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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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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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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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열린 인문학 강의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09.16 리뷰제목
역사의 실질적인 범위는 약 3천 년에 이르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면, 고고학의 파편적 증거들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의 시대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시대까지도 국가라고 해봐야 규모가 작았고 대개 도시이거나 도시의 집합체였다.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이때 노예제도 함께 생겼다. 몇 세기를 지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거대한 대륙 국가인 마케도니아와 로마가 건국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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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실질적인 범위는 약 3천 년에 이르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면, 고고학의 파편적 증거들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의 시대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시대까지도 국가라고 해봐야 규모가 작았고 대개 도시이거나 도시의 집합체였다.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이때 노예제도 함께 생겼다. 몇 세기를 지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거대한 대륙 국가인 마케도니아와 로마가 건국되었다. 로마는 기원전 200년경에 카르타고 세력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와 발칸 반도, 소아시아, 이집트를 정복했고, 지중해까지 손에 넣었다. 약 한 세기에 걸쳐 게르만족의 침입과 로마의 분열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375년에는 게르만족 대이동이 있었고 410년에는 알라리크와 서고트족이 로마를 약탈했다. 이렇게 하여 현재의 유럽 민족들이 각 지역에 자리 잡게 되었고 역사는 분쟁과 화합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서양 역사의 흐름이다.

 

철학에는 엄밀하게 구분된 분야가 없다. 문제들이 점점 더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하나로 합쳐지고 한 문제의 해법은 나머지 문제의 해법에 의존하게 된다. 철학은 정신의 심오한 들썩임, 이미 만들어져 습관적이고 관습적이게 된 견해에 대한 불만, 자유롭고 속박되지 않은 호기심 그리고 세상을 주유하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판단하려는 욕구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대에 최고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인간을 연구했고 인간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칸트의 입장에서 자연은 지성의 영역이고 지성은 또한 더 심오한 영혼의 법칙을 따른다. 플라톤-범신론적 전통에 따라 해석했을 때 이러한 법칙은 전체의 완전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견해에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전체의 완전성은 칸트가 주장했고 피히테가 더욱 적극적이고 구성적으로 주장했던 도덕적 완전성, 도덕 의지의 이상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종교란 결핍감,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세속적 이득에 대한 불신, 운명을 통제하는 힘과 타협해서 구원에 이르는 방법이다.(p.130)” 종교는 두려움에서 출발해 희망에서 완성된다. 중국인에게 최고의 신은 하늘이고, 그리스인에게는 제우스다. 한편 수호신이나 조상신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 개인이나 특정 예술, 부족이나 지방을 보위하는 신은 민족신보다 하위에 있다. 기원적으로 다른 종교에 속하더라도 동일한 행위를 하는 신은 동일시 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마음속으로 뭔가를 진실로 믿는 것이고 만일 그 뭔가가 진실이 아니라면, 그 종교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정의가 사회적 복지의 수단으로 존중되면, 그것은 윤리적이다. 만일 정의가 신의 호의를 얻어내는 수단이나 열반에 이르는 수단으로 채택되면, 그것은 종교적이다. 도덕적 삶이 어떤 의미에서 보편적 삶과 연관되면 종교적 성격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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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문학을 쉽게 이해시키는 '열린 인문학 강의'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06.15 리뷰제목
열린 인문학 강의윌리엄 앨런 닐슨/김영범유유/2013.9.4.sanbaram   인문학 열풍이 분지도 꽤 되었다. 사회 곳곳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그 추구하는 방향도 다양한 만큼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 <열린 인문학 강의>는 고전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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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문학 강의

윌리엄 앨런 닐슨/김영범

유유/2013.9.4.

sanbaram

 

