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를 살펴보면, 1장 면류·두부 근대사의 질곡을 함께한 국민음식, 2장 육류 유전자 속에 새겨진 고기에 대한 열망, 3장 어류 생선, 날것은 삭힌 것을 넘지 못한다, 4장 탕반류 밥과 국이 음식의 기본이며 으뜸, 5장 비빔밥과 김치찌개 전통과 얼이 깃든 대한민국 대표 음식, 6장 한식 상차림 임금의 밥상에서 농부의 밥상까지, 7장 중식 어느덧 한식이 된 짜장면과 짬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명성에 비해 책의 내용이 많이 부실하다. 저자에 대한 약력은 잘 모르지만 워낙 방송에 자주 출연하기에 저자의 유명세는 대단하다. 이에 비해서 책은 너무 부실하다. 특히 한국 맛집이라는 제목이 부끄럽다. 그냥 서울 맛집이라고 했으면 실망감이 반감했을 듯 한데 왜 저자가 한국 맛집이라고 했는지 모를정도로 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579라는 숫자도 제대로 리뷰한 모든 맛집이 579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주요 리뷰 맛집 일부에 곁가지 맛집이 대부분인데 579라는 숫자에는 이 모든게 같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맛집 책은 리뷰된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지역별 분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본이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맛집을 찾고 싶어도 그렇게 분류되어 있지 않다. 음식 종류별 분류 방식이기 때문인데 그런 분류를 하더라도 별도의 페이지에서 지역별로 찾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 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서울을 위한 맛집 매뉴얼이라고 보기에도 지역별 분류가 되어있지 않아서 다시 읽기 어려운 책이다. 저자의 컨텐츠를 잘 풀어낼 수 있도록 편집을 잘 했어야 할 듯 한데 출판사의 노력 부족이 한 몫하는 듯 하다.
깐깐한 식객 황광해의 '줄서는 맛집' 전국편, 책 겉표지에서 풍기는 한 줄 내용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다 아우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맛집을 찾아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찾아낸 최고의 맛집들을 거의 다 만나볼 수 있다. 지은이는 자그마치 30년 간 다 헤아릴 수 없는 맛집을 찾아나섰으며 그 결과 3500여 음식점을 찾아낸 것이다. 독자로써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이 책 한 권이면 평생 맛집을 다 거치기도 힘들 정도이며 우리나라에서 맛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을 전부 점령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책의 구성은 전부 7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손쉽게 즐겨 찾으며 또 좋아하는 면류와 두부, 육류, 바다의 냄새를 고스란히 담은 어류, 탕반류,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비빕밥과 김치찌개, 그리고 상견례나 가족들이 찾아가 대한민국의 잔치를 흠씻 느낄 수 있는 한식 상차림, 그리고 중식류로 이루어졌다. 각 장마다 해당 류의 음식점들이 소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소개될 만한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음식점들은 전부 모아놓은 것 같다. 그 음식점들에 대해 장점과 비법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소개만으로도 그 음식점들을 찾아가서 알고 있는 생각에 음식맛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점이 생겨 참 좋다. 게다가 소개된 음식점들 중에 지은이가 특별히 아끼고 추천하고 픈 곳을 꽃표 쳐서 평생에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가보기를 강권하고 있으니까, 그 음식점들만 먼저 찾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꽃표 음식점들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기때문에 다 찾아만 가도 한국 내 맛에 대한 진미는 거의 섭렵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 내용을 접하다보면, 지은이가 맛에 대한 전문가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솜씨와 향토적인 정서가 풍부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설명 자체가 막힘 없이 구수하게 뿜어져 나오는 시골 굴뚝 밥내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소개된 '백양국수'집 내용을 읽으면서 왠지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아, 얼마 안 있으면 그 위대한 맛의 향한 노부부의 노고를 접하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서둘러 그 집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맛집에 대한 전통적인 가풍과 비법이 고스란히 실제 맛으로 전해오는 듯하다.
한 가족에 이런 전국 맛집 소개 도서가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음식을 찾아 떠나는 가족들의 마음에 삶의 여유와 아이들에 대한 따스하고도 자연스런 교육, 그리고 생활의 향기를 섭취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하고 기행문을 내거나 사진을 찍어 사진집을 소개하거나, 이처럼 진귀한 맛집을 찾아 맛 소개를 하는 집업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삶이 소박하면서도 기쁨의 열정이 넘치게 될까 생각해본다. 음식에 대한 상식도 늘게 되고, 좋은 맛집도 소개 받게 되고, 맛집과 더불어 여행과의 동반을 얻게 된다. 도시생활 속에서 쌓인 숨가뿐 속도전으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 느긋하게 인생을 보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이 맛집 도서와 함께 누리게 된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이런 좋은 도서를 얻게 되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지은이에게 전하고 싶다.
가끔씩 교외로 나가거나 지방에 갈 일이 있을 때 고민 중의 하나가 어디 가서 머 먹지? 하는 것이다.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한번씩 손님을 접대하거나 외식할 일이 생길 때도 식당 찾는 것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주위에 맛집을 잘 아는 분이 있긴 한데, 매번 묻기도 무엇하고 해서, 주로 인터넷으로 찾는데,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 정보조차도 때로 사실과 달라서 실망할 때가 꽤 있다.
한국 맛집579는 나의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린 아주 유용한 책이다. 맛집을 소개한 다른 책이 있긴 한데, 너무 오래 되었고, 왠지 상업적인 냄새가 나서 신뢰감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책은 맛 집 고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이영돈피디가 추천하는 책이니 책에 대한 의구심은 펼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성석제씨의 추천사가 일품이다. 한편으로는 좋은 맛 집이 소개되어 있으니 많이 읽혔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면 내가 감추어 두었던 나만의 기쁨이 사라질 것 같아서 많이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이 책은 저자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서 식당을 찾은 책이다. 블로그처럼 사진을 찍어 눈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맛본 내용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다. 저자가 값싼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맛을 내는 음식집을 찾아 다닌 것처럼, 이 책도 그 식당에 꼭 가 봐야할 것 같이 유혹하는 멘트 따위는 없다. 마치 설명문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담백하다고 할까? 그렇다고 무미건조하게 식당이 어디에 있고 무슨 음식이 맛있는가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나 그 음식점에 얽은 이야기도 함께 실어서 읽기에 전혀 지루함이 없다.
책을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어떻게 이 많은 집들을 다 알아내고 찾아갔을까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골목 골목의 집들을 찾아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식당을 기웃거렸을까? 저자의 인내와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이제는 적어도 맛 집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아 뒤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