잠재적 가해자입니다. 바꾸기 위해 이제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슬프고 화가 납니다. 부디 고인의 명복을

923 여성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보호받지 않아도 누군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정신분열증 때문이라고 합리화하지 마세요. 제 동생은 정신분열증 환자이자 페미니스트입니다.

피의자는 정신분열증을 앓았다고 합니다. 언론들은 여성 혐오가 아닌 개인의 범죄라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그가 여성에게 무시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Misogyny가 만연한 우리 사회가 아닌가요?

892 여성 혐오 범죄=열등 범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여성에게 화풀이하지 마세요.

만나주지 않는다고 폭행당하고, 헤어지자 했다고 염산 테러를 당하고, 여성이란 이유로 살해를 당하는 나라. 이런 이유는 어느 나라에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딸을 ‘단속’하지 말고 아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성소수자 혐오, 이주민 혐오. 온갖 혐오를 낳는 사회구조에 맞서 새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다는 게 왜 남혐인가요.

나는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보상품이 아닙니다. 마구 대하고 죽여도 되는 존재도 아닙니다. 나는 살고 싶습니다.

화장실을 같이 가달라는 게 아닙니다. 혼자 가도 안전하고 싶다고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사회는 불평등과 차별이라는 뿌리를 뽑아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이 추모 공간 보존할 예산으로 공공 화장실이나 설치하려는 발상이야말로 여성들과 소수자들을 사회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누군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

남자에게 보호받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 없이도 안전하고 싶을 뿐이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잠재적 가해자라서 듣기 싫은가요. 나는 ‘잠재적 피해자’라서 무섭습니다.


오래 전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때, 기숙사의 한 친구에게 짝사랑하게 된 동향 출신의 선배가 생겼다. 동향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볼 기회가 있었고, 모임이 있을 때마다 늘 선배 얘기 뿐이었다. 스무살 청춘을 흔들어 놓았던 그 선배의 나이 역시 스무살 청춘. 선량하고 푸른 청춘이었다. 그 선배가 친구가 좋아하는 걸 눈치채고 하숙하던 집으로 불렀던 날, 그 친구는 울면서 돌아왔다. 매일매일 꿈꾸던 그 멋있던 선배와의 첫 데이트는 선배의 강간 미수로 끝났다. 강하게 저지하는 친구의 청바지를 거의 반을 완력으로 벗겨냈다. 그녀의 말이 아직까지 떠나질 않는다. 저항을 하는 데 어떻게 바지 단추를 푸르고 지퍼를 벗기고 그 빡빡한 청바지를 내릴 수가 있지? 나는 순박한 그녀를 의심했을까. 이해하지 못했다. 내 앎의 한계로는 무언의 동의가 있지 않은 이상 옷을 벗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힘이 너무너무 센거야. 한 손으로는 내 손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바지를 벗기고, 아무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힘이 너무너무 세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 그렇다. 그들은 힘이 세다는 것이 나에게 평생 각인된 첫 이성의 차이에 대한 배움이었다.  힘이 너무 세다는 것. 막판에 어떤 순간이 왔을 때, 힘으로는 절대로 남자를 당할 수 없다는 것. 아무리 멋있는 남자라도 언제라도 강간범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뢰적 인간관계 형성을 취약하게 한다. 힘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세상 어디에서곤 만연되어 있다. 그리고 그 힘의 논리 앞에서 꼼짝 달싹할 수 없는 위치에 서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은 아이들보다 힘이 너무너무 세다. 남성은 여성보다 힘이 너무너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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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평점8점 | d******m | 2016.06.20 리뷰제목
지난 달, 강남역 근처 노래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보복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여성들은 여성혐오에 의한 범죄라면서 추모에 나섰다. 살인사건은 어느새 남녀갈등의 쟁점에 서게 되었다. 범인이 남녀공동 화장실에서 여자가 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피행망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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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강남역 근처 노래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보복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여성들은 여성혐오에 의한 범죄라면서 추모에 나섰다. 살인사건은 어느새 남녀갈등의 쟁점에 서게 되었다. 범인이 남녀공동 화장실에서 여자가 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피행망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하였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의도, 공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모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순박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에 말이다.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 비율은 정상인보다 낮다.

