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품의 태그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EBS 자본주의 제작팀 저/EBS MEDIA 기획
[My Review MCMXLV / 열린책들 13번째 리뷰] 앙투안 갈랑이 엮은 <천일야화>는 원래의 '아랍어로 적힌 원작'의 내용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앙투안 갈랑이 살던 18세기에도 '원작 <천일야화>'가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불완전한 원작'에서 너무 야하고 비상식적인 내용은 도려내듯 걸러낸 뒤에 '남은 것'만을 옮겨 적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천일야화>는 이토록 방대하다. 또 하나의 <천일야화>인 리처드 프랜시스 버튼의 책에는 갈랑의 책을 참고했다고도 전해지지만 '분량'면에서는 훨씬 더 많다. 애초에 '야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작'이 불완전하기에 버튼의 <천일야화>도 완전한 책은 아니다. 게다가 살짝 MSG도 첨가한 듯 싶다. 그렇기에 두 가지 <천일야화>는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열린책들'에서는 갈랑의 <천일야화>로 출간하였고, '동서문화사'에서는 버튼의 <아라비안 나이트>로 출간했기 때문에 앞으론 둘을 이렇게 구분하고자 한다.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을 소개하는 까닭은 두 작품의 '목차'부터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분량도 차이가 나지만 수록된 이야기의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은 무슨 까닭 때문인 건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은 '단행본'과 '어린이책'에서도 마찬가지다. 1권 짜리 '단행본'이야 애초에 주요 이야기만 추려서 냈을 것이고, '어린이책'이야 어린이가 읽어도 될 정도로 각색까지 했을테니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건전한 내용으로 펴낸 '갈랑의 <천일야화>' 스타일을 본땄을 텐데도, 이야기가 실려 있는 순서가 사뭇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걸까? 셰에라자드(이름도 천차만별인데, '세헤라자드'가 가장 보편적이지만, 이 책에서는 셰에라자드로 표기했으니 따르려 한다)가 매일 아침 동트기 전까지 샤리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순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만일 '샤리아 왕'이 실존 인물이었다면 이런 차이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샤리아(Shariah)'는 이슬람세계의 '율법'을 지칭한다. 이런 의미로 <천일야화>를 이해하면 매일밤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이슬람율법'을 앞에 두고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마치 최종판결을 앞둔 피고인이 '최후변론'을 하는 느낌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허나 이슬람사회에서 '샤리아'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가타부타 따지며 '해석'을 논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최후변론'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런 해석이라면 셰에라자드는 결국 '사형'에 처해질 운명이다. 율법 앞에서 '관대함'을 요청할지언정 '율법,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최후변론을 무려 '천하룻밤'동안 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절대불변의 율법이라 할지라도 '융통성'이라는 빈틈을 파고들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샤리아 왕과 셰에라자드 왕비는 매일밤 동침을 하는 부부사이다. 물론 율법은 '부부사이'도 갈라놓을만큼 엄정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천일야화>의 이야기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싶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든, 저 이야기를 먼저 하든 샤리아 왕의 부당한 법집행 아래 '자신의 목숨'을 담보 삼아서 매일밤마다 '생명연장', '집행연기'를 위해서 네버엔딩 스토리, 다시 말해, '끝없는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몇 번째 날 밤'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어차피 진술한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일야화>에 담긴 이야기가 지닌 속뜻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건 다음 리뷰에 계속.
재미난 만화 인 줄로만 알았던 '신바드의 모험'의 뿌리가 '천일야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살짝 배신감이 들었더랬다.그리고 천일야화 2권에서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를 듣는다. 미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신드바드의 이야기는 그저 신나는 모험만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앞선 1권을 통해서 욕망,호기심등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면 2권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시간과 부(재산)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해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인 시간을 무절제한 생활 속에서 허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도 한탄스러운 일은 노년에 가난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40
안락한 삶에 만족하는 것이 두려워 여행을 하고,그 여행 속에 죽을 고비를 넘기는 순간 다시는 여행을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평안한 시간은 다시 모험 속으로 떠밀게 만든다.만족을 몰라서라기 보다 무절제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해 본다.그런데 특히 인상적이였던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쌓은 재산은 언제나 그렇듯 나만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닌 더불어 함께에 있었다는 거다.설핏 보면 상투적인 교훈처럼 보이겠으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면서 얻어지는 결말들이어서 인지 거부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말은 역시 어렵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이라 해야 할까.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항상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번 돈의 십 분의 일은 빈민을 구호하는 데 썼습니다."/399~400
2편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조그만 꼽추' 편이였고 가장 굵게 밑줄 긋고 싶었던 부분은 '유대인 의사이야기'편이였다. 조그만 꼽추'편을 통해 중동지역의 종교문제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일 수 밖에 없는 이유...그 까닭은 '유대인 의사이야기' 편에서 살짝 힌트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중동 문제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상징적으로 설명해 준 문장이란 생각을 했다. (고마운 것은 이 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해피앤딩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란 말일세! 이것이 우리네 인간들이 겪어야 하는 불행들이지!" /617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등으로 알려진 작품
왕비의 부정을 목격한 이후 극심한 분노와 혐오로 인해 왕은 여자를 믿지 않고 하룻밤을 보낸 이후에는 처형한다. 세예리자드 라는 현명한 처녀가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궁금해 한 왕은 그녀를 처형하지 않고 매일밤 이야기를 듣게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슬람 문화의 해악이나 가치관등을 경험해볼 수 있으며 매일밤 세예리자드를 통해 듣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끝없이 펼쳐지며 독자를 즐겁해 해준다.
6권이나 되는 장대한 분량이지만 너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관심있었던 분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보시라 추천하는 작품이다.
사산 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골자로 8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 각지의 설화들이 융합되어 16세기경에 거의 현재 형태로 완성되었다. 신밧드, 알라딘 등 중동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들의 원천이다. 세헤라자데가 1001일간 각기 다른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일화, 상상담, 연애담, 우화, 여행담 등 길고 짧은 수백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래서 제목이 "천일야화"인 것. 그리고 1001일간 1회도 분량 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절단신공과 다음 화 떡밥을 적절히 뿌려 듣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는 연재 작가의 귀감이다. 구전 설화의 특성상 과장된 대목이 있으나 1000일간 왕이 분노를 삭히고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세헤라자데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천재였으리라.
나는 집안에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만, 대부분을 젊은 날의 방탕한 생활 가운데 탕진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나는 재산이라는 것은 없어질 수 있는 것이며, 내가 경험했듯 아껴 쓰지 않으면 곧 바닥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 천일야화