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정에서 뜻밖의 일이 시작되면, 그것이 연달아 일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 사나운 문이 한 번 열리면, 뜻밖의 일들이 다투어 그곳으로 뛰어든다. 벽에 틈이 하나 생기면, 온갖 사건이 꾸역꾸역 그 틈으로 몰려 들어온다. 기이한 일은 단 한 번만 생기고 멈추는 것이 아니다.(652쪽)
그윈플레인의 기형적 얼굴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기형이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던 것일까? 타고 난 어떤 기형도 웃음을 일으키는 것은 없다. 보통의 사람은 아픔을 먼저 느낀다.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기형을 보고 웃음을 일으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런던, 서더크의 한 여인숙에 자리잡은 우르수스 일행은 그윈플레인의 웃음을 일으키는 얼굴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둔다. 다른 유랑극단의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될 정도다. 데이비드 더리모이어 경은 톰짐잭이라는 이름으로 변장을 하고 와서 <정복된 카오스>를 매번 관람한다. 그리고 권태가 극에 달한 여공작 조시언은 그윈플레인의 공연을 한 번 보고 첫눈에 반한다. 조시언이 생각하기에 그윈플레인은 자신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존재다. 가장 비천하고 비참한 존재야 말로 삶에 자극이 될 것이라 여긴다.
아침 식사자리에서 조시언의 고백이 담긴 편지를 태우는 그윈플레인을 찾아온 이가 있으니 와펀테이크(경찰)다. 침묵 속에 연행되는 그윈플레인을 우르수스가 몰래 뒤를 쫓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관 하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우르수스는 그윈플레인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윈플레인은 그 사이 자신을 괴물로 만든 하드콰논의 마지막을 보았다.
1690년 그윈플레인을 버리고 떠났던 콤프라치코스들은 그들의 죄를 고백하는 양피지를 병 속에 넣었었고 그 병이 1705년 바킬페드로를 거쳐 앤 여왕의 손에 떨어졌다. 그 내용은 클랜찰리경의 적자에 대한 것으로 클랜찰리 경이 60세에 낳은 아이를 제임스 2세가 그 아이 두 살 되는 나이에 하드콰논에게 넘겼고 그 아이는 하드콰논에 의해 기형적 얼굴이 된 채 콤프라치코스 손에 자라다가 10살에 버려졌다는 것이다. 바킬페드로는 그윈플레인을 떠올렸고 하드콰논이 목숨이 끊기기 전 자신이 수술한 아이임을 증언했다.
"저의 앞에 계신 분은 클랜찰리 및 헌터빌 남작이시고, 시칠리아의 코를레오네 후작이시며, 잉글랜드의 피어이신, 퍼메인 클랜찰리 경이십니다."(616쪽)
기절한 그윈플레인이 깨어난 곳은 윈저 왕궁 곁에 있는 코를레오네 궁으로 클랜찰리 경의 소유이다. 아버지의 모든 유산을 받기 위해서는 여공작 조시언과 결혼해야 한다. 그윈플레인은 데아를 사랑한다. 데아가 앞을 보지 못하는 데 자신을 사랑하는 하는 것이 데아를 속이는 것이 아닌가 괴로워했었다. 코를레오네 궁에 와 있던 조시언은 그윈플레인을 보자 사랑 고백을 한다. 그윈플레인은 자신의 괴물얼굴을 보고도 자신을 향해 사랑 고백을 하는 조시언에게 잠시 홀린다. 조시언은 그윈플레인이 남편이 될 클랜찰리 경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돌변한다.
그윈플레인이 여공작 조시언에게 편지를 받은 밤에서 코를레오네 궁에서 눈을 뜬 밤과 의회에 참석한 저녁 그리고 우르수스와 데아를 찾아 헤매다 호모의 안내로 배로 가서 데아의 죽음을 보고 그윈플레인도 그대로 바다로 들어가 죽음을 맞는 밤까지 3일의 밤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작가는 대척점을 오가며 극적으로 이끌지만 이야기는 재밌다고 말할 수 없다.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요구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살아움직이도록 하고 있지 않고 이들을 설명하기 바쁘다.
