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관해 말하자면, 생겨 먹은 대로 존재하는 거야. 이 세상이 더 나빠지기 위해서 너까지 필요로 하지는 않아. 이 세상 걱정은 하지 마라."(453쪽)
현재 중2인 조카가 초등학교 1학년 가을에 한 말이다. "사람은 다 이기적이야. 그렇잖아?" 나랑 숨바꼭질을 하다가 무슨 일이었는지 내가 조카에게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한 말에 한 답이다. 그때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 단순한 진리(?)를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조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자라면서 알지 못했고, 그 나이까지도 아닐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조카의 말에서야 수긍하고 말았다. 나는 인간은 이타적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난 어릴 때부터 기도를 하면 세상을 위해 기도를 하곤 했다. 제 코가 석자면서 세상을 걱정하는 아이. 나 하나 잘 살면 되는 게 삶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배웠다. "거대한 비천함은 거대한 허영을 내포한다."(343쪽) 나의 거대한 허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 아니 사람은 본능에 충실한다. 그 철저한 이기성에 말이다.
1690년 1월 29일 밤, 나이 열 살 때, 악랄한 콤프라치코스들이 포틀랜드 해안에 버렸던 그윈플레인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어린 것이 성장해 이제는 이렇게 불립니다. <웃는 남자> (466쪽)
콤프라치코스는 10살 남자 아이를 내팽게치고 배에 오른다. 인정사정 없는 배는 바다로 나아가 더 무자비한 폭풍을 견디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눈보라 속을 헤매다 만난 갓난쟁이 여자 아이까지 주워 다시 길을 간다. 무엇이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걷게 했을까? 눈 속에 잠이 들었다면 그대로 끝났을 목숨이다. 살아남게 만든 것, 포기하지 않고 걷게 만든 것을 신의 손길이라고 한다면, 분명 신은 잔인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서야 늑대가 끄는 마차를 만나 꽁꽁 언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랜다. 떠돌이 철학자이자 약사인 우르수스는 자신에게 아들과 딸이 생겼다고 말한다.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찢어져 잇몸이 드러나는 입을 가진 괴물 얼굴의 남자 아이와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아들과 딸로 받아드린다.
이야기는 찰스1세부터 시작되어 크롬웰의 공화정, 찰스2세, 제임스2세, 윌리엄3세, 앤 여왕까지 이른다. 찰스1세 때 공화정을 찬성한 클랜찰리 경은 찰스2세 때부터 스위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제임스2세 치하 때 죽는다. 그에게 사생아인 아들이 하나 있고 59세에 결혼해서 60세에 낳은 아들이 하나 있지만 그 아이는 어찌 되었는지 모른 채 제임스2세에 의해 데이비드 더리모어 경이 클랜찰리 경의 적자로 선포되고 제임스2세의 사생아이며 앤 여왕의 배 다른 동생인 여공작 조시언과 결혼할 경우 클랜찰리 경의 모든 유산을 넘겨 받게 된다.
1705년 여공작 조시언 23세, 앤 여왕 41세, 데이비드 더리모이어 경 44세이다. 이 외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킬페드로가 있다. 제임스2세의 하인이었던 바킬페드로는 교회의 높은 성직자가 되고 싶었고 그 야망을 이루기 직전 제임스2세가 실각한다. 바킬페드로는 여공작 조시언 가까이 간다. 조시언의 측근이 되어 누릴 것을 누렸으나 조시언을 증오하는 바킬페드로는 조시언을 위해 데이비드 경을 염탐하고 데이비드 경을 위해 조시언을 염탐하고 앤 여왕을 위해 조시언과 데이비드 경을 염탐했다.
1690년 10살이었던 그윈플레인은 1705년에 25살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데아는 16세의 소녀가 되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우르수스와 함께 극에 참여했다. 우르수스의 작품 <정복된 카오스>로 성공을 거둔 우르수스는 런던으로 가려는 마음을 먹는다.
이들의 성공은 그윈플레인의 괴물 얼굴에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얼굴. 그윈플레인의 비극에 사람들은 웃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비극인 것을 알지만, 나는 그윈플레인과 데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직도 삶을 모르는지도......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오늘의날씨’를 살펴본다. 아침 여섯 시가 하루 중에 가장 춥다는 것은 이렇게 날씨를 살피다가 알게 되었다. 오늘 마당의 최저 기온은 영하 7도. 끓인 물을 챙겨 나갔다. 영국 런던의 오늘 날씨는 어떨까. 검색해보니 위도가 우리보다 훨씬 위인데도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다. 영상 7~12도. 오후에 소나기가 올 거라고 예보하고 있다. 일주일 날씨를 보니 늘 공기 중에 수분을 무겁게 머금고 있다. 이러면 체감 온도는 더 낮을 것이다.
