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그는 기지 안에서 감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감자에 싹을 틔우고 감자 재배에 성공한다. 미래 사회를 다루는 여러 영화 속에서 식물은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등장하곤 한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의 서문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식물이라는 자연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당연한 존재로 자체가 주는 의미와 기능 등을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 책은 식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 우리는 음식이라는 형태로 태양에너지를 소비한다. 식물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거쳐 태양으로부터 음식을 만들어 낸다. 세상의 다른 어떤 존재도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없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먹는 것은 식물이거나 식물을 먹어 성장한 동물이다. 식물은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 산소도 공급한다. 생활의 편리를 더하는 석유 석탄,, 화석연료도 식물에서 비롯한 것이다. 결국 인간 생존의 기본이 되는 것이 식물이고, 식물이 인류와 세계사 속에서 - 문화 속에서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가져왔는가? 이 책은 식물이 인간의 생존과 역사· 문화 속 식물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저자 사이먼 반즈는 30년 넘게 [더 타임즈]의 수석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자연과 동식물에 관한 저작을 다수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저작은 지구 위 생물을 향한 애정과 사려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전작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와 이번에 소개하는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자연세계와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인간 중심의 역사 인식을 벗어나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동식물과 자연을 세계사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꽃, 감자 숙화, 옥수수, 딸기, 바나나에서부터 대마, 키겔리아, 교살무화과, 라플레시아 등 낯선 식물까지 100가지 인간의 삶과 역사에서 영향을 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식물과 관련한 역사, 예술, 문학, 과학 등 다방면의 시각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식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시각을 접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을 갖추고 자연을 뛰어넘는 고귀한 존재,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천사처럼 행동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세상을 우리 뜻대로 주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여전히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아프리카 대초원의 온갖 나무 그늘 가운데 최고는 교살무과화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이다. 무더운 날에 여행할 때 나무 그늘 밑을 걸으면 마치 성당에 들어간 기분이다. 육체와 정신이 금방 생기를 되찾고, 감사하는 마음에 심지어 경외심까지 느껴진다. "
"우리는 데이지를 좋아한다. 데이지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딸에게 데이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서도 잔디밭에 데이지가 보이면 위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뽑아버린다. 우리는 삶에서 데이지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원하지 않는 걸까? 데이지는 꽃이리까 잡초일까? 모두 맞는 말이다. "
"우리는 어떤 식물이 좋고, 어떤 식물이 그렇지 않은지 선택해왔다. 그런 선택의 효과는 광범위하고 복잡다단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명백하게 좋거나 명백하게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식물은 결코 없다."
"...19세기에는 달리 먹을거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말 그대로 감자 덕분에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선진국에서 감자는 빈곤층의 비만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때는 부자들만 뚱뚱해질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부자들만 날씬해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물이다."
" 사람들이 오렌지에 대해 잘 알기 전에는 오렌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주황색 혹은 더 이국적으로 사프란색이라고 불렀다. 단어가 없다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질까? 뉴턴이 무지개 색깔의 목록을 만들 무렵에는 오렌지를 참고할 수 있었다. "
" 칡은 뿌리에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기 때문에 아주 빨리 자란다. 하루에 최대 30센티미터씩 자라며, 줄기의 길이가 30미터에 이를 수 있다. 서둘러 많은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칡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칡은 황진지대의 해결책처럼 보였다... 칡은 인간이 가장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되레 살아가는 환경을 망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100가지 식물의 이름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궁금한 식물을 찾아 읽어도 좋고, 책장을 넘기면서 보이는 그림과 사진을 보다가 눈이 멈추는 장의 식물을 알아가도 좋다.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을 추가하여 저자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이 생길 수도 있다. '칡'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편을 읽으면서, 칡은 한국도 원산지고, 한국 사람들은 칡을 약재와 식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책을 통해 새로운 식물을 알아가고, 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방면의 역사와 문화, 문학, 예술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된다. 대도시 길가의 은행나무가 한여름 땡볕 아래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