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미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다른 리뷰들 쭉 읽어보니까 읽을 때 아주 재미가 있었다고 하는 글이 많았는데, 솔직히 어느 부분이 재미가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일단 이 책은 지극히 철학적인데, 니체의 초인에 대한 사상도 들어가있고, 철학적 지식이 베이스가 되지 않으면 읽기 귀찮을 수도 있다. 제목에도 나와있는 "초인"을 이해하려면 니체의 사상이나 다른 철학적인 배경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듯 하다. 그런 배경 없이 이 극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피상적인 노력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문구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극을 이해했다고 하기는 힘들고, 그냥 혀로 핥기만 했다고 보는게 맞을듯.
인상깊었던 구절 하나를 꼽자면
...모든 역사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진동하는 세계를 기록한 것에 불과하지. 한 시대라는 것도 시계추의 진동에 지나지 않소. 세계가 언제나 움직이기 때문에 각 세대는 그들이 진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지...
우리는 모두 스스로 진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군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테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내용 자체는 별거 없다. 하지만 천국과 지옥을 묘사한게 꽤나 흥미롭다. 흔히 지옥을 우리는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칼로 세워진 곳을 지나다니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 지옥은 영원한 쾌락만이 존재하는 향연의 장소라고 묘사하고 있다. 즉 스스로의 발전이 없이 희열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만족 없이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며 안주하는 곳. 지옥. 반대로 천국은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고뇌하고 발전하는 곳인 것이다.
천국을 가야할 존재는 지옥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지옥을 가야할 존재는 천국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우리 본인들은 각자 어느 곳에 가야할 존재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는 사후세계 존재를 믿지 않음을 미리 알리며.
인간과 초인
超인이란 初심을 잃지 않고 행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超이든지 初이든지 두 가지 모두 불필요하고 방해되는 어떤 것들을 과감히 칼로 베듯이 제거한 후에야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상통하기 때문이다.
初심을 가지고 행할 수 있는 사람이 超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를 이미 신(superman)이라고 말씀(요 10:34~35/민 11:29)하신 것에 기인한다.(p.195) 다시 말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덮을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생각은 하나님의 그것에 조금도 미치지 못하지만,(사 55:8) 그럼에도 예수님이 우리를 신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로서 성령(말씀)과 그 열매로 행하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주시는 곧 그 속에 계시는 하나님과 그것을 인정(初心)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인함이다.
완벽한 남자(앤-아나)도 완벽한 명예(램즈던-석상)도 완벽한 결혼(태너-돈 후안)도 완벽한 국가(멘도자)도 없으며, 해 아래에 완전한 것도 이상적인 것도 새 것도 없으니(전 1:9)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에 만족하며 주어진 시간(삶p.181)을 살아가는 사람이 족인(satisfied man)이 되고 그 족인이 타성에 빠지지 않음으로 즉 初심을 잃지 않음으로 불필요하고 방해되는 어떤 것들을 초월한 超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은 어딘가 있을 무언가를 찾는 자들의 함정(p.159, 168)이고 천국은 족한 자들의 예배당이다(p.225).[이현정]
니체의 초인 사상. 버나드 쇼의 극은 몽환적이다. 실제 극으로 본다면 그렇게 재미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단순한 연애 스토리도 아니고 극적인 장면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독특한 구성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포스트모던이 지나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버나드 쇼의 '인간과 초인'은 다소 진부하기까지 하다. 물론, 당시에 니체의 사상을 반영하고 당시의 보편적 가치관에 반기를 들었거나 혹은 토론했다는 차원에서 파격적이었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인 도덕률에 따라 사는 인간들에게 초인이야기는 그저 신성모독일 뿐 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