갑자기 영국 런던의 날씨가 궁금해진 것은 어젯밤에 읽었던 이 책의 배경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항거하다 피신, 영국에서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다. 프랑스 사람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문호의 다른 작품처럼 이 소설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앞서 그가 살고 있는 시대를 먼저 들춰낸다. 17세기 말, 18세기 초의 영국은 공화제가 몰락하고 군주제가 다시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위고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진정한 제목은 <귀족 정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정치인(왕을 비롯해)은 국민이 고용한 일꾼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사회라면 정치가 하늘이 준 권력이란 생각은 잘못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러나 동서고금, 정치인은 특권층이란 생각에 젖어있는 정치인들 때문에 시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의 상권은 주인공이 현재의 모습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철학자이자 떠돌이인 우르수스는 늑대인 호모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혐오증을 가진 우르수스에게 가장 절친한 벗은 호모다. 17세기 영국에는 '콤프라치코스'라는 어린아이를 사고파는 집단이 있었다. 이들의 구매자는 힘들고 지루한 일상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처음엔 버려진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되었지만 수요가 많아지자 이들은 납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린 아이를 기형으로 만들어 왕이든, 귀족이든, 평민들의 거리든 웃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팔아넘겼다.
10세인 어린아이 하나가 무리로부터 버려져 인적 없는 눈길을 헤매고 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이 아이는 눈 속에 쓰러져 죽은 한 여인을 발견하고 아직 살아있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 둘을 받아 준 사람이 우르수스다. 인간혐오증이 있는 우르수스는 '웃는 얼굴'을 가진 기형아와 앞을 보지 못하는 갓난아이를 자식처럼 키운다. 십 오년이 흐른 뒤 이 둘은 남매처럼, 부부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딛고 조금 행복해지려는 찰나다. 하권은 이 행복 찾기가 고난을 맞이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귀족들에게 평민이란 짓밟혀야 마땅한 잡초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대로 짓밟아놓고 그 보상을 돈으로 내놓는 귀족은 선한 사람이라며 칭송까지 받았지만 대부분 자신이 한 행동이 한 생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직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재미를 주는 부분은 앤 여왕과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언, 조시언의 정혼자 데이비드 경, 이 세 사람에게 모두 신임을 받고 있는 바킬페드로라는 인물이야기였다. 요크공작의 하인이었던 바킬페드로는 그의 주인이 왕이 되자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제임스2세는 폐위되고 그 역시 전락하고 만다. 이때 손을 내밀어 준 인물이 조시언이다. 조시언 덕분에 자리를 잡은 바킬페드로는 은밀하게 왕과 데이비드 경의 신임까지 얻고 그들 모두에게 상대방을 감시해달라는 특명을 받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 바킬페드로가 증오하는 사람이 조시언이다. 이것이 흥미로웠다. 죽기 직전의 자신을 살려 준 인물을 증오하다니. 그는 그 도움이 조시언의 희생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적선이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잉여분을 선심 쓰듯 던진 조시언의 행위에 날마다 분노를 쌓아가는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누구든 선행을 베풀 때 조심해야한다. 선행은 남아서 넘쳐나는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줄 때는 조심스럽게, 스스로 선행의 기쁨에 넘쳐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증오심을 갖기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간직하며 하권을 조심스레 펼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란 , 짝을 이루어 수레를 끄는 짐승일 뿐, 마부는 아니다. 투표에 부친다는 것. 그것은 곧 바람에 내던져 맡긴다는 것이다. 국가를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게 내버려 두기를 원하는가? 무질서가 질서를 건설하지는 못한다. 만약 카오스가 건축가라면, 그가 세운 건축물은 바벨탑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유라고 하는 것이 어떤 폭군인가!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은, 즐기고 싶지 통치하고 싶지 않아. 투표하는 것도 귀찮아. 나는 춤이나 추고 싶어. 모든 것을 도맡아 짊어지는 군주란 얼마나 고마운 구세주인가! (267쪽)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그는 큰일을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들로 하여금 웃게 했으니 말이다. 또한 이미 말했지만, 웃게 한다는 것은 잊게 한다는 것이다. 망각을 나누어 주는 사람. 이 지상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451쪽)
평생을 한 가지 표정을 짓고만 살아야 한다. 그는 웃는 남자... 세상이 그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사실 책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에 얼핏 내용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읽어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느끼는거지만 시대상과 역사를 아우르는 남다른 통찰력이 품어져 나오는 이야기는 저절로 감탄사를 연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허나 기존의 빠른 템프의 책들에 익숙해져 있는 나같은 사람의 경우는 저자가 상세히 알려주는 시대상황이나 주변정세는 물론이고 기타의 장황한 설명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너무 상세히 알려주는 정보들로 인해서 책을 읽으며 속도가 안붙어 살짝 지쳐가는 면이 더 많다. '웃는 남자' 역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읽을때 진척이 없어 다소 힘들었는데 상권의 중반이후부터는 스토리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처음 웃는남자 상권에서 제 1부에 등장하는 예비 이야기 두 편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중요한 두 남자가 등장한다. 한 남자는 늑대 '호모'와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우르수스'란 남자로 철학자이며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이나 사람을 고쳐주는 의술까지 할 수 있는 남자다. 또 다른 남자는 어린아이를 사고파는 장사를 하는 '콤프라차코스'란 사람이다. 그는 웃는 남자를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하며 힘들고 찌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끔찍한 일도 서슴치 않는 시대가 만들어낸 장사꾼이며 악인이다.
