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발표된 시점인 1930년대 초 중반 대공황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느 과수원 지대이다.
못말리는 단순 무식하고 과격하고 끝없이 싸우다가 죽은 노동자 아버지와 냉정하고 희생적인 어머니의 아들이었던 노동자 짐은 처한 상황에서 노력하고 생각을 할 줄 알았기에 여느 노동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거리에서 어느 연설을 듣다가 폭동을 진압하는 경찰에게 체포되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부랑죄로 며칠 유치장에 있게된다.
거기서 공산당원들을 만났고 그들의 열정을 보고 저런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을 보고 노동자라도 다르게 살고 싶었고 항상 목표를 가지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짐은 공산당에 가입한다.
사과를 수확할 시기였기에 농장주들과 떠돌이 노동자들 간에 임금 문제가 있었던 인근 지대, 과수원 농장에 현장 선동자 맥과 함께 파견되어 어떻게 파업을 일으키는지 기술을 보는 것으로 공산당원 으로 시작한다.
(미국에서도 미약하나마 공산당이 있었다. 지금도 있지않을까? 1차 대전후 사회 혼란과 대공황 시기를 맞으며 자본주의와 대결 속에서 심한 폭력이 있었다고 이 작품에서도 알수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그날 그날 최소 굶어죽지않을 돈이었기 때문에 임금이라면 거창하고 지금 우리나라 일부 '노동자 귀족'이라고 까지 불리는 노사 임금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에 동조하는 식당차 주인 앨의 도움으로 그의 아버지 앤더슨의 사과 농장 한 터에 머물면서 수백명이 되는 노동자들 틈에서 같이 일하고 먹고 자며 파업을 일으켜 임금을 보장받자고 한다.
근처에는 농장주들이 돈으로 산 이곳의 떠돌이 노동자들 보다 더 많은 수의 파업 반대 노동자들도 있었다.
자주 물리적인 충돌, 협박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앤더슨씨 농장 뒤 공터를 할애 받았으나 땅 밖에 없는 곳에 천막을 치고 구덩이를 파서 석회수를 뿌리며 화장실을 만들고 일부는 밥그릇인지 세수 대야인지 깡통 한 두어개 가지고 다니는 일꾼들인 만큼 아주 열악한 생활 조건이다.
베테랑 일선 작업 공산당원 맥을 보면서 짐은 나날이 생의 열정을 느끼며 결국엔 맥을 어떤 면으론 능가하더니 결국 자신을 바쳐 꺼져가던 사건에 원동력을 주게된다.
매사 짐에게 확신을 주던 리더쉽의 맥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불리한 그들의 입장을 인정하는 태도와 그가 작품에서 말하는 빨갱이 과격 분자든 아니든 있는대로 보는 독자는 맥의 조리있는 말에 때론 공감하고 이렇게 썼던 스타인벡을 당시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좌파가 되었나? 라고 비판을 했던 시각을 알겠다.
그러나 오늘 읽는 사람은 작가로서 필요했던 날카로운 한편의 현실 인식이었다고 인정한다. 한쪽에선 물량이 넘쳐 가격이 폭락하자 바다에 버리는데 한쪽에선 굶어죽는 현실에 분노와 의문을 안가질수 없었고 약자 편에서 생각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맥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내가 모든것을 바꿀순 없다. 하지만 오늘 하나 하나 우리가 하는것이 헛된것이 아니다 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도 새길만하다.
지금 성공하지 않아도 파업 방법을 통해 당신들의 권리를 가르쳐 주고자 하는 맥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행동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대공황 시기 미국의 떠돌이 노동자들의 삶은 지금의 이나라 노동자들과는 너무 달랐기에 이 이야기가 이용 안되길 바란다.
이 작품은 뒤에 나올 분노의 포도를 떠올리게 하고 작가의 일부 체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접 부딪쳐 적극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고 언제나 사람에 대해, 온몸으로 생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이해와 연민으로 보는 따뜻한 시선과 모든것이 자연의 품에선 녹아든다는 식으로 쓰는 스타인벡이다.
스타인벡은 길고 선이 굵다. 나중에 훌륭한 작가가 될 유명해지기 직전 젊은 시절 작품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아기자기한 재미와 로맨스등은 아예 생각 못하고 재밌다기 보다 힘있는 작품이다.
제목이 의심스런 싸움 보다는 다른 번역에선 승산없는, 불안함으로 나오는데 이 제목이 더 낫다. 하드커버도 마음에든다.
1936
1947
1964
짧은 기간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지만 대화체로 너무 가까이서 묘사해서 조금 줄거리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네." 맥이 고집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그런 허풍스러운 생각에 빠져들 시간이 없어."
"그렇겠죠. 그러니 당신은 방법도 모르는 채 일을 착수하게 되는 거고요. 당신의 무지가 항상 당신을 걸어 넘어뜨릴 겁니다."
백전노장인 맥과 신참내기인 짐 두 공산주의자가 과수원에서 파업을 주도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군더더기 없이 박진감있게 진행되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비록 한 쪽 진영의 입장만을 그리고 있지만, 공산주의의 이상과 그 이상이 실현 불가능 것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에서의 한계와 문제까지도 잘 보여주는 깊이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개개의 인간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개개의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그 역시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