인문학 열풍이 분지도 꽤 되었다. 사회 곳곳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그 추구하는 방향도 다양한 만큼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 열린 인문학 강의는 고전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기획하여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7개의 주제로 나누어 엮어졌다. ‘1. 역사/2. 철학/ 3. 종교/ 4. 정치경제학/ 5. 항해와 여행/ 6. 희곡/ 7. 가 그것이다. 1909년에 출간을 시작한 하버드 고전 총서는 1914년에 50권으로 완간 되었고, 하버드대학교 교수들을 중심으로 전공에 따라 대중 강의를 하도록 하고, 이를 다시 정리해서 51번째 책으로 엮어낸 것이 열린 인문학 강의. ‘하버드 고전총 책임자인 닐슨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905년 미국에 귀화했다. 에딘버러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역사의 실질적인 범위는 약 3천 년에 이르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면, 고고학의 파편적 증거들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의 시대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시대까지도 국가라고 해봐야 규모가 작았고 대개 도시이거나 도시의 집합체였다.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이때 노예제도 함께 생겼다. 몇 세기를 지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거대한 대륙 국가인 마케도니아와 로마가 건국되었다. 로마는 기원전 200년경에 카르타고 세력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와 발칸 반도, 소아시아, 이집트를 정복했고, 지중해까지 손에 넣었다. 약 한 세기에 걸쳐 게르만족의 침입과 로마의 분열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375년에는 게르만족 대이동이 있었고 410년에는 알라리크와 서고트족이 로마를 약탈했다. 이렇게 하여 현재의 유럽 민족들이 각 지역에 자리 잡게 되었고 역사는 분쟁과 화합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서양 역사의 흐름이다.

 

철학에는 엄밀하게 구분된 분야가 없다. 문제들이 점점 더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하나로 합쳐지고 한 문제의 해법은 나머지 문제의 해법에 의존하게 된다. 철학은 정신의 심오한 들썩임, 이미 만들어져 습관적이고 관습적이게 된 견해에 대한 불만, 자유롭고 속박되지 않은 호기심 그리고 세상을 주유하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판단하려는 욕구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대에 최고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인간을 연구했고 인간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칸트의 입장에서 자연은 지성의 영역이고 지성은 또한 더 심오한 영혼의 법칙을 따른다. 플라톤-범신론적 전통에 따라 해석했을 때 이러한 법칙은 전체의 완전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견해에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전체의 완전성은 칸트가 주장했고 피히테가 더욱 적극적이고 구성적으로 주장했던 도덕적 완전성, 도덕 의지의 이상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종교란 결핍감,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세속적 이득에 대한 불신, 운명을 통제하는 힘과 타협해서 구원에 이르는 방법이다.(p.130)” 종교는 두려움에서 출발해 희망에서 완성된다. 중국인에게 최고의 신은 하늘이고, 그리스인에게는 제우스다. 한편 수호신이나 조상신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 개인이나 특정 예술, 부족이나 지방을 보위하는 신은 민족신보다 하위에 있다. 기원적으로 다른 종교에 속하더라도 동일한 행위를 하는 신은 동일시 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마음속으로 뭔가를 진실로 믿는 것이고 만일 그 뭔가가 진실이 아니라면, 그 종교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정의가 사회적 복지의 수단으로 존중되면, 그것은 윤리적이다. 만일 정의가 신의 호의를 얻어내는 수단이나 열반에 이르는 수단으로 채택되면, 그것은 종교적이다. 도덕적 삶이 어떤 의미에서 보편적 삶과 연관되면 종교적 성격을 띠게 된다.

 

훌륭한 희곡이라면 급하게 훑어봐서는 대사의 진수를 맛볼 수 없다. 대사는 어떻게 선택되는 것일까요? 대사는 그저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올 법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 선택된 대사가 플롯을 앞으로 진전시키기 때문에, 그리고 작가가 고려했던 다른 구절들보다 더 낫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을 흔든다.(p.260)” 비판적인 마음으로 대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공감을 해야 한다. 연극은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스인의 의식 속에서. 연극은 디오니소스 숭배에 기원을 두고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상징했다. 그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이었고 포도수확 축제 때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그를 찬미했다.(p.278)” 이렇게 시작한 것이 연극이고 연극을 하기 위해 쓰여 진 것이 희곡이었다.

 

어린아이의 상상력은 아직 긴박한 현실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한계에 갇히지 않고 끝까지 뻗어나간다. 인류의 유년기에, 인간의 관심 대상은 자신의 내적인 생명에 의해 움직이는 정신이다. 자연의 힘은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변덕스러운 신이 된다. 동료보다 영리하고 강한 힘을 지닌 사람은 기억이나 전설 속에서 영웅이나 신인이 된다.(p.297)” 오디세이아덕분에 후세의 시에 몽상가들과 사이렌이 등장하게 되었고, 속담 표현에 스킬라와 키리브스가 나오게 되었다. 게다가 혼을 빼놓는 등장인물들은 어린이 책에서 충성한 이야깃거리로 다시 탄생했다. 영웅의 활약과 시련이 잦아들면서, 이야기는 전원생활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문학에서 신실한 아내의 모습을 가장 고귀하게 그렸다고 한다.

