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신경과학자 에밀리 캐스파는 복종의 뇌신경학적 근거를 찾고자 했지만 밀그램의 실험을 그대로 따라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심리학자가 아니었고, 다시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우선은 실제의 복종 상황을 연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르완다와 캄보디아. 르완다는 90년대 투치족에 대한 후투족의 종족 말살이 벌어진 곳이다. 캄보디아는 70년대 크메르루주에 의해 어마어마한 집단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그곳에서 가해자를 인터뷰하고, 또 기저에 있는 뇌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과학적 기기를 썼다.
저자 소개를 보면 그녀의 연구 결과는 매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쉽지 않은 연구였다는 점, 고전적 연구를 다시 확인하면서도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고, 확장했다는 점, 그리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요한 교훈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정받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연구 결과를 조금 대중적 언어로 풀어쓴 결과다. 연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다소 지루하게 소개하는 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연구서와 대중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지만, 연구의 과정이 저자의 연구에서 무척이나 중요했고, 가치가 있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권위에 관한 복종 연구 결과를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권위에 대한 복종의 문제, 즉 명령에 따를 뿐이라는 변명 같은 보편적 핑계, 내지는 인간성의 본질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공포감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는 르완다라든가 캄보디아의 ‘killing field’가 자행되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젊은 군인들의 현명한 대처를 목도했다는 점이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 어떤 조건을 달리하더라도, 어떤 신분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더라도 거의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는 저자의 연구에 비추어보면 정말 다행스럽고도 자랑스러운 일이다(저자는 친사회적 불복종의 사례를 찾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저자의 연구 결과는 대부분은 절망스러우면서도(권위에 대한 복종, 즉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이 매우 보편적인 인간성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일부의 친사회적 불복종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빛을 찾을 수 있다. 비록 나라면 어찌할 것인지 더욱 자신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의 내용이지만, 그래도 권위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이 아닌 다른 길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므로 조금은 희망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전쟁사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왔기에 제 자신에 묻는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과연 나는 저 상황, 명백히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 따를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입니다.
불행하게도 전쟁 중에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으며 그 명령이 실행되었기에 비극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은 명백히 타인을 해치게 될 명령에 따랐을까요? 거기에 대해서 분석연구한 책이 나왔습니다.
밀그램의 실험은 유명하고 그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실험에 더해서 MRI와 같은 과학장비를 동원하여 뇌에 대해서도 연구한 내용입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뇌의 반응에 대해서 심도깊게 연구가 완료된 상태가 아니란 점입니다. 그래서 연구 과정과 인터뷰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명령에 따르는 이유와 심리, 그리고 뇌의 활동 부위를 살펴고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명령과 분위기에 따르지 않고 신념을 지키면서 저항했던 인물들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요즘 세상이 하수상하니.. 다시 한번 내 뇌는 어떨까 의심해 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