두 편의 예비 이야기 뒤에는 다소 지루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콤프라차코스는 자신의 장사가 위험에 빠지게 되자 한 아이를 항구에 내려주고 떠난다. 아이는 자신을 두고 떠난 배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낯선 길로 들어선다. 이어 배가 바다 위에서 겪게되는 일이 전개된다. 배에 탄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웃는 남자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이야기들이지만 나중에 배가 난파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남자와 호리병들로 인해서 웃는 남자의 신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에서 내쳐진 소년은 이제 겨우 열살이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소년은 무한정 길을 걷는다. 그런 소년은 죽어 있는 여인과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가슴을 열심히 빨았던 갓난아기를 보게된다. 다행히 갓난아기는 숨이 붙어 있다. 소년은 추위를 견디게 해 준 옷을 벗어 갓난아기를 안고 무작정 걷는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 드디어 불이 켜진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곳은 늑대 호모와 살고 있는 우르수스의 집이다. 술주정뱅이처럼 입이 걸쭉한 말들을 쏟아내는 우르수스는 소년과 갓난아기를 자신의 집 안으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자신의 이름은 모르는 소년의 이름은 '그윈플레인' 갓난아기는 '데아'란 이름으로 키워진다. 안타까운 것은 추위로 인해서 갓난아기의 눈이 실명을 했다는 것이다.
웃는 남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웃는 모습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귀바로 밑까지 절개되어 있고 드러난 잇몸에 으깨진 코는 구멍만 존재한다고 표현해야 맞을 정도다. 그는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진 심하게 기형스런 모습을 가졌다. 시간이 흘러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과 맹인 소녀 데아는 영혼으로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모습을 들어내는 그윈플레인과 데아, 우르수스와 호모 일행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진다. 그윈플레인의 인생에 데아란 여성말고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 여왕의 배다른 여동생으로 높은 신분과 남다른 미모를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조시언'이란 이름의 여공작이다. 그녀는 권투시합을 구경하던 중 좀 더 강한 재미를 원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웃는 남자에게 이끄는 복잡한 심정의 남자가 있다. 그윈플레인에게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그남자는 그윈플레인을 항구에 두고 떠난 난파된 배에서 한 박사와 호리병을 조사할 권리를 가진 인물이다.
여공작은 웃는 남자의 공연을 보고 그가 가진 당당한 신체에 매료된다. 그윈플레인 역시 데아와 나누는 영혼의 울림이 있는 순결한 사랑이 아니라 페로몬이 발산되는 육체가 전해주는 강한 성적 충동에 자신의 정신까지 지배받게 되는 유혹을 느낀다. 허나 그들의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그윈플레인이 왜 웃는 남자가 되었는지 마침내 들어나는 진실은 너무나 추악하다. 과거의 왕궁 속 인물들이 현재 우리의 막장아침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생각하면 딱 좋을 정도다. 다행히 그윈플레인은 자신이 속했던 하층민의 삶을 알기에 권력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발끈한다. 영국 귀족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세밀히 담아낸 작품으로 저자 빅토르 위고가 가지고 있는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며칠 있으면 '웃는 남자'가 개봉한다. 고전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이 소개되고 있다. 얼마전에 뮤지컬로 만들어진 '레 미제라블'의 높은 성공과 이틀전에 개봉한 '안나 카레니나' 역시 보고 싶은 마음에 미리 예매를 마쳤으며 '웃는 남자' 역시 개봉하면 바로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고전작품들을 다룬 영화에 매료되어 있다. 영화로 만나면 책의 내용이 조금씩 변화를 가지는데 웃는 남자에서는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윈플레인이 잠시 몰입하게 만든 조시언란 인물과의 사랑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보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엔딩이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나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시대든 인간이 가진 이기적인 마음이 문제다. 돈이든 권력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아야할 행동까지도 서슴치 않는게 인간이다. 더불어 자신에게 조건없는 호의를 베풀어 주는 인물에게 오히려 칼을 들이대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가 자신이 쓴 작품들 중에서 더 이상 뛰어난 소설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애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작품으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최고의 작품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담아 낸 시, 소설 등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고전이 주는 재미를 제대로 선사해 주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라 생각한다.