그윈플레인의 의회연설에서는 정의와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우스꽝스러운 기형적 얼굴 때문에 비웃음을 사고 조롱거리가 된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윈플레인이 잘생긴 얼굴을 가졌다고 해도 이제 막 피어가 된 주제에 하는 연설에 그 어떤 피어도 귀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1권에서 "따스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큼 인간의 심장을 돌덩이로 만드는 것은 없다."(225쪽)고 작가 자신이 말한 것처럼 귀족들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은 따스한 이불 정도가 아닐 것이다. 돌덩이로 된 심장을 가진 피어들에게 그윈플레인의 연설은 웃음이라도 일으켰다면 대단하다 할만한다.
그윈플레인과 데아의 사랑이 해피 엔딩이 되었다면 환타지가 되었을까? 우르수스와 함께 살아서 잉글랜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로 끝났어도 크게 무리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척점을 오가던 작가가 주인공을 죽여 비극을 만들어버렸다. 그게 걸맞다고. 빅토르 위고가 우리의 신이 아닌 것에 감사드린다.
우주카키님의 다 읽으면 책거리 선물을 주신다는 다독임이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하게 해주신 것이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
하권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는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 갈 준비를 했는데 작가는 귀족사회의 비정함과 특권 의식을 고발하고 있다. '웃는 남자' 덕분에 런던 시내가 떠들썩하고 우르수스는 두 명의 직원을 더 채용해서 작은 극장은 날로 번창하고 있는 중이다. 자칭 철학자인 우르수스는 관객을 향해 연설한다. "......귀가 작으면 진리를 별로 쓸어 담지 못할 것이고, 너무 크면 어리석음이 꾸역꾸역 그 속으로 몰려 들어갈 것입니다...." 여공작 조시언이 화려한 차림새로 나타나 그윈플레인을 본 뒤 극단에 금화를 남겼다. 그 뒤 그윈플레인의 손에는 조시언이 보낸 쪽지가 쥐어져있다.
그대의 모습 흉측한데, 나는 아름다워요. 그대는 익살광대인데, 나는 여공작이에요. 나는 최상류인데, 그대는 최하류에요. 나는 당신을 원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오세요.
이 쪽지를 읽은 그윈플레인은 혼란스럽다, 순수한 사랑을 주고받는 테아와는 다른 욕망이 자신의 앞에 놓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제 조시언과 그윈플레인이 운명의 장난 속에 휘말려 삶이 주는 온갖 달콤함과 고통을 함께 하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기구한 운명의 파도에 떠밀려온 ‘웃는 남자’에게 한 번 더 휘몰아친 이 폭풍이 어떤 모습을 남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과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은 웃는 남자가 아니라 귀족정치의 폐해였던 거다. 빅토르 위고는 지루하게 이것을 지적하고, 미래는 어차피 공화정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윈플레인이나 조시언, 욕심 많고 음험한 바킬페드로 조차 끝까지 조명 받지 못한다. 조시언과 앤 여왕의 갈등이 격렬한 활극 양상으로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 것도 슬그머니 잦아들었다. 그윈플레인의 급격한 신분 변화 역시 공화제를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상원 의원이 된 그윈풀레인이 여왕의 요구에 반대하는 것으로 웃는 남자의 역할은 끝난 것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웃는 남자 하』
이웃님께서 인생 고전으로 늘 강조하시던 『웃는 남자』를 드디어 완독했다. 아직 고전문학을 탐험 중인지라, 부끄럽게도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제대로 읽는 첫 번째 책이다.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두고 먼저 읽을 책에 대한 고민을 잠시 했었다. 돈키호테를 완독한 나로서 벽돌 격파에 두려움은 없지만 부담이 전혀 없는 건 또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분량이 작고, 화려한 추천사도 많았던 『웃는 남자』를 제일 먼저 읽겠노라라고 마음속으로 정했었다.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데, 자신만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곤혹감을 감추고 만천하에 자신의 속옷을 공개해버린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있다. 동화 속 꼼수 천재 듀엣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건 임금님만이 아니었다. 체면치레에 급급한 신하들도 서로 보인다고 연기를 했으니 말이다. 이렇듯 귀하신 분 들은 진실을 알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속내를 어른이 되고서야... 재해석이 가능했던 것 같다. 아이였을 때는 그저 웃기기만 했는데 말이다.
