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두 작가님의 서로에 대한 이야기.
가끔 이 같은 책을 만나면
이런 시선이 있구나...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찾아 읽곤 하는데...
이번에 열린책들이 새로운 에세이 <둘이서>를 선보였습니다.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 이훤.
이 둘은 서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슬쩍 엿보고자 합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
두 사람은 첫 편지 2023년 10월로 시작해 딱 일 년째인 2024년 10월을 마지막 편지로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편지 형식을 취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 일기처럼,
또 어떤 날은 서로를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둘이서 쓴 세계에 대한 일지이자 서로에 대한 목격담이고 자신에 대해 쓴 보고서'
를 엮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맞닥뜨렸을 때 제목이 의아했습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무슨 의미일까...?!
아름다운 것에만 둘러싸이는 자는 가끔 천박하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산책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너무 안 어울려서 두 언어가 한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것 같은 말을. 같은 날, 나는 놀랍도록 다른 마음을 갖는다. 아름다운 사유와 아주 못된 말을 동시에 품는다.
아름다움만으로는 세계가 통째로 굴러가지 않는 날도 있다. - page 230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
예술가이기에 아름답게만 표현할 것 같았지만 가감 없이 표현했기에 이들의 글이 독자로써 맞이했을 때
'더 고상하고 더 천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아한 듯이 행동하라. 당당하게 존재하며 위대하게 행동해라. 과장된 우아함과 정확함으로 움직여라. 그러면 오래잖아 당신의 몸이 정말 그렇게 바뀔 것이다. (......) 우리는 새로운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걸음에 서툴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영역에서 균형 잡을 기회를 거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우아함을 허용하는 만큼 삶에서 우아해질 것이다.*
* 롤프 게이츠, 『요가 매트 위의 명상』, 김재민, 김민 옮김(서울: 침묵의 향기, 2021)
이들을 바라보면서 도리어 나를 바라보게 된 것.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존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 네가 나를 찾았다는 게
난 너무 기뻤어.
그래서 두고두고 슬프다.
감히 네 아픔을 조금 알 것 같아서.
비슷한 통증을 겪었던 나의 냄새를 맡고 너는
몇 번이고 나를 찾았던 거지.
네가 나만큼, 아니면 나보다 더 아팠을 거라 생각하면
난 네가 너무 불쌍하다. - page 224 ~ 225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어떤 보물보다도 더 값지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나는 그런 친구가 아직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고 마음을 다 잡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왕성한 동료들 볼 때 여전히 어떤 날은 불안의 종이 울려. 그때마다 찬찬히 그 앞으로 가서 충분히 듣고 종을 내려놓거나 안 보이게 덮어 둔다. 며칠 지나 돌아가면 없어졌기도 하더라. 그리고 그럴수록 좋은 일 생긴 동료들을 힘껏 축하해 준다. 그들이 잘되는 게 나에게도 이로운 일임을 기억하려고 애써. 친구들과 서로 영향받으며 함께 더 나은 작업자가 되는 게, 모두 정체된 우리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떠올려 내고 만다. 우리는 다르게 탁월하다.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동료이자 친구이고 싶어서, 배 갑판에서 중심 잡는 것처럼 끊임없이 앞발과 뒷발로 자꾸 몸을 곧게 세워 본다. - page 27 ~ 28
마흔이 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었기에 그랬을까...
이 이야기에 유독 오랫동안 눈길을 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던 이 문장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누군가도 이 말을 들으면 크게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어 가슴 깊이 새겨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둘이서>를 함께 할 이들.
그들은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
또다시 <좋아요>를 넘어 <좋아합니다>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 책을 마무리해 봅니다.
이훤 작가를 모른다. 김사월의 노래는 한곡정도 안다. 그들의 글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되는지를 생각해본다. 글쟁이와 가수와의 현란한 수싸움? 아름다운 문체와 그 사이에 숨겨진 보석같은 표현들을 발굴하는 작업? 모든게 될수 있는 책이다. 그러기에 자유도가 높고 생소한 느낌이라 처음에는 당황을 한다. 선형적으로 이어진 전개인 것 같아도 끊어서 한편씩 읽어도 글의 의미가 말하는 이의 생각들이 친숙하고 공감이 가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그 멀게 느껴짐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의 자유로움이 좋다. 무슨 자유로움이냐면 끊어서 음미할때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독서를 오래할때의 울렁증이 있고 글을 내가 읽는 것인지 마는것인지 할때 보통 회복을 위한 짧은 책들을 고르곤 하는데 시집의 회복력도 좋지만 계속 읽는게 아닌 지속적으로 읽으면서 내가 글을 읽고 있다는 이 느낌이 좋다.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장엄하진 않다. 대단하기 보다는 친숙하다. 이 아름다움은 이런 기본적인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그렇기에 쉽고 간단하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점점 미로로 빠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한줄로 요약하면 하나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얻어낼수 있는것은 작가의 삶과 가수의 삶이 우리에게 대단한 무엇이 아닌 일상을 살다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다 다시 일상을 사는 진자같은 삶을 사는 친숙하면서도 먼 존재라는 것을 체험하게되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이훤지음#김사월지음#열린책들#고상하고천박하게
출판사 협찬 도서를 정성껏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사월 & 이훤 (지음)/ 열린책들(펴냄)
싱어송 라이터 김사월과 시인 이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이다. 2023년에서 2024년까지 무려 1년간 두 사람 사이에 촘촘히 주고받은 편지, 내게 쓴 편지가 아니라도 남의 편지 읽는 기분은 즐겁다 ㅎㅎ
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혁명에는 부정적이야. 내 모습대로 살아 버리는 혁명을 원하고 패배에서 시작된 질서를 원한다. p10
경상도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가부장제 생존자 아니냐며, 우리한테는 투표권을 두 개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p09
이 책을 통해 김사월이라는 뮤지션을 알았다면 너무 충격인가?ㅎㅎ 유튜브에 이 분의 음악을 검색해 봤다. 영상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의 일부겠지만 아티스트의 면모가 많이 보이는 분, 음악인인데 불구하고 글감각이 남달랐다. 살아간다는 자해, 타살되기를 기다리는 삶이라는 문장이 먹먹했다. 이 문장을 이해하는 분들은 아마도 스스로 해를 가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자해하는 지인의 삶을 목격했거나.....
일기 같기도 하고 자기고백적이고 또 세상에 던지는 일종의 선언 같은 글.... 김사월의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아픈 심장을 쓰다듬어야 했다.
김사월의 노래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4집 디폴트 수록곡
서로에게 우린 입 맞추네. 서로가 없는데도...
내 눈물이 모두 흘러내리면 울던 휴지로 꽃을 접어줄게
와 가사 미쳤다!!!
소통이란 불가능하고 소통하려는 시도만이 가능하다고,
완전한 소통은 아마 자기 자신과의 대화밖에 없을 거라고 한다...
책 후반에 500자의 자유, 두 사람이 같은 주제로 각각 500자 분량으로 쓴 글을 실었다. 이번 주 꿈이나 산책, 해야하는데 못한 일, 우정이란, 이상적인 하루 계획표 등등 두 사람만의 세계관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같은 주제로 우리 독자들도 써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매월 말일, 매해의 마지막 날, 인간은 매번 결승선을 마련해 둔다고 한다. 이미 고향 대구를 떠난 지 오래된 두 사람... 싫어하는 고향에서 발견하는 좋아하는 풍경들...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각자 연애를 하면서 이렇게 진심을 나누는 동료로 살아가는 것 참 매력적이다. 밤에서 새벽을 지나 아침으로 가는 어느 날 천천히 오래오래 읽을 책이다. 새벽 감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