콤프라치코스.
콤프라치코스는 콤프라페케뇨스처럼 스페인어인데,
복합어로 <어린아이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콤프라치코스는 어린아이 장사를 했다.
아이들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
그들을 훔치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훔치는 일은 또 다른 사업이다.
그 아이들을 무엇에 썼을까?
괴물을 만들었다.
왜 괴물을 만들었을까?
웃기 위해서였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는 책의 초반부에서 콤프라치코스에대해서 이야기한다. 작품자체가 위고 스스로 망명길에 쓴 작품으로 시대상을 반영하고, 당시 영국의 귀족정치에 대한 비판의식이 잘 드러난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역사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웃기 위해서 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당시에는 귀족들이 난쟁이나 광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여겨지던 시대.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인권유린에 대해서 분개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버젓이 이루어지던 일이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 생각해보면, 오늘날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다. 인간의 삶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인것처럼, 아무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
이런 콤프라치코스들에 의해 얼굴이 찢겨 평생 웃는 얼굴을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아이, 그윈플레인이 탄생(?)하게 된다. 왕조가 바뀌고 새로운 정치변화가 일어나면서 콤프라치코스는 박해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이들은 자신들이 살기위해 어린아이들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 떠나기에 이른다. 그윈플레인은 그 과정에서 버려지게 되고, 처음으로 삶이라는 무대에 고독한 등장을 하게 된다.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버려진 그 순간, 그윈플레인의 인생은 시작된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도, 삶이라는 무대에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한 순간도 크게 달라진 상황은 없었다. 아이가 살기 위해 대지를 향해 내딛은 걸음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교수형을 당해 죽은채 매달려 있는 영혼 없는 신체. 그리고 죽은 여인의 품에서 발견하게 된 갓 태어난 아이. 그 아이와 함께 우르수스의 거처로 발길이 닫게 되는데,,
우르수스라는 인물은 마치 빅토르 위고의 사상을 그대로 간직한 소설속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호모라는 늑대와 함께 사는, 겉으로는 냉정하고 사람들에게 비판적이고 사회에 속하지 않은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윈플레인과 데아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따듯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우르수스 자신이 스스로를 묘사한 설명에서 그의 정체성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우르수스, 철학자'
그리고 우르수스와 호모, 그윈플레인과 데아의 동거가 시작되는데,,
영화 개봉 소식에 맞춰 구입했으나,엄청난 분량 탓에 영화를 먼저 보게 했다.그러나 생각보다 영화는 재미있지 않았다.덕분에 책은 그대로 덮어두게 되었다는...뮤지컬로 '웃는 남자' 소식을 들었을 때도 시큰둥했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그런데 메가박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령 실패해도 덜 억울 할 것 예매도 하고 책도 다시 읽어보기로..."나는 이보다 더 뛰어난 소설을 쓴 적이 없다"는 위고의 말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어디 그 뿐인간..내가 구입 할 당시의 표지는 이미 사라졌다.(다만 영화가 2013년 개봉했으니 내가 구입한 시점이 2009년 이후일 거라 생각할 수 밖에...)
