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지친마음에 충전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자 한자 읽을수록 텅비어있던 내 마음속 그 무언가가 조금씩 조금씩 채워져가는 기분이었다. 완독했을때는 왠지모르게 나자신에 너그러움마져 생겨났다. 내일이 두렵지 않으리라는 용기의 불씨가 생겨났다. 분명 이 책을 읽기전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하지만 머지않아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또 방전되겠지만 더이상 두렵지 않다. 나에겐 이제 충전기(이책)가 있으니 말이다.
책표지 서로 꼬옥 부등켜안고 있는 두사람은 분명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일것이라 생각된다. 처음엔 당연히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일거라 예상했었는데 책을 읽다가 문득 바라본 표지의 모습은 이상하게 달리보인다. 삶을 살아가며 힘든 시기를 버틸수 있는 용기와 사랑의 원천이 되어주고 계신 그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에서는 몇구절 읽다말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걸었다. 갑작스레 연락처속에 ‘아빠’라는 이름으로 통화버튼을 누를수 있는 현실에 감사한마음이 솟아났다.
다른책들보다 유난히 많이 붙은 인덱스를 바라보며 ‘나 참 많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앞선다. 며칠전에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 연락만 하는 한 지인의 말이 자꾸만 내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언니는 늘 한결같아서 좋아요.” 그러면서 내 삶에 대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고단했을지, 참고 견뎌온 세월에 대해 언급해주는데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가슴속 깊숙히 묻어두고 애써 외면하며 강한척,기쁜척, 행복한척, 괜찮은척 하는 가면속의 나를 들킨것같아 싫으면서도 동시에 위로해주는것같아 고맙기도 한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기분 말이다. 저자가 나에게 또 그런 기분을 들게한다. 참 따스하다. 저자와 나는 닮은 구석이 많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제때 우는 사람이 제일 평온하다. 나도 울도 싶을 때 편히 우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닌 건 아니라며 소리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동치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에 쓰레기를 더는 방치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욕심을 줄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당신도 알 것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걸.
휴일의 루틴이 되어버린 신랑과의 티타임을 위해 뻥뚫린 들과 산을 전경으로 하고있는 카페로 향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앞만보고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어. 여보 생각나? 우리 처음 결혼하고 13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때, 참 행복했지? 지하철 3번씩 갈아타고 퇴근하면서 마트들려서 장도보도 같이 밥해먹고... 지금생각해보면 그때가 제일 부족하고 가난했던것같은데 마음은 제일 풍족하지 않았어? 그러고보면 행복은 성공이나 큰 돈에 있는게 아닌것같아. 지금 이 커피값 20000원으로 나 정말 행복하거든. 그러니 우리 너무 돈만 쫓지 말고 남과 경쟁하지도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인생은 레이싱이 아니잖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자 조바심과 조급함, 내뜻대로 되지않는 현실의 지쳐있던 신랑의 얼굴에 여유가 찾아옴을 느꼈다.
당신은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시간도 이미 견뎠고 다가온 시련도 어떻게든 견뎌낼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악을 써도 내게서 떠나고 내게 필요한 것은 때가 되면 오니 강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살아가도 좋다. 이제 당신의 안온이 머지 않았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던 수많는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하려한다. 완독한 책이 보관되어있는 책장에 바로 꽂지 않고 잠자리 머리맡에두고 하루를 마무리하련다. 그렇게 하루하루 또 버텨 살아가련다.
어찌보면 참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늘 내편이 되어준 인생의 영원한 단짝인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내곁에 있고 부모님도 건강히 살아계시고 난 더 바랄게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문제는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물론 그게 내 삶에 가장 힘든 고난으로 작용하는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두가 그대로였다.
당신만 아주 잠시 변했을 뿐.
삶의 행복은 늘 오늘에 있었다. 내일 웃는 건 내일의 몫일 뿐. 정해진 인생 안에서 부디 안일해지지 않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