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카와 에이지가 지은 일본 베스트셀러 역사소설; [eBook] [불패의 검성(劍聖), 미야모토 무사시]가 10권으로 완결입니다.
일본에서 미야모토 무사시 vs 사사키 코지로의 대결인 간류 섬 결투가 워낙 재밌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요시카와 에이지는 조금 싱겁게 묘사하더군요.
어쨌든 완결은 완결입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실제 역사에서는 어땠는지 찾아봤는데, 미야모토 무사시가 수십 번을 싸워서 한 번도 안 지고 다 이겼다는 말은 뻥이더라고요.
실제로는 당시 최고의 검객들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라는 일본의 대문호가 워낙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써서 부풀려진 것이죠.
마치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써서 제갈공명을 병법의 신으로 과장한 것과 비슷합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대중소설의 스테디셀러입니다. 吉川英治,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 작품 말고도 <삼국지>등을 자신의 버전으로 지었는데 일본에서는 그 역시 공전의 히트를 쳤으며 한국에서도 이문열 평역판이 나오기 전까지 많은 작가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설 내용 누설이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이 작가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드디어 두 맞수가 "외나무다리(즉 외딴 섬인 간류지마. 엄류도)"에서 만나 최후의 쇼다운을 벌이는 장면은 의외로 담백합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OK목장의 결투가 몇 분도 안 되어서 끝났다고 하죠. 이 소설에서는 사사키 고지로가 검술 기량 면에선 압도적 강자였으나 미야모토 무사시의 멘탈을 결국 이기지 못하여 생각지도 못했던 패배를 당하는 걸로 나옵니다. 그는 여인들이 반할 만한 미남자였던 데다 바지랑대 같은 독특한 무기를 휴대하는 캐릭터성으로 유명한데 모두 이 작품의 영향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리 재밌게 읽은 작품은 아닙니다. 제가 이걸 처음 읽은 건 중3때였는데, 한창 이런 걸 재미있어 할 만한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읽은 전혀 다른 본격 문학에서 느꼈던 재미조차도 못 느꼈습니다. 보다시피 전 10권으로 된 풍부한 볼륨인데도 이상한 노파와 티격태격하는 전반부, 혹은 운명의 여인과 이뤄지는 로맨스 같은 것도 제 눈에는 그저 시큰둥했습니다. 특히 노파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갈등 설정은 읽으면서 짜증이 날 정도였죠.
여튼 이 10권은, 그간 길게 전개되었던 모든 갈등의 해결, 그것도 무사시 같은 노력파가 결코 넘을 수 없던 산인 사사키 고지로가 결국 무너지는 그 장엄한,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돈강식 결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사사키는 죽어가면서도 자기가 진 줄, 혹은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드디어 놈(무사시)을 잡았다는 환희에 가득합니다. 이 역시 다른 명작에서 미처 못 접해 봤을 만한 개성적인 심상이며 사실 이런 담백하고 멋진 마무리만으로도 이 작품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픽션에서와 현실의 인물은 무척 차이가 있으며,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분들도 다른 팩트상의 기록을 찾아 소설과 어디서 거리를 두는지 살펴 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