소설의 도입은 역시나 지루했다.다행이라면 최근 보게 된 영화(퍼스널 쇼퍼)에서 진실인지 상상인지 모르겠으나 위고가..신과 주고 받은 대화가 있다는 언급 때문이었는지 당체 알 수 없는 언어들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다.그리고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이미 경험한 것처럼 이 소설 역시 우르수스라는 인물과 콤프라치코스 그리고 한 아이에 관한 설명으로만 100쪽을 훌쩍 넘긴다.(인내심이 필요하다^^) 우루스스는 곰을 뜻하는 철학자였고,콤프라치코스는 어린 아이 사는 사람들 이란 뜻인데..위고가 새로이 만들어 낸 단어인지17 ~8세기 존재했던 말인지..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 단어가 갖는 의미일게다.아이를 사고 파는 일..암묵적으로 용인되었을 뿐만 아니라,정치적으로도 용이하게 이용이 된 건 분명한 듯 하다.그런데 이 소설은 그닥 친절한 것을 지향하지 않는 탓에 콤프라치코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웃는 남자의 모습을 희미하게 보여줄 뿐 오히려 아이를 두고 떠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그것도 사람들 보다 그들이 타고간 배의 특징과 영국역사와 바다와 파도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풀어 놓는다.당연히 결말은 배에 탄 이들 모두가 죽는다는 거다.아이를 버린 죄,아이를 사고 팔았던 죄 등등 그리고 나서야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가 싶더니 15년이란 시간을 훌쩍 지나..아이는 소년이 되었고,고통 속에서 자신이 구원한 소녀(소경)와 사랑을 하며 그린박스에서 유랑생활을 하고 런던으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웃는 남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려고 하면서 1권은 끝을 맺는다. 뮤지컬을 보기 전 다 읽을수 있을까?^^
뮤지컬을 보기 전 마무리가 가능하리란 예상은 빗나갔다.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웃는 남자'를 기다리며찍어 본 포스터...찍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테이블이 묘하게 웃는 남자를 따라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2권의 마지막 몇 페이지를 채 읽지 못하고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였다. 결말이 조금은 달라서(뮤지컬에서는 데아만 죽는데 원작에서는 그윈플레인이 데아를 따라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2018년 올려졌던 뮤지컬을 예당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더블캐스팅이였던 것 같은데 메가박스를 통해 본 웃는남자는 박강현이란 배우였다.모든 배우들의 노래실력과 연기는 깔끔했다.특히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가장 닮았던 조시언(신영숙)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와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였다. 웃는 남자 보다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그윈플레인 역을 맡은 박경현의 노래실력은 나쁘지 않았는데..생각보다 강렬한 느낌이 들지 않은 건 최근 영화 조커의 분장이 워낙 강렬해서 일수도 있겠고..그런데 원작을 다읽고 나니 소설에서 웃는 남자 보다 더 큰 존재감은 '괴물'이라는 유령이 아니었을까 싶다.이렇게 해석을 하게 되면 웃는 남자의 존재감이란 없는 듯 있는 그림이어야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서 특별히 인상적인 넘버가 기억에 남지 않지만,그럼에도 굳이 꼽자면 그윈플레인의 신분이 밝혀지고 난 후 상원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조롱까지 당하고 나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였나 싶다.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비해 훅 들어오는 노래가 없었던 건 아쉽다.데아(민경아)의 목소리톤을 좋아하지 않아 손발이 조금 오그라 드는 느낌을 제외하면 조금도 강렬하고 웃는남자..하면 떠올릴법한 넘버가 있었으면..상원 장면은 노래도 인상적이였지만 무대 세트도 인상적이여서 살짝 사진을 가져왔다. 가난한 아이로 알았는데,실은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버려졌던 아이였을 뿐 만 아니라 신분은 클랜찰리 경이었던 거다. 그리고 우리의 위고 선생은 2권에서도 역시나 영국역사와 상원 기타 등등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그런데 동시에 크롬웰이 주도하던 시기에 잉글랜드 귀족사회를 그린 소설이라는 역자의 설명처럼 귀족들이 평민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평민 뿐이겠는가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따라 귀족도 광대로 만들어버리는 자들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보여지는 얼굴을 통해 그윈플레인을 괴물이락 말하지만 진짜 괴물은 누구인지 ..원작에서는 스카스데일경이 한 말을 뮤지컬에서는 앤 여왕이 대신 하는 걸로 그려진다."스카스데일 경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감정을 고함 한마디로 대변했다.「저 괴물이 이곳엔 무엇 하러 왔어?」"/854쪽 앤 여왕이 이 소설에 이렇게 깊숙히 등장할 줄 몰랐다.(영화 '더 페이버릿'을 다시 챙겨봐야겠다.영화 웃는 남자도..^^) 영국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 소설을 좀더 재미나게 읽었을까? 위고 선생이 그려낸 당시 잉글랜드사회가 어떠했는지 모르고 읽다 보니 순간순간 까막눈이 된 기분이 들었다.조금은 더 재미나게 읽을 지점을 놓친 것 같은 기분이들었다고 해야 할까.분명한 건 '누가 괴물인가'를 묻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는 점일게다.
그래서..궁금해진 책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