 

고전은 최고의 작가가 그 시대에 닥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인간의 삶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의 반복이다. 인간이 처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한, 이러한 주제는 계속 변주되면서 숙고의 대상이 된다.(p.346)” 그래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고전이 너무 크고 깊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독자가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읽어도 간명하게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이렇기 때문에 고전은 여러 차례 읽으며 충분한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에서 인문학 총서 50권을 발간하고 이들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문학에 대한 각 분야별로 담당교수가 강의한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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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00년을 초월하는 하버드의 교양, 인류의 지혜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y | 2013.04.05 리뷰제목
하버드 클래식이란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을 지낸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기획하고 윌리엄 앨런 닐스 교수가 편집한 고전 시리즈로,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기 어려운 일반 대중들이 기초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 걸쳐 엄선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시대에,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대중들을 계몽하기 위한 교양서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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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클래식이란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을 지낸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기획하고 윌리엄 앨런 닐스 교수가 편집한 고전 시리즈로,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기 어려운 일반 대중들이 기초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 걸쳐 엄선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시대에,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대중들을 계몽하기 위한 교양서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겨우 들어온 클레멘트 코스(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칼리지 수준의 인문학 교육)의 정신이 그 때 이미 존재했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이 20세기에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저력이 아닐까?)

 

<열린 인문학 강의>는 바로 이 하버드 클래식을 읽기 위한 안내서로 기획된 책이다. 쉽게 말해 하버드 클래식 시리즈의 요약서인 셈인데, 시리즈 전권을 늘어 놓으면 무려 3미터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을 이 책 한 권으로 읽을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은 크게 역사,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항해와 여행, 희곡, 시 - 이렇게 일곱 파트로 되어 있다. 관심 분야인 정치경제학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맨 처음에 나오는 역사 부분부터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문명의 탄생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개괄한 다음,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등 다른 분야의 내용을 시대순으로 정리하면서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실 이 책만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아서 우연히 지난 봄에 <하버드 인문학 서재>라는 책을 먼저 읽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버드 클래식의 존재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인데, 저자가 1년에 걸쳐 하버드 클래식을 읽으면서 혼자서 공부하고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쓴 책이라서 본 적도 없는 하버드 클래식이라는 시리즈가 가깝게 느껴졌고, 심지어는 읽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열린 인문학 강의>를 읽어보니 저자가 왜 하버드 클래식이 서양 편향적이라고 했는지(동양에 대한 부분은 불교와 논어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항해와 여행'이 정치경제학, 철학 등의 학문과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진 게 왜 신기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분명히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을 살았던 이들인데, 이들의 글이 21세기인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생각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 시대가 그 때에 비해 덜 성숙하다는 뜻일까. 그저 인문학의 힘이라는 말로 덮어버리기엔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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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열림에도 정도와 스펙트럼 차가 있다 평점9점 | s****o | 2013.04.17 리뷰제목
미국이라면 인치(人治)의 낡고 후진적인 형태가 아닌, 철저한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통제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점 우리는 누구나 동의한다(만약 미국이 그 자격에 미달한다면, 이 지구상에 시스템 통치로 작동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만은 아니다). 그런 미국에서, 공적 수사기관의 장 직위를, 한 사람이 물경 60여 년 간 혼자 독점했다면, 그것도 직전 세기에 있었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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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면 인치(人治)의 낡고 후진적인 형태가 아닌, 철저한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통제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점 우리는 누구나 동의한다(만약 미국이 그 자격에 미달한다면, 이 지구상에 시스템 통치로 작동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만은 아니다). 그런 미국에서, 공적 수사기관의 장 직위를, 한 사람이 물경 60여 년 간 혼자 독점했다면, 그것도 직전 세기에 있었던 일이라면, 놀라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국이라면 덮어놓고 악다구니식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게 습관이 된 멍청이라도 (정작 팩트를 모른다는 점에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친미건 반미건, 놀라운 건 그저 놀라운 것이다.


