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 읽기'를 하면서 찾아낸(?) 책이다. 처음엔 체홉이 동화도 썼나보다..생각했는데, 체홉의 글과 그림이 함께 콜라보 된...'셰계 거장들의 그림책' 시리즈였다. 초등학교 3~4년 정도가 읽기에 알맞은(?) 책으로 분류가 된 모양이다. 아이들을 마냥 어리게 보아서가 아니라.. 이 책을 아이들이 읽게 된다면 어떤 시선으로 읽게 될 것인지가 먼저 궁금했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읽으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결코 가볍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여지는 그대로 해석해 보았을 때 아이들에게 와 닿을수 있는 부분도 물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주인과 함께 길을 나선 카시탄카..는 아마도 호기심이 가득한 강아지인듯 하다. 해서 주인 곁은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한눈을 팔다가 그만 주인을 잃어버리게 된다. 바로 이 점에서 엄마들의 잔소리가 들어갈 수 있는 대목이란 생각은 했다. 길을 나설때 엄마손을 잡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체홉 소설의 특징은 히찮음 속의 진실' 이라고 설명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냥 가볍게(?) 마음대로 행동하다 길을 잃을수 있어, 정도로 끝날수 있는 이야기를 내가 지나치게 파고들게 된 걸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 이유는, 새로이 만나게 된 주인이..퍽 친절해 보이는 것에 대해 카시탄카..가 안도하는 순간, 주인의 본 마음이 나온다. "아줌마, 이제 일을 시작할 때가 됐어.너무 오랫동안 빈둥거렸어.아줌마를 훌륭한 배우로 만들고 싶은데.."/22쪽 새로운 주인이 된 남자는 카시탄카에게 '아줌마' 라는 이름을 주고 난후 본심을 드러낸다. 달콤한 것들의 유혹 끝에 무엇이 있을지,언제나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했다.(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을 어떻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체념한듯 순응하는 고양이"그는 산다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그 어떤 것도 고양이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고양이는 모든 것을 경멸했기에 언제나 무덤덤하고 내키지 않는 듯 행동했습니다.맛있는 식사를 하면서도 혐오스러운 듯 푸푸거렸습니다"/21쪽 정말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를 거위, 불안과 의심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만 있는 카시탄카...사는 것이 죄악이라는 냉소적인 목수가 어쩌면 카시탄카..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쩌겠어 라는 마음의 자포자기..모습을 보여준 고양이와 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다 알았다. 누구의 모습이 중요한가,왜 그렇게 살고 있을까..가 아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습처럼 사는 삶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랍니다. 카시탄카 책이요.
왜냐하면 요즘 제가 문학책 읽고 있는데 러시아 문학책이 참 책읽는데 묘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깊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러시아 하면 흰 눈이 생각이 들고 쌓여있는 눈도 생각이 나는데요. 그래서 그 추위만큼이랄까? 쌓여있는 눈만큼이랄까?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였어요.
그림책으로 재탄생한 러시아 문학 거장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이라고 하니까
더 기대되었던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반려견이라고 해서 개를 키우고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카시탄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낯선 곳에서의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러시아의 추위처럼 차가우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만든 책이였어요.
전 익숙한 환경을 좋아하지 낯선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카시탄카의 여행길이 어떨까? 걱정도 스러웠어요.
저도 이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우리 아이들이 외출시에 (둘째가 아직 어려서) 엄마손을 꼭 잡고 다니라고 이야기 하고 위기상황이나 길을 잃어버렸을때의 상황들에 대해서 정말 끊임없이 아이에게 이야기 하곤 하는데 그런 일들도 아이랑 이야기 해보고 러시아 문학이 주는 묵직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도 이번기회에 "문학책을 읽는 것이 이런것이로구나" 라고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울부짖으며 건너편 인도로 갔어요
옛주인을 기억하는 카시탄카
체호프는 러시아의 극장가이며 소설가이다.
귀여운 여인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카시탄카'라는 단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그림책으로...
거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 주고 싶어 서둘러 들였다.
"엄마 이 책은 지수가 읽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는 그림책이라고 투덜거리더니 곧 책속으로 빠져든다.
