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작 <바질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는 책을 읽지도 않았는데 내용을 너무 익히 들어버려서 아직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고전 소설로 꼭 읽어야 할 소설이지만 주인공 인물의 심리와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많으니 스스로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빛소굴에서 출간된 단편작인 <바질 이야기>를 만났다. 우선, 작가는 장편은 몇 편이 되지 않았고 이 또한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반면, 연재작으로 써내려간 '바질 이야기'는 그에게 생계를 유지하게 할 만큼 도움이 되었고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단편적 소설이지만 주인공 바질의 10대 부터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데 1920년 대 미국 당시의 모습과 소년들의 꿈을 순수하게 보여준다.
바질을 통해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풋볼 선수의 활약과 사랑과 상류층에 대한 괴리감 등을 보여준다. 이 모습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한편으로는 누구나 꿈꾸던 삶이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순수했던 시간을 서서히 사라지면서 세상과 타협하는 과정만이 남는 삶. 기숙사로 떠난 바질은 앞으로의 미래가 찬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가난과 인기 없는 아이라는 사실에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바질은 개츠비와 달리 열등감에서 무너지기 보다 허황된 꿈을 좇으면서 자신을 일으켰고 점점 성장해 가고 있었다.
삶의 재료들로 어떤 조합을 만들어내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문 중-
지금까지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두 권 읽었다.
영화로도 제작된 <위대한 개츠비>와 단편과 에세이가 실린 <어느 작가의 오후>라는 작품집이었다.
‘위대한 캐츠비‘는 왜 개츠비가 위대한 지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작품집을 읽으면서는 요절한 작가의 모습이 작품에 투영돼 읽는 내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첫 번째 시리즈 <바질 이야기>는 국내에 초역된 작품으로 1928년 4월부터 1929년 4월까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된 연작 소설집이다.
작가의 가장 자전적인 인물 바질의 10대 성장기를 담고 있는 연작 단편들은 사랑에 쉽게 빠지고 자기애가 충만한 중산층 소년의 모습이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짐작하게 한다.
모두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집은 ‘그런 파티‘를 제외하고 “바질 듀크 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실 ’그런 파티’ 역시 처음 주인공 이름은 ’바질’이었다니 모두 바질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
가장 친한 친구 ‘리플리‘와 함께 여자 아이들과의 파티 계획을 세우고 성공할 듯 보이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바질이 사랑에 빠진 여자애는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곤 한다.
마을을 떠나 화려한 동부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한동안 왕따가 되기도 하고 풋볼 경기로 영웅이 되기도 한다.
금방 성공할 것 같았던 사랑은 인기쟁이 휴버트의 등장으로 한 순간의 물거품이 되고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모두 반바지를 입은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루어질 듯한 사랑은 자기애가 넘쳐나는 말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다 바질의 본모습을 들켜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낭만적이고 정열적이기도 하다가 한순간 구질구질해지는 바질의 모습은 우리가 지나온 청춘의 어느 날을 떠오르게 한다.
고전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일단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해 본다.
바질이 끝없이 찾아 헤매는 사랑을 응원하게 될 것이며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바질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질 것이다.
가슴 떨리고 불안했던 청춘의 어느 장면은 지나고 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누군가 나의 그 시절을 아는 체할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찬란하고 찬란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야기다.
??바질 이야기
F. 스콧. 피츠제럴드 / 빛소굴
@bitsogul
주인공 바질은 중산층 자녀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금사빠에다 사랑에는 어리숙한 면이 있어 곧잘 실연에 빠진다. 쉽게 말하자면 전형적인 사춘기의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캐릭터였고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수의 작품에서 자전적 모습을 보였으나 특히 『바질 이야기』는 유독 자전적 모습이 강하다고 한다. 언젠가는 자신이 미국 동부에서 잘나가는 위인이 될 거라는 야심가의 모습에서는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모습도 보인다.