빅토르의 『웃는 남자』에서의 귀하신 분도 진실을 외면한 채 권력 과시, 향락에만 취중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산 몰수와 신분 갈취, 얼굴 상실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에 그윈은 절도를 했다. 익살 광대로서의 삶은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었음에도 원래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의도로 살아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는 복수라는 분노를 끄집어냈다. 그윈의 맹렬한 질주로 인간성이 빛을 잃어갈 즘 선한 빛의 상징 데아가 심연에서 떠올랐다. 그윈은 자신이 가진 재물을 가난한 자들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자 했던 것 같다. 상원위원으로 데뷔를 한자리에서 여왕 부군의 세비를 증액하는 법안에서 혼자 반대를 했다. 그리고 그윈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저는 인간입니다. 무시무시한 웃는 남자입니다.
그가 누구를 보고 웃는지 아십니까.
경들을 보고 웃습니다.
그의 웃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경들이 저지른 범죄이며 그가 당한 고초입니다.
경들의 범죄를 이제 그가 경들의 면상을 노리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고포를 경들의 낯짝에 토하고 있습니다.
제가 웃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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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거리가 된 그윈은 귀족들에게 익살 광대로 취급을 받지만 사실은 귀족들이 익살 광대였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군중의 피땀으로 자신의 배속을 채우는 그들에게는 백성은 소모품일 뿐이었다. 생사의 고비를 여러번 겪은 그윈은 그들에 비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진정한 권리를 모든 사람을 위해 행사하려 한다는 주장했다. 자신이 로드 클랜찰리이지만 그윈플레인으로 남겠다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그윈이 나는 소름 끼치게 멋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외모 때문에 귀족들은 폭소를 터뜨리기만 했다. 단 한 사람만 그윈의 연설에 공감을 표한다. 그와의 관계는 책으로 확인하시길.
다시 심연 속으로 ...
이 소설의 결말은 안타깝다. 비련의 연인이 주는 먹먹함이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가 않는다. 그들에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그 시대가 이 연인의 행복을 방해했다. 그윈이 왕자가 되어 데아와 우르소스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났다면 동화였겠지. 심연에 허우적거리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리고 다시 생로의 심연으로 들어서게 된 이들이 너무 안쓰럽다.
처음 맛보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은 호흡이 길다. 참 길다. 많이 길다. 그럼에도 활자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이다. 휘몰아치듯 묘사된 감정 표현에 소설 속 인물보다 격양된 슬픔과 분노를 체험했다. 빅토르 위고의 문체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전해주는 신의 문장은 황홀경에 쉽게 빼져들게 했다. 황홀경에 빠지지 않은 이가 있을까. 활자 중독자인 책쟁이들은 관능적인 그의 문장을 흡수하곤 참을 수 없는 신음을 터뜨릴 것임이 분명하다. 특별한 고전소설을 찾고 있다면 『웃는 남자』를 꼭 읽어보시길.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웃는 남자 하』
<마이로드, 문 하나가 열리면 다른 문이 닫힙니다. 나리의 뒤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한 말을 바꾸면 이런 뜻이겠지.
<당신은 비겁자야!>
정서적 위대함이 물질적 거대함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그윈플레인은 오만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데아를 떠올리곤 자신의 물질적 부를 우르소스와 데아와 함께 누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성을 빠져나오려는데 나체의 한 여인이 그윈을 혼란 속에 가두는데...
하루아침에 상위 1%의 부와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면? 왕과 비슷한 아니 왕을 내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원래의 내 것이었던 것이 타인으로 인해 모조리 빼앗겼다는 것을 깨달았던 찰나 누구라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남성의 혼절은 부끄러운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성성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곤 복수로 불끈하다가 데아를 떠올리곤 원래의 선함으로 돌아온 그윈은.. 힘든 여정을 어떻게 버틸지 지켜봐야겠다. 그런데 조시언이라는 여공작은 또라이인가...변태인가... 권태로운 귀족 생활 때문인지, 그녀의 성적 취향인지, 그윈으로 즐거움을 누리고자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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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하
빅토르 위고 |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p.475
국왕과 나, 우리 두 사람이 저 사람을 만들었소.
