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대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긴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까. 개미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새들이 머리 위로 휙 날아가기도 하니까. 또 바람이 불고 바람이 아래 마을로 뭔가를 쓸어다가 던지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분명 이런 것들이 우리를 다른 식으로 건드리는 게 분명했다”

가장 오래된 등산아웃도어매거진 <월간 산>에서 일하는 자의 산 타는 이야기.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등산이 싫은데, 등산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산에서 주고받는 그들의 농담에 읽는 나까지 마음이 환기된다. 산에서 찾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랄까. 자연에 압도되고, 인간의 연약함을 깨닫는 고차원적인 깨닮음 말고도, 내 마음을 잠깐이나마 환기하는 숨구멍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그 사소한 틈을 써내려간 이야기같다. 작가는 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산에 데려간다. 데려가 놓고 뭐든 물어본다. 저 높은 산과 우리가 딛고 사는 땅은 높이만 다를 뿐 같은 공간인데, 산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무언가를 털어놓기도 쉽고, 숨 한번 크게 들이마쉬고 내뱉는 것에도 괜히 집중하게 된다.
1년에 산을 타는 날은 손에 꼽는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함께 갈 사람이 드물다는 이유로 멀리한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는 의미로 산을 오르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지나쳤다. 1월이 끝나기 전, 산을 오르고 싶다. 산에 올라가서 바람이 주는 시원한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 나도 ‘산 시렁’의 한 사람으로서, 싫으면서도 올라가고 싶은 마성의 매력.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후련히 털어놓고 내려오면, 일상을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매년 산을 찾는 이유고, 올해는 조금 더 산을 좋아해보고 싶다.

내용만큼 제목조차 유쾌하다. 진짜 싫다면 ‘싫다’고 표현했겠으나, ‘시렁’이라고 표현한 거 보니, 귀여운 투정처럼 들린다. 산을 아무리 오르고 내려봐야 변하는 건 없을 테지만, 그 순간의 후련함, 위에서 한층 떨어져 내려다보는 우리의 삶을 더 다정히 바라보게 될 테니. 등산 조앙 외치게 될 때까지, 나도 산을 사랑해봐야지.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