청소년기에 보이는 반항기와 어른을 닮고 싶어 금지된 것들을 슬쩍해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서 오는 어쭙잖은 희열은 동부 뉴욕주의 학교로 진학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열등감으로 바질을 제대로 좌절에 빠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질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뉴욕에서 상류사회의 진출은 바질에게 끊임없이 강요되는 욕망의 한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깊고 풍요로운 그런 삶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예일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 이름만 들으면, 11월의 서늘한 황혼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용맹하게 싸웠던 촛불팀, 오페라해트를 쓰고 지팡이를 든 채 맨허튼 호텔 바에 서 있는 대여섯 명의 완벽한 귀족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업과 보상, 그 투쟁과 영광에 함께 뒤엉킬 수밖에 없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소녀의 환영.
(page207)
멋진 미래를 꿈꾸는 야심가,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 중산층 출신이 뉴욕 상류층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좌절감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없고 가난한 바질이 뼈저리게 느끼는 계층의 괴리감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인생이 완벽할 것이라는 야망에 사로잡히는 바질은 피처 제럴드가 주인공 바질을 통해 자신이 학창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과 좌절을 해소하고 있다. 특히 풋볼 경기에서 뛰어난 재능을 펼치며 활약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바질이 실제 경기에서도 크게 활약하는 모습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질없는 사랑에 대한 감상적인 꿈이나 헛된 야망들을 떨쳐내며 도덕적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바질의 모습은 성숙한 미래를 위한 한 소년의 성장기라 독자들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1900년대의 미국 성장기 배경과 청소년들의 문화를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 빛고을 세계문학의 세련된 표지 디자인이나 한 손에 쏙 잡히는 가벼운 그립감, 국내 초역으로 만나는 바질 이야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의 10대,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기억은 희미해도 그때 나에게 영향을 준 것들은 내 안에서 문득, 혹은 잔잔하게 삶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 때 본 영화들, 책들, 친구들과 나눴던 시간들.. 피아노를 배웠던 집에서 들었던 LP판들, 밤마다 들었던 영화음악들 등... 세부적인 기억보다는 그 잔상들이 내 평생 동안 영향을 주고 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유명 작가들의 10대는 어땠을까? 이번에 빛소굴 문학전집을 통해, 이들의 자전적 소설을 만나고 있다.
#바질이야기 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가장 자전적 인물, 소년 바질의 성장기를 그린 글이다. 치기 어린 10대 소년의 모든 모습이 다 들어있는 듯한 이 소설 속의 바질은,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중산층 집안의 청소년이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지점에서, 금방 사랑에 빠지고 관계유지는 서툴고, 허황되어 보이는 상상의 나래로 히죽거린다.
이런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가, 혀를 끌끌 차는 꼰대도 되었다가, 이렇게 거침없는 시행착오가 다 가능한 시기라는 것에 씁쓸한 부러움도 느꼈다가, 한심하면서도 한편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워보인다. 저자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이 캐릭터를 주인공인 글은 왜 쓴 것일까? 향수와 함께 그리움 인가?
아니면 제3자의 관점에서 낯선 자신을 만나고 싶었을까? 부와 계급, 미련 남는 사랑을 그렸던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어린 버전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양호한 환경에서, 그저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방종 하는 것을 일삼다가 삶의 쓴 맛을 경험하는 것이 좀 다를 뿐, 물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겪어오기도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의 진행형 인생과 다름없을 것이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졌었던 ‘바질이야기’ 였다.
_바질은 20세기의 열두 번째 해에 유행하고 있는 아주 납작한 중산모를 썼고, 몸이 쉴 새 없이 자라는 통에 파란 정장이 덜름했다. 그의 안에서는, 그의 몸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뿌연 이상과 감정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실체 없는 영혼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신없이 밀려드는 사건들을 통제하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승부욕 과한 인간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 현재 미국의 교육 원칙 - 고 믿는 바질은 현실과 동떨어진 야망을 품으며 끊임없이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_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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