경우가 많이 다르긴 하겠으나, 하버드 대학이라면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봉의 상아탑이다. 그런 지성의 전당에서 한 사람이 총장직을 수십 년간 수행했다면, 그 역시 뭔가 일반의 통념에는 의외로 다가올 구석이 없지 않다. 찰스 윌리엄 엘리엇(1834~1926)이 바로 이 예외적 케이스의 주인공인데, 따지고 보면 어느 한 사람이 직위를 장기 보유했는지, 그렇지 않고 인적 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는 시스템의 건강성 판단에 절대적 기준이 못 됨을 우리는 알 수 있다(물론 이 말이, 저 앞 문단의 그 인물과 해당 수사 기관을 두고도 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니 괜한 오해는 하지 말 것).


찰스 엘리엇 총장의 행보와 이력은 단지 '장기 집권'이라든가 '재직시의 공적' 면에서만 특이성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이 사람이 사망할 즈음 미국 전역을 강타했을 대공황의 재앙적 잔재를 청산하려 제 일생의 만년과 정력을 다 쏟아 붓다시피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경우, 미국 전체에서도 내로라하는 명문가 태생이었던 만치, 그의 반(反) 귀족적, 친 대중적 정책 시행은 상류층으로부터 "제 출신 계급을 배반한 자"라는 거센 비난과 냉소를 받기도 했다. 이 엘리엇 역시, 출신 배경으로 보아 어느 누구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혁혁한 명문 소생이었지만, 특히 그의 총장으로서의 행보는 '교육과 지식의 대중화', '진입 장벽의 철폐'와 같은, down to earth, 지극히 소박하고 격의 없는 'open policy'의 전형이었다. 아무도 의심 않을 귀족적 배경과 출신이 주는 특권 의식 따위를 떨치고, 진정 기만 요소 없는 '브나로드'를 실천에 옮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역사적 모범을 보인 위대한 교육자의 자취로써 그 일생을 채운 것이다. 요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혁신적 발달에 힘입어 TED 강의 같은 '열린 교육'이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엘리엇 같은 이는 무려 두 세기를 앞서 열악한 분위기와 개인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사적 정의의 실현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대학 출판부에서 고전 총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제 흔하게 보는 일이며, 이 저서처럼 고전 총서 일체의 해제문 구실을 할 가이드를 그 총서에 끼워 넣는 것도 이분의 모범 이후에 유행처럼 통하는 사례가 되었다(실제의 집필은 정보에 나와 있듯 당시 그 밑에서 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던 윌리엄 앨런 닐슨이 책임자였으며, 그는 이 외에도 미리엄 웹스터 사전의 편찬자로 유명하다). 한 세기도 훨씬 전의 저술이니만치 그 내용의 out-of-date함이 문제될 수 있겠으나, 내용보다는 그 속에 스민 정신을 바르게 파악함이 이 '고전'을 읽는 오늘의 보람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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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열린 인문학 강의』- 고전에 한 걸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j | 2013.04.06 리뷰제목
항상 뭔가를 걱정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언제나 생각(그것이 단순한 걱정이든 고민이든)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지금까지 겪어왔던 짧은 경험이라는 한계 속에 머물러있다. 그러니 생각이라는 것이 커다란 발전도 없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맴돌고만 만다. 하나의 생각에서 또 다른 하나의 생각으로 넘어가다가도 다시 이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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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뭔가를 걱정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언제나 생각(그것이 단순한 걱정이든 고민이든)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지금까지 겪어왔던 짧은 경험이라는 한계 속에 머물러있다. 그러니 생각이라는 것이 커다란 발전도 없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맴돌고만 만다. 하나의 생각에서 또 다른 하나의 생각으로 넘어가다가도 다시 이전의 생각으로 돌아가 있고, 어느 때는 이런저런 과정 따윈 다 뛰어넘어 저 끝에 가있기도 한다. 정리는 되지 않고, 이리저리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내가 해 왔고, 할 수 있고, 앞으로 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무런 기초 작업도 없이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며 폼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다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래도 미약하게나마 발전이라는 것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인문학으로 자꾸만 기웃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열린 인문학 강의』라는 제목만으로도 끌렸던 것이 이 책이다. 관심 있는 인문학 강의인데, 게다가 열려 있다고 하지 않나! 그 열린 문틈 사이로 나 하나 지나가지 못할까 싶은 생각에 과감하게(?!)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열린 인문학 강의』 ‘하버드 고전(Harvard Classics)’이라는 총서의 51번째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51번째 책은 ‘하버드 고전’이라는 50권을 완간하고 나서 고전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기획된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독자들이 고전을 읽을 때 느끼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교육적 배려에서 출발한 강연인 셈입니다. -역자 후기 中에서…

 