"엄마 닥스훈트는 여우랑 비슷하대요. 키우고 싶어요.."
헐....토끼, 햄스터 등등을 키우며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군악대가 뭐에요?"
아이는 책을 읽으며 러시아의 문화도 접하게 된다.
"엄마 카시탄카가 주인을 잃어버려요. 군악대에 놀라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런데 주인도 너무 해요. 가버려요..."
불쌍한 카시탄카....
"이름이 이상해요 표도르 티모페이치....엄청 길죠?"
러시아 쪽의 이름은 성도 길고 이름도 길다.
거위, 돼지, 고양이 등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웃겨요. 카시탄카가 아줌마가 되잖아요. 아줌마라고 부르니까 조금 이상해요"
그럼에도 카시탄카는 놀라운 재능을 뽐내게 된다.
"엄마 아줌마가 불쌍해요. 새로운 곳에 가면 주눅들잖아요. 저도 전학가서 힘들었는데 아줌마도 많이 힘들잖아요"
동물에게 새주인을 만나는 건 인생을 거는 일이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너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도 책을 읽으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다.
카시탄카는 한 순간의 실수로 새로운 일들을 접한다.
물론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다.
"엄마 다행이에요. 카시탄카가 주인을 만나잖아요."
카시탄카와 함께 울고 웃던 아이는 결국 기쁨의 미소를 띈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7
개 한 마리는 ‘새 삶’ 찾는 홀로서기를 할까?
― 카시탄카
안톤 체호프 글
타티야나 코르메르 그림
우시경 옮김
살림어린이 펴냄. 2015.8.25. 12000원
안톤 체호프 님이 쓴 글에 타티야나 코르메르 님이 그림을 넣은 《카시탄카》(살림어린이,2015)를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카시탄카’는 개입니다. 꼭 여우를 닮았다고 하는 개예요. 그런데 이 개 카시탄카는 처음 태어나서 자란 집에서 그리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밥을 주는 아저씨도, 그 집 아이도 카시탄카를 아끼거나 따스히 보살피기보다는 함부로 다루고 마구 괴롭히기 일쑤였습니다.
그렇지만 여우를 닮은 개 카시탄카는 그 집에서 떠나지 않아요. 그 집 말고는 다른 보금자리나 삶자리를 그리지 못합니다. 오직 그 집에서만 지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여겨요. 괴롭힘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떠날 줄 모르고, 이래저래 시달리면서도 새로운 길로 나설 줄 모릅니다.
어쩌면 카시탄카를 낳은 개도 카시탄카와 같은 삶을 보냈을 수 있어요. 카시탄카 어미를 낳은 어미도 모두 똑같은 삶을 보냈을 수 있어요. 사람 눈으로 보자면 ‘사람 곁에 있는 짐승’이지만, 짐승으로서는 집에 얽매인 채 다른 곳으로 씩씩하게 떠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목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긴긴 겨울밤, 예전 주인이 대패질을 하거나 소리 내어 잡지를 읽을 때면 아들 페듀시카와 장난치곤 했던 일을 떠올렸지요. 페듀시카는 카시탄카를 작업대 밑에서 끌어내기 위해 카시탄카의 뒷발을 잡아당기는 장난을 즐겼습니다. 얼마나 힘껏 당겼는지 카시탄카는 눈앞이 노래지고 온몸 마디마디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 또 어떤 때는 종을 치듯이 꼬리를 힘껏 잡아당겨 카시탄카가 비명을 지르게 했고, 담배 냄새도 강제로 맡게 했습니다. 그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장난은 …… (10쪽)
그림책이기 앞서 짧은소설로 나온 이야기 ‘카시탄카’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1860년에 태어나 1904년에 숨을 거둔 안톤 체호프 님이 러시아에서 겪은 삶이나 그무렵 러시아에서 마주하던 사람들 삶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사람들을 모질게 다루는 전제 군주와 땅임자를 생각해 봅니다. ‘땅을 짓지 않아’도 계급하고 신분하고 돈을 물려받아서 ‘땅을 짓는 이’를 얼마든지 부리거나 괴롭히던 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림책 《카시탄카》에 나오는 개 한 마리는 그저 개 한 마리를 보여줄 뿐이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개 한 마리 이야기를 빌어서 러시아 사회를 이야기하고, 러시아 정치를 다루며, 모진 사회와 정치에 억눌린 채 그만 홀로서기를 잊거나 잃고 만 수많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느껴요.
