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었다. 총 열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내면에 지니고 있는 것에서 '각자의 개성이 민족성보다 훨씬 중요하다. 온갖 종류의 친교와 놀이, 여가와 사치를 병적으로 추구하는 까닭은 바로 내면의 공허함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확실히 지켜주는 것은 내면의 풍요, 즉 정신의 풍요로움이다. 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내적인 빈곤이 결국 외적인 빈곤을 초래하는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인격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가장 고상하고 폭넓게 오랫동안 누릴 수 있는 향유는 정신적 향유이다. 정신적 향유 능력은 타고난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행복과 명랑함에서는 '각자 자신의 신념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지 타인의 관점에 따라 살아가선 안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직접적으로 현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명랑함 밖에 없다.'고 하며 명랑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늘 여러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명랑하게 웃고 상대를 배려하면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현재를 즐겨라. 고독을 사랑하라고 주문하며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간에 타고난 개성을 견디며 인정해야 한다. 개성이 변하기를 바라거나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무조건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나도 살고 상대도 살린다'는 말의 참된 의미다.'라고 충고한다.
지혜에 대하여에서 '허세는 자신을 가두고 다른 모습으로 꾸며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 더 낫게 돋보이려고 하는 것이므로 스스로에게 내리는 유죄 선고다.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 듯 허세를 부리고, 그것으로 뻐기는 것은 그런 것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자기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용기든 학식이든, 정신이든 기지든, 여자들 사이의 인기든, 재산이든 고상한 신분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를 가지고 허세를 부리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점에 뭔가 부족한 면이 있음을 실토하는 셈이다. 사람이 정말로 어떤 장점을 완벽하게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며 허세를 부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담담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예의는 인간들 사이에서 열이 밀랍에 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세 가지 힘이 있다'는 예말은 매우 적절하다. 그것은 현명함과 강인함과 운이다. 그중 운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고 했는데 삶을 운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견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들꽃을 보고 한 나그네가 그냥 피고 남들이 보지도 못하는데서 시들고 말겠구나라고 하자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꽃으로 피는 중 아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 꽃으로 피는 거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피는 거라고 나의 즐거움과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 있어. 내가 존재하는 데 있단 말이야.' 라고 하는 글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창의성을 키워라에서 '음식은 먹는다고 해서 다 우리 몸에 양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화를 해야 되는 것처럼, 정신도 되새겨야만 읽은 것이 자기 것으로 된다. 끊임없이 책을 읽기만 하고 그것을 되새기지 않으면 읽은 것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라고 하며 독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현재의 시류에 따라 갑자기 인기가 오르는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오래되었지만 한결같은 소위 베스트셀러보다는 고전을 읽고 사색하기를 권한다. '지식을 얻으려 할 뿐 통찰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독서는 여행안내서를 읽고 그 나라를 아는 것과 같고 독자적 사고를 하는 것은 그 나라에 다녀온 것과 같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깊이 숙고한 것만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터득한 생각에만 진실성과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그것만을 제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독서에서 얻은 남의 생각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남이 입다가 버린 옷에 불과하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생각과 책에서 읽은 남의 생각의 관계는 봄에 꽃이 피어나는 식물과 고대의 화석 속에 들어있는 식물의 관계와 같다.'고 하며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으려 하지 말고 통찰을 얻기를 바란다.
나이와 인생의 깊이에서 '인생은 수놓아진 천에 비유할 수 있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누구나 자수의 겉면만 보지만 노년기에는 그 이면을 보게 된다. 이면은 그다지 아름답진 않지만 실이 어떻게 꿰매져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 그렇다 나이가 많아지면 인생의 경험이 쌓여서 총기는 없을지 모르지만 지혜는 생기지 않겠는가?
마지막 장 욕망과 투쟁에서 '재물, 지위, 사치, 명예 등을 위해 자신의 여가와 독립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이다. 인간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은 자신의 내부에서 발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 없는 삶이야말로 행복을 재는 잣대다. 고통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사실 지상의 행복에 도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는 군주와 같은 등급이다.'라고 말했다는데 마음을 닦고 사색의 깊이를 넓혀 군주와 같지는 않더라도 근접한 등급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