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삼각형이거나 엇갈리거나 평행선을 달리거나,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사랑은 시작되었다. 어디선가 빛나고 있을 별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주의 별종, 인간저 광활한 우주에서 수억 개 별무리 사이를 먼지처럼 떠도는 태양계의 나이는 45억년쯤. 아마도 앞서 사라진 이름 모를 초신성의 아들로 태어났을 것이다. 그 태양계의 자그마한 행성 지구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걸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지구에 대기가 생기고 물이 고이고 유기물이 생성되고 단세포로부터 고등생물로 진화해온 건 순전히 수만 갈래 우연이 겹친 결과물이다. 150억년 우주 역사에도 지극히 드문 사례일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라니! 우주 어디엔가 또 다른 생명이 숨 쉬고 있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을 전제하더라도, 인간과 같은 존재가 또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잠시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본능이 아닌 별도의 사유체계를 갖추고, 언어와 문자로 소통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발산하는 생명체는 참으로 별나고 신기한 별종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우리, 수줍게 우쭐해할 만하다. 안드로메다를 떠돌다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이 뿜어내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는 결국 우주 운동의 결과물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 외곽 어느 중학교의 천체관측동아리 ‘안드로메다’에서 만난 세 주인공은 우주적 관계에 휩싸인다. 소운은 두 개의 항성 사이를 오가는 행성이다. 그러면서도 사실 소운의 눈길은 늘 하나의 항성만을 향한다. 그런데 그 항성이 인력을 거부하고 이유 없이 멀어져 가자, 소운은 깊은 어둠에 잠긴다. 미료는 불행히도 블랙홀을 사랑한다. 뜨겁게 보듬을수록 차갑게 식어 바닥이 닿지 않는 늪으로 빨려들고 만다. 미료의 씩씩한 수다는 차라리 침묵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동하는 거처를 잃은 떠돌이 별이다. 기억 속에도 현재에도 동하의 영혼이 깃들 안식처는 보이지 않는다. 동하가 몸부림칠수록 다른 별들과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 그렇게 소운과 미료와 동하는 안드로메다의 어느 시공간을 표류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우주의 운동 법칙은 가속도가 붙는다. 소운은 이유 없이 멀어진 동하를 그리워하다가 교과서 밖 세상과 단절한다. 엄마의 우울증에 힘겨워하던 미료는 아뿔싸, 대인기피증에 걸린 준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하는 지지리 못하는 농구와 낯설기 그지없는 독서실을 전전하고, 밤마다 스푸트니크2호에 홀로 태워진 라이카 꿈을 꾼다. 셋은 무수히 엇갈리는 관계 때문에 감정을 소진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할 만큼 철저히 무너진다. 다시 한번 우주는, 자신의 운동이 이런 대책 없는 별종을 잉태하리란 걸 상상이나 했을까. 사랑은 별똥별처럼소운과 미료와 동하는 낙하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진다. 한없이 작아져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파편이 된다. 우주 먼지가 되었을 때, 셋은 비로소 우주의 근원과 조심스럽게 조우한다. 바로 자신들이다. 먼지와 인간은 우주 운동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주체이다. 지금 이 순간, 먼지와 인간은 모든 우주와 동일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엉망진창 분노도, 어쭙잖은 오해도, 사무치는 쓸쓸함도 먼지와 함께 초신성으로 산화하는 과정에 놓일 뿐이다. 보잘것없고 하찮은 이 모든 존재가 다음 세대의 별을 잉태하는 자양분이라니, 이 얼마나 지극한 우주적 사랑인가!소운은 스스로 항성이 되어 멀어지는 별을 끌어당기고, 미료는 화이트홀이 되어 블랙홀에 밝은 빛을 선사하고, 동하는 우주정거장이 되어 떠돌이별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그리고 셋은 별똥별을 찾아 안드로메다로 떠난다. 찰나의 순간에 빛을 뿌리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별똥별을 맞이하려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마음속에 한가득 희망 목록을 쟁여 두고, 어두운 숲길을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그깟 별똥별이 현실에서 삶의 무게를 덜어 줄 리 없다. 그러니까 더욱 집착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쓸데없는 놈이니까,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