한 달 뒤에는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표도르 티모페이치를 대신할 정도로 잘할 수 있었지요. 아줌마는 열심히 배웠고 스스로도 자신의 능수능란한 동작에 만족했습니다. 훈련용 밧줄에 묶여 혀를 빼고 달리는 것, 둥근 테를 뛰어넘는 것, 나이 든 표도르 티모페이치를 타고 달리는 것은 아줌마에게 아주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22쪽)
《카시탄카》에 나오는 카시탄카는 어느 날 길을 잃습니다. 여느 때처럼 ‘주인 아저씨’를 따라서 집 밖으로 나왔다가 군악대 행진을 보고는 그만 넋이 나가라 구경하다가 주인을 잃어요.
길도 집도 모두 잃은 카시탄카는 그만 떠돌이가 됩니다.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모릅니다. 카시탄카를 부리던 사람도 이 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길조차 두지 않습니다. 아끼지도 사랑하지도 보살피지도 않은 채 그저 먹이만 주었을 뿐이니까요.
어쩌면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카시탄카가 어디로 사라진지도 모르거나 아예 생각조차 안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고달프거나 힘겹게 살림을 꾸리는지를 모르는 전제 군주나 독재자처럼 말이지요.
길도 집도 없이 배고픈 카시탄카는 한길에서 어떻게 먹이를 찾아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어디에 깃들어 자야 하는가도 모릅니다. 이러다가 따스한 손길을 만나요. 예전 주인하고는 너무도 다르게 따스한 손길을 만나지요.
다만, 새로운 주인은 ‘서커스’를 하는 사람입니다. 서커스를 하는 사람은 카시탄카를 거두어 알뜰히 보살피다가 재주를 가르칩니다. 카시탄카는 예전과 달리 괴롭힘도 시달림도 없는 터전에서 즐겁게 재주를 익힙니다. 새로운 동무를 사귀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나날을 누려요. 오직 한 가지가 없다면 ‘스스로 일어서서 스스로 살아가기’를 할 마음이 없다뿐입니다.
카시탄카는 두 사람의 등을 바라봤습니다. 마치 자신이 오래전부터 그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삶이 단 한순간도 자신을 내버리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카시탄카는 그 순간 지저분한 벽지가 있는 방, 거위, 표도르 티모페이치, 맛있는 식사, 훈련, 서커스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나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39쪽)
그림책 《카시탄카》는 카시탄카가 서커스를 하는 새로운 주인 곁을 떠나서 예전 주인한테 돌아가는 줄거리로 끝을 맺습니다. 서커스 공연 무대에 옛 주인하고 아들이 보러 왔고, 옛 주인 아들은 카시탄카를 알아봅니다. 카시탄카는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아무 걱정이 없이 살았지만, 걱정도 괴롭힘도 시달림도 없는 새로운 터전을 내버리고 예전 주인한테 달려갑니다.
카시탄카는 아무래도 예전 주인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마음결이었지 싶습니다. 스스로 옭매인 삶인데 옭매인 줄 모르는 마음결이기 때문이겠지요. 스스로 설 줄 모르고 남이 시키는 몸짓만 하면서 밥을 얻어먹는 데에서 삶을 그치는 터라,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할 만해요.
그러면, 나는 얼마나 홀로서기를 한다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나는 굴레나 쳇바퀴에 안 갇힌 삶이라고 할 만한가 하는 대목을 되새깁니다. 내가 걷는 길은 그야말로 스스로 다스리거나 보살피거나 가꾸는 삶길이라고 할 만하느냐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안톤 체호프라는 분이 살던 백 몇 해 앞선 러시아하고 2010년대 오늘날 한국은 얼마나 다르거나 같은가 하고 가늠해 봅니다. 카시탄카 이야기를 읽는 나는 얼마나 ‘나다운 새로운 살림’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짚어 봅니다. 2016.4.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