 

나는 이번 사건을 여혐의 문제라기 보다는, 갈등사회에서의 공감부족을 문제로 보았다. 진짜 여성을 몰래 괴롭히는 사람들은  따로있다. 그들은 이런식으로 자폭하지 않는다. 이 범인은 무언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피해망상에 빠진 것으로 보았다. 내게는 그도 약자로 보였다. 지금 세상은 약하고 뭔가 부족해 보이면 지적 하고 무시한다. 지적이 상냥하면 문제가 없을텐데,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노골적인 무시와 비하가 남발하기에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저 저 사람이 날 괴롭힌다고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항상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상처주고 있으면서 말이다. 상처는 가시가 되어 타인을 찌르고, 폭탄이 되어 애먼 사람에게 터져버린다.

 

1004개의 포스트잇에 써있는 글을 옮긴 책이다. 여성들이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밤길에 자유롭게 다니고 싶고, 택시나 골목길이 무섭다고 한다. 다음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겠다는 글도 종종 있었다. 남성의 글에는 모든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지 말라는 글이 있었다. 성대결을 넘어서 강자와 약자에 대한 구분과 차별이 팽배하다. 지금 사회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상대를 더 타오르게 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무언가 자신이 당한 것을 풀려고 하는 의도도 있겠고, 그저 누군가에게 당한 원망을 더 만만한 자에게 표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일어났던 노인폭행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가슴속의 울분을 만만한 다른 사람에게 풀어버리는 분노조절장애. 되는 일이 없다고 남탓으로 돌리는 피해망상. 타인에 대한 사랑을 배우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렸기 때문 아닐까.

 

17일 새벽 1시 나는 아침에 일어나 어떤 하루를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나는 단순히 우연히 그리고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조심히 들어가, 꼭 연락해."가 일상 대화가 돼버린 것에 대해 왜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 세상이 여성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합니다.(24세의 운이 좋았던 여자.)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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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남자 여자가 아닌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6.10.24 리뷰제목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여자로 사는 건 힘들지 않을까. 여자를 좀더 생각해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밤늦게 다니지 마라는 말을 듣는 건 여자뿐이다. 이건 언제부터 그랬을까. 아주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말 안 하고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올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범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언제부턴가 ‘묻지 마’ 살인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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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여자로 사는 건 힘들지 않을까. 여자를 좀더 생각해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밤늦게 다니지 마라는 말을 듣는 건 여자뿐이다. 이건 언제부터 그랬을까. 아주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말 안 하고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올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범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언제부턴가 ‘묻지 마’ 살인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어떤 사건이든 그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 안에는 좀더 다른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여자를 표적으로 삼고 죽인 사건 말이다. 올해(2016) 5월 17일에 일어난 일이 처음은 아닐 거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울 강남역 가까운 곳 남녀 공용 화장실로 범인은 앞에 온 남성 여섯은 그냥 보내고 일곱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칼로 찔러 죽였다. 남자 여자를 떠나 사람을 죽이면 안 되지만, 범인은 남성으로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된 걸까.

성차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성차별 때문이기도 하단다. 예전에 여성은 재산이기도 하고 정치에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정말 그럴까. 난 남자 여자를 떠나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남자도 있다. 자신이 더 높은 데 있다는 식으로. 그런 사람은 무언가를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남자일 때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여자가 그러면 싫어한다. ‘여자가 어디서 나대는 거야,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할지도. 드라마에 그런 거 자주 나왔다. 지금은 어떨지. 살림이 쉬운 것도 아닌데, 살림을 우습게 보는 남자도 있다. 돈을 받고 남의 집 살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안 좋은 말할 때 ‘남자가’ 하는 말보다 ‘여자가’ 하는 말이 더 많지 않나 싶다. 운전하다 조금 잘못한 여자한테도 남자는 욕한다.

