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은 많은 한국인에게 있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널리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에 프랑시스 잠과 함께 언급이 되니까...
얼마전 그의 작품을 몇몇 읽어볼 수 있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림이 수록된 그림시집에서 시인의 인품을 편린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는데, 그의 글을 통해 그라는 사람을 알 수 있다 말하기 어렵겠지만 그의 시들은 무척 경건하다는 인상이었다. 어쩐지 마음을 다잡게 되는 느낌이랄까. 어두운 밤에 초를 하나 켜 놓은 것 같은 그의 선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들을 많이 담아낸 책을 만나본다.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말테의 수기 이후에 내놓은 말년의 대작.
릴케는 죽음이 삶의 종말이 아닌 삶의 한쪽이며 삶의 근원이라고 바라봤다.
불안, 생의 무상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제 2의 비가.
그러나 우리는 느끼는 순간 흩날리고 만다.
아, 내쉬는 숨결과 더불어 사라져 가는 우리들.
불타 사그라지는 나무처럼
우리의 향은 시시로 희미해진다.
그러한 때 누군가 말하는 자 있으리라.
제 9의 비가.
모든 존재는 한 번 뿐이다. 단 한 번.
한 번뿐, 더는 없다.
우리 또한 한 번뿐이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한 번이지만, 이 한 번 존재했다는 것,
지상에 있었다는 사실, 그것은 철회할 길이 없다.
독일 모더니즘 시인 릴케.이 시집은 가성비가 일단 좋다.
번역은 독일어를 모르니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읽는 데에는 전혀문제가 없었다. 기도시집부터 신시집,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소네트, 두이노의 비가가 빼곡히 실려있다. 중간중간 시를 읽는데 도움을 주는 주석들도 있다. 주석이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릴케의 두이노 비가는 매우 난해하지만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가 이해될 정도로 아름다운 시였다. 릴케에 대해 알고 싶다면두이노의 비가는 강추하고 싶다. 그 정도로 릴케의 역량이 최대로 드러난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건함이 필요할 때
길고 두꺼운 책은 읽기에 너무 부담된다
경검함이 차분함과 성찰을 동반하는 감정이라면 , 가까운 곳에 두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때로는 존재의 가벼움보다는 알 수 없는 깊음을 느끼고 싶을 때
한 편씩 읽으면좋을 듯하다.
무언가 읽어야한다는 강박증이 도질 때 그냥 읽어도 좋을 듯하다.
가까이 두고 어렵지 않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적절한 듯하다.
그저 한 권쯤 곁에 있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