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웠던 증명방법의 하나인 '귀류법'이 생각납니다. 어떤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논리적으로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증명 방식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수행의 방법을 설명하는 것도 이런 귀류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선과 명상을 중심으로 한 마음수행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두를 깨치기 위한 선종의 이야기 사례도 많이 제시되고 저자 자신의 마음수행법도 소개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본인이 직접 수행하여 깨쳐야 하는 문제인데, 이런 책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본질인 이야기를 글로써 책으로써 이야기 하자고 하나 귀류법같은 증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수련법을 통해 마음의 중심에 도달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디가 마음의 중심인지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하나의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간접증명 내지 간접설명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일체유심조의 교훈이 올바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과연 책을 통해 올바른 마음가짐을 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는 자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처럼 치열한 수행을 통해 몸소 느끼고 행할 때나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의미를 찾는다면 바쁜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실체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