오래전에는 사회가 여자를 싫어하고 미워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아들)을 여자(엄마)가 기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런 사람이 많은 건 아니겠지만. 여자(엄마) 혼자 아이를 길러야 하는 건 아니다. 부모, 엄마 아빠가 함께 길러야 한다. 연쇄살인범에는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된 사람도 있지만, 어머니 때문에 그렇게 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가장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머니나 아버지다. 어머니를 죽인 다음에 여자를 죽이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아무 상관없는 여자를 보고 어머니를 떠올리고 죽이기도 한다. 가정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한테 한마디 들으면 더 기분 나빠한다. 이건 성차별이 마음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화풀이를 늘 어린 아들한테 하는 어머니, 아들 앞에서 늘 어머니를 낮잡아 보는 아버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들은 여성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자랄지도. 부모라고 해서 아이한테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좀더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텐데 싶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가정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일터에서는 남녀차별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여성이 알게 모르게 차별의 말을 그냥 넘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세상에는 남녀차별뿐 아니라 많은 차별이 있다. 그런 게 세상에서 모두 사라지기는 어렵겠지. 무엇이든 한번에 바뀌지 않고 조금씩 바뀐다. 여성을 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바뀌기를 바란다. 여성한테 여성성을 밀어부치지 않아야 하듯이 남성한테도 남성성을 밀어부치지 않아야 한다. 남자니까 울면 안 돼 같은 말은 아주 안 좋겠지. 남자한테 여자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바람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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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미안해, 넌 여성이어서 죽을 수밖에 없었어.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q*****2 | 2016.07.27 리뷰제목
2016년 5월. 하나의 죽음이 발생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경악했다. 2016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새벽 1시라는 늦은 시각에 집도 아닌 상거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한 반격도 있긴 했다. 왜 그 야심한 시간대에 집에 가질 않고 여자가 밖에서? 하지만 대다수는 두려움을 느꼈고 분노했다. 사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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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하나의 죽음이 발생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경악했다. 2016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새벽 1시라는 늦은 시각에 집도 아닌 상거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한 반격도 있긴 했다. 왜 그 야심한 시간대에 집에 가질 않고 여자가 밖에서? 하지만 대다수는 두려움을 느꼈고 분노했다. 사건 장소에서 그리 머지 않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쌓이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동안 둑 안에 갇혀 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사람들은 제 안의 수많은 메시지를 동시에 털어놓았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우천으로 인한 훼손을 막고자 철거가 예정된 포스트잇을 주목했다. 사라지고 말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기록으로 남기고자 애썼다. 이 또한 가치를 지닌 역사이다. 별도의 주석을 달거나 하진 않았고, 이왕이면 원문을 그대로 담고자 노력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단어는 '여성혐오'였다. 사건은 어떠한 원한 관계도 맺은 바 없는데 발생했다. 범인은 앞서 화장실을 이용한 남성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로지 여성만을 타깃으로 노렸는데, 상대 여성이 어떠한 직업을 가졌으며 나이가, 취미가 무엇인지 따위는 중요할 리 없었다.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랬다는 식의 변명은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되지 못한다. 아마도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에게조차' 무시당하는 걸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머릿속 깊은 곳에는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여야만 하고, 남성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라야만 한다는 사고가 박혀 있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의식을 반하는 듯한 여성의 태도는 혐오스러운 나머지 죽어 마땅한 것에 버금갔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런 본질을 인식했다. 사회에 그간 만연했으나 공론화되진 못해온 여성혐오를 논하자며 매달렸다. 왜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지 그들은 물었다. 화장실에서 살인을 계획한 이를 부르는 명칭은 없는데 억울하게 죽어간 여성은 '화장실여'가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어처구니 없어 했다. 단지 언어의 문제인 것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 그동안 탄생해온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의 시선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살아 있음에 대해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죽음이 우연이듯 자신의 생도 우연이라는 식의 사고가 담긴 표현들이 포스트잇에 많이 담겼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자조적인 표현에는 왜 내가 아닌 네가 희생양이 되었는가를 설명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느끼고 있는 죄책감이 많이 느껴졌다. 남성들의 표현으로 보이는 '잠재적 가해자' 또한 비슷한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자신도 모르게 지녀온 여성혐오의 관점, 여성비하적인 발언 등에 그들은 급작스레 눈뜨고야 말았다. 여성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식의 사고 또한 잘못된 것이겠지만 많은 남성들은 죽은 여성이 나의 어머니이자 아내, 딸 등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했기에 기꺼이 미안해했다. 

사라진 삶, 시들어버린 꿈을 애도하는 목소리 중에는 사건이 존재치도 아니 하는 여성혐오를 부각시키며 오히려 남성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식의 우려도 존재했다. 조금 더 거칠게, 애도 자체를 무시하고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회의 정의는 최약자의 파이가 가장 클 때 성립 가능하듯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지나치다 싶을 수도 있으나 남성의 관점을 배제한 채 여성에 집중하는 게 옳다는 지적을 곱씹어본다. 늘 동시에 존재해온 남성과 여성, 허나 우리는 늘 남성이 인류를 대변한다 믿어왔고 남성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여 왔는지도 모른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힘을 쏟아야 들린다. 일어나지 말았어야만 하는 사건이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수면 아래 억눌려 있던 여성의 목소리를 비로소 사회가 인지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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