국왕은 의지를 표명했고, 나는 기술을 동원했소.
이제 영원히 웃으라.
p.625
왜 인생 소설이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던 책이다. 정말 빅토르 위고 저자의 필력에 푹 빠져 읽었다. 이상하게도 「웃는 남자」를 읽는 동안 분명 불안 요소가 없는 부분인데도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 마음처럼 계속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계속 뒷장을 넘기게 했고 그 불안을 마주해야 했을 때의 숨 막힘이란!
'그래도 그윈플레인이 주인공인데, 설마 이야기 초반부터 잘못되겠어?! 설마...'하는 마음이 왔다가 다시 안심하기를 반복하다가 그의 원래 이름을 되찾으며 일행과 헤어지면서 한 번, 연설할 때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에 크게 한번 나를 울렸다. 아.. 우르수스와 호모 어떡하냐.... ㅠㅠ
잡초 사이에 핀 꽃 한 송이 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던
떠돌이 그윈플레인이,
하늘에 있는 별을 딸 수 있게 되었어!
p.665
「웃는 남자」 상에서 그윈플레인을 포틀랜드 해안에 유기했던 사람들이 혹독한 폭풍우를 만나 절망한 나머지 자신의 목숨을 혹은 영혼을 구해줄 수 있길 바라며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진술서에 적고 서명을 했었다. 그리고 그 진술서를 호리병에 넣어 바다에 던졌었는데, 그 호리병이 하권에서 집행관의 손에 들어오게 됨에 따라 그윈플레인의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된다.
사실 그는 잉글랜드의 피메인 클랜찰리 경으로 세이녀리에 속하고 부유한 최상층에 속했으며 상원 의원이었다. 그가 두 살 때 제임스 2세 폐하의 명령에 따라 팔렸고 그를 산 사람들이 그를 광대로 써먹을 목적으로 얼굴을 훼손, 흉하게 변형시켜 얼굴에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자 사회는 결혼과 가정과 카스트를 준다. 하지만 그는 결혼의 문턱에서 매춘을 보았고 가정에선 그의 형이 따귀를 때리고서 다음 날 손에 검을 든 채 그를 기다렸으며 그가 속한 카스트가 귀족인 그의 면전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처음 참여한 회의장에서 그는 다른 귀족들에게 당신들의 행복은 타인의 불행으로 다른 사람들의 헐벗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라 외친다. 언젠가는 굽실거림도, 비천함도, 무지도, 시종들도, 왕도 더 이상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의 격분, 노여움, 사랑, 형언할 수 없는 슬픔 등 그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이 폭소로 귀결된다. 안면의 웃음으로 인해서....
국왕의 의지에 그리고 하드콰논의 기술에 의해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된 한 남자 그윈플레인. 슬퍼도 슬픔이 아닌 웃는 얼굴을 한 그였기에 그의 언사가 지향하는 쪽이 있음에도, 그의 얼굴은 엉뚱한 쪽으로 향한다. 그로 인해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내침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의 신분 변화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파멸까지... 어느 것 하나 그가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 없기에 더 마음 아프다.
공화주의 지지자였던 클랜찰리의 후계자인 아들을 몰래 콤프라치코스에 팔아넘긴 제임스 2세와 무료함에 천민들을 괴롭히고 죽이며 즐거워한 남성 귀족들 그리고 흉측하고 괴물 같은 남자를 자랑으로 삼던 여성 귀족들 속에서 그의 공허한 외침이 이야기의 결말과 맞물리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마음을 울린다.
주교들이시여, 피어들이시여, 왕족들이시여, 백성이란 속 깊은 곳에서는 괴로워하며 겉으로 웃는 사람들입니다. 경들이시여,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제가 곧 백성입니다.
p.855
정말 읽으며 표현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아서 메모하기 바빴다. 저자의 필력에 빠져 읽는 동안의 시간이 즐거웠던 만큼 빅토르 위고의 다른 책도 이어서 보고 싶다. 정말 읽는 내내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