 제목도 ‘열린’이고, 고전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했기 때문일까, 쉽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전적으로 나의 착각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다. 분명 입문서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싶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내가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인문학에 다가서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싶어서, 욕심과 나도 모르게 남아있는 편견 따윈 버리고, 처음부터 무조건 완벽하게 알아간다는 강박감이나 부담감 따위도 지워버리고 인문학 입문에 다가서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럼에도 어려워서 단 한 두 페이지를 읽는 데에도 몇 번이나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도 또 다른 욕심이겠지만….) 그러다가 문득, 욕심을 버리는 순간, 인문학의 정신(!?)에 비로소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말해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인문학으로의 입문 자세를 잡아나갈 수 있었다, 고 한다면 너무 성급한 이야기일까!?

 

『열린 인문학 강의』는 역사,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항해와 여행, 희곡, 그리고 시까지 모두 일곱 개의 분야로 구성되어있다. 각 분야에서도 ‘들어가는 말’을 통해 전체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살펴보기가 가능하게 만들었고, 각 분야별로 그 속에 세부 주제를 정해서 한 단계 더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책을 제대로 보기 전에는,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서 각 분야별로 한 명의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각 분야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 각각의 교수, 그러니까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수준 높으면서도 다양성까지 충족시키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 책을 보면서 누구나 그렇듯 목차부터 살펴보는데 구성 자체가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을 이야기하면서 역사,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행과 항해, 희곡, 시와 같은 주제들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이런 말을 하면 수준이 낮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내가 인문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아무런 개념도 없이 덤벼든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놀라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런 놀라움은 끄덕거림과 또 다른 놀라움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나 희곡 같은 경우 크게 관심이 가는 분야가 아니었는데, 그 생각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희곡을 바라보는구나,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렇게 희곡을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언젠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다가 몇 번이나 포기한 적이 있었다. 고전 읽기의 시작으로 삼았던 책인데 처음부터 힘들어했으니…. 덕분에 나의 목표는 방향을 잃고 그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사라져버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용기 내어(!?)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또 이야기하다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놀라움(?!)은 희곡에서뿐만 아니라 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단순히 시를 통해서 철학을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싶은 정도로만 머물렀으나 시가 아주 긴밀하게 인문학과 연계시켜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앞으로도 여전히 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살아가지 않았겠나 싶기도 하고, 또다시 누군가가 시를 통해서 철학을 이야기한다면 그때도 역시 그저 단순한 생각으로만 머물러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의외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놀라움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철학종교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들이 찾아왔다. 평소에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도 좀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생산해내고 싶다고…. 그러면서도 어떤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저이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났을 거야, 라며….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힘들지만, 분명 힘들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은 상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저 상식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해방시키고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있는 훨씬 타당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며, 그래서 철학에 (그것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 나 역시도 충분히 그런 기준으로 정신해방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사물에 대한 최초의 자유로운 호기심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더 괜찮을 것이라는 가르침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종교를 이야기하면서 신을 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신이 그저 종교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 역시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니 사실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놀라웠다. 그러고보니,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그로인한 새로운 흥분을 던져주는 것이 이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고전이 애초에 만인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며, 또한 고전은 최고의 작가가 그 시대에 닥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기에 고전에 다가서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렵다 어렵다, 하기 전에 작은 호기심으로 다가선다면 분명 그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계와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물론 그 시각이 달라진 것이겠지만…)는 놀라움을 가지게끔 해주는 계기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테고 말이다.

 

지금은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인 셈입니다. 고전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울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 인간답게 사는 법(humaniter vivere)을 정리할 수 있다면, 고전을 읽는 수고를 마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 의지하고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다면 다가가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 -역자 후기 中에서…

 

 이 한권의 책으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면 크나큰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그저 인문학에 다가서기위한 하나의 발판으로 생각해야 맞을 것 같다. (실제 이 책의 의도도 그런 것일 테고…)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 속에서 흥미를 조금씩 키우면서, 하버드 고전 도서 목록을 하나씩 찾아가며 그것들을 읽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이 책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책을 부르는 책이랄까!? 중요한 것은,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또 다른 많은 책들을 알아가고 싶다는 호기심의 발로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의 정신에 부합되는 것이 아닐지…. 인문학이 열려있기를 기대하기보다 내가 먼저 열린 마음이 되도록 만들어 주고, 그런 생각으로 한걸음씩 걸어 나가게 만들어 주는 책, 『열린 인문학 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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