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최정나, 작가정신 <로아>를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가족. 그 가깝고 소중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숨 막히게 잔인했다. 언니 상은은 동생 로아를 때리고 엄마 기주는 두 딸을 방치한다. 심지어 상은이 로아를 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은을 말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동생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상은을 탓하게 되지만 소설 끝에 다다라서는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엄마 기주의 '방치와 방관'으로부터 생겨났음을. 애초에 그녀가 두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아주었다면 상은이 보상 심리의 격으로 로아를 때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 분해 서술
"나는 네가 되어본다. 너의 눈으로 나의 세상을 본다”
<로아>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분해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로아는 자신을 떄린 언니, 상은이 되어 본다.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상은과 기주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무자비한 폭력의 모습은 '가해자의 서사' 보다도 '피해자의 증언'에 가깝다. 그래서 이 소설이 소중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때를 보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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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아의 서문
2, 3, 4: 로아가 상은이 되어 되짚는 폭력
5: 로아가 기주가 되어 되짚는 폭력
6~9: 분열된 로아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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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로아 > (로아를 때린) 상은 > (상은과 로아를 방치한) 기주로 흘러간다. 상은은 엄마가 자신을 방치하며 생긴 외로움을 로아로부터 채우고자 한다. 동생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면 어느 정도 그 상처가 충족되리라 생각한다. 엄마 기주는 자신이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두 딸을 방치한다. 딸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의 세상만 중요하다. 이 둘 폭력의 상대가 되는 로아는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것이 로아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넘어서 자신의 세상에 함몰되어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 가해자와 피해자
"이 회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가해자의 시선을 옹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의 말들은 불분명해지고 로아가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두 번째 읽었을 때, 이것이 작가님이 의도한 방식임을 알았다. 신기하게도 가해자의 서사가 펼쳐지는데 피해자만 눈에 들어왔다. 피해자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나열하지 않지만 독자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서술 될 말들보다도 더한 고통을.
<로아>는 작가정신의 소설, 향 시리즈의 신간이다. 작정단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읽기 힘들었던 책이다. 2장 시작하면서부터는 책의 주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가 이정도로 방치 되고 상처 받았으니 너에게 이래도 되는 거지' 라며 폭력을 휘두루는 상은을 소설 밖에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한다.
로아는 그 분해된 자신들을 통해 상은과 기주를 들여다보고, 결국 다시 눈을 뜬다. 파편화 된 자신을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슬픈 동시에 다시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며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고 힘겨웠던 것을 기억한다. 작정단 활동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책이 될 것 같다.
1월, 작정단이 받은 선물은 최정나 작가님의 <로아>예요. <로아>는 작가정신의 '소설, 향' 시리즈의 신간 도서입니다. 지난 작정단 활동 당시 '소설, 향' 시리즈 중 조경란 작가님의 <움직임> 신작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번은 또 어떤 내용의 소설일지 아주 기대가 됩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그것은 방치로부터 생겨난다는 무거운 주제를 전하는 책이에요. 피해자가 가해자로 분해 서술하는 기법이 인상 깊었고 '이런 식으로도 책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사유할 수 있는 책을 만나 좋았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작가정신 감사합니다.
웜톤노랑의 따뜻한 표지와 예쁜 이름을 가진 제목에 마음이홀려 책을 펼치게 되면 일러두기에 경고의 문구가 있다. 본문 중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한 표현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관람등급 같은 걸까 생각하며 섣불리 읽어나가다가는 당황할수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으로 점철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과 별개로 책의 전개방식도 낯설다. 시점과 시각이 한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한번 읽고 또 다시 읽고 나서야 온전히 이해가 되었다.
‘로아’는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이자 피해자다.
로아는 ‘하나뿐인’ 언니 ‘상은’으로부터 학대당한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계속해서 점점 더 심하게. 책 대부분의 내용이랄 수 있는 벗어날수 없는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숨이 막혔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폭력이 응당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불편해하고 분노를느낄것이다. ‘상은’은 폭력으로서 ‘로아’를 괴롭히는 가해자다.
여기서 다른 가해자가 등장한다. 바로 그녀들의 어머니 ‘기주’이다.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기주‘는 상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도, ’로아‘가 맞고 산다는 것도 안다. 처음에는 말리려고도 해봤다. 그럴때마다 더 심해지는 ’상은‘의 히스테리와 폭력적인 행동에 어느순간부터 회피하게 된다. 보고도 못본 척 외면하게 되었다. 어쩔수 없다는 자기위안, 로아가 좀 더 참다보면 결국엔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며 애써 외면하며 방관하는 또다른 가해자다.
이토록 가해자만 가득한 소설의 아픔을, 고통을 왜 읽어야만 하는가 이야기해보자면, 이 이야기가 ’상은‘과 ’기주‘라는 가해자들의 시선에서 서술되는 변명이 아니라 어느날 ‘로아‘의 의식이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회귀되는 피해자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로아‘를 읽어야 할 당위성과 의미를 갖는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라서 끔찍한 ’상은‘
그를 꼭 닮아 잔인한 ’상은의딸‘ 그리고
’조금만참아‘’어쩔수없어’‘언니말잘들어야지’라고 함부런 위로를 건네며 자기위안을 삼는 나쁜 엄마 ‘기주’ 모두 가해자이지만 스스로는가해자임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상황이 본인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라는 변명으로 본인들의 행동을합리화하고 스스로를 불쌍하게 피해자화 시키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소설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작은 무리, 집단, 사회 곳곳 이러한 일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최근 ‘워킹데드’라는 드라마를 몰아보고 있는데-
좀비로 시작한 영화가 결국엔 사람, 인간의 본성,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간다. 드라마속 인물들이 좀비라는 존재로 처참하게 변모한 환경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합리화해가는 과정이 이 책에서 가해자들의 자기변명 과정과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점이 결국 인성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로아’역시 본인이 당한 상황을 힘없는 강아지나 학급의 지체장애 친구에게 돌려주고마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또한 보여주고 만다. 물론 그런 본인의모습에 자기혐오와 반성이 있다는 점은 다른 모습이랄까.
그렇기에 결국은 누구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처없이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은 없다. 나역시 여기저기 상처받고 사는 여린존재이면서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무수히 많았겠지.
‘로아’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문득, 상처받은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상처를 준 사람들은 없는.. 약간의 불편함도 견디지못하며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대신 타인만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타인을 모두 망치는 안타까운 이 시대의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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